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11/20 23:54:55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1713821676
Subject [일반] 아이리시맨 - 그리고 남겨진 것들.(스포!)
1975년, 지미 호퍼라는 노동조합 위원장이 실종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의 행방은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아이리시 맨>은 이 실종사건에 얽힌 내막을 풀어내는 갱스터 영화입니다. 또한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 니로가 오랜만에 합작한 갱스터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첫 오프닝은 독특합니다. 병원의 복도를 따라가다가 들리는 나레이션. 결국 카메라는 프랭크 앞에 멈춰 섭니다. 관객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 이거 스콜세지 스타일이다 싶다가도 정작 프랭크는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고, 첫 마디는 나레이션으로만 적용되거든요.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그래서 독특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있는데 듣는 사람은 (원래 그랬듯 관객이 아니라) 정해져 있지 않고요. 과거 회상은 필요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때때로 타란티노의 구성이 떠오르기도 할 정도로요.



이런 과거 회상은 기본적으로 후일담의 느낌이 짙게 풍깁니다. 영화상에서 첫 장면은 모든 것이 끝난 이후의 상황이고 결국 그 여파에 관한 이야기들이 남아있을 뿐이거든요. 영화 전체가 결국 후반 사건에 의해 결정된 이야기이면서 또 독특하게도 전반부의 것들이 쌓여서 후반부로 넘어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사로는 뒤죽박죽이면서 정서적으로는 순환하는 영화라고 할까요.



그래서 저는 <아이리시 맨>에서 회한이나 후회 같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감정들이 많이 느껴졌어요. 지금까지의 마틴 스콜세지의 갱스터 영화들이 야유와 비꼼의 블랙 코미디였다면, 이 영화에선 아이러니하면서도 묘하게 씁쓸한 감정이 남는 블랙 코미디 - 드라마입니다. 어쩌면 갱스터 영화에 나오는 가족들과 현실의 가족들이 얼마나 허망하게 멀어져가는가에 대한 고독한 드라마기도 하구요.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건 조 페시 였는데, 공교롭게도 <좋은 친구들>에서의 느낌과 정 반대의 캐릭터를 맡았네요. 비교하자면 보통 알 파치노가 분출하고, 드 니로가 받는 구도의 그림이 많이 나오는데 둘 다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콜세지의 영화는 참 단정한거 같습니다. 고전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단단하게 끌고 나가는 느낌이 깊기도 하고요. 209분이란 러닝 타임이 무지막지하게 길긴 한데, 로드 무비와 갱스터 무비, 드라마로써 쌓아올리는 과정이라면 납득할만한 길이이기도 하고, 또 순간순간 긴장감을 유도하면서 만들어내는 장면들은 (시동 장면, 삼거리 장면, 자동차 앞 뒷 좌석 장면 등등) 참 모범생처럼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디파티드 이후 오랜만에 본인이 잘하던 장르로 돌아온 스콜세지는 그대로 인 부분도 존재하면서 그대로가 아닌 부분도 존재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209분... 은 좀 많이 길긴 하네요. 허어....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LE_Astra
19/11/21 00: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 안길었어요 흐흐. 영화가 안끝나길 바라는 감정 참 올만에 들었어요. 스콜세지에게 박수 보내고 싶어요.

저도 조페시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역할도 역할인데 연기가 감탄만 나오더군요.
좋은친구들, 나홀로 집에, 아이리시맨 셋 모두 이렇게 다르게 할 수 있나요 크크.
aDayInTheLife
19/11/21 00:27
수정 아이콘
저는 조오금 길긴 하더라고요 크크
aDayInTheLife
19/11/21 08:54
수정 아이콘
좋은 친구들과는 구도가 완전 반대인거 같아서 흥미롭더라고요. 넷플릭스로 끊어서 본다면 오히려 별로일거 같습니다. 길지만 한 호흡에 봐야할거 같아요.
안철수
19/11/21 00:36
수정 아이콘
손에 땀을 쥐게하는 흥분, 몰입은 없지만 팝콘 먹고 콜라 마시면서 편하게 볼수 있는 드라마 같은 영화여서 좋았습니다.

