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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08 11:33:46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단상] 서구문명의 힘의 원천? - 정신적 측면에서 (수정됨)
개인적으로는 [보편주의] [결사의 능력]라고 생각합니다.

보편주의라고 함은, 인종이나 국적과는 무관하게 인류 전체에 적용되는 공통의 법칙이 있다고 믿는 생각인데, 
이것이 서양인들의 사고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대전제입니다.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한 법칙을 찾아 신앙에 몰두했고, 또 같은 맥락에서 훗날 과학에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법칙을 계속 발견하고자 하는 갈망은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의 전파, 그리고 공산주의의 전파로 이어졌습니다. 
민주평화론이나 공산주의 혁명은 모두 인류를 구제하여 영구적 평화를 이룩하고자 했던 사상이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서구문명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종이나 종교가 다른 이들과 교류했습니다. 
페니키아인, 그리스인, 라틴인, 유대인, 켈트인, 게르만인은 모두 뒤섞여 살았고 언어도 서로 매우 달랐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정치체 안에서 공존했고, 때로는 번영했습니다. 
공통의 보편적 신앙이나 법을 믿는다면 언어나 피부색은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여 이들은 부족을 넘어 왕국을 건설하고, 나아가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제국이 붕괴했을 때조차 일종의 공동체 의식을 계속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사체를 조직하는 능력도 아주 탁월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무려 2천년 간 존속한 가톨릭 교회라는 조직입니다.  
한편 소상공인들 또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길드를 조직했고, 훗날 과학자들은 각종 학회를 조직했습니다. 
심지어 프랑스 혁명 초기 급진적 민주주의자들은 [흑인들의 친구Les Amis des Noirs]라는 조직을 결성, 
노예제를 폐지하고, 흑인에게 공민권을 부여하고 나아가 흑인 국회의원을 선출하고자 했습니다. 
이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피부색도, 종교도 아닌 보편적 민주주의의 대원칙이었습니다. 

어떤 대의나 명분을 위해 각종 협회가 결성되어 조직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은 서구문명의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문분야에서, 과학분야에서, 종교분야에서, 상업분야에서, 미술분야에서 무수히 많은 협회와 상회가 탄생했는데
작가나 시인, 역사학자와 철학자, 기업가와 투자자, 석공과 화가 등은 모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자기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문인협회, 석공조합, 무역회사, 정치정당 그리고 훗날 19-20세기의 노동조합까지...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특성들인데, 오늘날 미국이나 유럽에서 토박이들이 아닌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인종의 용광로인 미국을 제외하더라도 프랑스에 한국계 장관이나 한국계 국회의원, 독일에서는 베트남계 장관 등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알제리계나 터키계는 훨씬 더 많죠. 이와 같은 현상은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결사의 측면에서도 가령 UN이나 NATOEU와 같은 거대 정치조직을 결성한 것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단순 동맹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맹을 넘어 어떤 국가간 조직의 상설화 제도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거대조직의 규칙을 정하고 제도화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이를 실현해냈다는 것은 이에 대한 상당한 노하우가 있지 않고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죠. 국가 단위에서 조직을 결성하려는 실험은 1차대전 이후 국제연맹 통해 이루어졌고, 그 후 UN이 바통을 넘겨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사상적 법적 근거는 모두 서구문명에 의거했지요.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 대목이 서구문명의 특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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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수도승
20/09/08 12:04
수정 아이콘
보편주의면 알렉산더의 공이 크다고 봐야 할까요
샤한샤
20/09/08 12: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알렉산더는 기간도 너무 짧고 바로 박살나서..

