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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1/18 18:51:02
Name AraTa_Lovely
Subject [일반] [진행중] 그녀를 만난 것
2015년 1월 7일 수요일.




1. 그녀와의 첫 만남에서 우린 시사회 영화를 봤다.
영화는 저녁 8시에 시작이었고, 우린 7시까지 만나 표를 받고 식사를 한 뒤 입장하기로 미리 합의했다.
난 6시 45분경에 도착해서 7시부터 나눠주는 표를 기다렸고,
표는 내차례가 오기까지 30분이란 시간이 걸렸으나, 그녀는 약속시간인 7시에 오지 않았다.


"매표소 기둥 옆 존윅 포스터 앞에서 기다릴께요"

그리곤 톡을 보내 내 위치를 알려주었고, 난 10여분을 더 기다려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누군가 나에게 다가왔고,
그녀의 첫 인상은 내가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그 이미지와 너무나도 달랐고,

솔직히 난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저 맞아요?? 찾는 사람이 저 맞으세요??"



난 오히려 그녀에게 반문하면서 나를 만나는게 맞는지 재차 확인했고,



"네, 맞아요..흐흐.."



그제서야 어렴풋이 사진속의 그녀와 비슷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의 상상과는 너무 다른 그녀의 이 첫 이미지가 도리어 내 머리를 강타했고,
나는 첫인상에 사랑에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낮은 톤의 차분한 목소리,
편안하게 넘겨 뒤로 묶은 연한 갈색의 머리칼,
키가 얼마인지도 몰랐는데 내 어깨를 살짝 넘는 적당한 키,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검은색 원피스와 검은색 스타킹, 그리고 검은색 코트,
그리고 웃을 때마다 보여지는 가지런한 이.


이렇게 첫 인상이 좋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작년의 힘든 과정들을 보상이라도 받은 듯,
올해의 시작에 그녀를 만난게 운명인가 스스로 자문했다.


그렇게 우리는 재미난 영화를 보며 한바탕 크게 웃을 수 있었고,
보고 나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으며 간단한 얘기를 나누고 난 후,
각자 너무 늦지않도록 깔끔하게 첫 만남을 매듭지었다.


그 날 그녀와 내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중, 그녀는 내게 물었다.


"혹시 오유하세요???"
"네, 저 오유랑 피지알이랑 엠팍해요!"
"아아, 피지알은 뭐에요?"
"오유같은 곳 있어요.. 그냥 커뮤니티에요.."


그 후 집으로 가는 길, 한시간여 동안 긴 톡을 주고받았다.
분명 그 내용들에는 그녀보다 나의 감정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났고,
난 아무것도 재지않고 그녀에게 조금씩 내 마음을 비춰보이고 있었다.
이건 내가 의도했다기 보다, 어떠한 설명할 수 없는 끌림에 의한 결과이기도 했다.




2. 그리고 두번째 만남.

그녀는 당산역 근처가 직장, 난 강남역이 직장이라,
그녀는 칼퇴근 후 당산에서 9호선을 타고 신논현으로 왔고,
난 그녀를 신논현역 근처에서 맞이했다.

저녁식사에 대한 메뉴는 그녀가 정했다.
메뉴는 베트남식.
처음 가보는 식당이었고, 처음 먹어보는 메뉴도 있었지만,
맛이나 분위기, 가격 등등 그날 내겐 그런건 아무런 조건이 되지 않았고,
단지 그녀가 기꺼이 날 만나러, 아니 만나주러 퇴근길 꽉 막히는 지하철을 타고
이 먼곳까지 와주었음에 마치 풍선처럼 마음이 부풀어있기만 했다.

난 지치지 않고, 아끼지 않고,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이런 내 마음을 잘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또한 그녀도 이런 마음을 가지길 바라면서 조금씩 조금씩 최대한 천천히 마음을 내보였다.
그녀도 이미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난 그녀에게 어떠한 대답을 원하지는 않았다.
어찌보면 그저 나의 이런 감정이 너무도 소중해서 스스로 지키고 싶었고,
그녀의 어떠한 대답과 무관하게 지금은 그저 보여주고만 싶기도 했다.

