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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2/07 18:34:21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독일인 친구가 전하는 독일 정치 상황
제2차대전 이후 인권과 자유주의의 상아탑과도 같았던 독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시다시피 독일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공적 영역에서는 모든 종류의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대전 이후 70년 동안 이어져왔던 이 분위기에 균열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아는 독일인 친구 한 명이 있는데, 그도 기존체제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더군요. 그 친구는 결코 보수주의자라던가 극우라던가 하는 친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평소 항상 사민당을 지지해왔던 친구입니다. 그런데 그도 이제 독일의 <금기>에 지쳤다고 합니다.

무슬림 난민들의 유입과 독일의 불안정한 치안, 그리고 테러에 대한 우려 등

그가 말하길 현재 독일의 주류 정치인들과 언론은 70년 동안 길들여져왔던 금기 때문에 무슬림이나 난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철저히 탄압한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법적으로 처벌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프레임을 덧씌운다고 합니다. 너 나치동조자,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그는 난민에 대한 우려나 독일 사회에 동화되지 않는 무슬림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정당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나치라고 몰아가는 것은 억지이자 부당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도 네오나칠 혐오하는 사람인데, 자기보고 나치라고 부르는 것음 정말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덧붙이길, 독일 주류 사회가 이들을 배척하고 나치로 몰아가면 몰아갈수록 그와 유사한 생각을 하는 이들은 더 소외되고 과격화 또는 급진화된다고 합니다.

독일 내의 무슬림 문제와 난민문제는 공론장에서 정당하게 토의하고 논의해야 하는 문제인데, 한쪽 의견만을 강요하는 건 부당함니다.

심지어 메르켈의 난민수용 선언을 언제 국민투표에 붙인 적이 있냐고 말하면서, 수천 수만명의 독일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국민과 아무 논의도 없이 그냥 밀어붙였다고...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고 말합니다.

그도 유럽에서의 극우정당이 득세하는 걸 좋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이죠.

그런데 그가 말하길, 독일의 주류사회가 금기에만 매달리고, 정말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이를 배척하면 독일이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하네요.

이제는 독일 정치인들도 보다 용감해지고, PEGIDA가 주장하는 내용들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하네요. (그가 PEGIDA를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생각해볼만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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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schach
15/12/07 18:41
수정 아이콘
사실 이전에는 큰 관심 없다가 이번 난민사태부터 메르켈 총리의 선언, PEGIDA를 거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었는데
독일이 공론화는 못 시키고 내부에서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최악의 상황이 오는건 아닐까 싶기도 했었거든요.
그게 역시 쓸데없는 우려는 아니었던 것 같네요.
15/12/07 18:41
수정 아이콘
음..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신게 있는데.. 독일이 원래 전범 처리 잘하고 그러던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즉 세계 제2차대전 패전국이 되고 바로 전범처리하고 나치척결하고 이런 코스로 간게 아니라..
68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68운동의 장점만 뽑아먹었다고 할까요? 이걸 바탕으로 과거청산에 성공적인 나라가 된겁니다.
하긴했지만 적극적이지 않았죠. 우리 반민특위처럼요.
68운동 이후 70년대에 들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무릎꿇고 사죄하는 독일 총리의 참회가 나오는거죠.

거 어디더라.. 탄광으로 유명한데..(요즘엔 태양열발전 어쩌고 하던데) 거기처럼 꼴통 극우당 지지하는 주도 은근 많더군요.
그래봤자 사민당 지지율에 비교하면 뭐... 어딜가나 꼴통, 사회불만, 집시, 일베(?)는 있는 겁니다.
이번 기회에 또 꿈틀하나보죠 뭐.
쿤데라
15/12/07 18:57
수정 아이콘
프랑스 68혁명이 독일에도 영향을 미친거군요. 처음알았습니다. 정치학개론 시간에 일본에 영향을 미친부분은 들은 기억이 나네요.
크리넥스
15/12/07 21:10
수정 아이콘
68혁명은 서방세계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알려진 진보적인 유럽의 모습은 이때부터 자리잡은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합니다.
무식론자
15/12/07 18:47
수정 아이콘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뭐랄까...극우까지는 아니어도 '차가워지고' 있지요.
카시우스.
15/12/07 19:07
수정 아이콘
내 정책 반대는 빨갱이, 내 정책 반대는 나치...이런 색깔론은 어느 나라에나 있나보네요.. 이런 억압이 존재한다면 사안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당연히 반발이 일어나겠죠
품아키
15/12/07 19:16
수정 아이콘
옳음을 관철해나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죠..
Lightsaber
15/12/07 19:16
수정 아이콘
비슷한 이야기를 밀리터리 계에서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

