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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25 16:04:38
Name 가브리엘대천사
Subject [일반] [연재] 빼앗긴 자들 - 22



이제야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 것이었을까.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을 한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마누엘의 황태자 책봉식이 끝난 지 채 며칠이 지나기도 전, 일레키우스 황제는 옆구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새벽녘에 깨어났다. 떨리는 손으로 더듬어 만져 보니 희미한 옛 기억이 떠올랐다. 반란군들을 직접 단죄하느라 군대를 이끌고 나갔다가 멀리서 날아온 화살에 꿰뚫린 상처였다. 이미 수십 년도 더 전의 일이었다. 잊고 지낼 정도로 완치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몸을 일으키려고 하니 흔적만 남은 상처가 더 아우성을 쳐댔다. 다행히 황제의 신음을 들은 시종이 잽싸게 달려왔고, 얼마 후 수석 내의 하드리안이 황제의 침실로 들었다. 그의 뒤에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칼리스토가 서 있었다.

하드리안은 잠시 황제의 옥체를 진맥한 뒤 상처 주변을 천천히 돌아가며 눌러댔다. 깊게 눌렀다가 약하게 더듬었다가 하는 마사지 같은 행동이 잠시 진행이 되자 놀랍게도 잔뜩 찌푸린 상태였던 일레키우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제 고통은 사라졌을 것이옵니다.”

“호오, 역시 수석 내의로군. 고맙네. 한데 왜 수십 년 전의 상처가 갑자기 아픈 것인가?”

“이것은 폐하께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의 뜻입니다. 그간 폐하께서는 고령이심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을 위해 과중한 업무를 마다치 않으셨기에 심신이 피폐해지신 상태입니다. 폐하께서는 이제 내부적으로는 후사를 든든히 하셨고, 외부적으로는 반란군들도 모두 진압을 하신 상태입니다. 그간의 격무를 모두 내려놓으시고, 잠시 요양을 떠나시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으음…….”

“지금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않으시고 다시 격무에 시달리시게 되면 그때는 무슨 일이 생길지 저는 감히 짐작조차 하기 힘드옵니다.”



황제는 잠시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자신의 주치의인 수석 내의가 저토록 권유하는 일이니 쉽게 무시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면, 이미 마누엘이 공동황제로서 함께 제국을 통치하게 된 이상 자신이 자리를 비워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아직 아드리아 공작령으로 돌아가지 않은 요안네스에게 부탁해서 네 동생을 좀 더 보좌해 달라고 요청해도 될 것이었다.



“하면, 수석 내의는 짐이 어디로 요양을 떠나야 한다고 보는가?”

“선대 폐하들께서도 자주 요양 목적으로 가시던 니케아 지역의 온천이 가장 합당하다고 봅니다.”

“온천이라…….”



일레키우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전, 자신도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다. 딱히 주변 풍경이 수려하다든가 하지는 않았으나 온천이 가진 마력 때문인지, 무척이나 포근한 기억으로 아직도 남겨져 있었다. 그때 눈앞에 피어오르던 아지랑이가 왠지 지금 보이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수석 내의의 뜻은 잘 알겠네. 이만 물어가도록 하게.”

“망극하옵니다, 폐하.”



날이 밝으면 마누엘과 요안네스를 들게 하라고 따로 시종에게 지시하는 황제를 뒤로 한 채, 하드리안은 칼리스토를 데리고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어둠에 몸을 숨겨 조용히 복도를 걸어갔다. 적어도 그곳에 겹쳐져 있던 검은 그림자가 슬쩍 움직이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수석 내의가 아니십니까.”

“……아드리아 공작 전하를 뵈옵니다. 어둠에서 이리 갑자기 나오시니, 반란군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전하의 등장에 혼비백산하며 달아난 사실이 새삼 떠오르는군요.”



요안네스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빈말은 그만하고, 잠시 내 방으로 가십시다.”

“지금 말씀이옵니까? 시급을 다투는 일이신가 봅니다.”



하드리안의 말에 묘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요안네스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슬쩍 눈을 돌려 하드리안의 뒤에 그림자처럼 서 있는 칼리스토를 바라보았다.



“그대의 제자인 저 남자는, 믿을 만합니까?”



칼리스토는 갑자기 요안네스가 자신을 언급하자 흠칫, 거렸다. 하드리안은 음산하게 웃었다.



“믿으십시오. 결코, 저를 배신할 녀석이 아닙니다.”



