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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24 23:41:22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1차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 이야기 (3) 스코트인들의 망치
앞선 글에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스코틀랜드 인들은 국내의 문제를 잉글랜드의 에드워드가 해결해줄 것을 바라고 있었다. 



아마 우리 시대의 관점으로 보면, 이건 이해가 잘 안되는 일일 터이다. 한미 FTA로 여당과 야당이 싸우는게 결론이 안나니까 우리 북쪽의 김씨 형제들에게 쇼부를 쳐 달라는 식 아닌가?



다만, 앞서 말했듯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왕가가 이미 여러번 혼인 하여 맺어진 관계도 있었고, 무엇보다 당시는 민족주의라는 시각이 엶던 중세다. 자기 나라 백성들보다 이웃 나라 왕가가 더 믿음직하게 보일 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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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심판' 으로 초청 받아 링 위에 오른 에드워드는, 갑자기 심판 노릇을 그만두고 선수 노릇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게 무슨 말임?"


"그러니까, 문제는 해결해주겠는데. 아무 관련 없는데 지나가다가 '보소, 누구 말이 맞소?' 해서 끼어든 중재인이 아니라, 스코틀랜드 왕국의 봉건적 주군으로서 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 이 말이지."


"이건 또 뭔 소리야... 그러니까 집주인 노릇을 하시겠다는 거 아니여? 댁이 스코틀랜드 왕국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스코틀랜드에 대한 합법적인 상왕권을 내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냐?"


"뭐여?"


"증거 있냐고."




에드워드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내가 니들 왕초 아니라는 증거 있느냐' 며 따지고 들었다. 


물론, '에드워드는 이 동네 짱 아님' 이라는 증거가 있을리 없었다. '에드워드는 이 동네 짱이다' 라는 증거도 없으니까! 증거 있느냐고 따지고 들자 오히려 저쪽에서 '아니라는 증거가 있느냐' 고 따지고 드는 것이다. 요즘날 인터넷 키배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광경들이다.





에드워드의 이런 말도 안되는 어거지는, 그러나 통했다. 스코틀랜드의 국내 정치가 튼튼했다면 물론 그렇게 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 당시 스코틀랜드는 여러 왕위 후보자들이 난립하고 있던 처지였고, 그들은 최고의 아군이 될 수 있는 잉글랜드 군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안간힘들이었다.



대략 이런 모습이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헤헤, 에드워드 전하. 스코틀랜드의 차기 군주는 저희쪽인거... 전하도 다 아시죠?"


"글쎄다. 그런데 스코틀랜드 상왕이 누구였지?:"


"아, 그야 당연히 에드워드 전하시죠! 헤헤헤..."


"커험! 오냐. 내가 힘 좀 써주마." 등등...




File


스코틀랜드의 존 1세



에드워드의 영향력 아래에서, 소위 대소송(Great Cause)이라 불린 '왕위 계승 소송 절차' 에서 승리한 것은, 스코틀랜드의 양대 유력 세력 로버트 브루스와 존 벨리올 중 중 후자인 존 벨리올이었고, 스코틀랜드의 왕이 존 벨리올은 이후 '존 1세' 로 불리게 된다.


그렇게 되자, 왕으로 선택받지 못한 로버트 브루스는 크게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에드워드에게 이런 말은 남겼다고 전해진다.


"당신이 최후의 심판처럼 내린 오늘의 결정을 기억하라!" 


이 로버트 브루스는 새로운 왕 존 1세에게 충성 서약도 하지 않았고, 아들인 로버트 브루스 6세에게 모든 영지를 양도하였다. 그리고 그 로버트 6세의 아들이 훗날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는 로버트 브루스 7세다.



하지만, 왕이 되지 못해 토라져 은거하다시피 한 로버트 브루스와 별개로, 왕이 된 존 1세의 처지도 생각만큼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야, 에드워드는 존 1세를 스코틀랜드의 자유로운 왕 노릇이나 시키려고 왕으로 만들어준게 아니니까 말이다. 에드워드는 점차 스코틀랜드의 내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어이, 형씨. 왕 노릇 잘 하고 있지?"


"아, 헤헤... 도와주셔서 뭐, 그럭저럭 하고 있습니다요..."


"뭐, 잘하라고. 그보다, 스코틀랜드 법정에 사건이 터지면 말이야? 잉글랜드의 법정에서 판결을 내릴거야. 그렇게 알라고."


"네?"


"아, 그리고 말이다. 혹시 우리 잉글랜드 법정에 스코틀랜드 사건이 제소되면 말이야, 답변할 일이 있으면 너도 우리 법정에 출두해라."



