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5/25 19:03:20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북미회담 결렬, 이제 그 다음은? (수정됨)
6/12일 예정되어 있었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트럼프의 "최후통첩"으로 결렬되었습니다.

그의 편지는, 그 어떠한 외교적 미사여구도 없이 우리가 [우리의 압도적이고 막강한 핵전력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는 위협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연락해라[call me]라고 끝맺음했습니다. 

역시 트럼프답다 싶었지만, 정말 섬찟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최후통첩인 셈이었기 때문이죠. 
과거 Fire and Fury가 생각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북한은 아주 의외로,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상당히 완화된, 그리고 전향적인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김계관은 "상부의 위임에 따라" 북한은 언제든 어디서나 대화할 용의가 있고, 
최선희가 했던 말은 그저 도발에 대한 반발에 불과했다라며 하소연 하는 담화를 발표한 것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풍계리 폭파 바로 그 날 저녁에 뒤통수(?) 맞은 것이므로, 적잖게 놀라고 당황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하고 싶어하겠죠.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트럼프의 의중을 되돌리긴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 담화가 발표된지 수시간이 흘렀지만, 백악관은 아직 미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북한이 풍계리 폭파 이상의 액션을 보여주거나
또는 최소 김정은 본인이 직접 완전히 자존심을 굽히고 전향적인 제스쳐를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북미회담결렬은 트럼프가 직접 자기 명의로 알렸기 때문에, 
미국은 김계관 명의의 사과 (그것이 상부를 받들어라는 표현으로 시작해도)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디테일은 물론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최소 다시 대화를 재개할 명분은 약간의 제스쳐를 통해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받아들일 명분은 무엇이고, 김정은이 양보할 수 있는 명분은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정말 가장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일단 대한민국의 체면도 구겨졌고,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및 한미정상회담까지 하면서
열심히 발로 뛰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쪽이 이렇게 나오면, 우리가 뭘 더 어떻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묘안을 찾아내야할텐데, 그나마 무언가 비벼볼만한 껀덕지가 있다면
김정은으로 하여금 미국에 숙이고 들어갈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는 일일 것입니다. 
그 방법과 형식이 무엇일지는 저로서도 잘 떠오르진 않지만 말이죠.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미국이나 북한이 조금이라도 오판하고, 강 대 강으로 맞서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열전을 피할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전쟁이 언제나 합리적 계산으로만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지방선거고 뭐고 앞으로 10일이 정말 운명의 한 주가 될 거 같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8/05/25 19:12
수정 아이콘
워싱턴에 퇴근 후 잠들어서 조용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불쌍한오빠
18/05/25 19:23
수정 아이콘
우리 정부가 일을 크게 벌리긴 했는데...과연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회담취소전에 외신에서 트럼프가 문재인대통령에게 왜 전해주는 말이랑 북한행동이 다르냐고 전화했다는 내용이나
한미군사훈련취소,한미정상회담에서 보인 트럼프의 태도를 보면 그냥 한미동맹 고리만 약해진거 아닌가 싶네요
동맹국인 일본도 사실상 패싱하며 일을 진행했는데 차후 외교적으로 대가를 치르게 될까 걱정도 있고요

결과적으로 우리가 얻은건 냉면쇼와 동맹약화,높은 전쟁위험이 아닐지...;;
Been & hive
18/05/25 21:38
수정 아이콘
한미동맹이 약화됬다고 보기는.근거가 희박한 편입니다. 일단 전직이 벌려놓은 격차가 꽤 커서요.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문통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은 편이라 봐요.
먼치킨
18/05/25 19:50
수정 아이콘
미국이 진짜로 원하는게
북한 전역에 대한 무제한적이고 무조건적인 접근권이라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을리가 없죠.

미국에 대한 신뢰가 하늘을 찌르는 남한이라고 해도
받아들이지 못 할 조건인데
그걸 북한에서 받아들일리가...

저걸 받아들일 수 있는 나라라면
2차 세계대전 직후 핵 2방 맞은 일제 정도일까요?

