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2/24 22:34:53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도서추천] 현대세계의 탄생 "0년: 1945년의 세계사"

굉장하고, 뛰어나며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적입니다. 어쩌면 제2차 세계대전 직후를 그린 책 중 가장 뛰어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전후사(戰後史)를 다룬 다른 책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만큼 정열적으로 그리고 자세하게 해당 주제를 다룬 책들도 있습니다. 토니 주트의 <포스트워>가 가장 대표적이죠. (개인적으로 전후 유럽사 서적 중 최고봉으로 꼽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꼭 읽으십쇼. 두께에도 불구, 그 시간을 보상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독특한 점은 그 넓이와 깊이에 있습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세계 구석구석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서유럽/동유럽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한국 등의 전후사정에 대해서도 꽤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제2차대전이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의 정치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이 책 덕분에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고, 기아로 신음하는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난관 속에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폐허로부터 조국을 재건하는 남자들의 이야기, 하지만 더욱 중요하게는 여성들의 이야기도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폭력을 당해야 했던 여성들, 그리고 전후에 스스로 삶을 개척해야 했던 여성들, 특히 라이너 파스핀더 영화의 주인공 "마리아 브라운"처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죄책감, 복수, 그리고 회개. 이 또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중요한 주제들입니다. 한 국가/민족 전체가 과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습니다. 상상된 또는 실제의 반역자들을 처단해야 했고. 새로운 국가적 신화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다시 말해 과거를 땅에 묻어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했던 것입니다. 현대 세계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과거의 망각과 현재의 재창조, 폐허와 복수 그리고 회개, 그 회개가 비록 상상되고 가공된 회개일지라도. 

1945년은 이 모든 파괴와 복수 그리고 재탄생이 모두 이루어진 해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현대 세계는 이렇게 창조되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1945년의 유산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죠. 이 책은 많은 디테일뿐만 아니라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신예terran
16/02/24 23:28
수정 아이콘
글을 읽으니 굉장히 읽고 싶어지네요!! 꼭 읽어보겠습니다.
Skywalker
16/02/24 23:33
수정 아이콘
제목만 봐도 끌리는 책이네요.
Jedi Woon
16/02/24 23:54
수정 아이콘
오~~이런 책 정말 좋아합니다!
compromise
16/02/25 11:18
수정 아이콘
포스트 워 1권은 절판되었나 보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5831 [일반] [잡설] 현대 이탈리아의 사투리 분포 지도.jpg [16] aurelius8359 16/06/19 8359 1
65643 [일반] 군문제와 20대 남성의 경쟁력에 대한 생각 [91] aurelius9688 16/06/09 9688 21
65538 [일반] [잡담] 통일 관련 논의 2부 (?) [26] aurelius3907 16/06/03 3907 0
65518 [일반] [잡담] 분단의 비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70] aurelius6968 16/06/02 6968 5
64990 [일반] 1차 세계대전의 책임론, 누가 더 잘못했나? [24] aurelius7276 16/05/04 7276 1
64947 [일반] 런던에 첫 무슬림 시장이 탄생하는가? [28] aurelius7504 16/05/02 7504 0
64231 [일반] [책추천] 역사 및 시사 관련 추천도서 목록 공유합니다. [21] aurelius8604 16/03/23 8604 23
64142 [일반] [역사] 1844년, 네덜란드 국왕이 일본 쇼군에게 보낸 친서 [9] aurelius7111 16/03/17 7111 6
64110 [일반] [역사] 18-19세기 초 일본의 해외방비론 [8] aurelius5175 16/03/15 5175 2
63736 [일반] 초대 대통령감 몽양 여운형 선생 비주얼.jpg [14] aurelius11724 16/02/25 11724 5
63720 [일반] [도서추천] 현대세계의 탄생 "0년: 1945년의 세계사" [4] aurelius4730 16/02/24 4730 5
63687 [일반] 대한민국에 과연 국가적 신화가 있는가? [24] aurelius6102 16/02/23 6102 8
63598 [일반] [주간동아] 박근혜의 눈’으로 본 남북 强 대 强 대치 [54] aurelius7560 16/02/18 7560 9
63529 [일반] [외신]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이 아니라 남한의 손해 [46] aurelius9028 16/02/13 9028 20
63431 [일반] [역사] 15세기 르네상스가 음악에 기여한 점 [6] aurelius3944 16/02/05 3944 4
63301 [일반] 이란 맞이하는 이탈리아, 누드 석상 가려...논란.gisa [228] aurelius14586 16/01/27 14586 3
63193 [일반] 세속주의, 로마제국,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 [4] aurelius4340 16/01/20 4340 6
63037 [일반] 유럽 난민 사태, 폭력과 성폭력 왜? 통계에 답이 있습니다. [18] aurelius8766 16/01/11 8766 1
62979 [일반] 이슬람국가 6분만에 설명하기 (유튜브) [11] aurelius5185 16/01/08 5185 0
62910 [일반] 2차 세계대전 지도자들 젊었을 적 사진.jpg [25] aurelius13194 16/01/04 13194 0
62909 [일반] 재미로 보는 네임드 세계지도자들 젊었을 적 사진.jpg [26] aurelius12016 16/01/04 12016 0
62901 [일반] 미국도 이제 슬슬 아사드 편에 서는듯합니다. [26] aurelius10316 16/01/03 10316 1
62862 [일반] [도서추천] 아랍세계의 팽창과 이슬람 제국의 형성 [5] aurelius5200 15/12/31 520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