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8/16 13:00:38
Name 王天君
Subject [일반] (노스포) 이 영화를 보려면 보십시오

저는 지금 이 글을 쓰기에 최적의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조금 안도한 상태에요.
왜냐하면 피지알 자유게시판에 이 영화 이야기가 없다는 데 마음을 놓아서 입니다.
저는 이 영화에 관한 글을 보고 다른 분들과 감상을 나누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기쁘고 편안하네요.

동시에 죄송하기도 한데요.
왜냐하면 전 이 영화의 내용에 관해서는 한 줄도 쓰지 않을 거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지금 이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태로 글을 쓴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저도 압니다. 이 상태라면 누구든지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영화 리뷰 글을 쓰려고 영화를 보고나서 음미하고 정리하는 시간도 이미 가졌는데
저는 지금 그럴 수가 없습니다.

많은 폭탄 영화들이 저에게 쓰라림을 주었죠.
나이 먹을 만큼 먹고서 조폭 마누라2를 봤을 땐 그 영화가 무슨 내용이었는지 이해하기도 싫어서 한동안 땅바닥만 바라봤어요.
'가문의 영광'을 봤을 땐 저는 처음으로 삶에 대해서 무겁게 생각했지요.
'배틀쉽'은 졸지도 자지도 못한 상태로 자리에서 간신히 일어났고 '트와일라잇'은 정신을 붙잡고 있는데도 침을 질질 흘렸습니다.

어제 이 영화가 끝났을 때, 전 사실 잘 기억하지 못하겠어요.
분명한 건, 전 비몽사몽인 상태로 에어컨 바람을 피해 몸을 파묻고 있었고, 바로 앞열에서는 큰 박수소리가 들렸습니다.(진짜로!!)
비틀비틀 혼자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밖으로 나왔고 택시기사는 어디로 갈거냐는 말을 묻기도 전에 빨리...빨리 가요 라고 말했습니다.

집 앞 편의점에서 내려서 초코우유 2리터를 비웠지만 피로와 갈증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힘빠진 손으로 연락처에서 보이는대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내일 이 영화의 GV가 있으니 빨리 가서 보라고 독촉하고 싶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안봐 이 미친놈아', '이 똘아이 색히 보게?' 였겠죠.

제가 미친 게 맞습니다. 이 영화를 안 볼 제 친구들은 안 미쳤어요.
내일이고 나발이고, 당연히 안보겠죠. 혹시 먼 훗날에라도 볼건가?? 평생 보지 말아야 합니다. 이 영화는 영원히 "묻어"놔야 할 영화에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시겠죠?
'미쳤다 미쳤다 말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은...'하고 생각하시겠죠.
피지알에 영화 리뷰 잘 써주시는 분들 많지만. 전 항상 넘기고 있습니다.
섬세하고 상냥하게 많은 항목들에 대해서 영화를 분석/비평해주시고 있겠....죠?? 그럴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보다
영화를 보고 나온 한참 후, 저처럼 손이 축 쳐져 있는 상태에서 말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할 거....라고도 못하겠습니다.

여러분 이 영화를 보시려면 보십시오.
'미미추'같은 별점 네개 느낌표 달린 이동진의 말로 등떠밀지 않겠습니다.
영화란 건 기호 취향과 상관없이 재미있을 때도 있습니다. 당연하죠. 아닌 게 어디있겠어요.
어디 이 영화도 한번 볼 테면 봐보십시요.
아 저도 알아요. 영화보는 거 비싸지 않습니다. 햄버거 세트 하나 값이죠.
그냥 인터넷에서 한 미친 인간이 키들키들거리면서 절대 보지 말라고 경고 무시하고 봤다가 피보는 경우도 있었을 겁니다. 지금이 딱 그 상황이긴 합니다.
토렌트? 웹하드?? 안됩니다. 이 영화는 풀리지도 않을 겁니다.
가장 비싸고 좋은 극장으로 갈 필요도 없습니다. 딱 한군데서밖에 안하니까.

