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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03 15:27:34
Name 아난
Subject [일반] 스티븐 핑커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해서라면, 빌 게이츠)에게 글로벌 빈곤에 관해 보내는 공개 편지 (축약번역)
1
먼저 축약번역해 올린, '세계 빈곤인구는 얼마나 줄어들었나?'를 보충하는 축약번역글입니다.

2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자신의 본업이 아닌 분야들에서 목소리를 내는 학자들 중 그 분야들에 가장 무식하면서 목소리는 가장 큰 이를 뽑으라면 일등 먹을, PC에 물들지 않은 전통적 자유주의 식자들 중 제가 가장 혐오하는 인물이죠.  

축약번역이고 축약도 안 한 부분이 있고, 이 편지가 응답으로서 나오게 한 핑커 자신의 편지를 포함해서 이 편지와 관련된 다른 글들 링크도 되어 있으니 영문 독해에 어려움이 없는 분들은 아래 축약번역을 읽은 후 원문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기후와 자본주의> 및 필자 소개란에 링크되어 있는 제이슨 힉켈의 블로그도 북마크 해두시구요. 굉장한 미남이네요..^^

**********

스티븐 핑커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해서라면, 빌 게이츠)에게 글로벌 빈곤에 관해 보내는 공개 편지

• 필자: 제이슨 힉켈(Jason Hickel)  

• 출처: 기후와 자본주의 / 2019년 2월 4일
https://climateandcapitalism.com/2019/02/04/letter-to-steven-pinker-about-global-poverty/

• 축약번역: 정성철  cittaa@gmail.com
==========


자본주의 옹호자들은 글로벌 빈곤이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논변은 지적으로 부정직하고 사실들에 의해 뒷받침 되지 않는다.


I
1820 - 1950 년 사이 서구 식민 통치자들은 남반구 식민지 민중들을 그들의 광산과 플랜테이션들에서 노동하게 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음. 별 문제가 없다면 (누구나) 살아왔던 대로의 생계유지양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임금이 충분히 높지 않았기 때문. 식민 통치자들은 식민지 민중들을 강제로 노동시장으로 밀어 넣음: 세금을 부과하고 공유지를 엔클로저하고 식량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아예 대놓고 농지를 박탈하는 것에 의해  

벨기에 - 콩고에 자본주의 노동 시스템을 강제로 도입하면서 콩고 지역 경제를 뒤집어 엎어 당시 콩고 인구의 절반인 1천만명 사망  

영국 - 인도에 강제로 부과한 농업정책의 결과 3천만명 사망  

당신이 의존하는 매디슨 데이터베이스는 자신들의 생산수단들을 박탈당한 이들이 노동자가 됨으로써 결국 획득하게 된 임금 소득에 대해서는 얘기해줄 지 모르지만 그 이익이 농지, 공유지, 지지 공동체들, 안정적인 지역 경제의 상실로 인한 손해를 상쇄하고도 남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해 주지 않음. 그리고 그것은 자주적으로 산업화할 자유를 누렸다면 오늘날 남반구 경제들이 어떤 모습일지에 관해 아무것도 얘기해주지 않음

• Sven Beckert’s Empire of Cotton, Ellen Wood’s The Origins of Capitalism: A Longer View, Mike Davis’ Late Victorian Holocausts, Adam Hochschild’s King Leopold’s Ghost, and of course Karl Polanyi’s The Great Transformation


II
당신은 전지구적인 극단적 빈곤이 대폭 하락했다고 주장함. 당신이 퍼뜨리는 그 내러티브는 하루 1.9달러 빈곤선을 기준으로 함. 많은 학자들은 1.9달러는 유의미하기에는 너무 낮다고 봄

1.9달러 선을 사용하면 빈곤인구는 7억으로 확인됨. 그러나 UN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8억 1천 5백만명이 "최저 인간 활동"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만큼의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고 15억명이 '통상적인' 인간 활동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21억명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음.  그런데 어떻게 충분히 못먹는 이들(hungry and malnourished people) 수보다 빈곤한 사람들이 더 적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음? 1.9달러가 기본적인 영양섭취를 성취하고 통상적인 인간 활동을 지탱하는데 부적합하다면 그것은 너무 낮은 것임. 더 이상 무슨 얘기가 필요함? 사람들을 이 선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그들을 빈곤 상태 - 극단적인 빈곤이든 아니든 - 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전혀 아님

