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1/10 22:34:51
Name CoMbI COLa
Subject [일반] (일상)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
언제부턴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말이나 글로 쓰기 어렵다는 생각을 종종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쌈빡하게 한 단어로 표현할 그런게 있는데 생각이 안 나... 하면서 말이죠. 분명 책을 멀리해서 그럴겁니다. 제대로된 독서를 해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

그리하여 가뜩이나 요즘 할 게임도 없어 무료한 차에 퇴근길에 서점에 들렀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다가 마음에 드는게 없어 결국 구매는 하지 않고 나왔습니다. 대신에 서점에서 나오는 자신이 뭔가 교양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했죠.


그렇게 교양뽕에 취해서 매장을 나가는데 문 앞에서 어떤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별 생각없이 지나치려는데 아주머니께서 말을 거시더군요. 혹시 XX중학교 나오지 않았냐고요.

머릿속에 수만가지 생각이 지나갔습니다. 일단 출신 중학교는 맞는데... 진짜 알고 말한걸까? 아니면 아무거나 말하면서 이니시를 거는건가? 대학교 때 화학과라고 말하니까 갑자기 양자역학에 대해서 말하던 미친X도 있었는데 (실화입니다) 충분히 가능성 있지 않나?

그냥 아니라고 말하고 빠져나올까 했지만 그래도 한 두마디는 더 얘기해보자는 생각으로 맞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존대가 반말로 바뀌고 목소리 톤이 한 단계 올라가더니 제 얼굴이 하나도 안 변했다며 여전히 인물 좋다는 얘기를 하시더군요.

혹시나 했지만 인물 좋다는 말에서 의심 게이지가 피크를 찍으려 하는 순간,

"너 이름이 OO 인데 성은 잘 생각이 안 난다?"

어? 명찰을 달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름까지 알 정도면 사이비쪽은 절대 아닌데? 혹시 친구 어머니인가 싶어 실례를 무릅쓰고 여쭈어봤습니다. 죄송한데 누구시냐고요.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음악 선생님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정말 카리스마 있던 분이었습니다. 근데 그것 말고는 특별한 기억이 없더군요. 제 담임을 맡으신 적도 없고, 문제를 일으켜서 서로 대면한 적도 없고, 그냥 음악 담당하시던 선생님이셨죠. 아니면 제 기억력이 아메바 수준이라 기억을 못 하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잠깐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서로 갈 길을 가는데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킹시국이라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도 근 20년만에 보는 제 얼굴을 어떻게 알아보셨냐는거죠. 집에 돌아와서 친한 중학교 동창에게 톡으로 이 얘기를 해주었더니만 제 얼굴이 너무 X같아서 마스크로 가려도 X같다는 답변을 해주더군요.

하하... 몇 분간 서로 육두문자가 섞인 얼평을 주고 받다가 잠시 잊고 있었던 선생님과 친구들 이름을 꺼내보았습니다. 같은 반이었던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성함, 한 손으로 턱걸이 하시던 체육 선생님(덜덜), 스케치북에 줄 하나 그어놓고 이게 예술이라고 하시던 미술 선생님 등. 겸사겸사 오랜만에 먼지쌓인 앨범도 꺼내서 촌스런 옛날 사진을 찍어 올리며 서로 낄낄거리다보니 참 즐겁더군요.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동창회도 하지 않기로 했는데 조금이나마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할 얘기는 이게 끝인데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음... 글이 좀 있어보이게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는 식으로 끝을 맺어보겠습니다. 이 글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1. 코로나를 죽입시다. 코로나는 우리의 원수.
2. 여러분들도 오랜만에 앨범을 꺼내 추억에 젖어보아요.
3. 친구의 얼굴은 마스크를 써도 X같다.
4.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
5.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겟타쯔
20/11/10 22:42
수정 아이콘
3번에서 왜 갑자기 친구 얼굴이 된 건가요?
CoMbI COLa
20/11/10 23:05
수정 아이콘
왜냐하면 제 친구 얼굴이 더 뭐같기 때문입니다. 꼬우면 여기와서 반박해보시던가?
겟타쯔
20/11/10 23:07
수정 아이콘
제가 글을 잘못 이해했나 싶어서 여쭤봤습니다. 글 내용에 의하면 본인 얼굴이 맞는 것이지요?
CoMbI COLa
20/11/10 23:10
수정 아이콘
네 맞...습...니다. 확인사살을 하시다니...ㅠ
겟타쯔
20/11/10 23:12
수정 아이콘
솔직한 답변하셨으니 용서해드리겠습니다.
Polar Ice
20/11/10 23:00
수정 아이콘
무언가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가 있으셨을지도..
CoMbI COLa
20/11/10 23:07
수정 아이콘
본문에 나온 친구가 2년동안 같은 반 했던 진짜 찐친인데 걔도 딱히 기억나는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별거 아닌데도 이상하게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 중에 제가 있었나봅니다.
스위치 메이커
20/11/10 23:03
수정 아이콘
와 이걸 기억하다니...
及時雨
20/11/10 23:20
수정 아이콘
선생님이 좋은 기억을 가지고 계셨으니 20년 지나서도 반가워 하셨겠지요?
좋은 재회였던 거 같아요!
답이머얌
20/11/11 00:07
수정 아이콘
중3 담임 선생님은 반장까지 했던 제자를 4년만에(대학1학년) 보시고선도 전혀 기억을 못하시던...

