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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6/02 11:01:15
Name 누리군
Subject [일반] 증오가 생길까봐 두렵습니다..
http://book.empas.com/detail.html?sbid=638488
(링크 찾는 다고 한참 검색 했습니다...)

요새 저는 시오노 나나미 씨의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고 있습니다.
내전에 관한 부분을 읽다가 국내정세와 맞물려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것이 있어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위의 링크에서 퍼온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상,하)에 있는 부분은 아니고 '내전기' 라는 카이사르 저작의 책을 국내에 번역해 놓은 책에서 발췌한 놓은 것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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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가 강을 건넌다는 것은 내전을 치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전의 진정한 비극>은 전쟁의 참혹한 실상뿐 아니라, 같은 민족이 둘로 나누어짐으로써 생겨가는 원한과 증오, 불신과 배신의 기나긴 여파다. 따라서 내전을 피하기 위해 루비콘 강을 건너지 말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정당한 권리와 로마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소수지도체제인 원로원 중심의 공화정 체제를 무너뜨리고 국가 체제의 개조를 위해 내전을 감수하고라도 루비콘 강을 건널 것인가? 카이사르는 결국 결심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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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부분은
'같은 민족이 둘로 나누어짐으로써 생겨가는 원한과 증오, 불신과 배신의 기나긴 여파다.' 라는 부분입니다.

같은 민족이 둘로 나누어져서 생긴 원한과 증오, 불신과 배신을 우리는 이미 겪어보았습니다.

6.25는 일방적으로 북이 우리나라를 먼저 침공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반격을 개시했고, 치열한, 정말로 치열한 전투 끝에 우리는 휴전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적개심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런 재난을 겪은 우리나라는 필히 '반공'이라는 것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주입시키게 되지요... 예전에 나온 만화영화 같은 것들도 보면 북한 병사를 늑대, 김일성을 돼지 등으로묘사해서 당연히 때려잡아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제는 시간이 흘러서 이런 경향이 조금 약해지고 우리도 북에 지원 같은 걸 하게 되면서 예전보다 조금은 더 친숙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전쟁을 직접 겪으신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시기 힘들 것입니다... 북한에서 또 쳐들어 오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실테고, 그 때 고생한 걸 생각하면 북한과 김일성, 김정일은 용서받지 못할 사람이 되는거지요.. 생각도 하기 싫지만 만약에 전쟁이 또 발발하게 된다면 6.25를 직접 겪지 못한 우리 세대에도 그런 증오심이 퍼지게 될테구요..


또 다른 경험으로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들 수 있겠습니다... 계엄령 선포이후 명령에 따라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받은 군부대는 광주 시민들을 무차별하게 폭력으로 진압을 하게 됩니다. 군인들은 몽둥이를 휘둘러 다친 동료들을 보고 눈이 뒤집혀서, 시위대는 다친 시민들을 보고 눈이 뒤집혀서, 결국엔 그렇게 폭력으로 서로에게 맞서게 됩니다. 광주시민들은 5.18이라고 하면 이를 갈 수 밖에 없게 되는거지요...... 정말 참혹한 현실이었으니까요..


요새 시국 정말 어지럽습니다.
영상은 차마 제가 재생을 못 해보겠어서 보지를 못해서(무섭습니다 솔직히. 재생하기도..)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만 물대포를 쏘았다는 말이 들려오고, 그 물대포에 직격으로 맞은 고3여학생이 두눈을 실명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진압대의 군홧발에 무참히 밟힌 시위대 분들도 계시다고 하더군요..(사진은 몇장 보았었습니다.)

제가 걱정되는 것은... 이런 소문들이 퍼지고 하면서 시위대와 국민들간에 '증오심'만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악만, 깡만, 이런 증오심들만 남아서 앞으로의 시위들이 더 격렬해지고 더 감정적이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시위대는 시위대 나름대로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국민에게 폭력을 통해서 진압을 시도하려고 하는, 그래서 내 주위의 친구들, 동생들, 아는 분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전,의경들에게 증오심을 품게 되고, 진압대는 진압대 나름대로 자신들을 향해 욕을 하는 시위대를 보고 나름의 증오심을 가지게 될껍니다.(밑에 징징.... 이란 내용이 들어간 글을 대강 읽어보니 나름의 증오심을 가지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듯 하더군요..)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은 6.25, 5.18 같은 또다른 국민들 사이의 증오, 불신을 낳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을 아닐까, 굉장히 겁이 납니다. 카이사르가 내전기에서 상술한 것처럼 결국에 국민들 사이에 증오와 분노만 남게 되어서 더욱 큰 비극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됩니다.