기억하시압: 1.9달러는 2011년 미국에서 그 액수로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의 등가임. 이 수준에서 하루를 사는 것은 영국에서 35명이 한 사람의 최저 임금으로 하루를 사는 것과 같음  

세계은행조차도 이 선이 가장 가난한 나라들에서가 아니면 너무 낮고 정책을 인폼(inform)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거듭 진술했음. 세계은행은 빈곤선을 하위 중간 소득 나라들은 하루 3.2달러로, 상위 중간 소득 나라들은 하루 5.5달러로 업데이트 했음. 이 빈곤선을 기준으로 하면, 오늘날 약 24억명이 빈곤상태에 있음. 당신이 주장하는 것보다 세 배 이상임

그러나 이 수치들도 충분히는 좋지 않음. 미국농무성(USDA)은 기본적 영양섭취에 하루 약 6.7달러가 필요하다고 발표함. 피터 에드워드는 통상적인 인간 기대 수명을 성취하려면 약 하루 7.4달러가 필요하다고 논함. 뉴 이코노믹스 재단은 유아사망률을 충분히 낮추려면 약 8달러가 필요하다고 결론내림. 랜트 프리체트와 찰스 케니는 그 빈곤선이 미국에서의 구매력을 베이스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빈곤선에 링크되어야 한다고 논함. 그 경우 하루 약 15달러임

하루 7.4달러를 빈곤선으로 정한다면, 1981년에서 2013년 사이에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71 퍼센트에서 58 퍼센트로 줄었음. 우리의 것과 같이 엄청 부유한 세계에서 이것은 당신의 장미빛 내러티브가 그렇다고 한 만큼 극적이지 않음. 극단적으로 불평등해서 사람들의 58 퍼센트가 빈곤 상태에 있는 반면 수십 명의 억만장자들이 그들의 부를 다 합한 것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세계는 찬양할만하지 않음  

게다가 그것은 비율임. 비율도 중요한 지표이기는 함. 그러나 절대적 숫자들도 동등하게 중요함. 사실 절대적 숫자들이 각 나라들 정부들이 1996년 로마 선언에서 애초에 그에 따라 목표를 정하기로 합의한  계측기준(the metric)임. 골대는 그 이후 비율로 변경되었는데, 그 결과 더 빠른 진보/진전이라는 인상이 생김. 그러나 그것은 실제로는 고려할만하지 않은 포인트임: 목표가 빈곤을 끝내는 것이라면, 중요한 것은 절대적 숫자들임. 실로 그것은 빈곤한 사람들 자신들의 시각에서 중요한 것임

절대적 숫자들을 살펴보면 추세는 완전히 달리 보임. 세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 수는 1981년 이래 32억명에서 42억명으로 극적으로 악화되었음. 당신이 주장하는 것보다 6배 높음. 내 책에서 그것은 진보가 아니라 수치스러운 것(disgrace)임

당신의 논변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빈곤에 맞서 대단히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는 것임. 이 주장은 지적으로 부정직한 것이고 사실들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음. 그 성과 대부분은 동아시아에서 생겼음. 중국과 동아시아 호랑이들의 경제적 성공은, 장하준과 로버트 웨이드(Robert Wade) 같은 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지적했듯이, 당신이 지지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들이 아니라 국가주도 산업정책, 보호주의 그리고  규제 (서구 선진국들이 그들 자신의 산업적 공고화 시기 동안 대단히 효과적으로 사용했던 바로 그 조치들) 에 기인한 것임. 물론 그 나라들은 자유화되었음. 그러나 그 나라들은 점진적으로 자유화했고 자주적으로 그리했음