2차대전 당시의 독일 국방군(Wehrmacht)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아지고, 롬멜이라든가 여러 2차 대전 당시 참전했던 독일 군인들의 사진이 군 부대 안 액자에서 떼내어 지는 등, (독일 국방군 역시 전쟁범죄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부상함과 더불어 이루어진) 어쨌건 정규군이었던 국방군 격하(?) 분위기가 너무 심해서 오히려 군인의 애국심을 떨어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어디선가 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반동으로 국방군 재평가 등의 바람이 불 수도 있다고요.
ohmylove
15/12/07 20:08
수정 아이콘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2차대전 당시 모든 독일군이 전쟁범죄에 동조한 게 아닌가요?
Lightsaber
15/12/07 20:18
수정 아이콘
이른바 "깨끗한 국방군"이라는 담론이 있었죠. 국방군은 (나치 당의 사조직이나 다름없었던) 무장친위대와는 달리 징병제로 이루어진 정규군이었고, 나치 집권 이전부터 직업군인이었던 사람들이 지휘하던 것이라 전범으로서의 이미지를 전후에 세탁할 수 있었습니다. 일례로 독일군 네임드 장군들이 쓴 회고록의 공통점은 "나는 잘 몰랐고, 이건 다 히틀러 탓이다." 같은 식의 자기변명이 들어가 있는데, 냉전 시기에 군을 재건하기 위해 구 국방군 장교단이 계속 활용되어야 했고, 누군가는 덤탱이를 써야 했는데 죽은 히틀러와 나치 당만큼 덤탱이쓰기 좋은 게 없었죠. 물론 냉전이 끝나고 90년대 이후에는 국방군 역시 전쟁범죄에 많이 연루되었다는 것이 드러나서 많이 비판을 받게 되었는데, 제가 첫 댓글에서 말한 바는 전범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들의 전공마저도 부인할 정도로 비판의 강도가 너무 강해서 반작용이 일어날 정도라는 것입니다.
ohmylove
15/12/07 20:24
수정 아이콘
독일군의 전쟁범죄라는 게.. 그냥 독일군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자체를 전쟁범죄라고 하는 게 아닌가보네요..? 전쟁 중에서도 특히 악질인 범죄가 있고 그걸 전쟁범죄라고 하는 건가요?
Lightsaber
15/12/07 20:34
수정 아이콘
합법적으로 국제법에 따라 교전권을 갖고 적군과 교전하는 것을 전쟁범죄라고 하지는 않죠. 히틀러 외 전쟁을 일으킨 정책결정권자들을 전범으로 말하는 것과, 단지 자기 나라 대통령이나 의회의 명령에 따라 작전을 수행한 군인들은 별개로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 군인들이 단지 적군과 교전하는 것을 넘어서서 민간인들을 학살하거나 약탈하게 되면 전쟁범죄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흔히 말하는 국방군의 전쟁범죄란 주로 독소전쟁에서 민간인에 대한 집단학살이 됩니다.
ohmylove
15/12/07 20:35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많이 배워갑니다!
花樣年華
15/12/07 20:05
수정 아이콘
남한에선 빨갱이 덧칠이면 독일에서는 파랭이 덧칠인가보네요...
15/12/07 20:28
수정 아이콘
같은 글을 다른 곳에서 보앗는데 여기서도 보네요.
복사는 금지
Lightsaber
15/12/07 20:35
수정 아이콘
같은 분이 여러 군데 올리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 분 글을 PGR뿐만 아니라 대학교 게시판, 모 다음 카페 등등 여러 곳에서 보고 있지요 크크
15/12/07 22:59
수정 아이콘
본인이쓴 같은글을 복사해서 올리지말라는 규정은 없는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크리넥스
15/12/07 21:12
수정 아이콘
독일이 저런것에 대한 컴플렉스가 너무 심하다는것도 사실이죠. 물론 그 당시 했던 일을 잊어선 안되겠지만 조금은 유연해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되네요.
minyuhee
15/12/07 21:19
수정 아이콘
미국에서 트럼프가 되고, 프랑스 르펜이 되고......
이렇게 한번 기세 타면 유럽 전체가 우익화되는거 10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15/12/07 21:34
수정 아이콘
"독일 사회에 동화되지 않는 무슬림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정당한 것"
저는 이게 전혀 정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문화에 대한 강요에서 나온 괴물이 나치즘이죠.
15/12/07 21:39
수정 아이콘
금기는 괜히 금기가 아닙니다.
인종에 대한, 종교에 대한 차별은 금기시되어야 하는게 마땅한겁니다. 차별이 용인된다면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지죠.
일제시대에 일본 지진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괴소문때문에 조선인 차별, 학살이 있었는데
요새 한국분위기를 보면 조선족이나 동남아 외국인노동자에게 더 큰 일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SuiteMan
15/12/08 09:22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인것 같아요.
15/12/07 21:41
수정 아이콘
독일은 매우 합리적이고, 철학의 나라라는 생각도 하지만,
독일이 2차대전에서 항복한 게 1945년이니, 국가전체주의, 파시즘, 나찌즘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나라이기도 해서,
한 지역에 사는 사람이 전세계 평균을 월등히 추월할 정도로 똑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Around30
15/12/07 22:24
수정 아이콘
인간 유전자가 금방 변하는건 아니겠죠.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보지만 다만 그 어쩔수 없는게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할 길이 아니란 건 압니다.
15/12/07 23:11
수정 아이콘
유전자요?? 이걸 유전자 거론하는건 어불성설 같은데요? 민족성이라고 해도 설득이 될까 말까 할텐데 유전자요?
Around30
15/12/08 08:42
수정 아이콘
무슨 말씀이신지. 설득이고 말고 있나요?
호모 사피엔스 전체가 갖고 있는 유전자 : 타 집단에 대해 배타적인 그 유전자를 말한 건데요.
결국 인간이 산업화와 2차 대전을 겪은 후 그러한 집단주의, 배타주의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왔지만 백년도 안되는 시간에 인간이 수만년 보유해온 유전자가 금방 변하는건 아니기에 인권이나 평등주의에있어 지구상에서 가장 선진적이라 할 수 있는 독일조차 어쩔수 없다는 말로 쓴 것입니다. 결국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죠.
이제 좀 이해가 되셨는지? 유전자라는 말에 왜 과민반응하신지가 오히려 궁금하네요.
15/12/08 09:26
수정 아이콘
(독일인의) 유전자 잘못 이해해서 오해를 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인간유전자 탓에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존중할 수 있는 의견입니다
칼라미티
15/12/08 08:43
수정 아이콘
독일인의 유전자가 아니고 인간이라는 생물의 유전자를 말씀하신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인간 본성의 의미로...

아 리플을 적고나니 위에 바로 댓글이 달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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