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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7 15:21
1.테러방지법 이야기가 정치적인 문제로 되어 버렸지만, 쟁점이 된 김에 대테러방지에 대해서는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다툼을 막기 위해서, 먼저 '나는 박근혜가 싫어요'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옛날에는 국정원 직원이 저희 직원 불러다 쪼인트 까고는 했다죠. 그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절대 없습니다. 2. 먼저 테러방지 주무부서를 어디로 할 건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 테러분자가 들어온다고 칩시다. 먼저 재외공관에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전파하겠죠. 그리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공항만으로 들어온다면 CIQ[C는 관세청, I는 저희, Q는 검역소입니다. 공항만에서 입출국자들을 관리하는 기관의 3종 세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동/식물 검역,수산물 검역, 문화재감정도 있습니다만, 대충 위 세 기관이 가장 목소리가 큽니다]가 거르게 됩니다-아니 대테러니까 Q는 빠지겠네요-. 사람은 저희가, 장비는 관세청에서 지켜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비합법적인 절차로 온다면, 공항만에서는 공항/항만공사가, 바다에서는 해경이, 해안선에서는 군의 해안경계부대가 맡겠죠. 그리고 이미 들어왔다면, 아마 경찰과 저희가 맡게 되겠죠. 기소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경찰이 맡아서 형사처벌한 다음 저희가 강제퇴거를 시킬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저희가 강제퇴거든 체류허가 취소 후 출국명령이든 해서 쫓아낼겁니다. 나. 이렇듯 많은 기관이 관여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여러가지 문제도 나타납니다. 박통이 부처간 칸막이 운운하면서 정부 3.0 내세우죠? 그럴만 하기도 합니다. 거창하게는 9/11 당시 정보기관 간의 정보 비공유를 생각하시면 되고, 소소하게는 얼마전 인천공항의 중국인 밀입국사건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문을 뜯는 것을 보면서도 그냥 내버려둔 보안요원이야기를 듣고, '넋이 나간거냐'라고 생각하시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 쪽에서 근무하셨던 분께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하더군요. 타 기관 사람이라고 착각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부처간 상호간섭하게 만들면 어떠냐? 더 답이 안나옵니다. 저는 타 기관 업무에 대해서 전혀 모릅니다. 타 기관분들도 저희 업무 전혀 모릅니다. 그러면서 끼어들면 골때리게 되죠. 제 동료분이 겪은 일입니다. 언젠가 입국승객 가운데 수상한 사람이 와서 정밀심사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공항공사 지사장이 들어와서는 왜 빨리 입국시키지 않느냐고 항의하더랍니다. 그 사람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공항에서 시간끌면 승객들 불편하니까 그런 것이었습니다. 저도 옛날에 어느 공항에서 불체자들 무더기로 걸러내니, 관계기관의 눈길이 차가워지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저 관광객 쫓아내는 줄로만 아시더군요. 다. 그러다보니 관계기관을 기획/조정하는 게 중요해지는데, 지금 있는 기관 중에서 그걸 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국정원밖에 없습니다. 어떤 일이 터졌을 때, 거의 모든 기관이 자기 일이 아니면 어느 기관에서 맡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거기는 위에 언급된 모든 기관과 안면이 있고, 구체적인 건 몰라도 누구에게 물어보면 된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습니다. 3. 국정원이 아닌 다른 기관에 맡겨야겠다면, 새로운 기구를 만들 수도 있겠죠. 그러면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가. 관계기관들에서 그 기관의 말을 들을 것인가? 요즘 국정원에서 말한다고 다 먹히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저희의 경우, 부담스러운 건 듣지 않습니다. 서로 입장이 있으니 좋은 말로 정중하게 거절하죠. 예전에 무슨 일인가로 보니 경찰도 같더군요. 그런 일은 법에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나. 대테러의 경우, 외국 관계기관과의 협조가 정말 중요할 겁니다. 외국 관계기관에서는 뭘 보고 그 기관과 협조할까요? 그저 한국에서 테러에 희생될 사람들이 불쌍해서 도와주는 일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 기관에서 뭔가 줄 게 있어야 협조할 겁니다. 그 기관을 만들때, 주고받을 수 있는 뭔가를 쥐어줘야 할 겁니다. 다. 그 기관을 만든다면 국정원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미국/영국/이스라엘 등과 같이 국외정보/국내보안을 별개 기관에 맡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들은 세계를 휘어잡는/잡았던 나라 또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해외정보가 국가생존의 사활적인 문제인 나라들입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면 눈물나게 감동적인 일입니다만, 그렇지 못하죠. 이 상황에서 모사드/신배트를 따라하다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일이 커져버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제가 대테러 전문가도 아니고, 해답을 제시할 주제는 못됩니다. 다만 고민해봐야 할 일이 무척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저 정치문제로만 되니 답답할 뿐이죠.