저는 지형빨같아요
지중해 발트해 등을 통해서 이민족들과 교류할 수 밖에 없는 횐경이 갖춰진것 아닐까요
그리스인들은 원래가 해양과 친한 민족이었고 이집트도 지중해와 홍해 양쪽으로 교역했을 것 같고 ...
또 로마라는 보편제국의 지배를 공통적으로 받은 경험때문이기도 할것 같고
전자수도승
20/09/08 12:21
수정 아이콘
어크크크크 닉값크크크크
잠만보
20/09/08 13:08
수정 아이콘
닉값 제대로 하는 댓글이네요 크크크

페르시아의 왕중왕이라면 알렉산더 까도 인정합니다 크크크
휀 라디언트
20/09/08 12:15
수정 아이콘
저는 인본주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모든것의 중심은 인간이라는 마인드가 그들의 문화의 씨앗이 되었다고 봅니다. 역설적으로 종교는 이러한 인본주의의 발전을 저해한 장애물이였다 생각하구요.
알려진바와 같이 중세시대 유럽은 같은시기의 동양의 국가들에 비해 살기가 좋았다고는 할수 없는 환경이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17세기까지는 경제문화적 측면에서 서양의 어느 나라도 중국은 커녕 인도와도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며 열세였던 상황이였죠.
이러한 열세가 뒤집히게된 계기를 저는 르네상스와 대항해시대로 촉발된 제국주의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역사적 이벤트들의 근원은 인본주의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해봅니다.
StayAway
20/09/08 13:06
수정 아이콘
인본주의라고 하기에는 제국주의로 인한 유색인종 수탈이 너무 크지 않았나요?
저는 실증적 사고에 기반한 과학의 발전이나 17세기 이후 자본 축척이 더 크지 않나 싶습니다.
휀 라디언트
20/09/08 13:39
수정 아이콘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유색인종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거겠죠.
인본주의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그들만이 인간이였던거겠죠. 다른 무엇보다(신보다도) 인간 자신이 더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그리고 그 인간이란 범위에 유색인이 포함되지 않았기에 지금도 분란이 발생한다고 확대해석을 해 봅니다.
내설수
20/09/08 21:55
수정 아이콘
근데 중세 암흑기론은 이미 사장된 학설로 압니다..
휀 라디언트
20/09/09 01:11
수정 아이콘
당시에는 중국이나 인도와 비교했을때 현격한 열세였다는거죠.
18세기 이후의 동서양 격차가 생소할정도로요.
달과별
20/09/08 12:38
수정 아이콘
보편주의적으로 향하던 서구 문명이 구심점을 다시 잃어버리고 백인 기독교 문화를 찾아 회귀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습니다. 지난 몇년간 유럽에서 반유대주의의 폭등은 피부로도 느낄 정도거든요.
20/09/08 13:17
수정 아이콘
더 인간인, 더 문명화되어 있는, 선민인 우리와 아닌 그들 사이의 이분법 역시 고대 그리스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서구 역사에 지속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들 중에 여성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 최근까지의 모습입니다. 이런 이분법 없이는 소위 아메리카의 '발견' 이래의 식민화 과정, 또는 소위 '문명화' 과정에서 비서구 사람들에게 자행된 엄청나고 끔찍한 폭력이, 20세기 중반까지도 치아가 뾰족한 흑인을 동물원에 전시했다는 사실이, 홀로코스트가, 미국의 경우 60년대까지도 인종차별이 공식적으로 존재했다는 사실이 이해될 수는 없습니다. 다른 한편 보편주의적 지향 또한, 적어도 기독교의 세계화 개시와 로마 제국 이래 있어 왔습니다. 최근 적잖은 학자들이 과학혁명이 서구에서 일어났던 것에는 물론이고 보편적 인권 개념등 계몽주의적 휴머니즘이 서구에 자리잡은 것에도 기독교의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즉 반대 요소가 얼마나 짙었거나 끈질기게 따라왔느냐와 무관하게 서구에서 인류가 지향해야할 보편적 가치들이 먼저 개념화되고 제도화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반대요소는 아직 근절되지 않았습니다. 서구 선진국들이 비서구 지역들 일부에서 이 가치들을 선별적으로나 제한적으로 수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 전근대적 억압 체제를 정당화하는 양상에 대해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요원해 보입니다.
하심군
20/09/08 13:24
수정 아이콘
저는 일단 서구문명의 힘은 오히려 19세기말 20세기 초에 터졌다고 보는데...일시적으로 국가가 해체 직전까지 가고(적어도 왕정은 해체되었죠)개인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 개인들이 이뤄놓은 업적들이 서구문명의 근간을 이룬다고 보거든요. 파스퇴르..에디슨..좀 오버해서 아라비아의 로렌스까지. 아 중요한 마르크스를 빠뜨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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