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1/09 23:53:57
Name 물의백작
File #1 에데사.png (235.1 KB), Download : 63
Subject [일반] 에데사와 500인의 아랍도적



세계력 6546년, 곧 제6번째 회계연도. (서기 1038)

  아라비아의 12개 부족장이 연합하여 기병 500기와 낙타 500마리를 거느리고 소아시아(현 터키)와 아라비아 사막이 맞닿는 유서깊은 대도시 에데사(Edessa)로 다가왔다. 500기의 낙타에는 상자들이 실려 있어 상인이나 조공사절인 것처럼 보인다. 이들이 도시 근처에 다다르자, 에데사 방면 방위사령관이 나타난다. 조지아 출신으로 이름은 바라스바치스(Barasbatzes)라고 했다. (에데사는 첨부한 지도파일의 파란색칠된 로마 영역 동남쪽 변경에 위치)

- 이곳에 부족장들께서 무슨 일이십니까?

- 로마인의 황제께 예물을 바치기 위해서 수도로 가는 길이오. 들어가서 쉴 수 있도록 해주시오.

- 컴, 컴.

문을 열도록 한 바라스바치스는 일행 뒤편의 낙타들을 바라본다. 500마리나 되는 낙타에 엄청난 크기의 궤짝들이 실려있으니, 공물의 양이 엄청난 모양이다. 아무리 공물이라지만 겨우 사막의 부족 12곳이 저런 공물을 낼 수 있는 건가?

- 혹시 모르니 부족장들만 들여보내고 기병과 낙타 일행들은 도시 밖에 대기시켜.

갑분싸해진 수비대장은 조용히 지시를 내려 호위기병들과 낙타일행들을 분리시켜 도시 밖에 머물게 한다.



성안에서는 곧이어 주연이 베풀어지고 환대에 푹 빠진 부족장들은 술에 취해 완전히 모든 것을 까먹었다.



때마침, 에데사에 살던 한 노숙자가 엄청난 조공사절단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뛸듯이 기뻐하며 '사업'을 하러 재빨리 성문 밖으로 나갔다.
아랍인의 진영에 다다른 노숙자는, 그러나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된다.

- 아, 여기가 어디야?

- 계획대로면 도시 안에 들어가있어야 되지 않나?

- 닥치고 조금만 참고 기다려.

금은보화가 그득할 것이라는 궤짝에 신통방통하게도 사람의 말을 하는 무엇인가가 숨어있는 것이다.
'때마침' 아랍어도 알아듣는 이 노숙자는 재빨리 시내로 들어가 수비대장을 찾아갔으며 자신이 경험한 이상현상을 보고한다.
과학이 진흥한 시대인 모양이다. 호기심과 탐구심을 이기지 못한 수비대장은 휘하 병력들을 거느리고 아랍인의 진영으로 간다.
기물파손을 우려하는 아랍기병들의 만류를 무릎쓰고 로마군은 궤짝을 해머로 때려부순다.


갑분싸-.


그렇다. 이 아랍인들은 궤짝 속에 1천 명의 중무장한 병력을 싣고 저 사막을 건너와 에데사 안으로 들여보낸 뒤, 밤중의 기습으로 도시를 탈취하려 했던 것이다.

친절한 로마군은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수고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500명의 기병과 낙타기수, 1천 명의 두더지들을 모두 잡아죽였다.
그 후 도시로 돌아온 바라스바치스는 이벤트 준비의 성의가 부족하다며 격려의 차원으로 11명을 죽이고 마지막 남은 1명의 손, 귀, 코를 모두 자르고는 도시로 돌아가 모든 소식을 알리도록 한다.



교훈: 깜짝 이벤트는 완벽하지 않으면 죽음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이승탈출넘버원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8/01/09 23:59
수정 아이콘
노숙자가 어떤 보상을 받았을지가 참 궁금하군요.
물의백작
18/01/10 00:46
수정 아이콘
아쉽게도 기록엔 없으나... 적어도 두어번 정도는 동냥하지 않아도 되었겠죠? 그러길 바라봅니다.
아점화한틱
18/01/10 00:08
수정 아이콘
부족장들 최후의만찬...

