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지알 뿐만 아니라 모든 커뮤니티, 한국 사회 전반에 제주도에 온 예맨 난민들로 인한 난민 이슈가 문제시되는 가운데 저는 난민들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다 받아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그들에게 역사적으로 어떠한 부채가 있는가 없는가와 상관없이 그들이 정말로 난민의 정의에 부합한다면 인종, 종교, 성장배경을 떠나서 충분한 인도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적어도 저는 민주주의 사회가 인간적인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성립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이 문제에 관련해서 논쟁을 이어가던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과연 얼마나 떳떳한가?

생각해 보니 저 역시 떳떳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저에게 이 이슈가 등장하기까지 난민 문제는 그저 남의 이야기였고, 먼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기에 '몰랐다' 라는 핑계로 그 동안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뉴스에서 지나가는 이야기로만 생각했습니다. 길거리에서 구호 단체들이 난민들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할 때도 그들에 대한 동정과는 별개로 바쁘다는 핑계로, 내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핑계로 외면해왔더군요.

그걸 깨달은 순간, 저 자신에 대한 혐오가 밀려오더군요. 어쩌면 저는 그저 난민이라는 주제를 통해 내 자신의 지적 허영을 채우고 '멋진 사람'으로 보이길 원했는지도 모른다는, 정작 실제로 멋진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위선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더군요.

그래서 더 나아지기 위해 고민한 결과, 작은 일이라고 할 지라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저 자신의 생활과 모든 것을 버리고 그들에게 뛰어들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들에게 내 가장 작은 부분, 내가 포기해도 아무 상관없는 부분만 주는 또 다른 위선에 불과할 지라도 한 발이라도 내딛기로 했습니다.

저는 과연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의 일만 할 뿐인지도 모르고, 그 외의 것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인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내가 누리는 것의 아주 작은, 잃어버려도 아무 상관없는 부분만 그들과 나누는 이 위선이나마 나와는 다른 곳에서, 나와 완전히 다른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도적 가치가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이 현실에서, 그렇다고 할지라도 결코 포기되어서는 안 되는 가치라는 것을 증명하는 한 걸음이 될 수 있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https://www.unhcr.or.kr/emergency/2018/?utm_source=homerolling&utm_medium=emergency2018&utm_campaign=emergency2018&utm_content=kr_%20emergency2018_homerolling_20170516

비록 이런 졸문이나마 읽고서라도 인도적 후원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면, 유엔난민기구 홈페이지에서 후원 신청을 부탁드립니다. 10000원의 소액 후원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