이 영화가 안좋았다고 해도 저에게 욕은 하시면 안됩니다. 댓글로 쌍욕하면 벌점받을까봐 두렵다고 쪽지로 보내지도 마십시오.
저는 비난이 두렵네요.
벌써부터 물러서고 싶습니다. 이 영화로 호기심 돋게한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10가닥씩 뽑으면서 반성시키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무관심하게 지나칠 분들 중에
단 한명이라도 우연히 이 글을 읽고 이 영화를 보신 뒤 마음에 드셨다면
2015년 8월에 저에게 그거보다 이상한 일은 없을 겁니다.
...............뭐여?

이런 낮은 퀄리티의 글로 자유게시판을 더럽혀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 대한 리뷰는 어떻게 적어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는 내일 아침이 되면 이런 글을 썼다는 게 죄책감이 느껴져 혼자 알아서 까먹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보십시요.

이 영화는 그러니까 뭐랄까... 영화에 나오는 '미친 것'이 제 머리를 끄들고 1시간 40동안 흔들면서 횡경막을 난타하는 영화에요.

아, 제목이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스트로
15/08/16 13:02
수정 아이콘
이미 피지알을 한 번 쓸고 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계단...
lupin188
15/08/16 13:02
수정 아이콘
무서운집이군요.크크크
王天君
15/08/16 15:43
수정 아이콘
아 감사합니다 짤로 보니까 웃기네요
정지연
15/08/16 16:09
수정 아이콘
이게 영환가요 삼시세끼인가요 크크크
15/08/16 20:41
수정 아이콘
어디서 많이 보던 블로그였다하니..
개판작가님 블로그군요!?
tannenbaum
15/08/16 13:07
수정 아이콘
계단씬에서 관객들 난리 났다던데요
리듬파워근성
15/08/16 13:10
수정 아이콘
웁 웁웁 .. 웁웁!
15/08/16 14:31
수정 아이콘
먼저 올린 사람이 어쩐다?
아칼리
15/08/16 14:41
수정 아이콘
15/08/16 13:11
수정 아이콘
저도 지난주에 극장에서 GV 하던날 봤는데, 저는 정말 즐겁게 봤습니다. 여러명이서 찾아내는 웃음의 포인트가 조금씩 달라서 그게 더 재미있었습니다. 취향 맞는 사람들 여러명이 웃으면서 봐야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birkenau
15/08/16 13:14
수정 아이콘
무서운 집이였군요. 이미 풀렸답니다.
써니는순규순규해
15/08/16 13:16
수정 아이콘
계단이 무서운 집이죠
영원한초보
15/08/16 13:23
수정 아이콘
이영화 인터넷 방송으로 컨셉 잡고 해봤으면
너클볼
15/08/16 15:18
수정 아이콘
(네이버에서 4천원에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15/08/16 16:06
수정 아이콘
이상하다... 왜 난 비슷한 글을 이전에도 봤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까? 그냥 데자뷰인가...?
...라고 하려는 참에 발견한 위의 링크.. 크크크...
로랑보두앵
15/08/16 16:27
수정 아이콘
아.. 방금집에왔는데 현관문 반쯤열려있고 거실불이켜져있어서 식겁했는데.. 이걸보니 잠은다잤다싶네요
15/08/16 18:08
수정 아이콘
좀 까칠한 리플일수도 있지만 리듬파워근성님의 글을 오마쥬한거라면 출처를 밝혀야 하지 않나요? 일반적으로 오마쥬에 출처를 표시하진 않지만 이 경우에는 오해하는 분들도 생길것 같아서요
세상의빛
15/08/16 21:28
수정 아이콘
이전 리듬파워근성님 글이 생각나서 웃으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영화는 한번 봐야겠네요 강의 준비 빨리 끝내야겠다 ㅠㅠ
보로미어
15/08/17 01:19
수정 아이콘
이 글 보고 영화에 흥미가 생겨서 네이버 영화에 들어가봤는데 평점이 9점을 넘네요.