저런 중대한 군사작전에서 정작 부족장의 위치에 있는놈들은 궤짝에 있는 병사들은 아랑곳않고 상식적으로 어떻게 취하게 먹을수가있는지가 제일 궁금하네요 덜덜
물의백작
18/01/10 00:46
수정 아이콘
너무 아이디어뽕에 취해서 놔버린 걸지두...
18/01/10 01:38
수정 아이콘
회심의 메소드 연기였을지도 모릅니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면 참 기분좋죠!
18/01/10 00:19
수정 아이콘
튀김기름은 없었으니 다행입니다. 로마의 군사력도 대단하지만 현지 주민의 로마화 덕분에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었다고 봐도 되겠네요.
물의백작
18/01/10 00:47
수정 아이콘
바삭-한 부족장 튀김 드셔보세요!
-안군-
18/01/10 10:40
수정 아이콘
겉바속촉!
18/01/10 00:20
수정 아이콘
아, 알리바바!
물의백작
18/01/10 00:47
수정 아이콘
딱 보는데 알리바바 생각이 나더랬죠. 아! 알리바바 아시는구나!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7372 [일반]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이 발표되었습니다. [17] 아유9643 18/06/23 9643 0
77346 [일반] 눈의 여왕과 악몽의 세계 [7] Farce7302 18/06/20 7302 8
77028 [일반] 재미있는, 그러나 거시적이고 잠도 잘 오는 유튜브 채널들 추천. [13] Farce15636 18/05/20 15636 28
76973 [일반] 이런 영화를 보고 싶다 [62] roqur9648 18/05/15 9648 0
76845 [일반] 바르셀로나가 졌을때부터 였을까? [46] 알파스12405 18/05/02 12405 4
76656 [일반] 드루킹 “문재인 정권은 예수회…노무현 죽음에 문재인 관여” [95] 디오자네21623 18/04/16 21623 4
76525 [일반] [7] 인문사회 신간 위주로 둘러본 서점 나들이 (사진 多) [9] 위버멘쉬10820 18/04/07 10820 29
76508 [일반] [7]장엄복수형의 번역에 대해 : 미하엘 주세페의 칙령 [27] 글곰10932 18/04/06 10932 30
76479 [일반] [역사] 로마제국의 연장선으로서의 가톨릭 교회 [18] aurelius8772 18/04/04 8772 6
76203 [일반] 고환의 비밀과 거세의 역사 (고환의 원리에 얽힌 인터섹슈얼의 비밀) [26] 카랑카25469 18/03/18 25469 68
76054 [일반] 왓챠플레이에 왕좌의게임 떴네요 [19] 존스튜어트밀14554 18/03/08 14554 1
75845 [일반] 인면조를 통해본 동서양의 차이. [24] Love&Hate17581 18/02/17 17581 46
75600 [일반] 코네티컷 양키, 과거와 경멸에 대한 소설. [7] Farce13306 18/01/27 13306 13
75599 [일반] [뉴스 모음] 한 언론인의 단기 기억 상실 외 [15] The xian11400 18/01/27 11400 33
75449 [일반] 신이 될 수 없었던 메시아, 사베타이 체비 [42] Farce10450 18/01/15 10450 38
75390 [일반] 서한, 동한을 합친 한 제국 400여년 역사상 최악의 참패 [18] 신불해14102 18/01/12 14102 27
75346 [일반] 에데사와 500인의 아랍도적 [10] 물의백작5785 18/01/09 5785 6
75309 [일반] 재미로 보는 고대 로마시대 검투사의 유형과 분석 [34] 피카츄백만볼트13639 18/01/06 13639 34
75245 [일반] 불교를 이해해보자 #1 [12] 아발로키타6148 18/01/01 6148 22
74680 [일반] 23박24일 전국일주여행 [30] 모모스201312425 17/11/21 12425 38
74461 [일반] [역사] 410년 로마의 약탈 [10] aurelius8917 17/11/04 8917 5
74237 [일반] 역사상 가장 기이한 황제중 1인. 콤모두스. [23] 피카츄백만볼트14247 17/10/17 14247 15
74041 [일반] [역사] 18세기 영국귀족들의 해외여행, 그랜드 투어 [12] aurelius10135 17/10/01 10135 2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