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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6/07 04:08:31
Name Tabloid
Subject [일반] 늦게나마 집회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수많은 분들이 집회를 다녀오시고 후기를 올려주셔서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냐만은, 그냥 가서 느낀 점만 간단하게 서술해보겠습니다.

처음에 갔을 때 사실 좀 놀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것이지만 정말로 축제 분위기더군요. 이순신 동상 앞 세종로로 갈 때까지 여러 군데에서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며 길거리 공연을 하고,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담소를 나누시거나 자유발언에 귀기울이시거나 맥주 한잔 하시거나^^; 정말 집회나 시위라기 보다는 축제의 한 장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밤 10시에 시험이 끝나는대로 최대한 빨리 시청에 갔는데 11시가 넘더군요. 덕분에 20만명 가량이 모였다는 집회 초기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신 시민분들의 모습은 정말 훈훈했습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생각이 조금씩 차이가 있더라도 비판의 목소리를 즐겁게 외치시는 모습에 분위기는 가볍더군요.

세종로에 있는 전경버스 바리케이트도 찬찬히 관찰해봤습니다. 재미있는 사진이나 글귀도 많더라구요. 특히 인상깊었던 '물대포가 그렇게 안전하면 니 비데로 써라' 역작이었습니다 -_-)b 여학생들이 참 재미나더군요. 버스 틈으로 보이는 전경에게 스스로 다가가서 말걸고 대화를 조곤조곤하는 모습에서 문화적 충격까지 느꼈습니다.


생각없이 여러 군데를 다 돌아보고 이 분위기를 느껴보자는 마음에 이곳저곳 지나가다가 한글학회 앞에 다다랐습니다. 아차 -_- 가장 격렬한 시간대에 (약 12시 40분 정도?) 도착해서 얼마 안있다가 밧줄이 오더라구요. 맨앞에 벽 앞에 전경들 앞에 서서 고함도 질러보고 현장을 똑똑히 보게 되었습니다 (진중권 교수님도 우연히 봤습니다) 버스 안에 전경을 배치해서 정말 위험천만이더군요. 밧줄로 버스를 잡아 끌어 내리려는데 버스가 행여나 전복이라도 되면 인명 피해가 생길거 같아서 조마조마했었습니다. 시민분들이 전경 빼라고 그렇게 소리쳐대고 비난하는데도 눈 깜짝 안하더군요. 어떤 의미에서는 존경스럽기도 했습니다. 군율이 잘 선 기분이라서..

근데 경찰들 담 위에서 뭘 그리 계속 캠코더로 찍어대던지.. 한심하더군요. 지들은 얼굴 가리고 찍고 있고.. 앞에 있다가 소화기도 좀 맞았습니다 -_-a 직사로 맞진 않았지만요^^;;

여튼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말하기에는 혼자 맨몸으로 덜렁덜렁가서(친구들이 정치에 관심이 전부 없습니다 -_-; 게다가 기말고사 기간이라..^^;) 소리 몇번 지른게 다라 조금 민망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대체 배후가 누구인가 저도 궁금해질 정도였습니다. MB가 배후 찾아내면 정말 대단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까지 장기화되면 안되겠지만,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집회가 이어진다면 정말 철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대단한 깡으로 맨앞에 서서 행동을 주도하는 중고등학생들. 정말 대단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들의 안전도 걱정이 되지만, 상당히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돌던질까보다'는 말은 자주 들었는데 조금은 불안하더라구요.. 다행히 어른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필요 이상의 물리력을 행사하는 자들을 제지하는 덕에 큰 탈은 없었지만요. 그 중 한 학생이 '야 대학생들은 다 어디갔냐?'라는 말에 조금은 미안해지고 부끄러워지더군요.. 특히 모교 깃발을 보기 어려웠던게 아쉬웠습니다(농대 한번 봤습니다 총학 깃발도 못봤음.. 학교 이름을 사람들이 외치는 걸로 봐서는 총학 깃발이 온거 같긴 하던데 말이죠..)

하나 더, 술취하신 분들은 집에 조용히 가주셨음 합니다. 저항하고 비판할 힘도 부족한데 취객 제지할 힘은 괜한 낭비 같더군요.

또 하나 더, 돌아오는 길에 찬양에 심취하신-_- 다수의 교회 분들은 봤는데 뭐하시는 분들이죠?-_-a 거의 집단 최면 상태에 빠지셔서 똑같은 파트를 줄창 반복하시던데.. 왜 새벽 2시에 촛불집회 한켠에서 쌩뚱맞은 찬양하면서 행복한 표정들을 지어보이시는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더군요. 심지어 시위하는 시민들 한가운데 서서 예수 믿으라고 전도하시는 아줌마도 봤습니다 쩝 -_-;