뭇 연인이 그렇듯, 우린 식사 후 디저트카페로 가서 생소한 음료를 맛보았고,
다행히도 그녀와의 다음 약속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이제 두번째 만남이다.
사람은 적어도 세번은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우리는 적어도 세번은 보게 되었음에, 난 깊게 감사했다.




3. 세번째 만남.

세번쨰 만남은 일요일.
그녀가 본가에 다녀오면서 일요일에 올라와 그 때 마침 시간을 내어 만나기로 했다.
난 자차를 가지고 나갔고, 그녀와 터미널에서 만나 또 평범한 데이트를 했다.
같이 걸으면 느껴지는 그녀와 나의 간극이 그 날따라 굉장히 아쉬웠지만,
난 욕심을 내면 안된다는 생각에 이런 간극 또한 우리의 만남의 일부라고 인정했다.

그녀는 아주 잘먹었다.
체격이 크진 않았지만, 그녀도 그녀의 식성이 좋은건 알고 자랑하듯 얘기했다.
그녀는 입이 짧은, 깨짝대며 먹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고 미리 얘기했고,
난 그저 그 모습도 좋았다.
나도 질새라 내 영향권에 있는 음식은 모두 해치웠고,
우린 그녀의 집 근처에 가서 여유로운 커피를 한 잔 했다.

그 날 있었던 모든게 좀 즉흥적이어서,
내심 걱정도 했고 부담도 주지 않을까 했지만,
그녀는 기꺼이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난번보다 더 크게, 더 자주 웃었다.

하지만, 위에 말한 그 간극. 그게 너무도 아쉬웠던 세번째 만남이었다.




4. 네번째 만남.

어느덧 우린 세번 이상 만난 관계가 되었다.
처음 의도와는 다르나, 난 이 부분에 약간의 의미를 부여했고,
이 의미가 퇴색하거나 식지 않게 처음과 마찬가지로 계속 내 감정을 비춰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대답은 하나.

"싫은 사람은 왜 만나겠어요..?"

그렇다. 내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우선 딱 거기까지였다.
세번째 만남에서 느꼈더 그 간극은 좀처럼 좁아지지 않은 느낌으로 우린 네번째도 만난 것이다.
그러나 만나고 있으면 좋다. 그녀도 나도 좋은 것 같다.

오유를 알고 있는 그녀이기에 오유식 개드립을 굉장히 잘 받아주었고,
그녀도 간간히 빵빵 터트려주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확실히 느낀거지만, 우린 정치경제문화사회 전반에 걸쳐 코드가 비슷했고, 말이 좀 통했다.
이건 내가 생각하는 연애관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고,
난 첫인상의 그녀에게 이런 부분까지 끼워맞추니, 나의 애정의 깊이는 시간이 갈수록 깊어져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내 감정보다 소중한건 그녀의 진실된 마음.
그걸 아직은 모르겠다.
그녀도 확실히 갈피를 못잡은 듯, 중립에 가까운 듯한 언행을 하고 있었고,
난 그게 아직은 우리사이의 좁히지 못한 간극으로 남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날 그녀와 거의 밤 12시까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다음날이 출근일임에도 그녀도 마침 시계를 보며 시간이 이렇게나 훌쩍 지나가버린 것에 놀랐고,
난 미리 알고 있었지만, 그녀와의 자리가 좋아 그냥 남아있었던 것 같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분명 그녀도 내게 호감은 있다는 건 안다.
그러나 이런 호감이 연인의 감정은 분명 아니란 것도 안다.

나를 만나면서 반감이 없다는 것은 내게 아주 좋은 신호이자 다행스런 상황이지만,
그녀는 이미 나의 호감을 넘어선 감정을 알고 있는 상태라는게 마음에 좀 걸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확실히 말해주면 좋겠다 싶었지만, 기꺼이 그녀에게 물어보진 못했다.

근데 이런 내 감정을 알아차린 듯 그녀는 내게 자신의 마음에 대해 간단히 얘기해 주었다.


"솔직히, 전 잘 모르겠어요. 긴 시간 홀로지내서 지금 이 감정이 당신의 감정과 동일한지 확신을 못하겠어요.
마치 친한 친구같기도 하고, 자꾸 다시 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 감정에 대해 정의내릴 수 없네요..미안해요.."


