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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20 15:33:54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아직은 끝이 아닌가 봅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일을 그만둔 뒤, 몇 주가 지날 때까지만 해도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게 일이었습니다.

거의 한 달 정도가 되어서야 일상 생활이 가능해졌지만, 그로부터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지친 몸과 마음이 제대로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년의 혹사(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서...)의 여파를 추스리는 것도 예상보다 오래 가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이 불안했으니까요. 제가 가진 경력이 또 다시 끊기고 중단되는 게 불안해서라기보다는, 저와 제 가족이 먹고 살 만한 여지가 끊기는 것이, 시간만 가고 돈만 까먹는 것이 불안했습니다. 저에게 부양할 처자식은 없지만. 어머니는 계시니까요. 시간은 점점 지나갔고, 저는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국가의 돈으로 입에 풀칠은 하고 있었지만, 그게 천년 만년 나오는 돈도 아니고, 무엇보다 집에 빚이 있으니 그것으로는 무리였지요.


그래서 저는 마음 속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을 생각해 놓고, 여기까지 안 되면 깔끔하게 저의 경력을 정리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루 하루 시간이 계속 지나는 동안 제가 작정한 기간의 끝은 점점 다가왔고, 그 기간 동안 몇 번의 면접이 있었지만,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마음을 비우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마음이 비워지는 게 아니겠지만, 막연한 기대는 접기로 했습니다. 이제, 우리 나이로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뀌어 버린 사람이, 이 바닥에서 일을 찾는 건 그렇게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이 분야에서 제가 할 일은 완전히 끝난 게 아닌가 봅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월요일로 예정된 새로운 일터의 첫 출근이 성큼 다가오고 나서야 아직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실감합니다.


많은 것이 바뀔 것 같습니다. 새로 가게 될 일터의 위치도 그렇고, 그 전까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이른 출근 시간도 그렇고, 전과 다른 사무실의 분위기, 아직 모르는 그 곳의 작업 성향과 체계, 저를 직접적으로 알던 사람이 없는(것으로 알고 있는) 새로운 환경 등등. 다른 무엇보다 고민 때문에 허구헌날 잠을 설치기만 했던 제가 돌아오는 월요일에,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그런 이른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웬만하면 걱정이니 고민이니 하는 것을 내려놓는 게 가장 좋겠지만, 아무래도 제 성격상 걱정이나 고민을 내려놓을 수 없을 것 같으니 차라리 걱정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할 생각입니다. 어차피 새로운 곳이라고 좋은 날만 있거나 고생이 끝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멘탈이 아예 박살나버리면서 좌절할지도 모릅니다. 몸을 돌볼 겨를 없이 또 밤을 지새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는 날도 있을 수도 있겠지요. 맡겨진 일이 힘들고 어려워서 일을 하면 할 수록 부족함을 절감할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의도하던 것과 결과가 안 좋은 의미로 다르게 나올지도 모르고, 정말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참담한 실패를 또 다시 겪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비참한 경험을 겪었다 한들, 일할 기회를 잃은 게 아니라면 내일도 또 다시 일을 하는 게 정답이겠지요.


어쩌면 정말로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새로 마련한 곳에서 얼마나 제가 쓰임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아직 끝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만 보고 살아갈 생각입니다. 오늘만 살고 죽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보고 오늘을 제대로 살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해야 꿈꾸는 내일이 올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저는 그런 마음으로 - 전공도 아니었고 아는 사람도 없었고 예전에 배우지도 않았던 분야에 뛰어들어 햇수로 12년 째 살아왔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시간과 기회가 허락하는 한 그럴 생각입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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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외계인
15/06/20 15:42
수정 아이콘
새로운 일상 축복이 가득하길 바라요.
시안님 화이팅입니다!
CEO 문도
15/06/20 15:50
수정 아이콘
몸은 어떠신지요?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오퍼튜니티
15/06/20 16:04
수정 아이콘
회사는 개인의 건강을 방관합니다..경제생활도 건강해야만 가능하니 모쪼록 건강을 더 챙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새로운 출근도 축하드립니다!
해원맥
15/06/20 16:07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냉면과열무
15/06/20 16:09
수정 아이콘
몸관리 잘하시고 항상 파이팅하시기 바랍니다.
곰슬기
15/06/20 16:16
수정 아이콘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건강하시고, 새로운 출근도 축하드립니다
Neandertal
15/06/20 16:18
수정 아이콘
파이팅 하세요...^^
15/06/20 16:25
수정 아이콘
축하드리며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겪어보니, 소수의 특수한 업이 아닌 이상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고 관계이더라고요.
나 혼자 옳고 10명이 그르더라도,
그걸 끝까지 주장해서 쟁취해내면,
결국 남는 건 승리가 아닌 패배라는 걸 나이먹어 가며 점점 더 느끼게 되네요.

좋은 소식에 넋두리 같은 얘기 죄송하고,
잘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아스트란맥
15/06/20 16:43
수정 아이콘
이런 글에는 꼭 댓글을 달라고 배웠습니다.^^
시간과 기회가 허락하는 한 더 치열한 삶을 사시길 빕니다. 그러다보면 정말 꿈꾸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종이사진
15/06/20 16:51
수정 아이콘
새로운 시작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부디, 건강을 소중히 하시길 바랍니다.
파란아게하
15/06/20 17:34
수정 아이콘
화이팅 화이팅입니다
15/06/20 19:25
수정 아이콘
콩그레츄레이션~ 건강생각하시면서 하세요~
민방위면제
15/06/20 21:30
수정 아이콘
시안님 축하드립니다. 제가 괜히 화이팅 하게 되는 소식이네요 ^^
대니얼
15/06/20 21:43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최소 10년 이상은 경력 살리셔야죠~
근성러너
15/06/20 21:46
수정 아이콘
시안님 글에 처음으로 리플다네요 오랫동안 와우글을포함하여 많은글들 참으로 잘봤고 감사했습니다. 건강이우선이지요 얼른 쾌유하시길!!
슈퍼집강아지
15/06/20 22:14
수정 아이콘
축하드려요! 올려주시는 글과 댓글은 잘보고있습니다. 몸조심하시길!
노동자
15/06/20 23:09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SoulCrush
15/06/21 01:23
수정 아이콘
직장 생활이야 동료들과 관계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되네요
일이야 12년 하신 일이니 뭐 잘 되겠죠
일도 열심히 하시고 어머님께 손주도 안겨드리면 어떨까요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焰星緋帝
15/06/21 02:32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저도 새 일을 앞두고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답니다. 결국은 받아들이게 될 것 같고,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와 맞서게 되겠죠. 부디 기운내시고 행복해지세요.
15/06/21 11:13
수정 아이콘
40대 모두 화이팅!!
15/06/21 12:03
수정 아이콘
건강은 건강할때 지키는 것 같습니다. 파이팅~
Eternity
15/06/21 12:57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표현은 거의 안했지만 시안님이 그동안 용기있게, 그리고 성의 넘치게 적어주시는 많은 글과 댓글들에 담긴 쓴소리들에도 항상 공감하며 잘 읽고 있습니다.
시안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피지알이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봐요.
어쨌든 시안님의 새로운 시작과 그 앞날에 건투를 빕니다. 힘내시길!
15/06/21 16:28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저도 10년 경력을 뒤로 하고 새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아무래도 익숙한일에서 경력 인정받으며 일하는게 좋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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