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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2/02 15:40:33
Name 글곰
Link #1 https://ppt21.com/freedom/64583
Subject [일반] 출사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수정됨)
  언제부터인가 글쟁이가 되고 싶었습니다만, 꿈에 가득 차 있던 어린 시절에도 스스로 알고는 있었습니다. 내가 글을 쓰는 능력은 단지 그것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 수준은 못 된다고. 그래서 글과는 전혀 관련 없는 호구지책을 따로 찾았고 정기적으로 나오는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여전히 좋아했지만 단지 취미일 뿐 생계와는 일절 관계가 없었지요. 그럼에도 저는 종종 생각하곤 했습니다.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대략 5년쯤 전에 우연히도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심지어 그 기회는 피지알을 통해 찾아왔지요. 고맙습니다. 피지알 만세.



  온라인 매체에서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의 연재가 시작된 때를 찾아보니 2016년 5월입니다. 실제로 쓰기 시작한 건 그보다 석 달쯤 전이니만큼 꼬박 만 5년 동안 글을 썼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꾸준하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을 겁니다. 연재빈도 자체가 주2회로 그다지 잦지 않았고, 처음에는 일고여덟 화 분량을 한꺼번에 마무리해 보냈지만 연재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매주 두 차례 닥쳐오는 마감 때마다 간신히 한 화 분량만을 탈고해서 보내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앞서 말씀드린 호구지책 때문에 바빠졌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본질적으로 제가 게을렀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반성이 듭니다.

  연재기간 중 아주 큰 사고는 없었지만 자질구레한 일은 여럿 있었습니다. 저 때문에 생긴 문제도 있었고 저와는 무관하게 생긴 문제도 있었습니다. 연재가 누락되거나 갑자기 중단되어 버린 당황스러운 일도 간혹 있었지요. 그러나 여하튼, 저는 해냈습니다. 지난 새벽에 최종화 원고를 메일로 보냈습니다. 아마도 이번 주나 혹은 다음 주면 연재가 끝나고 제 글에는 이제 ‘완결’이라는 두 글자가 붙게 되겠지요.

  일단 질러놓고 나서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수많은 글쟁이 지망생들의 공통된 문제점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꾸준히 써서 제대로 끝을 냈으니만큼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한 것 같아 약간이나마 뿌듯합니다. 물론 당초의 거대한 포부에 비한다면 턱없이 못 미치는 결과물입니다만, 그럼에도 제 힘으로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그러니 하루 정도는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겨도 되겠지요.

  그 사이에 세상은 꽤나 변했습니다. 유료 연재처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놀랍게도 글을 써서 먹고 살거나 혹은 꽤 높은 소득을 올리는 일도 가능한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유감스러운 점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글과 제가 쓰기를 원하는 글 사이에는 꽤나 큰 간극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제 글 쓰는 솜씨가 남들의 돈을 긁어모을 만큼 뛰어나지는 못하다는 게 훨씬 더 큰 이유겠지만요. 그래서 저는 매월 수만 원을 버는 소박한 글쟁이로 시작했고 매월 수만 원을 버는 소박한 글쟁이로 연재를 끝냈습니다.  

  만족하느냐?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아니겠지요. 무릇 글쟁이란 자신의 글만으로 먹고 사는 삶을 꿈꾸기 마련이니. 그러나 뿌듯한가? 하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저는 그렇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저는 제가 꿈꾸던 무언가를 해냈으니까요. 꿈. 이제는 꽤나 퇴색되어 종종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하곤 하는 단어지만 제게는 아직 그런 것이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기쁩니다.



  피지알 죽돌이로 이름난 제가 한동안 피지알에 글을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고 그저 몹시도 바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큰 짐을 하나 덜어낸 만큼, 예전보다 더 자주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뭔가 좋은 일이 또 하나 일어나면 좋겠다는 기대도 없지 않습니다만, 그보다는 저는 글 쓰는 일을 좋아하고 이곳에는 제 글을 즐겨 읽어주시는 분들이 꽤나 있기 때문입니다. 글쟁이란 그런 존재입니다. 읽어주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한, 글쟁이는 씁니다.  

  지금까지 귀한 돈까지 들여가며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도 역시 똑같은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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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70MLRS
21/02/02 15:41
수정 아이콘
헐? 벌써 완결입니까?