현 정부의 잘못은 분명 시정되어야 하고 우리 말은 귓구멍으로 흘려듣는 정부에게 실력 행사를 하는 방법은 시위밖에 없기 때문에 시위를 하는 것이지만

저 위의 정부와 고위관계자 고귀하신 그 분들때문에
우리 국민들에게 서로간에 미워하는 감정, 불신, 증오만 남게 될까 걱정입니다.....

하아.. 참 힘들군요.....


덧1. 마지막 부분 한 20분은 고민해서 적은 듯 합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참 힘드네요..

덧2. 필력이 달려서 참... 제 생각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힘듭니다. 읽기 힘드시고 이해가 잘 안가시는 분들은 필자의 필력을 탓해주십시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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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마일
08/06/02 11:15
수정 아이콘
지금의 시위가 6.25, 5.18과 비교될 정도라고 보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점차 과격해지는 시위현장이 걱정되는건 어쩔 수 없네요...
도라지
08/06/02 11:24
수정 아이콘
밑에 누군가 쓰셨듯이 '군인은 국가의 도구이다' 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국민들이 가지는 증오심은 전의경 집단, 즉 국가의 도구에 대한 증오심이지, 그들 개개인에 대한 증오심은 아닙니다.
분단국가나 민족이 둘로 나누어짐을 예로 든 것은 한참 오바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밑에 글에 댓글로 썼지만 어느정도의 반발여론은 형성되어야 합니다.(물론 폭력적으로 대응하라는건 아닙니다.)
안그러면 전의경 집단의 특성상 과잉진압이 더 많이 발생할 것입니다.

집회 목적의 관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누리군
08/06/02 11:31
수정 아이콘
100마일님 // 예. 제 비교가 조금은 과하고 오버인건 압니다만 그래도 걱정됩니다.. 점차 그렇게 발전해나갈까봐 말이지요.
도라지님 // 네.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지요. 그리고 제 이런 걱정이 정말 그냥 '오바'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08/06/02 11:42
수정 아이콘
바로 위에 올라온 글만 봐도, '증오'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죠.
게다가, 수위가 다르긴 합니다만, 이번 시위의 시작은 근본적으로 '증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불신'이라 표현해도 되겠지요.
정부, 보수정당, 보수언론... 등등에 대한 '증오'에서 이번 일이 시작된것이죠.
누리군
08/06/02 11:50
수정 아이콘
AhnGoon님 //
위의 사람들, 국민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는 대XX들에 대한 증오는 모르겠습니다만(대XX들은 저도 증오합니다.)
전경, 국민들 간에 증오가 생겨나서 무럭무럭 자라고 감정이 격해지고 하면서 사태가 악화되는 상황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적은 글입니다...
08/06/02 14:02
수정 아이콘
누리군님// 원래 대XX가 미우면 꼬리도 미운 법이죠. 증오라는건 확산되고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는건 아실겁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한테 사기를 당했거나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면, 그 사람의 가족들과 자녀들도 미워지죠.
게다가, 시위에 나가셨던 분들은... 일단 자신들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한게 전경들이니 더더욱 그럴테구요.

시위에 참여하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실겁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전경이 아니라 그 뒤에 버티고 있는 대XX들이다." 라고요.
그러나, 막상 물대포 맞고, 방패에 찍히고, 군화발에 채이고 나면 감정적으로 변하게 되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성은 느리지만, 감정은 빠르거든요.
누리군
08/06/02 14:44
수정 아이콘
AhnGoon님 //
네.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더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ㅠㅠ
결국엔 악만 깡만 남아서 폭력 시위대로 바뀌고 거기에 맞대응해서 폭력 진압하고 더 엉망이 될까봐요... ㅠㅠ
누리군
08/06/02 14:45
수정 아이콘
AhnGoon님 //
그리고 제가 글의 결론을 명확히 마무리 못 지어서 그런 것도 있을텐데(제가 너무머리가 복잡해서요 ㅠㅠ)
결론은 다들 안 다치고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이었습니다....
ㅠㅠ

하지만 사태가 그리 될꺼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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