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9/29 16:56:12
Name 스윗N사워
Subject [일반] 고립이여 안녕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자극에 나는 망설이다가 고립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보디빌딩에 본격적으로 매진한 게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능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고 더 커지고 굵어지고 싶었다.
나는 톰 플란츠 같은 하체와 아놀드 같은 가슴을 가지고 싶었다, 아니, 가져야 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는 아니지만 잘 보여서 나쁠 건 하나도 없었다.
아니, 반대로 정말 좋았다.
힘이 쎄거나 달리기를 잘하는 것은 인증하기 어렵지만
당장 팔뚝이 굵은게 어딜가도 편하고 빠르게 인정받았으니까.

명품을 입고 비싼 차를 타는 사람들을 경멸했지만
나는 "고급져 보이는" 몸을 두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3년이 지났고 나는 로뎅의 똥 싸는 자세로 2분할과 3분할을 고민하며
상체 하는 날 하체 쉬고, 하체 하는 날 상체가 쉬는 헬창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헬스장이 2주간 문을 닫았다.
이런 시국이 아니었으면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강제 락다운이었다.
처음에는 약물 재활 치료소에 들어간 누구처럼 손이 덜덜 떨렸고
숨만 쉬어도 열심히 키워둔 근육이 업진살처럼 살살 녹는 것 같았다.
할 게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안 읽던 책을 읽고 달리기를 했다. 섹스를 하고 술도 마셨다.
무언가를 쌓아 올리며 올라가는 것은 나름의 고통이 있었지만
다 포기하고 계단을 내려가는 것에는 파괴적인 즐거움이 있었다.

고개를 살짝 돌려서 더 넓게 보기 시작하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남들보다 철옹성 같은 근육을 두르고 압도적인 몸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낮은 자존감과 비겁함을 그 뒤에 숨겨두었다.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고립운동만 한 근육뇌들의 결말이었을까? 

나는 고립되었고 고립했지만
진정 고립됨으로써 다시 고립을 끊어낼 수 있었다.


이제 매일 달리고 섹스와 명상을 하며 가끔 역도를 배우고 무술을 수련하고 있다.
세상에는 많은 운동이 있고 그 가지 중 하나가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그리고 보디빌딩식 고립운동은 그중 하나의 잎이었다.
이제 나무 중심에, 뿌리에 다가가고 싶다.

"손가락에 시선이 고정되면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볼 수 없다"

