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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7/09 09:09:35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단상] 나혜석, 그녀를 이제서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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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1896~1948)

조선의 부잣집 딸로 태어나 만국을 누비며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떠난 신여성
조선 최초의 근대적 화가 
그녀의 존재에 대해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요. 
사실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해외에서 보내 한국 역사에 대해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분을 이제서야 발견했다는 사실이 많이 부끄럽네요. 

개인적으로 많은 공감을 했던 조선의 근대인은 [윤치호]였습니다.
그의 친일행각에도 불구하고, 그의 일기를 읽으면서 그의 사고의 흐름과 삶의 궤적이 이해되었습니다.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자에서 실망과 시련을 거듭하였던 인물.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서라면 일본제국과 깊이 협력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 인물이었죠. 
그의 사상에 많은 부분 공감하였으나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해방 후 그는 자신의 행적을 숨김없이 인정하고 [모든 민족반역자는 삼가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윤치호보다 더욱 인상적이고 [근대]에 가까운 인물이 있었다니. 

나혜석은 정말 온갖 특권이란 특권을 다 누리던 엘리트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견문을 넓히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물질적 배경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겠죠. 
그녀는 젊은 나이에 일본에서 유학을 하였고 그곳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페미니즘]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리고 [조선여자도 사람될 욕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하며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여성운동에 몸담게 됩니다. 
한편 그녀는 유럽을 여행하며 이미 공산혁명이 완성된 소련의 모스크바를 방문하였고
폴란드와 베를린, 스위스와 파리 등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녀는 특히 파리에서 오래 머물렀는데, 당시 유럽의 여성주의 운동들에 영향을 다소 받은 것으로 보이며
훗날 귀국 후 유럽의 여성주의 운동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나혜석은 당시로서 (심지어 오늘날에도) 파격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를테면 결혼 전 동거를 시험삼아 해봐야 한다든가, 또는 임신이 자연히 모성애로 이어지지 않는다든가
그리고 여자도 자연히 이혼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여성의 정조에 대해서도 도덕도 법률도 아닌 단지 취미에 불과하다고 하여 당대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죠. 

철저하게 국가주의적 사고를 하던 근대인 윤치호와는 달리 정반대편에서 철저하게 개인주의자였던 근대인 나혜석.
조선민족의 근대화를 위해 일제와 협력했던 윤치호와 달리 
나혜석은 본인의 양심에 따라 때로는 소극적으로 때로는 적극적으로 독립운동가들을 지원하였습니다. 
물론 그녀가 철저하게 독립운동에 투신한 것은 아니었으나, 
본인의 양심에 따라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였고 이는 완전한 [자유의지]의 결과였습니다. 

어떤 외세가 아닌, 당대의 가부장제에 맞선 여인
국가나 민족이 아닌 예술과 그림을 사랑한 여인

사실 윤치호보다 훨씬 더 근대 또는 현대에 근접한 여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나혜석에 대한 일대기를 그리는 10부작 드라마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블록버스터급 제작비 투입해서, 근대 경성을 재현하고, 근대 일본도 배경으로 삼고
유럽 올 로케로도 해서 말이죠 

82김지영 따위가 아닌, 나혜석이야 말로 우리나라 페미니스트들이 참고해야 하는 사람 아닌가 싶습니다.
새처럼 자유롭고, 꽃 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누군가에 기대지 않는 자립을 역설했던 여인. 

나혜석, 이제서야 발견하게 되어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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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풍자
19/07/09 09:16
수정 아이콘
와...이런 분도 있었군요. 몰랐던 걸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19/07/09 09:27
수정 아이콘
저 사람은 좀.... 차라리 82김지영을 신성시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19/07/09 09:28
수정 아이콘
옛날에보던... 뉴하트드라마 생각나면 아재인가요 ㅠㅠ
19/07/09 09:30
수정 아이콘
당대 신여성의 유일무이한 대표주자..
수원사람이라면 아는분들 많으실듯..
19/07/09 09:35
수정 아이콘
항상 사람에게는 양면성이 있으니만큼 부정적인 에피소드도 하나 덧붙여볼까 합니다.