그러니까, 한국에서 사건이 터져서 법정에 문제가 제소된다 치자. 그럼 그 사건의 판결을 일본 법정에서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개뼈다귀 같은 소리를 듣고도 에드워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모를 사람들은 없었을 것이다. 에드워드 1세의 요구는 일견 간략해 보이긴 했다. 존 1세는 잉글랜드 법정에 출두하여, 스코틀랜드 내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관련인으로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간단해보이는 요구에는 스코틀랜드 국왕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에 우위를 주장하는 뜻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



그들에게 남은 길은 이제 단 두가지였다. 



굴욕을 맛보고 권리를 빼앗기느냐. 아니면 결연히 일어서느냐. 존 1세는 후자를 택했다. 그는 에드워드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와 우리 왕국의 주민들이 폭력, 상해, 부당한 대우로 고통을 받고 있다. 사실 지나치게 우리들과 우리들 왕국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 에컨대 남이 시키는 대로 우리 왕국 밖에서 우리를 소환하고, 부당하게 우리를 괴롭히고, 우리의 성, 토지, 소유물을 점령하고, 우리 측의 과실이 없는 데도 부당하게 우리 왕국 내의 백성들을 체포하고, 육상이나 해상을 통하여 우리의 재물을 약탈하여 당신의 왕국으로 가져가고, 우리 와국의 상인들과 주민들을 살해하고, 우리 왕국의 신하들을 강제로 체포하여 당신 왕국의 감옥에 투옥하였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문제의 개선을 논하기 위해 우리의 사절을 당신에게 파견하였으나, 그러한 행위가 고쳐지기는 커녕 불법행위만 더해졌다. 당신은 우리 왕국의 국경지대에 군 부대를 배치하여 우리 왕국 주민들의 특권을 빼앗고, 육로와 해로를 통하여 국경을 넘어 살인과 방화를 자행하였다. 우리는 이런 행위에 대해서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 우리는 당신에게 바친 충성과 신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충성과 신서를 철회함을 이 편지로 알린다. 그리고 우리들의 충성스런 신하들, 우리 왕국의 주민들 가운데 당신의 왕국 내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당신 가문의 일원이고 시종이라는 이유로 당신에게 충성과 신서를 행한 자들도 모두 그것을 철회하는 바이다."





에드워드는 이 편지를 살펴보고 나서는, 편지를 전달한 시종에게 프랑스어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바보같은 짓을 하는구만."


"어째서요?"


"너를 보낸 그 왕이 여기로 오길 원하지 않는다면, 그럼 우리가 가야하니까 말이다."


 

존 1세는 잉글랜드로 오는것을 거부하자, 잉글랜드의 군주는 자신이 직접 스코틀랜드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물론, 왕의 옆에는 스코틀랜드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숫자의 대군이 함께 진군하고 있을 것이었다. 






일단 에드워드는 형식적으로 몇 번 "존말로 할떄 얼른 와라"라고 경고하고는, 존 1세가 이런 말들을 모조리 씹자 존 1세를 왕국에서 추방하고 가지고 있는 재산을 모두 몰수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리고, 최후엔 군사적 움직임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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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존 1세라고, 에드워드를 자극하면 잉글랜드 군대에 공격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일단 스코틀랜드는 1295년 10월 23일, 프랑스의 필리프 4세(Philippe IV)와 상호 방위동맹 조약인 코르베이(Corbeil) 조약을 체결하였다. 군사적으로 이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였지만, 적어도 손을 놓고 있는 상황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이 스코틀랜드 - 프랑스의 협조 관계는 이후로도 계속 이어져, 훗날 '백년전쟁' 을 일으킨 영국의 에드워드 3세가 내세운 명분이 "저 스코틀랜도 놈들 도와주는 프랑스 놈들을 떄려잡자" 는 것이였을 정도다.



더 믿을만한 부분은, 스코틀랜드보다도 적국인 잉글랜드의 상황이었다. 이 무렵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정치 외교적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키텐의 백작인 에드워드 1세에는 프랑스의 필립 4세에게 충성의 맹세를 할 의무가 있었다. 마침 잉글랜드 선원들이 프랑스 선박을 공격한 사건이 일어나자, 프랑스 왕은 에드워드가 스코틀랜드에 한 것과 완전히 똑같이 "야, 너 존말할때 파리로 와서, 내 법원에서 너님의 상왕이신 이 몸의 판결을 받아라" 라고 요구했고, 에드워드는 "엿드셈." 이라고 대응했다. 




