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이 3월 2일 통과 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인 3월 7일, 박근혜 대통령이 테러방지법의 쌍둥이 격인 사이버테러방지법의 통과를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사이버테러방지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처럼 조속히 만들어야 할 법인가?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이 법의 모체인 테러방지법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포괄적인 대테러법이 없어서 테러를 막을 수 없으며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안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2월 23일 지금이 ‘전시.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임을 근거로 이 법안을 직권상정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여당의 태도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테러방지법이 없다는 박근혜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는 1982년 훈령 형식으로 만들어진 국가대테러지침이 엄연히 존재하며 통합방위법, 원자력 시설의 안전과 방호에 관한 법률, 항공 보안법 등 테러방지를 위한 19개 가량의 법안들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국가대테러지침은 테러 방지를 위한 컨트롤타워인 국가대테러대책회의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하며 각 유관부처의 임무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런데도 대통령은 정말 이 지침의 존재조차 몰랐단 말인가? 또한 테러방지법 2조는 테러단체를 UN에서 정한 테러단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북한이 UN이 정한 테러단체인가? 북한의 도발은 군사적 조치를 통해 대처할 일이지 테러방지법으로 막을 사안이 아닌데 북한의 도발을 테러방지법 제정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억지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 정의화 의장의 주장대로 지금이 국가비상사태라면 데프콘과 워치콘을 격상하고 동원령을 선포해야 하며 모든 공무원들은 비상근무를 하며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야 한다. 그런데 이중 하나라도 이루어진 조치가 있는가? 없다. 결국 국회의장이 지금의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셀프비상’에 의해 날치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야당이 이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대응하자 여당은 정치 쇼다, 사전 선거 운동이다,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했다, 발목 잡기라는 감정적인 비난을 앞세워 야당을 공격했다. 스스로가 저지른 편법은 생각하지 않고 왜 국회법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행사된 소수자의 방어권을 비난하는가? 찬반 순서대로 토론할 수 있음에도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건 새누리당 의원들이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는 행동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테러방지법의 대표적 독소조항을 지적하며 필리버스터 기간에 새누리당에 협상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단칼에 거절했다. 그리하여 결국 3월 2일 문제많은 테러방지법이 통과되고야 말았다. 테러방지법은 테러인물에 대한 규정을 ‘ 중의 안전을 위협하리라고 상당히 의심되는 자’라고 애매하게 규정함으로써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으며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에 대해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수집할 권한을부여하고 있다.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개인정보를 열어볼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통신비밀보호법 상 영장을 받아 감청을 실시하며 개인정보 조회는 국정원이 통신사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무제한 감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감청 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드문 현실을 생각하면 실효성 있는 제한이라고 보기 힘들다. 또한 테러방지법은 부칙에 다른 법률안의 개정을 규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그야말로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이다. 이 부칙으로 다른 법률안을 어떻게 개정하는 지에 따라 국정원에 막강한 권한을 쥐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인터넷의 자유를 제약함으로써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담습할 우려가 있다. 밴저민 프랭클린은 ‘안보를 위해 자유를 희생한다면 결국 둘 다 잃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 가치가 자유이기 때문에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다. 부디 새누리당이 이 조언을 경시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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