나혜석은 부자와 결혼하여(나혜석 집안도 무척 부자였습니다. 금수저와 금수저의 결합) 세계일주를 하다가 파리에서 만난 남자와 불륜에 빠졌고, 그래서 남편과 이혼했는데 막상 그 불륜남은 나혜석을 버리고 도망갔습니다. 그래서 그 불륜남에게 소송을 걸기도 했죠. 심지어 남편은 독립운동을 하다 감옥에 간 나혜석을 자진해서 변호한 변호사였는데 말이지요. ㅠㅠ
aurelius
19/07/09 09:40
수정 아이콘
나혜석은 결국엔 모두에게 버림받아 말년에 무연고자로 사망했죠... 비극적인 예술인의 삶 답다 싶습니다.
캐러거
19/07/09 09:46
수정 아이콘
그 불륜남은 나혜석도 버리고 나중엔 민족도 버리며 친일의 길로..
aurelius
19/07/09 09:58
수정 아이콘
그런데 원 남편도 일본 외무성 관료였고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내긴 했죠.
모리건 앤슬랜드
19/07/09 10:04
수정 아이콘
그시절 그만한 규모의 부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일제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엮이지 않을수가 없었겠지...요?
DownTeamDown
19/07/09 10:06
수정 아이콘
수원 인계동 번화가에 나혜석 거리가 있죠
어마 나혜석 거리 맨처음에 지어졌을땐 나혜석 아는사람이 별로 없었던거로 들었어요
P.S 원래 나혜석 거리는 홍난파 거리로 계획되어있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홍난파가 친일파라서 문제가 생겨서 대타로 들어온게 나혜석 이라고합니다
전직백수
19/07/09 10:11
수정 아이콘
수원사람들이면 모를수가없지만서도
전 어릴때 남자분인줄 알았습니다...
서프라이즈에도 나왔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덱스터모건
19/07/09 10:17
수정 아이콘
나혜석 거리 처음 생길때 거기서 홍보공연도 하고 그랬는데...
작년 여름에 가보니 풍경이 많이 바뀌었더군요.
그때 제일 인상적이었던게 포켓몬고 하는 분들이 정모? 번개? 비슷한걸 거기서 모이시더라구요..
서로 어색해하면서 모이시는게 인상적이었어요
19/07/09 10:35
수정 아이콘
처음엔 뭔 카페거리같은 느낌이다가 먹자골목이다가...대개 삼성전자의 경기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듯 합니다.
세츠나
19/07/09 10:40
수정 아이콘
현대인보다 더 현대인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신 분이었네요
미숙한 S씨
19/07/09 11:20
수정 아이콘
나무위키를 읽어보고 왔는데... 음, 글쎄요...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긴 합니다만...
남편이 큰돈을 들여서 세계일주를 시켜주는데 그 와중에 바람피다가 이혼을 하는것도 그렇고, 이혼한 다음에 내연남한테 버림받고 나서 정조유린죄라고 소송을 거는 것도 그렇고, 그러면서 결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 남자 매춘부 같은걸 주장하는걸 보면...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기는 어렵네요.
아모르
19/07/09 11:27
수정 아이콘
뉴하트 여주이야기인줄 알고들어왔..
19/07/09 13: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미인인데 사진이 안뜨네요
여자가 봤을 때 설레이는 대상이죠
배신도 당하고 마지막에 너무 초라하게 살다간 게 안타까운 여인.
홍승식
19/07/09 14:49
수정 아이콘
이글보고 나무위키와 위키백과 두개 다 찾아봤는데 위키백과가 훨씬 더 충실하게 나와있네요.
김활란 같은 사람 말고 이런 분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네요.
훌륭한 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urelius
19/07/09 14:51
수정 아이콘
네 맞습니다. 위키백과가 의외로 훨씬 잘 소개되어있더군요. 아내가 최근에 출판된 나혜석의 구미유람기를 구매해서 읽고 있는데, 저도 깊은 인상을 받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19/07/19 15:31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좀 늦게 봤네요. 실존하는 나혜석과 소설 속 주인공을 비교하시는 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고, 이미 한국 페미니스트들은 오래전부터 나혜석 이야기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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