다만 너무 많이 먹고 마시면 중간에 힘들수도 있습니다. 뇌는 괜찮은데 방광에겐 좀 긴 러닝타임입니다.
aDayInTheLife
19/11/21 06:39
수정 아이콘
저는 허...리....
aDayInTheLife
19/11/21 14:11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팝콘 콜라 먹으면서 보기엔 넷플 같은 스트리밍이 꿀인데 반대로 몰입감 측면에서 손해볼거 같은 플랫폼 이기도 했습니다.
카푸스틴
19/11/28 00:02
수정 아이콘
지루하진 않았는데 끝나고보니 하루의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있어 좀 아까웠습니다.
보통 저녁에 영화보면 끝나고 맥주 한 잔 하고 들어가도 되는데, 이 영화는 끝나고 바로 집에가서 잘 준비 해야 하더군요.
지금 넷플릭스로 다시 틀어놨는데 극장판보다 콘트라스트가 약하게 들어간거 같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4057 [정치] 정부, 금강산 '개별 관광' 추진 [170] 그건 아닌데19740 20/01/17 19740 0
84056 [일반] 여러가지 유형의 항공사고들 [30] 낭천12168 20/01/17 12168 2
84055 [일반] 알파벳(구글)도 1조달러 클럽에 가입했습니다. [24] Leeka9498 20/01/17 9498 0
84054 [일반] 식자재마트에 간 후기 [64] 치열하게16583 20/01/17 16583 6
84053 [일반] [역사] 16세기 스페인의 중국 정복 계획 [49] aurelius13333 20/01/16 13333 14
84052 [일반] 로저 스크루턴 별세 [8] 아난9932 20/01/16 9932 0
84049 [일반] 이 지구 어디쯤, 어느 시기에 존재했던 나라의 병원 이야기 [32] 삭제됨10685 20/01/16 10685 11
84048 [일반] 인플루엔자(독감) 항바이러스제 정리 및 다른 정보 [26] Timeless8352 20/01/16 8352 11
84047 [일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아찔하게 붉은 <공산당 선언> [47] 태양연어11135 20/01/15 11135 13
84045 [정치] 이번에도 장애인 관련 말실수(?)를 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 [72] VictoryFood15821 20/01/15 15821 0
84044 [정치] 이 와중에 패스트 트랙 기소유예 처리사유가 가관입니다 [75] SkyClouD12655 20/01/15 12655 0
84043 [정치] 우리 동네의 국회의원 예비후보를 알아봅시다 [36] 맥스훼인7701 20/01/15 7701 0
84042 [일반]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현황에 대한 이국종 센터장 인터뷰 [98] mudblood13269 20/01/15 13269 7
84041 [일반] 용접공 이슈 [37] 삭제됨9429 20/01/15 9429 6
84040 [일반] 2020년 개통예정인 수도권 전철 노선 정리 [44] 光海10428 20/01/15 10428 6
84039 [일반] 방탄소년단의 DNA 클래식 버전~ [7] 표절작곡가6021 20/01/15 6021 19
84038 [일반] [단문글] 이와쿠라 사절단의 규모와 일정 [4] aurelius8506 20/01/15 8506 4
84037 [정치] 남산의 부장들 개봉즈음에 써보는 원작에 대한 잡담 [16] Yureka9100 20/01/15 9100 0
84036 [정치] 민주당 총선 1호 공약은?? 한번 맞춰보세요 [168] 덴드로븀16046 20/01/15 16046 0
84034 [일반] 히데요시의 조선팔도 분할계획 지도 [28] 삭제됨11511 20/01/15 11511 1
84031 [일반] 전 세계의 웅대한 산들 [14] 아난10187 20/01/14 10187 2
84030 [일반] 애플페이, 카드사와 협상 추가 결렬 [92] Leeka16071 20/01/14 16071 4
84029 [일반] [여행후기] 이스탄불,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19] aurelius9393 20/01/14 9393 1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