그러니까, 스코틀랜드 쪽에서는 이런 마인드로 개기고 나섰던 것이다.



"에드워드 저 놈이 허세 좀 부려도, 당장 프랑스랑 긴장관계에다, 웨일즈에서도 심심하면 반란 터지는데 우리로 쳐들어오면 얼마나 쳐들어오겠냐. 걱정 할거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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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 스코틀랜드 인들이 잘못 생각한것이 두가지 있었다. 첫번째는, 에드워드가 그들의 상상 이상으로 독한 사람이었다는 것. 두번쨰는, 잉글랜드의 국력이 그들이 상상한 이상으로 막강했다는 점이다.



잉글랜드 군대는 스코틀랜드보다 5배나 더 많은 인구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선발된 봉건적 군대였으며, 특히 잘 무장된 기사들의 비율이 스코틀랜드 군에 비하여 훨씬 높았다. 양측 모두 봉건적 군역 납부 의무는 일 년에 40일이 기본이었지만, 잉글랜드 왕은 봉건적 군역 납부 기간이 40일을 초과하였을때, 추가 군역 납부자들에게 일당을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였다. 




1296년 1월 23일 에드워드는 무려 천여명의 중기병과 6만 명(!)의 보병을 뉴캐슬(Newcastle)에 집결시키도록 명령했다. 아마도 이는 과장일 것이다. 그러나 과장을 고려해도, 에드워드가 당시에 최소 3만 여명은 동원했으리라 여겨진다. 



여기에 전투경험도 넘사벽이었다. 잉글랜드 군사들은 최근까지 웨일즈의 거친 저항을 분쇄하고 다녔으나, 스코틀랜드 군은 근래에 큰 전쟁을 치룬 경험이 없었다. 여기에 잉글랜드 군의 지휘관인 에드워드 1세는 십자군 원정을 다녀오고 시몽 등의 적대자를 격파한 바 있는 굉장히 유능한 사령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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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웍


이렇게 소집된 수만명의 잉글랜드 대군은 북상을 감행, 당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부유한 상업지역이던 버웍(Berwick)을 공격했다. 



"잉글랜드의 군주가 직접 오셨다! 항복 해, 촌닭들아!"


"싫거든?"


"그래? 싫음 말고. 돌아갈련다."


"진짜임?"



여기서 에드워드는 특유의 군사적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는 무리하게 무력을 앞세워 공격하기보다는 교묘한 계략을 꾸몄는데, 군대가 마치 철수하는 것처럼 텐트를 철거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며 적을 방심시키고는, 3월 29일 동이 튼 즉시 버윅 성의 성문에 접근하여 여러 방면에서 지속적인 공세를 가해 마침내 도시를 함락시킨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는데...



"이 건방진 놈들이 존말할떄 항복했어야지 감히 항복을 안해? 거기다 이 전투에서 내 사촌까지 석궁 맞고 죽었으니..."


"싸, 싸우다가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여봐라, 전투하러 온다고 하면 다들 한몫 챙길 생각하고 있는거 맞지? 여기서 거하게 한번 털어보자."


"헉! 약탈은 제발..."


"그리고, 걔기는 놈들은 싹 다 죽여라!"


"사, 사람 살려! 으아악!"



에드워드 1세의 명령으로, 부유했던 버웍 성은 철저하게 약탈 당했고, 버웍 시민들은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학살 당했다. 





Dunbar Harbour and Castle, 1987.jpg

던바 성



한편, 잉글랜드 군이 이렇게 북상하고 있을때 스코틀랜드 군은 1296년 3월 11일 셸커크(Selkirk)에 소집되었다. 단, 역시 회전으로 잉글랜드 군사와 맞짱 뜨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한 숫자였기에, 대신 습격 부대 위주로 부대를 꾸리고 있었다.


이런 습격부대들은, 던바 성이라는 곳을 장악하게 된다. 던바 백작은 스코틀랜드 귀족이었지만 에드워드 1세의 지지자였다. 그런데 이 던바백작이 버웍에 있는 잉글랜드 군에 합류한 사이, 남편과는 생각이 다르던 백작의 마누라가 성문을 열고 스코틀랜드 병사들을 맞이한 것이다.


"아니, 이 마누라가 미쳤나? 왜 이상한 짓을 해?"


"어쨌든, 던바 성은 다시 손에 넣긴 해야겠구만. 서리 백작을 보내도록 하지."





