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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22 22:06:17
Name St.Archon.
File #1 1463922818_20160430_012604.jpg (140.8 KB), Download : 57
Subject [일반] [동물] 얼룩이 이야기


 요즘 게시판 분위기가 많이 과열된 것 같아서 살짝 낮추고자 글을 써봅니다.

제 블로그에 올릴 글이라서 편하게 썼습니다.

1. 얼룩이와의 첫 만남

임용 수험생으로서의 똑같은 지루한 하루를 맞이한 날이었다. 같이 스터디를 하는 친구가 집으로 오더니, 공부보다 지금 집 앞에 고양이가 누워있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 동네에 사는 흔한 길고양이겠거니 생각했다. 매일 고양이 있다고 친구에게 말하고 얼른 공부나 하자고 말하는데, 친구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길고양이가 도망을 안가네... 귀여운 놈이다'라고 생각했다. 귀여워서 우리 둘은 소세지 하나 사와서 먹였다.

2. 2주 만에 만남
 
첫 만남 이후에 내 친구는 스터디하러 올 때마다 고양이 노래를 불렀다. 물론 나도 고양이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아무리 혼자 지내는게 오래되서 익숙하다 해도 혼자서 공부하는게 재미있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가 스터디를 오더니 고양이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달려나가서 같이 놀아주고 역시나 그랬듯 소세지 사서 먹였다.
 
3. 그 후 어느 날
 
그 뒤로 당분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창밖으로 평소의 날카로운 고양이 울음 소리와는 다른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렸다. 뭔가 그 녀석일 것같아서 평소와는 다르게 나가보았는데 마침 그 녀석이었다. 소세지를 사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집에 있는 참치를 주었다. 참치 기름을 빼고 줘야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어서 기름을 짜고 주었더니 잘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내 기억에 이 날 이후로 자주 만났던 것 같다.
 
4. 그 뒤로 또 어느 날
 
이 녀석이 생각보다 뻔뻔한 녀석이었다. 항상 만나면 놀아주다가 집에 가서 밥을 챙겨서 밖에서 주었다. (내 집은 1층이다.) 놀아주다가 밥을 주려고 보니 느닷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당황스럽지만 일단 밥을 주었다. 그리고 나서 내보내려고 했는데 나가질 않았다.(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혼자 사는 임용 수험생이 키우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하도 나가지 않아서 결국 그냥 자고 가라는 심정으로 문을 닫았더니만 그제서야 나가겠다고 문을 긁었다.
 
5. 마지막
 
그 날 이후로 거의 매일 만났다. 아는 분이 고양이 사료 캔을 줘서 조금씩 나눠주기도 하였고(나말고도 많은 동네 사람들에게 얻어먹는 것 같다.)친구랑 먹던 회를 한 점 던져주기도 했다.(사실 나는 회를 좋아해서 주기 싫었는데 친구가 몰래 던져줬다. 맛있게 먹었다니 괜찮다.) 이제는 저녁에 바람쐬러 나가면 알아서 따라온다. 집에도 편히 들어와서 내가 앉는 좌식 의자에도 앉고 침대에도 올라가기도 한다. 편히 쉬다가 자기가 나가고 싶을 때 나간다. 지금도 내 뒤에서 편히 뻗어서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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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헤헿
16/05/22 22:11
수정 아이콘
뭔가 친구같은 사이군요
오래동안 사랑하길 바랍니다
후추후추
16/05/22 22:25
수정 아이콘
이런 교감이 오가는 글을 읽으면
뭔가 힐링되는 느낌이에요
테바트론
16/05/22 22:30
수정 아이콘
야옹
로그아웃
16/05/22 22:33
수정 아이콘
길냥이가 깨끗하니 여기저기서 예쁨 받는 모양이예요.
착하고 똘망함이 느껴지는 얼굴이 좋네요.
어느날 툭 하고 나타나서 빈 구석을 채워주는게 신기하고 따뜻해요! 좋은 이야기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민달팽이
16/05/22 22:41
수정 아이콘
예뻐라! 보기 드문 붙임성 좋은 고양씨네요. 계속 늘 간식을 쟁여놓게 되실 것 같아요. 크크..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16/05/22 23:26
수정 아이콘
일단 애가 잘생겼어요! 고등어가 흰양말 깨끗하게 신었네요.
영원한초보
16/05/22 23:49
수정 아이콘
일단 사료를 사시기를 참치만 주면 돈이 부담 ㅜㅜ
살도 찌고요 이미 찐것 같지만
1층이라 좋은건지 나쁜건지
저희집은 아파트 베란다에 구멍뚫어서 들락거리게 키우고 있습니다
호야만세
16/05/23 00:18
수정 아이콘
하핫.. 고놈 참 실하다...
넉살이 좋아 여기저기 들르는 곳이 많은 모양이네요.
주기적으로 들른다면 윗분 말씀처럼 사료를 구입하시는게 가성비가 좋을거예요.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생각보다 저렴한 사료들도 꽤 많답니다
방민아
16/05/23 01:11
수정 아이콘
그리고 사료 주실 땐 옆에 물도 같이 주셔야해요 흐흐
홍승식
16/05/23 10:29
수정 아이콘
집사후보를 여러명 두고 어떤 집사가 좋을까 고민하고 있군요. 크크크
그런데 사진의 귀를 보니 TNR 된거 같네요.
Daniel Day Lewis
16/05/23 10:56
수정 아이콘
여러 명의 집사를 두고.. NTR도..
죄송합니다..
홍승식
16/05/23 11:05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 TNR이라는 단어 듣고 NTR 비슷한 건가? 라고 생각했었어요. 크크
우울한카즈
16/05/23 18:39
수정 아이콘
사료는 코스트코 고양이 사료 추천합니다. 저렴하면서 성분도 좋고 양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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