아니, 단행본 분량 봐서는 한참 멀은거 같았는데요... 흑흑...
21/02/02 18:06
수정 아이콘
단행본을 제가 돈 주고 사지는 않아서(...)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56부가 마지막입니다!
LeeDongGook
21/02/02 15: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추천했습니다.
한동안 재밌게 봤었습니다.
다만, 제갈량이 꿈에서 유비, 제갈교를 포함한 지나간 인물들과 재회하는 그 부분은...
21/02/02 18:07
수정 아이콘
그부분이 매우 인상적으로 별로셨나 봅니다. 면목이 없네요. 흐흐.
근데 저는 그 부분 나름대로 흥겹게 썼습니다. 이른바 '1세대' 인물들을 워낙 오랜만에 언급했는지라.
21/02/02 15:48
수정 아이콘
드.... 드래곤 나이트 좀....
요슈아
21/02/02 15:52
수정 아이콘
월간...도 아니고 격월간.....도 아닌 이상한 단편 모음집(?)

저도 보고싶습니다 꼭이요!
21/02/02 18:10
수정 아이콘
그게, 드래곤나이트 시리즈는 정말로 '머릿속에 뭔가 떠오르는 순간 그대로 갈겨쓴' 부류의 글이라서...
최근에는 그렇게 떠오르는 경우가 없네요. 혹시 둘이서 어디 놀러간 게 아닌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21/02/02 20:35
수정 아이콘
다음편은 둘이 놀러가서 놀고 있는 내용이라굽쇼?
21/02/02 16:09
수정 아이콘
완결은 축하드릴 업적이죠
축하드립니다.!!
21/02/02 18:1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휴머니어
21/02/02 16:12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대단하시네요.

자 이제 기담 장성철의 이야기와 드래곤나이트 차례군요? :)
21/02/02 18:12
수정 아이콘
드래곤나이트에 대해서는 위 댓글에서 언급했고, 기담은...... 혼자서만 생각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어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 )
휴머니어
21/02/03 12:54
수정 아이콘
오호. 더욱더 기대가 되는군요?!
21/02/02 16:16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21/02/02 18:14
수정 아이콘
대단하지는 않지만 몹시 감사합니다!
올해는다르다
21/02/02 16:20
수정 아이콘
드래곤나이트 붐은 온다..
21/02/02 18:15
수정 아이콘
딸아이에게 대를 이어 쓰라고 부탁해 보겠.... 아 아닙니다.
21/02/02 16:22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21/02/02 18:1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21/02/02 16:24
수정 아이콘
단행본 언제 나옵니까!