File



에드워드는 스코틀랜드의 수중에 들어간 던바 성을 탈환하기 위해 서리 백작 존 드 웨렌(John de Warenne, 6th Earl of Surrey)을 파견했다. 서리 백작은 웨일즈 등에서 전투 경험이 풍부한 유능한 지휘관이었다.



그리고, 그 서리 백작의 뒤로 이번엔 존 1세가 이끌고 있는 스코틀랜드 군 본대가 도착했다. 즉,



『던바 요새의 스코틀랜드 군』 ↔ 『서리 백작의 잉글랜드 군』 ↔ 『존 1세의 스코틀랜드 군』 



이런 구도로, 계획대로라면 스코틀랜드군은 요새와 후방 양쪽에서 잉글랜드 군을 포위해서 협격, 섬멸 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좀 불리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관은 여기서 요새 쪽을 맡고 있게. 요새의 수비병들이 몰려나오지 못하게 하게나. 잠깐이면 되네."


"백작님은요?"


"내 술이 식기 전에 놈들을 물리치고 올 테다!"



서리 백작은 일단의 병력만 남겨 요새 쪽 병사들을 저지하게 한 다음, 본인은 군사들을 이끌고 후방의 스코틀랜드 군 본대를 향해 돌격했다. 


그런데, 여기서 전투 경험이 적은 스코틀랜드 병사들은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데,



"어라? 놈들이 갑자기 뒤로 돌아 달려나갑니다요?"


"뭐라고? 아하, 알겠다. 그 놈들이 상황이 불리하니 도망치려는 모양이구나! 모두 쫓아라! 한놈도 도망치게 두지 말아라!"



.... 라는 것으로, 자신들을 향해 돌격하러 오는 적군을 도망치러 가는 적군으로 착각 한 스코틀랜드 병사들은 도망치는 적을 쫓을 생각에 대열이고 뭐고 무너진 채로 마구 달려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눈 앞에 있는 있었던 것은,



"전부 대열 정비 되었나? 그럼 이제 제대로 돌격!"


도망치는 적군은 커녕, 오히려 이쪽으로 우랴 돌격을 감행하는 잘 정비된 잉글랜드군이었던 것이다! 결국 이 한번의 돌격으로 스코틀랜드 군은 개박살이 났으며, 전투의 승패도 결정되었다. 



이 던바 전투의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그 파급력은 막강해, 스코틀랜드는 던바 요새가 함락되고 100여명에 가까운 주요 귀족들과 기사들이 모조리 잉글랜드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지휘부가 사실상 괴멸된 셈이니, 스코틀랜드는 이 한번의 패배로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모든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던바 성이 함락된 후 뒤이어 에딘버러 성도 포위되어 5일만에 함락되었다. 


전략적 요충지 스털링 성(Stirling Castle)에도 잉글랜드의 깃발이 올라갔으며, 에드워드 1세는 스코틀랜드 북단에 있는 엘긴(Elgin)까지 행군하였다.  


존 1세는 부하들과 함께 더 멀리 떨어진 포파(Forfar) 요새로 도망쳤으나 추격이 여기까지 이르자 결국 추종자들과 함께 1296년 7월 2일 항복하였고, 스트라카스로(Stracathro) 교회 마당으로 끌려와 에드워드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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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님... 그게..."


"퇴위해라."


"아, 저, 그, 그것이."


"존말할때 퇴위해라. 뒤지고 싶으면 알아서 하고."


"....네."


결국 존 1세는 굴욕적인 퇴위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이 굴욕의 끝이 아니었다.


"아참, 너 일루 와바."


"무슨 일이신지?"


에드워드는, 존 1세의 겉옷에 붙어 있던 국왕의 표지를 툭 하고 떼어내었다.


"너 이제 왕도 아니잖아? 이딴거 달아서 뭐하게?"


"....."



이후 존 1세는, 톰 타바드(Toom Tabard), '왕의 상징이 떨어져나간 빈 코트' 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이후 잉글랜드로 압송당했다.



스코틀랜드 군이 패배한 이유는 잉글랜드 군에 비해 스코틀랜드 군이 상대적으로 병사들의 수가 적고, 무기의 성능이 떨어졌던 탓이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인 요소였다. 존 1세의 반대편에 섰던 스코틀랜드 귀족들이 에드워드 1세의 편에 가담하여 스코틀랜드 왕국의 지도력은 분열되었으며, 이를 수습해야할 존 1세는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인해 지도력을 결핍했다. 




한편, 과거 경쟁자였던 존 1세가 사라지고 나자, 남아있는 또다른 유력 세력, 로버트 브루스는 에드워드를 찾아가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이를 거절했다.