남반구의 나머지 나라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음. 이 정책 옵션들은 체계적으로 거부되었고 이미 실행되었던 경우는 파괴되었음. 1980년에서 2000년 사이, IMF와 세계은행은 해당 나라들 민중들의 대대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그 반대의 것들 (관세, 보조금, 사회복지비 지출, 자본 통제를 삭감하고 완화하는 한편 농지 개혁을 뒤엎고 공적 자산을 민영화) 을 했던 잔인한 구조조정 프로그램들을 부과했음. 이 시기 동안 중국 외의 나라들에서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 수는 13억 증대했음. 실상,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비율 (당신이 선호하는 빈곤 계측 기준) 은 62 퍼센트에서 68 퍼센트로 증대했음. 달리 말해, 1980년에서 2000년 사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부과는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감소시키기는커녕 증대시켰음    

2000년 이래, (동아시아 외부에서) 빈곤에 맞서는 가장 인상적인 성과를 낸 것은 라틴 아메리카임. 그 시기는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에서 좌파 또는 사민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았던 시기임. 이 사실은 당신의 신자유주의적 내러티브와 잘 맞아떨어지지 않음  

덧붙여 말해두어야 할 것이 있음. 당신은 현재의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정당성에 관한 주장을 하기 위해 빈곤 관련 수치들에 기대고자 함. 당신은 그 시스템이 빈자들을 위해 잘 작동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그 시스템에 관해 불평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음

그런 주장을 평가할 때, 정말 중요한 것은 절대적 숫자들도 비율들도 아님. 중요한 것은, 오히려, 글로벌 빈곤의 정도 대(vis-à-vis) 빈곤을 끝낼 수 있는 우리의 여유(capacity)임.  빈곤을 끝낼 수 있는 우리의 여유  (즉 빈곤하지 않은 이들의 소득의 일정 비율로서의 빈곤을-끝내는데-드는-비용) 는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감소하는 속도보다 여러배 더 빠른 속도로 증대했음. 이 계측 기준에 의하면, 우리는 이전보다 더 악화하고 있음. 실로, 우리의 문명은 역진/퇴행하고 있음. 왜? 우리의 글로벌 경제의 산출 대부분을 세계의 부자들이 차지하기 때문임

글로벌 성장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소득의 단 5 퍼센트만이 인류의 가장 빈곤한 60 퍼센트 (하루 7.4 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들) 에게 감.  당신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그것을 옹호하고자 하지도 않았음. 대신 당신은 그냥 그것을 무시함. 내 생각에 당신이 그러는 이유는 그것이 경제가 얼마나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잘 굴러가고 있는지에 관한 당신의 주장들을 잠식하기 때문임

얼마나 잘 굴러가는지 한번 보시압: 현재 추세대로라면, 하루 1.9 달러 선의 빈곤을 끝내는 데는 100년 이상이 걸리고 하루 7.4 달러 선의 빈곤을 끝내는 데는 200년 이상이 걸림. 그리고 기존 시스템으로 - 달리 말해, 소득의 더 공정한 분배 없이 - 그리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글로벌 경제를 현재 규모의 175배로 성장시켜야 함. 그 정도 성장이 가능하다 해도, 그것은 빈곤에 맞서는 어떤 성과도 잠식할 지경까지 기후변화와 생태계 붕괴를 추동할 것임

물론 그런 식이 될 필요가 없음. 우리는 우리의 글로벌 경제의 규칙들을 세계의 대다수를 위해 더 공정하게 만드는 것에 의해 지금 당장 빈곤을 끝낼 수 있음. 그러나 그것은 당신이 현상태를 옹호하면서 필사적으로 회피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는 접근법임  

당신은 "극단적 빈곤의 극적 감소는 오래 사는 정도, 어린이 사망률, 산모 사망률, 문자해독률, 기본 교육, 영양부족 정도, 소비, 기타등등 과 같은, 소득 외의 다른 복지 척도들에 의해 확증된다"고 말함. 확실히, 기대 수명, 사망률 그리고 교육은 개선되었음 - 이것은 축하해야 하는 환상적 뉴스임! 그러나 다음 몇가지 사실들을 보시압:

1. 당신은 전혀 다른 어떤 것을 지적하는 것에 의해 빈곤에 관한 논변을 할 수는 없음. 소비는 증대하고 있음. 그러나 그것은 여기서 관건인 것이 아님. 관건인 것은 소비가 사람들을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정도로 증대하고 있느냐 여부임

2. 소득과 소비가 복지의 유일한 척도들이 아니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함. 그러나 그것들이 절대적으로 결정적인 한 가지 이유는 그것들이 세계 자원들의 분배 불평등 정도를 평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임. 빈자들의 기대 수명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빈자들에게 글로벌 소득의 아주 작고 점점 줄어드는 몫을 선고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음  

3. 당신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정당화를 추구하는 내러티브의 일부로서 기대 수명과 교육 상의 성과에 호소함. 그러나 여기서 그것은 지적으로 부정직함. 기대 수명이 느는데 가장 기여한 것은 사실 단순한 공중보건 개입들 (위생, 항생제, 백신)이고, 교육 개선에 기여한 것 역시 공립 교육임. 실로, 보건과 교육면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나라들은 건실한, 무료 의료 서비스제도와  교육제도를 갖춘 나라들임. 미국의 유아 사망률이 쿠바의 유아 사망률보다 낮다는 것을 잊지 마시압

4. 기아에 대해서라면, 당신의 주장은 2012년 이후 UN 식량농업기구가 사용한, 많은 학자들한테 비판당한 방법론에 기대고 있음. 당신의 기아-감소 내러티브는 - 당신의 하루 1.9 달러 빈곤선 처럼 - 통상적 인간 활동을 지탱하기에는 너무 낮은 칼로리 선에 기대고 있고 식품 가격 상승의 충격을 무시하며 영양 결핍에 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음. UN 식량농업기구의 이전 방법론에 따르면, 기아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수와 비율은 1995년보다 2009년에 더 높은데, 이것은 당신이 딴소리를 나불대며 무시하는 또 하나의 추세임  

결론을 내리면서, 당신은 라이언 번(Ryan Bourne)의 한 논문을 인용하는 추태를 부렸음.  그는 빈곤을 연구하는 학자(an academic)가 아니라 코흐 브라더스가 돈을 대는 우익 씽크탱크인 카도 연구소의 피고용인임. 그 논문은  호도하는 주장들이 가득하며 내가 일일이 지적해주었음에도 개정되지 않았음

당신의 공개편지는 나를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그'라고 비방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있음. 그런 언사는 논변으로 평가될 수 없으며 당신이 나의 실질적 주장들 중 어느 하나도 논박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덮어가리지 못함.  어쨌든, 나는 당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음.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그'가 의미하는 것이 빈곤 데이터가 당신의 내러티브가 허용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누군가라면,  나는 마르크스주의자인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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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수도승
20/09/03 15:46
수정 아이콘
주류 경제학자들은 본인들이 계산 가능한 부분만 계산한 다음 그것만이 오롯이 현실인양 확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죠
위에서 지적했던 '콩고인들이 노동 임금 대신 빼앗긴 것들' 같은 경우나 '민영화 해서 변동하는 사회적 신뢰비용'(이건 나라의 문화마다 올라갈수도 내려갈수도 있지만) 같은 것들이나
한국인에게는 뜨거운 감자 그 자체인 식근론이나

그런데 화폐부터가 국가의 빚이자 신뢰 아니었던가 싶은데 말이죠
20/09/03 16:0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말씀하신 주류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서 변명을 좀 적어보자면 '제대로 된' 경제학자들은 다양하게 관측되는 경제사회 현상에서 축적된 데이터 중 자신들이 계산하거나 분석 가능한 부분만 다루고, 오롯이 자신이 다루는 부분에 대해서만 사실 여부와 정책 및 제도의 효과 등을 얘기합니다. 애초에 경제학이 가정의 학문이라는 반 비아냥을 들을 수 밖에 없는게 이론이든 실증이든 다룰 수 있는 부분을 제한하지 않으면 너무 범위가 커져 버려서 수치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또 애초에 수치화하기 너무 어렵거나 경제학의 관점에서 놓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와 제도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학자의 입장에서 모르는 부분이니까 함부로 말하는걸 극도로 자제합니다. 다만 안그런 분들이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런 분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제학자의 대표주자로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경향이 많다보니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또 진지하고 편향되지 않는 시선으로 경제현상을 연구하려고 고생하는 경제학자에 대한 오해가 쌓이는 것 같아 좀 슬픕니다.