그녀의 대답은 놀랍지 않았다.
난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고, 이런 감정일 것이라 생각해서 굳이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참 웃긴건, 우린 다음 약속도 잡은 것이다.
그녀는 나와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다.


아, 그 날 집으로 가던 길에 톡 중,

"그래요, 당신의 마음 잘 알겠어요. 나도 밀어내지 않고 이 마음 잘 추스려볼께요.."

이런 긍정적인 대답이 있기도 했다..



5. 다섯번째 만남

1월 16일.
이틀 전 금요일 저녁이다.
이번 만남은 목적이 나를 만나는건 아니었다.
퇴근후 모임때문에 분당으로 가야하는 그녀가 강남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타야했고,,
난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그녀가 타는 지하철을 10분만 기다리면 같이 탈 수 있어서,
같은 지하철을 타고 같이 분당(정자)까지 가기로 한 것이다.

이런 만남이 소소한 재미를 주는 건 아닐까 싶어,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난 그녀에게 줄 조그만 선물을 준비했다.
오설록이라는 가게에서 녹차 한박스와 텀블러 하나를 샀다.
녹차의 종류가 꽤나 많은 것에 놀랐고,
난 달(moon)을 좋아한다는 그녀에게 맞추어 '달빛걷기' 라는 특이하고도 진한 향의 녹차를 구입.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금액의 적절한 선물인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1-1 플랫폼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린 약 15분정도의 시간동안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갔다.
신분당선 지하철은 왜 그리도 빠르게 가는지, 그날따라 참 야속하기도 했다.

선물을 기쁜 얼굴로 받은 그녀는,
지하철안에서 그 녹차를 뜯어 향을 맡아보았고,
생각보다 진한 향에 약간 당황하는 듯 했으나,
너무 고맙다고, 생각지도 못한 감동이라는 톡을 남기기도 했다.

성공인가..?
그래, 선물은 성공이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할 나만의 가시밭길이 눈에 보인다.
난 그 길이 가시밭길 같다.
단지 그녀가, 이 길은 가시밭길이 아니라 드넓은 평온한 잔디밭이에요 라고 이야기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 만남의 끝은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그리도 결과에 따라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내 마음에 이런 뜨거운 감정이 있다는 것, 그걸 발견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고,


이 감정이 이대로 식지 않았으면 하는 욕심같은 바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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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18 19:18
수정 아이콘
언제나 연애 초기 혹은 연애를 성공시키기 이전의 단계는 하루하루가 두근두근 거리죠.

전 햇수로 3년째인 여자친구지만 아직까진 설레임이 남아있어 다행입니다.
재문의
15/01/18 19:24
수정 아이콘
인터넷 헤비유저는 아니더라도 오유하시는 분들 중에
여성분 중에 pgr하시는 분도 꽤 되던 데.......
굳이 메이드 되기전에 이렇게 디테일하게 올리셨다가 보고 될일도 안될까봐 걱정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
AraTa_Lovely
15/01/18 23:30
수정 아이콘
오유를 알지만, 활동은 안한답니다..
따로 여성전용 커뮤니티에만 들어가더군요..
피지알을 검색할 확률은 없다고 봐도 될것 같고,
설령 본다한들.. 피지알의 뜻이 그렇다면 겸허히 받아들일.....
최종병기캐리어
15/01/18 21:20
수정 아이콘
이 맛에 연애하는거죠....
AraTa_Lovely
15/01/18 23:30
수정 아이콘
맛있습니다..하하
15/01/18 21:45
수정 아이콘
소개팅인 건가요?
AraTa_Lovely
15/01/18 23:29
수정 아이콘
그렇다고 봐야죠..흐흐..
오리강아지
15/01/19 00:27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지금의 뜨거움이 좋은 결실이 되시길, 또한 그 분도 같은 뜨거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
웰시코기
15/01/19 01:54
수정 아이콘
이분... 제 기억이 맞다면 피지알의 최자님이셨던 걸로 아는데... 어째서 이런 글이..?
하늘깃
15/01/19 07:41
수정 아이콘
어.....음..... 그분은 어쩌시고.....?
빈즈파덜
15/01/19 11:08
수정 아이콘
읭?? 그분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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