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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1/03 10:34:14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역사] 중국 원조 슈퍼리치, 오병감을 아시나요?

19세기는 중국 역사에서 치욕의 세기라고 불리는 100년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줄 알았던 대청제국이 서구열강에게 야금야금 뜯기는 시대였죠.

그런데 그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잘 나가는 사람들은 잘나갔고,

아니, 정말 경악스러울 정도로 잘 나갔습니다. 

물론 정부 관리들이나 사대부들 입장에서는 아주 암흑의 시기였지만

당시 민간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획득한 이들이 있었으니...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오병감(伍秉鑒)'이라는 사람입니다. 

(1769 – 1843)

Howqua, 1830.jpg

오병감에게 고용된 영국인 화가 조지 치너리의 유화, 1830년작 


오병감은 행상으로, 당시 청나라 정부가 허가를 해준 공식 독점 상인이었는데요, 오직 이들만이 서양 상인들과 무역하는 것을 허락받았습니다. 청나라에는 총 13개의 행상들이 존재했고 이들은 서양에서 물건을 들여와 중국에서 팔고, 또 중국에서 물건을 사서 서양인들에게 판매를 하던 쉽게 표현을 하자면 중개무역상이었습니다.


오병감은 본인 스스로가 상업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서 그런지 영국의 상인들과 교류하면서 정말 막대한 이윤을 냅니다. 중국 내륙에 대해서도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했으며, 이를 통해 서양인들이 그토록 원하던 신선한 '차'와 세련된 '도자기'를 공급했으며 서양인으로부터는 온갖 종류의 시계나 액세사리 등을 구입했지요. 하지만 서양인들이 수요가 훨씬 높았으므로, 오병감은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그저 차와 도자기만 열심히 판매하면 되었으니까요. 


전성기 때 그가 당장 보유한 '현금'만 해도 2600만 은원으로, 대청제국의 연간 수입의 절반에 해당하는 막대한 액수였다고 합니다. 당시 미국 최고 부자의 재산이 700만 은원이었다고 하는데, 오병감의 부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죠. 


그는 영국 동인도회사의 최대 채권자였으며, 미국의 철도건설에 투자하기도 했고, 구미의 여러 보험회사에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당대 동아시아의 그 어떤 동양인도 그와 같은 스케일의 투자나 경영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아니 사실 서양인도...)


보스턴 출신의 한 미국 상인은 그와 함께 사업을 하다가 7만 달러의 채무를 지게 되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병감은 그의 딱한 사정을 듣고 그 자리에서 채무증을 찢어버리고 더 이상의 채무는 없다고 선포하는 대인배 기질을 보여준 적도 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일화는 오병감이 아들처럼 아낀 젊은 미국인 풋내기에 대한 것인데, 그는 다름 아닌 포브스 가문의 원조, 존 머레이 포브스였습니다. 그는 오병감 밑에서 장사를 배우고, 중국 무역에서 큰 돈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이 때 번 돈을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와 훗날 "철도왕"이라고 불리게 되는 기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당대 최악의 혼란기를 맞이하고 있었고, 결국 아편전쟁까지 터지면서 무역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병감은 특유의 대인배 기질을 발휘하여 아편전쟁 배상금을 위해 100만 은원을 군말 없이 기부하고 (이는 전쟁배상금의 1/3에 달하는 액수였습니다!!), 무역특권을 보호받기 위해 조정에 많은 기부금도 내었습니다.  


그러나 아편전쟁으로 중국의 행상제도는 폐지가 되었고, 오병감의 독점적 지위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는 서양인들과도 가깝고, 너무 큰 부자였기에 조정으로부터 불신을 사게 되고 또 그를 시기하는 사람도 많았기에 결국 국가의 간섭과 경쟁자들의 음모로 몰락하게 되었지요.


당시 세계 최대의 부호 오병감, 미국의 제일 가는 부자보다 훨씬 부유했고 영국, 미국, 인도 등지에서도 다양한 사업파트너를 보유했던 대상인. 


19세기 중국이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발전시켰다면...

19세기 말 중국의 모습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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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캐리어
17/11/03 10:38
수정 아이콘
중국 역사상 최고 슈퍼리치는 석숭 아닌가용?
cluefake
17/11/03 11:33
수정 아이콘
그..분은 순수 상인이라기보단 강도를 겸업하셔서..
겨울삼각형
17/11/03 10:44
수정 아이콘
오병감은 청나라가 밀어준 상인이죠.
그가 돈을버는건 그대로 영국의 무역적자로 이어졌고,

이걸 타개하기위해서 벌인게 아편전쟁..

그가 모든일의 원흉은 아니지만 청조 붕괴의 한축임은 틀림없죠.

게임으로 설명자면 EU4에 광주무역노드에서 수금하는 청나라 상인..
Zoya Yaschenko
17/11/03 11:12
수정 아이콘
명나라 너프 좀..
17/11/03 10:46
수정 아이콘
중국에 이런 상인들 많더군요..홍정상인 호설암, 전왕 왕치...
근데 보면 다 관과 유착(독점..)해서 돈을 벌다가 권력에 의해 몰락..
17/11/03 10:51
수정 아이콘
요새 굽시니스트가 연재하는 본격 동아시아사 만화에 오병감이 나와서 그게 생각나네요.
aurelius
17/11/03 13:38
수정 아이콘
사실 고백하자면, 저도 그 만화 보고 이 분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아서 급 검색해봤습니다 크크
Zoya Yaschenko
17/11/03 11:12
수정 아이콘
미리 자산을 외부로 돌렸어야 했군요
앙겔루스 노부스
17/11/03 13:16
수정 아이콘
그의 전성기래봐야 대충 1840년대초가 끝물인데, 그 시기의 미국은 아직 별 볼일 없는 나라였으니 미국 최고 부자와 비교는 별 의미 없어 보이긴 합니다만.
aurelius
17/11/03 13:21
수정 아이콘
우리가 보통 일반적으로 19세기 중국을 국뽕에 취한 세상물정에 어두운 국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한 편견(?)을 깨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미국은 비록 신생국가였지만, 서유럽과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고, 세계시장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었던 주체였죠. 근데 의외로 중국의 민간인이 동인도회사, 미국철도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일화여서, 사실 저도 처음 알고 꽤 놀라서 어서 이에 대한 일화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앙겔루스 노부스
17/11/03 13:24
수정 아이콘
확실히 그게 좀 애매한 부분은 있죠. 그래도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19세기초까지 체제이완이 가속화중이긴 했어도 중국이 거대국가의 위상을 지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아편전쟁 무렵이면 이미 망하고 아무것도 없는 나라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긴 하니까. 아마, 태평양전쟁중에 중국이 일본보다 GDP가 높았다는 사실을 알면 놀랄 사람 한 둘이 아닐 듯. 인구가 5배가 넘어서 그런거긴 하지만...

저로선 오히려 저 무렵 미국부자가 중국부자의 4분의 1이나 된다는게 더 놀라웠긴 합니다. 그것도, 당국이 뒷배를 봐주는 중국 최대의 부호인데 그거와 비교가 가능하다니. 미국이 1872년 영국의 GDP를 넘는다고는 하지만, 성장이 경제뿐 아니라 영토 인구 모든 면에서 급속하던 시기라, 그 30년전이라면 비교가 안될 것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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