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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3 16:23
마오쩌둥을 국가적 신화로 여기고 있는 중국의 사례를 보면 딱히 국가적 신화가 있으면 더 바람직한 사회가 될런지는 의문입니다.
단결이야 좀 더 잘 되겠지만서도...
16/02/23 16:29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하나의 공통된 국가적 신화가 있습니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말이죠. 미국은 자유의 나라와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라는 것이 그 나라의 신화이고, 일본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다스리는 일본인만의 나라라는 게 그 나라의 국가적 신화입니다. 물론 이는 현실을 100% 반영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사실 허구에 가깝지만, 그 신화의 성격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그 나라의 행동을 제약하는 또는 방종케하는 것으로 작용합니다. 미국은 스스로 자유와 민주주의의 나라라는 신화를 표방하기 때문에 국제관계에서 그렇지 않은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죠.
16/02/23 16:30
관용, 용서, 화합, 존중, 배려...
이런 것들이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미덕이겠죠. 하지만 지난 세월동안 만들어진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서 과연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고작 삼십 몇년을 살아온 저만 하더라도 그들을 용서하고 받아들일 자신이 없는걸요.
16/02/23 16:30
저 역시, 비슷한 의견인데,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근대 역사가 제일 크게 꼬인 곳이 5.16이고, 두번째가 10.26 사태라고 봅니다.
박정희 시대가 시작된게 그 첫번째고, 그 다음에 끝이 문제가 있었죠. 적어도 무솔리니, 차우쳬스쿠, 카다피같이 끌려나와 군중들한테 맞아죽었어야 했습니다. 시바스리갈 마시다가, 심복의 총을 맞고, 여대생 무릎팍 위에서 죽을게 아니라요. 그게 아니라면, 다른 독재자들처럼 재판을 받고 처형당하던지요. 그리고 새로운 독재자가 그 자리에 앉는데...... 그러면서 다 꼬였어요. 독재자와 싸우던 사람은 독재자와 손을 잡지를 않나(...) 독재자와 싸우던 또 한 사람은, 독재자의 손발 노릇을 하던 사람과 손을 잡지를 않나(...) 이젠 다 시궁창이에요... 아... 모르겠다.
16/02/24 08:06
제가 김재규의 당시 행동을 용납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 거사를 했다고 하던데 가만히 내비둬도 무너질 정권이었는데 오히려 박정희를 신화적 존재로 만들었으니...... 어쩌면 그걸 의도한건지도 모르겠네요. 육사 동기이자 고향후배로 박정희 정권 하에서 각종 요직을 두루 거쳤으니......
16/02/23 16:31
- 그런데 보수파는 이를 쉽게 수용할 수 없습니다. 1987년 6월항쟁을 국가적 신화로 인정하면 그들이 가해자가 되고 국가의 반역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 문장으로 모든게 설명되는거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짧은 역사에 이만큼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싶은데 의도적으로 무시되고 있죠.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의 신화라면 '한강의 기적' 이라고 봅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현재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16/02/23 16:47
완전히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른 국가들은 보수든 진보든 공유하고 있는 가치, 즉 국가가 추구해왔고 앞으로고 추구해야할 가치 명확한데 대한민국은 그게 없습니다. 이 정체성의 부재가 갈등의 가장 근본적 원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답이 없다는거죠.
16/02/23 16:50
4.19혁명은 군사정권계 보수와 민주화 개혁 양대세력이 모두 인정하는데다 실제로 시민 그 자체가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북한과 선명히 대비되는 공화국 정체성을 생성한 운동이라 한국의 국가적 신화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이게 없었으면 우리 정치는 뭐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수준이었겠죠. 시대가 쏜쌀같이 흘렀고 이승만을 몰아낸 주체들이 정치 지도자가 되어 나라를 재구성하고 정부를 이끌어온게 아니라서(있어도 입법부 야당쪽) 이 신화에 악당은 아주아주 분명하지만 영웅이 잘 구축되지 않은게 흠이죠.
이승만 추종하는 건 주로 보수 내부의 뉴라이트(주사파에서 전향한 분들) 정도인데, 한국보수는 이념에 별 진지한 관심이 없는데다 이 친구들이 보수진영에서 이승만을 국부로 굳히는 게 다음 다다음 세대가 되어서도 가능할진 회의적입니다. 차라리 박정희를 국부로 생각하고 말겠죠.
16/02/23 17:40
저도 항상 생각했었고, 결국은 한국을 떠나게 된 이유중 하나입니다. 윗분들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한국이 가지고 있는 신화가 무엇이 남아 현대 한국인들이 행동양식을 규정하나 생각했더니 독립도, 민주화도 아닌 박통때의 고도성장기더라고요. 지금도 한국의 사회적인 논의의 프레임이나 사람들의 관심사는 대단히 물질주의적이고, 그런 배경속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존중이 얼마나 싹트기 어려운가, 정말 가치있는 삶은 무엇인가 자꾸 자문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탈조선..
16/02/23 17:47
그래서 박정희가 역사 국정교과서까지 해가면서 구축한 게 '성웅' 이순신이고(광화문부터 전국 학교에 이르기까지 이순신 동상을 뿌려대면서), 그래서 나온 게 내재적 발전론(영정조 시대(자본주의 맹아)부터 동학농민전쟁부터 4.19(민중혁명)까지 논하는)입니다. 우리는 패배한 민족이 아니라 이렇게 위대한 민족이었다는 거죠. 근데 이걸 주장한 게 현재 지배계급이고, 이들은 국가에 충성하라는 목적으로 이 같은 흐름을 '만든' 거죠. 세대별, 나이별 과업도 마찬가지.
16/02/23 18:54
사실 '위대한 민족'이나 내재적 발전론과 박정희 영웅주의나 '국부'관련 서술이 가지는 상호모순을 생각해 보면 참 묘한 일이기도 합니다.
정말 위대한 민족이라면 특정 개인 양반이 '영웅'일 필요가 없고, 특정 개인 양반을 영웅 혹은 신성화 하려면 그 영웅이 가진 역량을 강조하기 위해 집단의 취약성이나 무능력함이 강조되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 둘을 병행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죠.
16/02/23 20:41
성과까지 보면 4.19정도가 최고 성과가 아닐까 하는데...뭐, 이것도 이승만 국부 운운하는 무리들에 의해 조만간 의미가 퇴색될것같고...
개인적으론 '정주영 신화'정도를 손꼽고 싶긴 한데..(과거 일본의 유물로 성장한 것이 아닌 의미에서) 여기에 박정희를 끼워넣으면 이것도 답이 없어지죠.하하
16/02/24 08:09
현재로서는 4.19 혁명이 이에 가장 근접하죠. 그래서 헌법에도 대한민국은 4.19 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한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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