원체 학생들에겐 무관심한 편인줄은 알았지만 그정도일 줄은 몰랐지요.

근데 정말 담임 선생님도 아니고 딱히 수업 시간에 튄 것도 아닌데, 눈매만 보고 이름까지 기억하다니 이건 재능의 영역 아닌가요?
집으로돌아가야해
20/11/11 00:53
수정 아이콘
얼굴이 X같다면 마스크로 아래는 가렸으니까 거북이 머리 같으셨겠군요 :p
세인트
20/11/11 09:38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이런 글 좋아요 추천드리고 갑니다.
부기영화
20/11/11 10:15
수정 아이콘
와 이건 정말 대단한 능력이시네요. 음악 선생님...
호머심슨
20/11/11 20:38
수정 아이콘
앞장서서 수업분위기를 흐려놔서
앙심을 품으신듯!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8780 [일반] [90년대초반감성] 새소년 게임북시리즈+졸리게임 시리즈 [14] 흰둥9370 20/11/15 9370 3
88778 [일반] [팝송] 나띵 벗 띠브스 새 앨범 "Moral Panic" [6] 김치찌개6229 20/11/15 6229 0
88777 [정치] 3개의 주장중 거짓은 무엇일까. [167] kien18904 20/11/14 18904 0
88776 [일반] 10살 노묘 변비 퇴치기. [26] 김티모11993 20/11/14 11993 14
88775 [정치] 김현미 장관님 집 시세는 5억? [156] 맥스훼인15559 20/11/14 15559 0
88774 [일반]  노후파산 남의 얘기일까? 노후를 망치는 3가지 착각.TXT (방송요약) [60] 비타에듀18589 20/11/14 18589 26
88773 [정치] 요즘에 제가 싫어하는 것들 [93] 분란유도자11309 20/11/14 11309 0
88772 [일반] 수능 19일 남은 고3 [22] 피잘모모7750 20/11/14 7750 15
88771 [일반] 필라델피파 시의회의 사과 [3] 아난7485 20/11/14 7485 0
88770 [일반] 3060TI 전파인증 통과, 6900XT 비레퍼? [26] SAS Tony Parker 8611 20/11/14 8611 0
88769 [정치] 미국 대선 최종 결과 업데이트와 지금까지 트럼프가 실제로 진행 중인 소송 정리(기사 요약) [22] Quarterback9437 20/11/14 9437 0
88768 [일반] 2018년 기준, 한국 근로자들의 금액/분위별 소득 [213] Leeka15388 20/11/14 15388 0
88767 [정치] 박근혜를 옹호하며 과도한 음모론의 폐해 [235] 이스칸다르16073 20/11/14 16073 0
88766 [일반] 피지알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129] 만수르7672 20/11/14 7672 3
88765 [일반] 이런저런 이야기. [5] 공기청정기6091 20/11/14 6091 2
88764 [일반] 영화 도굴 후기(스포無) [11] 양현종7630 20/11/14 7630 2
88763 [일반] 서울 부동산 매매 2번 해본 후기 [35] 유랑11977 20/11/13 11977 11
88762 [일반] 트럼프 측의 대선패배 불복 논리 총정리 [75] 김재규열사14208 20/11/13 14208 3
88761 [일반] 도대체 무슨 약을 하시길래... [12] 찌단13818 20/11/13 13818 2
88760 [일반] 요새 PGR 자게에서 제일 짜증나는거 [201] TAEYEON23144 20/11/13 23144 54
88759 [일반] 日정부 '독도는 미일안보조약 5조 적용대상 아니다' 인식 표명 [45] 아롱이다롱이11697 20/11/13 11697 3
88758 [일반] [미국] 美국토안전부, 11월 대선은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공정한 선거 [37] aurelius12487 20/11/13 12487 2
88757 [정치] 11/30일부터, 주택 구입용 신용대출 관련 추가 제한이 들어갑니다. [307] Leeka16764 20/11/13 1676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