아 그리고 하나 궁금한게 있었는데, HID는 이제 시청에서 철수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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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엠바르
08/06/07 04:15
수정 아이콘
HID라고 우기는 그 가짜 어용단체는 이제 시청에서 철수했는데 곱게 쳐갈 것이지 엠한 학생 하나 때려서........ 흉흉하네요.
갑갑합니다. 여러모로...-_-;
BlackMagician
08/06/07 04:37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어제 늦게까지 현장에 있었던 친구에게 일부 어른들이(주로 아저씨들)이 도로 한가운데 한상차리고
앉아서 술마시고 시비붙고 다녀서 실망스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학생들이 많이 몰린 앞쪽과 뒤쪽의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고 하더라구요..아무리 '축제'라 부른다고 놀러나온 것도 아니고..
HID는 철수 과정에서 시민 폭행사건이 발생해서..게다가 시민들이 잡은 범인을 경찰이 보호해서 놓아주는 바람에..
지금은 경찰조사중이라는데 폭행사실은 부인중이고 단순한 실랑이/몸싸움이 있었다고 주장중이랍니다..
부상당한분이 진보신당당원이자 서울대재학생이라는데 코뼈가 심하게 다쳐 경과를 살핀후 수술해야 한다고 합니다.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08/06/07 04:39
수정 아이콘
BlackMagician님// 끙.. 또 동문이 당했군요 젠장.. 기말 언능 끝나라 -_- 담주에 또 나가렵니다.
머씨형제의힘
08/06/07 04:44
수정 아이콘
동문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어제(6월 5일 밤) 경찰청 앞에서 과기를 열심히 흔들었던 1人입니다...
오늘은 7일 오후 1시에 4학점짜리 시험이 있어서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어요..
..ㅠㅠ
아무튼 수고하셨습니다.
08/06/07 04:46
수정 아이콘
머씨형제의힘님// 미방 치세요?-_-; 다들 고생이 많네요 기말치랴 시위하랴^^;
머씨형제의힘
08/06/07 04:47
수정 아이콘
미방은 아니고 08이라서 미적분학입니다... <- ....... 물리천문학부와 수리통계학부 를 위해 신설된 4학점짜리 수학과목 -_-
히로하루
08/06/07 04:55
수정 아이콘
동문분들 반갑습니다 ^^;;
전 기말 레포트 쓰면서 칼라TV로 생중계 보고있습니다.
휴... 목요일에 갔다와서 지금은 레포트 쓰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무겁네요 ...
08/06/07 04:58
수정 아이콘
머씨형제의힘님//

아 미적이 수통과랑 물리과는 4학점으로 바뀌었나 보군요. 7년전에 들었던 과목이라.. -_-;

물론 5년 전에 재수강했지만.. -_-a 미적은 원래 재수강하라고 있는 과목입니다 허허허 -_-/
Judaicus
08/06/07 04:59
수정 아이콘
저녁에갔다가 이제왔습니다...
이정도만 해도 발아퍼 죽을맛인데, 아침부터 계신분이나 깃발드신분들은 얼마나 힘이들지...

오늘이 두번째 참가인데(지난주 토) 비슷하긴 하면서도 다른모습이 많이 보이네요.
약간 늦어서 20만명이 모였다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늦게까지 참 많은분이 계신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비해 하도 프락치들이 많아져서인지.. 여기저기서 시민들(?)끼리 언쟁이 벌어졌고,
(제가봐도 프락치로밖에 안보이는 사람도 많더군요...)
허위정보가 굉장히 많아져서(어느쪽이 뚫렸다 그쪽으로 가라..는식의) 시위대 내에서도 정보를 걸러야 하는 상황이 연출됬습니다.

한가지 아쉬운건 시청에서 서대문방향에 있는버스...
버스 빠진곳 건물이 심하게 파손되었습니다. 전봇대도 있고 굉장히위험한 지역이었는데 버스는 어찌어찌 빠졌지만
버스도 심하게 파손되고 건물 벽이 다떨어져나갔고, 유리창도 다 깨져버렸더군요..
처음에 한두분이 닭장차를 빼자고 할때부터 좀 맘에 안들어서인지 계속 저런 모습은 좋지 않게 보였습니다.....
(물론 신이내린 테크닉으로 뭐같이 닭장차를 배치해서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만..)
더군다나 건물주는 돈도많으니까 상관없겠지...라는 말까지도 들리더군요..

뭐 mb가 점점 막가자는 태도이긴 합니다만, 아쉬운점이 있었어 적어봤습니다..
08/06/07 05:02
수정 아이콘
Judaicus님// 아무래도 통합된 지도부가 없으니 혼선이 생기는 거겠죠. 전 그게 오히려 현재 집회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변 상인 혹은 건물주의 사유 재산이 피해를 입거나 공공재가 부서지는건 안타깝더군요..
오히려 버스를 안밀어내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한글학회 앞에서 버스 당길 때 안에서 버티던 의경들 다치면 어쩌나 걱정이 너무 들더라구요.. 다행히 도중에 멈추긴 했지만..

저도 여튼 자야겠습니다 피곤해죽겠네요 ㅠㅠ
히로하루
08/06/07 05:05
수정 아이콘
진압 시작됐네요....
교회쪽에 있던 전경들이 갑자기 밀어붙이기 시작했고
칼라TV 중계가 끊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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