저걸 북한에서 받아들이면
김정은 체제는 오래 걸리지 않아서 자체 붕괴합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어느 정도 선에서 만족해 줄 것 같지도 않고,
이래저래 참 복잡하네요.
유자농원
18/05/25 19:53
수정 아이콘
재미가 있으려고 뇌피셜도 떠올려보고 그러는데
트럼프가 굽히지 말라고 일부러 강하게나오는거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크크
"야, 우리 이정도로 강하게 나왔음. 너네 이거 받고 굴욕적으로 올 거 아니지? 나 회담할 생각 없어서 이렇게 지른거니까 너도 알아서 강한어조로 받아치고 우리 끝내자" 이런느낌...?
18/05/25 20:01
수정 아이콘
트럼프야 최소 '트럼프가 김정은을 꿇렸다' 고 언론이 평할만한 자세가 아니면 다시 딜하진 않을듯.
북한의 저런 반응이야 이란이 트럼프에게 일방적으로 협정 파기를 당했을때 보였던 것과 비슷하고... 솔직히 미국도 통상적인 외교 관례에서 벗어나 있는지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이라고 보긴 어렵네요.
오버로드두둥실
18/05/25 20:16
수정 아이콘
전 북한이 수그렸다는 점에서 오히려 회담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봐요. 어제 트럼프의 성명 자체도 트럼프치고는 정중했던 것 같고요. 그게 대놓고 굴복을 요구하지 않았고 여지를 남겨뒀기에, 오늘 북한이 다시 대화하자고 나선 거겠죠. 한편으로 한쪽은 걸려있는 게 외교성과지만 한쪽은 정권생존이라는 점도 컸던 것 같고요.
이제 서로의 태도와 한계를 보다 잘 알았을 테니 좀 더 진솔한 대화가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여전히 서로 간의 간극은 크겠지만, 그걸 조율하고 설득하는 게 협상이죠. 물밑대화가 계속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애초 북미회담은 이미 진행되고 있던 겁니다. 진짜 회담이라 봐야, 트럼프가 들어가서 도장 꽝 찍고 영웅이 되어 돌아오는 게 전부일 테니까요.
호모 루덴스
18/05/25 20:31
수정 아이콘
트럼프, 즉 미측의 입장은 아주 간단하죠.
CVID는 협상내용이 아니다.
즉 북한은 CVID는 반드시 수용해야만 하고, 그것에 대한 보상내용이 협상테이블 위로 올라갈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매우 간단해졌습니다.
북한이 CVID를 수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일단 결정해야 하죠. 중간은 없은 것 같습니다.
수용하면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이고,
수용하지 못하면 고난의 행군이 기다리고 있겠죠.

트럼프답게 협상의 주도권은 항상 자기가 쥐고 있어야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네요.
다람쥐룰루
18/05/25 21:21
수정 아이콘
북한이 진짜로 핵을 포기하려고 하니까 그걸 이용하려는 수작인거로 보이는데요
미국은 언제봐도 쓰레기짓만 골라하네요
우리나라의 역할이 중요한데 솔직히 여기서 뭘 할수 있을지 쉽게 안떠오르네요
밤의멜로디
18/05/25 21:32
수정 아이콘
트럼프가 새 트윗을 남겼네요
[Very good news to receive the warm and productive statement from North Korea. We will soon see where it will lead, hopefully to long and enduring prosperity and peace. Only time (and talent) will tell!]
북한에서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문에 관한 좋은 뉴스를 받았다, 이것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번영과 평화로 이어질지 곧 보게 될 것

일단 북한 아침 담화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 같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7964 [일반] 윤리의 본질(종교에 관한 오래된 생각) [22] 평범을지향5355 18/08/22 5355 5
77944 [일반] 다스뵈이다 28회 디바이드 앤 다이 [192] 히야시13994 18/08/21 13994 10
77905 [일반] 영화에서 보던 디스토피아 사회를 실시간으로 실천하는 중국. [107] 마징가Z16831 18/08/16 16831 7
77600 [일반] 교통공학 이야기 - 3. 현장에서 수요 내는 과정 [15] 루트에리노6034 18/07/14 6034 7
77548 [일반] (납량특집) 군대 영창에서 겪은 일. 2부 완결 [23] 위버멘쉬10529 18/07/09 10529 23
77526 [일반] (납량특집) 군대 영창에서 겪은 일 1부. txt [60] 위버멘쉬11790 18/07/07 11790 49
77431 [일반] 날개를 달았습니다 [203] 마스터충달15372 18/06/28 15372 287
77346 [일반] 눈의 여왕과 악몽의 세계 [7] Farce6924 18/06/20 6924 8
77319 [일반] 다스뵈이다 23회 이제야 대선이 끝났다 [17] 히야시12296 18/06/18 12296 13
77180 [일반] 회사원 글쟁이의 일주일 [16] Syncnavy7872 18/06/03 7872 17
77099 [일반] 북미회담 결렬, 이제 그 다음은? [10] aurelius6229 18/05/25 6229 0
77064 [일반] 힘겨워 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38] 글곰12755 18/05/23 12755 30
76919 [일반] 우리나라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헌신 - 고 박재원 교수를 기리며... [11] 여왕의심복8978 18/05/10 8978 34
76849 [일반] 김정은도 연애결혼은 못했습니다. [57] 밀개서다17047 18/05/02 17047 10
76643 [일반] 삶이란 순간이 아닌 연속된 흐름속에 있는것임을 알다 [19] VrynsProgidy7872 18/04/15 7872 33
76548 [일반] 영일대 해수욕장 [1] 영혼6597 18/04/08 6597 13
76523 [일반] 뭉치를 하늘나라로 보내주고 왔습니다. [25] 이것봐라7452 18/04/06 7452 21
76239 [일반] JTBC 졸렬하네요 [83] Jun91118822 18/03/22 18822 16
76221 [일반] 82년생 김지영의 남자 버전이 나온다면 [163] 남성인권위43447 18/03/20 43447 91
76168 [일반] 두 개의 싱숭생숭 中 첫 번째. [22] IoP6993 18/03/15 6993 2
76121 [일반] 정봉주의 A양은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주장인입니다 [35] 남성인권위15055 18/03/12 15055 38
75963 [일반] 그들의 인성 [51] SaiNT12109 18/02/28 12109 14
75905 [일반] 대학교에서 만난 그녀下 (완결) [26] 위버멘쉬7859 18/02/22 7859 1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