이제 문른이야기 나오나요
21/02/02 18:16
수정 아이콘
저도 언제 나오는지 몰라요!
Je ne sais quoi
21/02/02 16:28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단행본 기다리겠습니다.
21/02/02 18:1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조만간 나오긴 나올 겁니다.
21/02/02 16:29
수정 아이콘
아니, 단행본 분량 봐서는 한참 멀은거 같았는데요... (2)
글곰님 덕분에 좋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서 기뻤고, 하지만 단행본은 아직 멀었으니 조금 더 볼수 있겠군요
축하드리고 고생하셨습니다!
21/02/02 18:16
수정 아이콘
제가 단행본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몰라서요...(2)
우주전쟁
21/02/02 16:4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완결 축하드립니다!!!
이제 피지알에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21/02/02 18:1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이제 종종 쓸 여유가 생기겠지요.
벌점받는사람바보
21/02/02 16:54
수정 아이콘
완결해낸 글쟁이라니 축하드립니다
21/02/02 18:17
수정 아이콘
칭호 하나를 획득한 기분입니다.
블랙박스
21/02/02 17:05
수정 아이콘
이릉전투 정도부터 차마 못보고 있었는데, 정주행 해야겠군요.
완결 축하드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21/02/02 18:17
수정 아이콘
그 부분, 저도 쓰기 두번째로 힘들었던 부분입니다. 비참한 대목이라...
21/02/02 17:11
수정 아이콘
매주 수, 금마다 꼬박꼬박 챙겨읽은 독자입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제가 꼭 읽고 싶었던 스타일의 삼국지를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부분 정사의 큰 줄기를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셨지만 중간 중간 상상력을 발휘하신 에피소드들은 특히 재밌게 봤습니다.
(방통의 결혼해듀오, 만두배달부 비의, 황부인의 붉어진 얼굴... 등)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21/02/02 18:18
수정 아이콘
꼼꼼히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방통 에피소드는 약간 도가 지나쳤나 싶은 마음이 있고, 만두 이야기는 스스로도 낄낄대면서 썼습니다. 황부인 이야기는 조금 더 야하게 쓰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리듬파워근성
21/02/02 17:19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21/02/02 18:1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작가님. 흐흐.
VictoryFood
21/02/02 18:03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21/02/02 18:1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꿀행성
21/02/02 19:41
수정 아이콘
와 오년만의 완결이라니 존경스럽네요. 수입과 무관하게 꿈 하나를 쫓아 해내시는 모습도 대단합니다. 저도 한때는 편당 스무명 남짓한 조회수 만으로도 만족하는 작가지망생이었는데 머지않아 매출만 쫓아 장르고 문체고 다 바꿔버리는 상업글쟁이의 모습으로 변해있더군요. 나중에 돈에서 자유로워지면 작품성만 생각해서 써보고싶다는 바람이 있지만 이룰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글곰님은 이미 제 꿈을 이루셨네요. 고생많으셨어요!
21/02/03 11:25
수정 아이콘
매출을 위해 장르나 문체를 바꿀 수 있는 것도 무척 뛰어난 능력 아닌가요? 저는 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일이예요. 제가 본문에서는 꽤 그럴듯하게 적어 놨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저는 그저 시대의 흐름을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뒤쳐진 사람일 뿐이니까요. 그렇기에 꿀행성 님도 정말 대단한 분이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홧팅입니다!
한걸음
21/02/02 20:17
수정 아이콘
몇 년간 하루의 즐거움이었어서 완결이 아쉽긴 하지만 축하드립니다!
21/02/03 11:25
수정 아이콘
몇 년 동안이나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혜정은준아빠
21/02/02 22:39
수정 아이콘
드래곤 나이트 좀... 가출한 두 주인공이 얼른 돌아오길!!!
21/02/03 11:26
수정 아이콘
이상하게 많은 분들이 찾으시네요. 어디 숨었나...(두리번두리번)
人在江湖身不由己
21/02/03 00:28
수정 아이콘
완결은 글쓰기의 대단원 아니겠습니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21/02/03 11:26
수정 아이콘
대단원이라는 고전적 향기 물씬 풍기는 낱말이 참 좋네요.
이선화
21/02/03 03:45
수정 아이콘
완결 축하드립니다. 웹소설을 결제해서 본 게 글곰님 글이 처음이었는데 지금도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바램으로는... 출사 프리퀄루다가... 유비 : 촉서 선주전 같은 걸 써주시면... 바로.. 결제할텐데.....

촉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가 유비였읍니다... 선생님.. 혹시 안 될까요 흑흑...
21/02/03 11:28
수정 아이콘
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선주전.... 예전에 한번 써 볼까 싶은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다시 5년이 더 필요할 거 같아서 엄두가 안 나네요.
21/02/03 11:07
수정 아이콘
완결 축하 드립니다.
가슴이 벅차 오르며 동기 부여가 되는 글이네요.
누군가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달려가는 일은 너무나도 보람이 되는 일이죠.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21/02/03 11:29
수정 아이콘
사랑까지는 남부끄럽습니다만, 비록 얼마 안 되더라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5년 동안 힘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이웃집개발자
21/02/03 11:15
수정 아이콘
정말 축하드립니다!! 너무 멋져요 흐흐흐
21/02/03 11:29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21/02/03 11:50
수정 아이콘
정말 대단하십니다 !!
앞으로 자주 글을 올리신다니.. 반갑고 또 기대됩니다.
21/02/04 14:0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21/02/03 12:08
수정 아이콘
20년째 지망생인 입장에서 너모 대단한 업적을 이루셨다고 생각합니다! 축하드려요!!
21/02/04 14:05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addict. 님도 홧팅입니다!
노스윈드
21/02/08 11:13
수정 아이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전에 얼핏 제갈량 사후 낙곡대전이나 진지, 황호까지 쓸 생각이라는 말을 얼핏 봤던거 같은데 역시 주인공이 떠나면 이야기의 추진력이 떨어질거 같아서,, 지금의 결말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시대를 다룬 대체역사소설인 '아 내가 마속이다' 를 동시에 읽었는데, 두 작품의 등장인물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완결 축하드리고 다시 좋은 글로 뵐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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