그리고 나는 거칠게 자위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Philologist
20/09/29 16:58
수정 아이콘
톰 플[라]
시원한녹차
20/09/29 17:05
수정 아이콘
무라카미 하루키?
나른한날
20/09/29 17:13
수정 아이콘
고민하는 남자의 마무리는 항상..
20/09/29 17:13
수정 아이콘
좀 딴얘기지만 요새 사레레 그냥 승모쓰라는 영상 한번씩 보이던데 재밌더라구요.
이정재
20/09/29 17:19
수정 아이콘
톰플라츠니까 가능합니다
하르피온
20/09/29 17:33
수정 아이콘
현타중에 쓰셧..
마리아 호아키나
20/09/29 17:40
수정 아이콘
... 가을이었다.
20/09/29 18:12
수정 아이콘
고립이여 안녕이라는 제목을 보고 헬스를 끊고 다른 운동을 시작하셨나 했습니다
20/09/29 19:20
수정 아이콘
그 와중에 생수를?
와칸나이
20/09/29 19:32
수정 아이콘
읽다가 섹O 관련 내용이 없어서 이럴리가 없는데 하고 스크롤 끝까지 내려보니까 있기는 하네요.
풀캠이니까사려요
20/09/29 19:36
수정 아이콘
자위를 어떨게 거칠게 해요???
딱총새우
20/09/29 20:10
수정 아이콘
매번 잘 읽고 있습니다. 보디빌딩 섹스테미나에 도움 되나요?
이민들레
20/09/29 22:08
수정 아이콘
뭔소린지 해석해주실분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고립이란 단어에 대한 다른 밈이 있는가 싶기도 하고..
blood eagle
20/09/29 23:36
수정 아이콘
근육 키울땐 고립이 최고지만, 내 삶까지 고립시킬 필요는 없죠. 흐흐...
-안군-
20/09/30 00:26
수정 아이콘
남자가 현자가 되는 경우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자위 직후고
별빛서가
20/09/30 01:39
수정 아이콘
사강으로 시작해서 하루키로 끝나다니...
20/09/30 03:11
수정 아이콘
여름이었다.
20/09/30 04:04
수정 아이콘
아 이분 10GA아시는구나! 겁나 거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8563 [일반] [유럽] 프랑스 니스 테러는 시작에 불과하려나? [56] aurelius3377 20/10/30 3377 8
88562 [정치] 허허.. [10] 움하하1454 20/10/30 1454 0
88561 [일반] 살면서 만나봤던 무슬림과 기억나는 것들 [67] 나주꿀5523 20/10/29 5523 7
88560 [정치] 문 대통령 "좋은 인재 모시기 어려운 인사청문회 개선해야" [117] 맥스훼인7917 20/10/29 7917 0
88559 [일반] [웹소설] 학사신공(범인수신전) 리뷰 [28] 잠잘까1566 20/10/29 1566 2
88558 [일반] [속보] 프랑스 니스 성당에서 칼부림, 2명 사망 1명 참수 [115] aurelius9891 20/10/29 9891 0
88557 [일반] 모태솔로로서 진짜 두려운 것. [93] 데브레첸7146 20/10/29 7146 19
88556 [일반] AMD도 지포스처럼 판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총판 직판) [23] SAS Tony Parker 3243 20/10/29 3243 3
88555 [정치] 이낙연 "서울·부산 보궐선거 당원투표로"..공천 수순 [130] 산밑의왕6044 20/10/29 6044 0
88554 [정치] 민주당, '윤석열 정치 금지법' 만드나…추미애 "입법 논의해달라" [144] 노르웨이고등어6125 20/10/29 6125 0
88553 [일반] 유튜버는 재능의 영역이 맞습니다. [69] 양말발효학석사6097 20/10/29 6097 5
88552 [일반] 당선 합격 계급 - 한국 공채시장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분석 [70] 메디락스4538 20/10/29 4538 28
88551 [일반] 10대의 빈곤-아이에게 집다운 집을 [4] 흰둥1617 20/10/29 1617 2
88550 [정치] 인구 구성으로 보는 향후 국민의힘 집권 가능성-지극히 주관적인 [124] 유목민5519 20/10/29 5519 0
88549 [일반] 설레임 없는 연애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27] 몽블랑집안3252 20/10/29 3252 1
88548 [일반] 삼성전자는 더 성장할수 있을까요? [46] 흰둥4678 20/10/29 4678 0
88547 [정치]  이명박 전 대통령 징역 17년·벌금 130억 확정…재수감 [227] 어강됴리8280 20/10/29 8280 0
88546 [일반] 집 근방에 있는 오락실이 3개가 한꺼번에 문을 닫았습니다.... [17] 요한슨3148 20/10/29 3148 4
88545 [일반] 구세주 동생을 아시나요? [27] VictoryFood2662 20/10/29 2662 4
88544 [일반] 위기가구 긴급생계지원금 요건 완화 및 신청기간 연장 [3] 깨닫다2758 20/10/29 2758 0
88543 [일반] 저 나무를 자릅시다.jpg [21] 망각4897 20/10/29 4897 31
88542 [정치] 이명박 "부동산 정책 실패는 이념적 논리 때문" [471] 삭제됨14080 20/10/29 14080 0
88541 [정치] 새는 두개의 날개가 있어야 나는데... [51] Python3445 20/10/28 344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