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자체를 이용할 일이 없어서, 다음 웹툰은 거의 안보는데, 오늘 따라 심야에 일도 하기 싫어서 인터넷창을 이것저것 클릭하다 제목에 끌려서 보게된 만화인데, 참 이거 간만에 볼만한 물건이더군요~ 제목은 백수는 아니고 백조 만화방입니다. 그래도 꽤 연재분량이 쌓였더라고요
내용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요, 취준생이라 불리는 한 백조느님이 어떤 사연 많은 만화방에서 일하게 되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의 피어남을 볼 수 있습니다. 사회의 뒷면, 불황과 실업의 그늘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의 고민을 직설적으로 묘사하고 있지요~
한 마디로 하면 "만화책 솔루션", 회가 거듭해 갈 수록 뿌듯하고 재미집니다.
["어쩌면 우리는 단순한 해답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기억도 안나는 역사속 어떤 선배가 오늘에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그렇다면 과정은 어디서부터 꼬여 왔을까요? 지난 글에서도 짤막하게 '경쟁' 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는데, Me가 좀 배부른 소리가 될 수도 있으나, 실전? 아니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여진 뒤로는 취업을 위한 경쟁이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그 때부턴 생존을 위한 경쟁이지요~
운전을 하십니까? 요즘 서울 안에서 운전을 좀 해 보셨나요? 작년만 해도 휴가철엔 차가 좀 덜해서 서울시내 교통이 어렵지 않았는데, 올핸 그렇게 명절보다 더 고속도로를 달달 볶아댔는데도 서울시내 교통은 되려 더 밀리는 느낌입니다. 강변북로는 오후부터 밤까지 내내 장트러블 볼타요, 성북 월계 구간은 아주 그냥 하루치 모든 스트레스를 길바닥에 토해내는 기분입니다. 간선도로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리 줄을 선 보람도 없이 계속해서 버스에 승합차에 경차에 중형차까지 모조리 틈만 나면 끼어듭니다. 오늘은 너무 짜증나서 '야이 XX들아 빠져 나가자 좀!!' 이라고 창문까지 열어 소리치게 되더라고요
막무가내로 차를 양보해주는 느긋한 사람들이 야속할만큼, 끼어든 사람들이 승자가 되는거죠, 그것도 경쟁이라면 경쟁이고요, 서울에서 운전하는 것 자체도 경쟁입니다. 스피드 레이서 자격이 있다면 우리나라 서울 4대문 안에서 보게 해야겠다고 생각도 했죠, 하루는 여친이 하도 조승우의 뮤지컬을 보고 싶어해서 티켓 전쟁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블루홀에서 고양시로 옮겨가는 첫 날의 뮤지컬 예매가 그렇게 전쟁인줄 몰랐습니다. 오후 2시에 예매 사이트가 열리는데 이미 2시가 되니 셧다운 되고, 홈페이지가 복구되자 마자 허겁지겁 확인했는데 이미 VIP 석들은 전부 매진이더라고요... 이야 이게 뭐??? 이러다 보니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나라 아직 살만 한가? 뭔 VIP 부터 매진이;;'
올해도 그랬습니다. 잠시 이직을 준비하며 연초부터 3달을 놀게 되었는데, 중간에 잠시 설 알바를 해볼까? 하고 이것저것 알아봤지만 대형마트건, 지역에서 운영하는 소형마트건 이미 공고가 올라온 첫 날 부터 마감되었다는 메시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니 '나도 인터넷 좀 하는 사람이고 정보 검색이 느린 것도 아닌데 무슨 공고 1시간만에 연휴 기간 알바가 전부 마감이여?'
대체 어디서부터 이 매듭이 꼬여온 것일까요?
가끔은 전부 다 이런거 내려놓고 아무 생각없이, 그냥 떠나고 싶지만 캠핑으로 갈만한 곳은 전부 몇 달 전부터 예매를 해야 겨우 -그것도 추첨으로 - 입장 가능한 지정석이요, 좀 차를 놓고 쉴만한 곳도 자릿세에 주차료에... 아니 그전에 요즘은 어딜가나 주차장 자체가 무의미 할 정도로 차가 너무 많더라고요~ 요즘엔 정보 공유가 빠르고 대부분이 예매제로 운영되는 상업시설로 전환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있잖습니까? 요즘은 휴가를 보내려고 해도 조금만 정신줄 팔고 있으면, 조금만 뒤쳐지면 애인과 즐거운 휴가는 커녕, 동네 PC방에서 롤 승급전이나 해야 할 판입니다.
