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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1/20 10:01:29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역사] 1차대전 말기 1918-19년 독일혁명

우리는 흔히 역사를 배울 때 1918년 독일이 전쟁에 지쳐 항복한 것으로 배우는데,

사실 사정은 이보다 훨씬 복잡했더군요. 왜냐하면 1914년부터 4년 간 독일을 지배한 주체와

1918년 항복문서에 사인을 한 주체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내부로부터의 중상"이란 신화는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습니다. 


1918년 전쟁 말기, 독일은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민중혁명을 경험하게 됩니다.

무의미한 전쟁으로 인한 피로, 그리고 극심한 빈곤과 굶주림...

이에 군인들과 노동자들은 "더 이상 못살겠다!"고 외쳤습니다. 


킬 군항의 반란을 계기로, 독일의 주요 도시들에 혁명이 확산되었고 

각 도시에 노동자와 군인들의 "소비에트"가 형성되었습니다. 

붉은 깃발이 높이 올랐으며, 러시아의 소련에 이어 두 번째 공산주의 국가가 탄생할듯 했습니다.


Rathaus_Bremen_15111918.jpg

독일 소비에트의 선포


이에 독일의 각종 왕가 (빌헬름은 독일 황제이자 프로이센의 왕이었는데, 바덴, 작센, 바이에른 등 모두 따로 왕이 있었습니다)

는 퇴위하고 망명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베를린 시민-노동자-군인 평의회는 빌헬름 본인의 퇴위도 요구했었죠. 

한편 바이에른 소비에트는 독일제국에서 독립하여 별개의 바이에른 사회주의 공화국을 선포합니다. 


그러나 독일의 합법적 정부는 SPD (사민당) 의 당수 프리드리히 에베르트에 계승되었고,

그는 국가의 분열과 공산혁명을 저지하고자 그 본인이 좌파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우익 민병대를 동원하여 무력으로 독일의 소비에트들을 진압합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독일의 사민당 정부는 굴욕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하였고

독일인 다수는 공산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조국을 배신했다고 믿게 됩니다. 


거의 성공할 뻔했던 독일 공산혁명이 실패한 후에 우익과 좌익은 서로 산발적인 테러를 자행했고

Bundesarchiv_Bild_146-1976-067-30A%2C_Revolution_in_Berlin%2C_Soldaten_im_Kampf.jpg

좌익과 우익이 벌인 베를린 거리에서의 시가전 (중형화기까지 동원했습니다) 

거리에서 시가전을 벌이고, 서로 암살에 암살을 반복하고 하다가

이 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나치스"였죠. 


그리고 나치의 집권 후에 독일의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는 씨가 마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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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군
18/11/20 10:07
수정 아이콘
이거 보면서 갑자기 기시감을 느낀 게 자스민 혁명 이후의 이집트, 시리아, 예멘이네요. 성격이 살짝 다르긴 하지만 큰 그림에선 비슷한 그림이 나옵니다. 특히 이집트 같은 경우에는...요즘 시대가 시대니 나치같은 과격한 행동은 드러나지 않지만요.
한종화
18/11/20 10:33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의 해방직후 좌우대립상황이 30년 정도 전에 펼쳐졌던 거군요. 그 이후 나치 - 2차대전 - 동서분단 - 통일까지 정말 독일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굴곡의 역사를 보냈군요. 중간에 최악의 가해자로서의 시기가 끼어있어서 그렇지.
고란고란
18/11/20 17:08
수정 아이콘
나치-백색테러, 2차대전-6.25, 동서/남북분단... 세세하게는 다르지만(선후도 좀 다르고) 독일과 한반도 현대사가 유사한 부분이 좀 있네요.
홍승식
18/11/20 11:00
수정 아이콘
독일 민중들이 나치를 환영했던 것이 나치를 좋아해서만은 아니라는 거군요.
Zoya Yaschenko
18/11/20 11:27
수정 아이콘
스페인 : 띠용? 내전이다!
18/11/20 11:30
수정 아이콘
(수정됨) 당시 유럽이 전체적으로 공산주의가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대빵인 소련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독일 뿐 아니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등 많은 국가들이 공산당과의 정치적 갈등을 겪었죠.

독일은 스파르타쿠스 동맹(독일 공산당의 전신) 봉기 이후에도 사회민주당과 공산당이 독일의 주도권을 놓고 피터지는 경쟁을 했습니다.
그러나 코민테른이 스탈린의 영향권에 들어가고, 사민당과의 소모적인 정치 투쟁이 반복되면서 나치당이 급부상하고 공산당은 멸망의 길로(...)
사실 공화정 성립 이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던 독일 왕당파 입장에선 사민당이나 공산당이나 모두 원수 같은 놈들이었지만, 공산당이 '조금 더 마음에 안 드는' 세력이어서, 나치가 흥하기 전에도 노골적인 탄압을 받긴 했습니다.
Chasingthegoals
18/11/20 11:43
수정 아이콘
나치가 웃긴게...표면적으로는 극좌,극우를 아우를 수 있는 이념이었죠.
노동자당이라는 이름답게, 노동자들을 위한 공약 약속 + 나라가 부강해야된다는 주의.
그리고 나라가 망한 원인 -> 유대인들이 부를 독식함 + 나라의 높으신 분들의 무능으로 남탓 시전.
그 결과 공산주의와 극우파의 염증을 느낀 국민들과 나라에 불만이 많았던 국민들까지 모두 나치를 지지함.

나치의 거품이 꺼가는 중에 네덜란드 공산주의자가 국회의사당에 불만 안 질렀어도...참 안타깝네요.
18/11/20 13: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괜히 막스 베버가 "카이저 각하가 제대로 된 황제로 역사에 남으려면 항복문서에 이름을 쓰고 가야한다."라고 글을 쓴게 아니었군요... 전쟁 중과 종전 이후 거물인 루덴도르프에게 "항복하는 김에 목숨도 걸라"라고 했다가 거부당하고... 베버는 종전 이후, 누군가 목숨걸고 전쟁의 피값을 치뤄야한다는 다소 강박적인 생각을 보여줬는데

베버가 병으로 죽고나서 집권한 게 나치...
18/11/20 23:04
수정 아이콘
'아, 이 아해들 자꾸 싸우네 피곤하게. 누가 나타나서 이놈들 확 좀 휘어잡아 줄 수 없나?'
역사는 반복됩니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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