그리고 최근 경제학계에서도 더이상 경제사회적 현상의 효과를 정확하게 수치화할 수 있다는 어찌보면 오만해보일 수 있는 학풍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습니다. 어차피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인간의 행동과 경제현상에서 원하는 결과를 뽑아내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걸 인정하고 학자들끼리 끝없이 제기하는 이른바 통계 분석의 강건성 검정 시비도 줄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경제학계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학술지 중 하나인 Econometrica를 출간하는 학회인 Econometric Society도 얼마전 학회장이었던 Stephen Morris가 제발 제출 논문에 표 좀 적게 붙이고 불필요한 검정 좀 줄이고 모형도 단순화해서 페이지 수 적게 만들라고 하는가 하면, 또다른 최고 권위 학술지인 American Economic Review는 아예 부록 포함 전체 6천단어 이하의 원고만 받고 심사 기간도 1달 수준으로 확 줄여서 불필요한 분석을 최소화한 저널인 American Economic Review: Insights를 출간했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신자유주의라는 사조는 경제학계에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뭐 사실 경제학이라는게 워낙 뒤죽박죽이고 역사도 짧은 편이라서 무슨 학풍이라는게 쌓인 것도 별로 없지만요...

논외로 본문 잘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워싱턴 콘센서스를 강하게 부정하는 편인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견해라고 봅니다. 다만 라틴 아메리카의 21세기 초 급격한 성장은 사회주의 정권의 역량이라기보다는 남미 산유국들이 초고유가의 혜택을 만끽한 덕분이라고 판단합니다만, 뭐 이것도 여러 요인이 있을터라 함부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전 금융감독 관련 이론이 주전공이라서 저 쪽은 잘 모릅니다. 사실 금융감독 관련한걸 누가 물어봐도 잘 모릅니다 ㅠㅠ
20/09/03 15:52
수정 아이콘
팩트풀니스를 있는 그대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군요. 정성스러운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데브레첸
20/09/03 15:55
수정 아이콘
제국주의나 신자유주의적 방법론이 빈곤 탈출에 좋지 않았다는 덴 동의하는데.. 너무 정치색이 강한데다 비난 수위가 쎄서 "그래도 이게 문제다!"고 빼액대는 느낌이 많이 드네요.

참고로 비율과 절대 빈곤선 기준은 그래도 중요한 게, 그런 식이면 미국이 부탄보다 훨씬 빈곤한 사회라는 결론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인구가 부탄보다 훨씬 많고, 두 국가의 상대적 빈곤선 차이는 꽤 크거든요.

참고로 세계 불평등 지표는 80년대에 정점을 찍었고 그 후엔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글에서 언급한 상위 몇 %의 극단적인 집중도 문제지만, 그 이하의 분포도 중요한데 그 부분은 무시하는 듯한 모양입니다.
20/09/04 06:02
수정 아이콘
달아주신 wiki 페이지의 두번째 도표에 나와 있는 $1.9, $3.2, $5.5, $10 기준으로 나눈 각각의 층위별 비율/숫자 변화만 보아도,
빈곤율이 나아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이네요.
$1.9 이하에 해당하던 사람들이 한번에 $10 위로 올라갈 수는 없을 테니, 층위의 이동에 따른 상대적 비율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겠죠.
갈길이 멀다는 게 본문의 논조라면 거기에는 동의합니다.
20/09/03 16:56
수정 아이콘
빌 게이츠는 왜 나오나요?
20/09/03 17:12
수정 아이콘
빌게이츠가 스티븐 핑커 팬 입니다.
20/09/03 17:15
수정 아이콘
아하... 감사합니다
시니스터
20/09/03 23:40
수정 아이콘
과거에 태어나기 vs 현재 태어나기 고르면 전 닥후 고릅니당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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