회사에서도 사람관계와 조율에 지치고, 정작 나를 위해서 노력한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하나 있네요, 심야에 일하다가 숙직실에서 이불 깔고 자기 전 웹툰을 보면서 그나마 하루를 정리하는 습관(?)요? 저 역시 정말~ 아무 생각없이 만화 내용에 공감하고 웃으며 재미있게 봤던 만화가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닥터 슬럼프' 죠~ 주옥 같은 명대사가 어디 있나요, 그냥 아라레가 달을 깨부수는 그것과 슈퍼맨(?)의 슬랩스틱을 보며 웃는 거죠, 지금 봐도 진정한 꿀잼입니다. 저도 만약 저 '백조 만화방' 이라는 곳에 간다면 경쟁이고 뭐고 그냥 핸드폰 덮어버리고 시간 내서 낄낄거리며 다시금 정독하고 싶은 만화입니다.
이젠 서른 줄~ 눈물이 메말라 버린 어른이라 스스로를 치부했고, 그렇게 씩씩하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이 부분에서 배어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이 세상에서 나 역시 한 명의 일원으로 살고 싶은데 그것이 한계에 부딪히고 또 반복되고, 종국엔 거울을 보며 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다 볼 수 없는 그 지경에 이르면 과연 개인이 선택할 문은 어떤것이 존재할지요?
나도 그랬다! 그러니 당신들도 힘내라! 이걸 말하고자 하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국가연구기관 계약 연구직으로 출발해서, 그 안의 무시무시한 유학파의 텃새를 이기진 못해도, 윗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지혜를 배워서 어떻게든 비켜내고,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흡수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공기업으로 바로 이직을 하고, 또 다시 공기업 무기직의 틀을 뒤집어 쓰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정규직의 자리를 꿰어차기 위해 같은 처지의 촉탁들을 규합해서 스터디도 꾸리고, 운영하고, 그리고 일부는 성공하고, 정작 그들의 교관이었던 저는 회의감과 뻔한 루틴에 질려서 스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고... 등등
지지 않기 위해 스펙을 쌓고, 공부를 하고, 신입은 아닌지라 자소설 까지는 아니지만, 경력자들에게 필수인 경력기술서를 다듬고 지우고 또 넣고 지우고, 헤드헌터와 머리를 맞대고 연락을 주고 받으며 또 수정하고 제출하고 컨펌 받고, 현재의 자리에 앉기까지 노심초사 하며 언제 올지도 모르는 기업의 연락을 기다리는 나날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도 거울을 보니 이미 인간의 몰골이 아니더라고요, 수염은 자라있고, 눈에는 다크서클이 내려 앉았는데 자도 자도 피로가 안풀리고, 대체 언제까지 이놈의 공부를 해야할지? 외국 사람들은 퇴근 후 가족과 애인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던데, 우린 대체 뭔지
그 어떤 충고나 격려도 짜증이 났고, '난 운이 좋아서 이 회사 들어갔다' 는 운 드립을 하는 사람에겐 케이크를 면상에 엎어주고 싶었을 정도였죠~ 정작 내가 받고 싶었던 위로는 그간 고생했다는 한 마디 였는데, 그 한 마디를 해 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더군요~
전부 네 탓, 노력이 부족한 탓, 열심히 하지 못한 탓, 잘 해봐~ 수준의 툭툭 내던지는 말들, 그 단어들이 당사자 입장에서 얼마나 치명적일지 생각은 해보셨나요? 부디 당신의 주변에 '취준생(백수or백조)' 이라는 겉이름표를 단 채, 노력하는 친구나 동생들이 있다면 저런 입에 발린 위로나 말은 머릿 속에서 지워버리시고, 그냥 먹방을 위해 팔짱 끼고 끌고 가시거나, 친구와 같이 보라며 주말 영화 티켓 패키지 하나라도 선물해 주세요~ 저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여자(동생)이 있는데 꼭 그 친구를 보는 기분입니다. 그 친구도 또래 애들처럼 고양이, 강아지, 먹는거 좋아하고, 취업을 위해 졸업 전부터 이것저것 교육도 다 참여하고 공모전도 다양하게 참여하는 등 나름 치열하게 살아온 친구인데, 2월 졸업 후 현재까지 ing인지라, 요즘엔 제가 이것저것 많이 챙기게 되더라고요~
* 지금 바로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으시고 자신의 심장 울림을 느껴보세요, 그리고 나지막히 스스로에게 '잘했다, 수고했다' 라고 딱 5번만 격려해주세요~ 경쟁과 더위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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