16/02/27 16:50
2번에 대해서 대한민국은 국정원 말고도 이미 그걸 하라고 만들어 놓은 조직을 두개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국가테러대책회의가 있고 그 산하에 국정원장 양반이 주재하는 태러대책상임위원회라는 실무조직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국가안전처가 해당하는 업무'도' 수행하라고 만든 부서입니다. 후자가 칸막이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미 있는 전자를 활용하면 될 일입니다. 3번에서 이미 존재하는 국가테러대책회의는 기존 기구의 '상위기구'입니다. 애초에 조정차원에서 상위기구도 아닌 국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국가테러대책회의가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 테러관련 정보협조에서 국정원 양반들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조직간 장벽으로 업무가 잘 안굴러갈 것이라는 사실을 전제하며, 이는 국정원양반들이 해당 업무를 수행했을때도 다른 부서양반들이 조직간 장벽을 무기로 잘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단지 국정원이 업무범위를 넓히는 것 정도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란 의미죠. 또한 '고민해봐야 하는 일이 많은' 주제는 정치문제가 되어야 하고,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민주주의사회이며 그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내려지는 중요한 결정은 정치적이어야 합니다. 정책결정과정중 문제화에서 이후의 논의에 이르는 다양한 활동 각각은 '정치영역'이 담당하는 일이니까요. 정치문제가 안된다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됩니다. 문제화 이후 공적인 정책결정과정을 통해서 정치영역에서 처리하지 않은 일은 정당성상에서 상당한 문제를 가집니다. 특히 '헌법상 권리의 제한'과 관계된다면 더욱 그러하고요.
16/02/27 19:19
제가 설명을 충분하게 하지 못한 건지....
2에서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은 생각하시는 협의체가 아니고, 3에서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도 생각하시는 부처간 장벽 같은 것이 아닙니다. 깊이 팔 내공이 아니고, 이것저것 시시콜콜 밝힐 만한 일도 아니니 이만 줄입니다만, 실무상 깊이 고민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할 문제가, 감정싸움 내지 정략적 이용 수준으로 흘러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16/02/27 21:28
2에서 제가 언급하고자 한 것은 기존의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야 하는 '협의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하는 업무를 국정원 밖에 할 수 없다면 그것은 행정부의 직무유기라는 말입니다.
행정부가 그동안 열심히 해온 직무유기를 현재의 문제점으로 삼아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개혁을 요구하는것은 용인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적어도 기존 제도들을 '운영'이라도 해본 뒤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이러한 부족함이 있어 국정원 양반들이 이러이러한 업무를 수행하게 해야 한다라고 할 수 있고, 그 이후에야 말씀하시는 '국정원 밖에 없다'가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3은 '실무적인 고민'을 할려면 해당 실무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인 수단들을 기 운영해 오며 불비한 부분에 대한 정보가 축적된 후에야 할 수 있는 일이 됩니다. 직무유기를 해온지라 기존 제도상 뭐가 부족한지에 대한 실무적 정보가 있을리 없으니, 정책개혁에 대한 실무적 논의가 될 수가 없죠.
16/02/27 17:32
어떤 테러조직도 자신들의 테러를 테러라 칭하지 않죠. '전쟁', 또는 '전투' 라고 할 뿐.
테러라는 말 자체가, 무고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을 의미하고, 그건 테러 주체의 입장에서 쓸 말이 아니라서요. 종교 테러단체의 경우에는 '성전' 민족주의 테러단체의 경우에는 '독립전쟁'의 일환일 뿐이고, 작전수행의 일환인거죠. 우리가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가 한 행동을 테러라 하지 않고, '의거'라고 부르듯이요.
16/02/27 17:49
헬리콥터- 직승기
아이스크림 -얼음보숭이 처럼 테러라는 외국어를 문화어로 바꾸어 쓰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아무튼 답변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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