추천이 가장 많은 리뷰 읽어보니까 클레멘타인 류 평점같기도 하고

어렵네요. 돈 내고 볼만한 영화 맞나요? 크크
王天君
15/08/17 05:06
수정 아이콘
좀 진지하게 답변하자면, 이 영화를 "망작"으로 구분해서는 안 될 겁니다. 클레멘타인 류의 영화들은 조악하죠.그러나 이건 뭔가 그럴 싸 한걸 만들려고 했지만 만들어내지 못한 "실패"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무서운집의 조악함은 감독의 의도 하에 만들어진 겁니다. 이렇게 하면 말도 안되겠구나, 하고 좋은 영화의 규칙을 일부러 파괴한 결과물이죠. 이 영화는 "괴작"으로 부르는 게 더 맞을 겁니다. 실험적이고 순수한 작품이에요. 코메디 용으로 보면 딱 좋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지루합니다. 물론 그것조차도 이 영화의 의도이고, 그 지루함이 재미이긴합니다만 저는 크게 즐기지는 못했네요. 즐거움보다는 의의를 더 크게 쳐주고 싶습니다.
보로미어
15/08/17 23:41
수정 아이콘
한번 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HeavenlySeal
15/08/17 22:55
수정 아이콘
진격의 거인과 함께 시대를 거슬러올라가는 영화가 되었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3634 [일반] [노스포] 스포트라이트 보고 왔습니다. [4] 王天君3282 16/02/20 3282 5
63466 [일반] [데이터 주의] 잘 생긴 남자들 (간지나는 남자들) [31] 王天君29324 16/02/09 29324 8
63408 [일반] [스포] 울보 보고 왔습니다. [1] 王天君5183 16/02/04 5183 0
63394 [일반] [브금] 강원랜드 다녀왔습니다. [42] 王天君14016 16/02/02 14016 10
63317 [일반] 이동진 보러 영화본다 - 영화만큼 재미나는 GV [36] 王天君10488 16/01/28 10488 4
63212 [일반] 시계태엽 오렌지 - 2 [9] 王天君4033 16/01/21 4033 0
63210 [일반] 시계태엽 오렌지 - 1 [4] 王天君4866 16/01/21 4866 1
63141 [일반] (업혀가는 글) 똑똑한 사람은 돈을 어떻게 쓰는가 [15] 王天君7785 16/01/16 7785 6
63130 [일반] 무한도전 <예능총회> - 이경규, 김영철 [122] 王天君16487 16/01/16 16487 1
63095 [일반] 무한도전 <예능총회> - 하 [28] 王天君8559 16/01/14 8559 2
63094 [일반] 무한도전 <예능총회> - 상 [24] 王天君9389 16/01/14 9389 0
62555 [일반] 쪼다(Asshole)론 [30] 王天君7809 15/12/15 7809 15
62011 [일반] 서성이는 회색분자 [14] 王天君6651 15/11/14 6651 12
60390 [일반] (노스포) 이 영화를 보려면 보십시오 [23] 王天君9939 15/08/16 9939 2
60090 [일반] 甲甲하는 무한도전 가요제 AS 글 [250] 王天君20102 15/07/30 20102 16
60056 [일반] 甲甲하는 무한도전 가요제 [303] 王天君24652 15/07/28 24652 21
59893 [일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 스킨쉽 심한 아버지 편 [137] 王天君18035 15/07/19 18035 4
59565 [일반] 퀴어 퍼레이드가 불편한 분들께 고함 [397] 王天君25081 15/07/04 25081 23
57520 댓글잠금 [일반] 장동민 논란을 통해 돌아본 나의 하찮은 페미니즘 [216] 王天君16903 15/04/13 16903 7
57415 [일반]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을 보고 [79] 王天君12959 15/04/07 12959 44
57384 [일반] 무한도전 식스맨 감상 [112] 王天君14848 15/04/05 14848 6
57305 [일반] 꽈자 추천 - 말랑카우 [32] 王天君8558 15/04/01 8558 3
57204 [일반] 스티브 잡스 전기(by 월터 아이작슨)를 읽고 [18] 王天君3514 15/03/27 3514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