"내가 왜? 죽써서 개주냐? 이제 이것들 다 내꺼다!"



스코틀랜드 전체를 무너뜨린 에드워드는 이제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즉, 잉글랜드의 군주인 자신이 직접 통치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든 것이다. 체포된 귀족들은 에드워드 1세를 상왕으로 수용하던지, 아니면 투옥되는지를 선택해야 했다. 



"저, 만약 에드워드 전하를 상왕으로 인정하면 어떻게 되나요?"



만일 투옥된 인물이 자신의 입장을 '변절' 하면 그 사람은 즉시 석방 될 수 있었다. 



"에드워드 전하 만세! 잉글랜드의 군주이시자 스코틀랜드의 상왕이신 에드워드 전하 만세!" 


"만만세!"



당연하게도 수많은 귀족들이 에드워드를 상왕으로 수용했고, 에드워드는 이를 바탕으로 행정적인 조취까지 취하게 된다. 지방 관리들은 스코틀랜드인으로 보임되었으나, 중앙의 주요한 관리들은 잉글랜드인들로 구성되었다. 



"어이, 서리백작! 지난번엔 잘 했어. 이제부터는 스코틀랜드의 치안관(Keeper)으로 일하라고."


"휴 크레싱햄(hugh de cressingham)! 그대는 재무관에 임명한다."


"앞으로 스코틀랜드인 사이에서 분쟁이 생기면, 이는 전부 다 잉글랜드의 재판관이 심리하도록 한다."





이제 스코틀랜드는 실질적인 잉글랜드의 속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명목상으로 에드워드는 스코틀랜드의 상왕이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국왕은 존재하지 않고, 스코틀랜드 왕국 역시 존재하지 않기에, 에드워드 1세는 스코틀랜드의 상왕이 아닌 진정한 스코틀랜드의 국왕이 되었으며, 이는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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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는 졸지에 아라고른이 안 돌아온 곤도르와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스코틀랜드 왕국' 이라는 개념은 분명히 그때도 남아 있었다. '왕권' 이라는 개념도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 왕이 없는 걸



왕이 없다. 그런데 새로운 왕을 세우려면 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왕이 없다. 그런데 새로운 왕을 세우려면 왕이 있어야 한다... 이런 모호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일부러 그런 상태로 스코틀랜드를 방치한 에드워드는, 당연하게도 새로운 왕을 세울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스코틀랜드가 왕을 세우기 위해선, 에드워드와 잉글랜드 군사들을 몰아내는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이러한 점때문에, 새로운 왕을 세우기 위한 스코틀랜드의 투쟁은 흡사 독립 투쟁과 같은 성격이 된다.




그런데 누가 이 투쟁을 이끌 수 있을까? 스코트 인들, 그들의 왕은 런던탑에 유폐되었다. 그들의 귀족들은 포로로 잡혀 잉글랜드로 압송 되었다. 



그러나 국가의 위기가 있을 때마다 공식처럼 영웅이 나타나는 것은, 영웅을 원하는 시대가 만드는 보편적 흐름이다. 스코틀랜드 내에서도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이 있었다.





스코트인들이 찾아낸 그들의 영웅은, 에어주(Ayrshire) 지주의 아들, 윌리엄 월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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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24 23:49
수정 아이콘
우와아아앙 미칠 듯이 재미있습니다!!!
최종병기캐리어
15/08/25 00:07
수정 아이콘
잉글랜드군이 스코틀랜드군을 박살내고 존 왕을 유폐시키고 스코틀랜드 왕에 '데 쥬레'가 없이 '디 팩토'만 있는 에드워드 1세는 스코틀랜드를 잉글랜드에 동화시키려 하는거군요...

당연히 이러면 스코틀랜드 반란군이 뻥뻥 터져나가겠죠.

차라리 존 왕의 딸내미만 남겨놓고 다 죽이고, 아들과 결혼시켜서 손자를 '적법한 후계자'로 만드는게 더 편할텐데...크크.
Love&Hate
15/08/25 01:13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보고있습니다.
Freedom~~~~
15/08/25 01:14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이제 초야권이 나올 차례겠네요!?
그러지말자
15/08/25 05:10
수정 아이콘
심야 음주운전 한번의 여파가 밑도 끝도 없이 커지고 있다..;;
Cazorla Who?
15/08/25 11:29
수정 아이콘
크크 진짜 음주운전의 스노우볼이!
스푼 카스텔
15/08/25 13:03
수정 아이콘
이제 여기서부터 브레이브하트이 시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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