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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10 20:00:22
Name The Seeker
Subject [일반] 영맨(young man)을 보고 눈물을 흘린 이유
종이접기 아저씨가 오랜만에 TV에 나오셨다. 그 주름진 얼굴을 보고 추억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린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지금도 얼굴만 떠올려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영맨은 그 이름처럼 한국의 20, 30대의 어린 시절을 대변하는 아이콘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그와 함께 아침을 시작했다. 미리 만들어온 그의 종이접기에 절망하기도 했으며, 결국 그와 함께 종이접기를 완성하고 기뻐하기도 했다. 우리가 흘린 눈물은 올드맨이 되어버린 그의 주름진 얼굴을 보면서, 그의 많아진 주름만큼이나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나도 이제 올드맨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영맨은 우리에게 “괜찮아, 그럴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현재 20, 30대는 완벽할 것을 요구 받는다. 일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다. 우리는 잘 시간에 자기 개발을 위해서 항상 힘써야 한다. 술도 잘 마셔야 하며, 아무리 많이 마셔도 다음 날에 멀쩡한 상태로 나와야 한다. 심각한 취업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달려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놀기도 잘 해야 한다. 그렇다. 우리는 다 잘해야 한다. 못하면 뒤쳐진다고 세상은 이야기한다.

이런 우리에게 영맨은 우리가 어렸을 때랑 똑같이 대해준다. 우리가 못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 모든 것이 서툴렀던 시절. 엄마한테 숙제를 해달라고 했던 시절. 졸린 눈을 비비며 오늘은 무엇을 하면서 놀까 하고 고민했던 시절.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던 그 시절과 똑같이.

영맨은 우리에게 못해도 괜찮다고 이야기 해준다. 우리 탓이 아니라고 해준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해준다. 심지어 어른이라는 이유로 잘 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완벽한 삶을 추구해오던 우리에게 그것을 잘못된 방식(악플 등등의)으로 표출하기도 하는 우리에게 고맙다고 해준다.

영맨은 어른이 되고 싶었던 우리에게, 어른이 된 우리에게, 아니 아직 되지 못한 우리에게 그럴 수 있다고 이야기 해준다. 너희 탓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준다.

영맨은 어린 시절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싶었지만, 그것을 감추면서 살아왔던 우리를 눈물흘리게 만들어주고, 같이 울었다.

영맨이 방송을 하면서 흘린 눈물은 자신을 다시 찾아주고 응원한 코딱지들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도 있지만, 너희들이 나를 찾을 정도로 정말 힘들게 살고 있구나라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의 눈물도 들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맨은 언제나 우리에게 ‘괜찮아, 그럴 수 있어요.’라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른이 된, 그리고 아직 되지 못한 20, 30대의 진정한 어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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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5/08/10 20:35
수정 아이콘
고마워서 한 번 울고, 팟수들을 보니 또 한 번 울컥해서 울고 ㅠ,ㅠ
근성러너
15/08/10 20:50
수정 아이콘
90년생인데 영맨아재 잘기억이안나네요,, 다른비슷한나이분들은 기억나시나요??

기억이안나도 좋은건좋습니다!
서태지와 아이유
15/08/10 20:54
수정 아이콘
저도 90인데 몰랐습니다. 신세경이 거기 나왔다는 걸 알고 내가 저 세대구나! 깨달았죠.
하지만 불어펜 광고에 나왔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아트스
15/08/10 22:49
수정 아이콘
저는 90년생인데 유치원에 영만아재가 종이접기 가르쳐주러 오신적이있어서 알고있습니다.
*alchemist*
15/08/10 20:59
수정 아이콘
84년 생인데 사실 영맨의 종이접기 프로 자체는 거의 기억 안납니다..
저런 분이 계셨고 예전에 한참 했어.. 정도로만 남아 있는 희미한 기억인데요
(물론 얼굴은 알고 있었고, 이건 제가 종이접기를 안한 탓이 큽니다)

저도 마리텔 보면서 그런 멘트 하나하나 해주시는게
어찌나 눈물이 왈칵 나던지...
글쓴분 맘과 똑같았습니다... 에고...

그만큼 우리 세대가 지치고 위로가 필요한 세대라는 반증이 아닐런지...
스타나라
15/08/10 21:04
수정 아이콘
85년생입니다. TV유치원 하나 둘 셋 에서 종이접기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마리텔에서 가장 공감됐던 멘트 중 하나가 "선생님은 시간이 걸려서 미리 만들어놨어요" 하던 부분입니다.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 종이접는걸 보다가 어찌나 화가나던지...

그런데 20여년이 지나고 30대가 되어 김영만 아저씨를 보니 왜이렇게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정말 위로를 받아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라노
15/08/10 21:15
수정 아이콘
심심한날~ 친구가 필요한날~
여성가족부
15/08/10 21:26
수정 아이콘
나는 나는 친구를 만들죠~
프로페서
15/08/10 23:02
수정 아이콘
멋있는 친구 귀여운 친구~
풀뚜껑
15/08/10 23:12
수정 아이콘
내가 만든 친구, 그 친구는~
수면왕 김수면
15/08/12 08:07
수정 아이콘
요!술! 쟁! 이! 어, 이건 만들어 볼까요 인데;;;
달콤한 소금
15/08/10 22:05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ㅠ 저도 보면서 울컥하더라고요..
Chasingthegoals
15/08/10 22:09
수정 아이콘
한때 새벽에 마왕한테 위안이 많이 됐었는데, 그때 생각나는거 보면 마왕과 영만옹 사이에 그 누구도 방송으로 위로를 해줬던 분들이 없었다는걸 뜻하니 참 씁쓸하네요. 그나마 고릴라디오 남궁연씨 정도?
arq.Gstar
15/08/10 22:12
수정 아이콘
84년생입니다.
종이를 반으로 접으실때 한번에 칼같이 접는거 보고 저도 똑같이 따라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항상 아쉬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15/08/10 23:10
수정 아이콘
전 동그라미 오리실 때요!!
#include
15/08/11 10:04
수정 아이콘
저는 유독 풀이랑 가위질을 싫어해서 순수 종이만 가지고 접기 하는걸 좋아했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거의 풀, 가위가 없으면 안되더라고요.
그러다가 미리 만들어왔어요 부분에서 세상을 깨우치게 되었네요. '세상에 믿을 놈 없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엄마 손에 이끌려 '시간 없어 얘' 라는 대사를 들으며 유치원, 초등학교 (국민?학교) 등교를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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