배신할 녀석이 아니라, 배신할 수 없는 녀석이겠지. 칼리스토는 아무런 감흥도 담지 않은 눈으로 하드리안을 바라본 뒤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요안네스는 그렇다면 별문제 없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그대가 신묘한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보잘것없는 의술을 그리 말씀해 주시니 부끄럽습니다.”

“내가 말하는 게 그게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터. 이교도는 즉결심판하여 화형에 처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겠지. 폐하의 총애를 받는 너라고 해도.”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입가에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던 하드리안의 얼굴이 일순 굳어 버렸다. 그러나 이내 다시 느물느물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는 어리석은 행동은 할 필요가 없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요안네스의 미래에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 분명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살짝 고개를 숙이는 정도였다.



“그럼, 전하의 방으로 가서 남은 얘기를 마저 하시지요.”

“바라는 바다.”







역시 하드리안은 교활한 늙은이였다. 뒤에 늘 말없이 있는, 얼굴에 난 기다란 상처만큼이나 음습해 보이는 녀석이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런 능구렁이 같은 자가 자신을 배신할 녀석이 아니라고 했다면, 그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일 테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듯싶었다.

요안네스는 눈앞에 있는 두 개의 작은 병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나는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어두운 붉은색이었다.



‘녹색 병에 있는 것 한 방울이면 정신은 멀쩡하되 사지만 마비될 것입니다. 감각은 더욱 생생해진다는 것이 이 약의 묘미이지요. 붉은색 병에 있는 것 역시 한 방울만 사용하시면 잠깐의 기억을 잃게 될 것입니다. 무슨 일에 사용하시든 이제 이것은 전하의 것이니 저는 모르는 일이옵니다.’



그러면서 건네준 것이 눈앞에 있는 두 개의 병이었다. 그가 알려준 바로는 무색, 무취, 무미의 약들이었다. 냄새만 맡아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했으니 어떻게든 먹어야만 일이 성사될 것이었다. 하드리안은 자신이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보이기 위해 요안네스에게 부탁하여 시종을 들이게 한 뒤, 그의 눈앞에서 약의 효력을 선보였다. 얼마 뒤, 어리둥절해 하며 눈을 뜬 시종은 그만 물러가도 좋다는 요안네스의 말에 머리를 조아리며 물러 나갔다.

요안네스는 두 개의 병을 들어 자신의 금고에 집어넣은 뒤 열쇠를 걸어 잠갔다. 거사를 치르기 전까지 비밀이 새어 나가면 곤란했다.



‘저는 이 방을 나가는 순간, 전하와 폐하의 용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만 기억할 겁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실 것은 없습니다. 하오니 전하께서도 그리하셔야 하옵니다.’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하드리안은 물러갔다. 요안네스가 마음만 먹는다면 하드리안이 이 일을 폭로하기 전에 먼저 그의 목을 쳐버릴 수 있겠지만, 아직 자신의 계획에는 하드리안의 도움이 필요했다. 버리더라도 아직은 살려 둘 필요가 있었다.







“흐흐흐…… 그 위대한 콤네노스 가문도 저물어 가는구나.”



요안네스의 방에서 나와 수석 내의관으로 향한 하드리안은 두르고 있던 망토를 벗어 칼리스토에게 던졌다. 말없이 그것을 받아든 그는 더 말해보라는 듯 하드리안을 바라보았다. 하드리안은 조용히 그의 눈빛을 무시했다.



“먼저 씻어라. 난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



아직 아침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으나 새벽에 깨어서 활동했기에 조금 시장기가 느껴졌다. 칼리스토가 사라지자 하드리안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준비했다. 평상시에는 칼리스토가 준비하는지라 하드리안의 행동에는 능숙함이라곤 그다지 보이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자 제법 그럴듯하게 뭔가가 만들어졌다. 그는 이제 마악 욕실 바깥으로 나온 칼리스토를 흘긋 쳐다본 뒤 작은 접시들을 테이블로 옮겼다.



“너도 배고플 테지. 와서 같이 먹어도 좋다.”



웬일로 친절을 베푸는 하드리안의 모습에 칼리스토는 저 노인네가 드디어 갈 때가 됐나, 싶었으나 이미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그의 모습을 보니, 또 음식이 눈앞에 있으니 배가 고프기도 하여 말없이 자리에 앉아 손을 뻗었다.



“네 녀석이 내 제자가 된 지 벌써 십 년이 더 흘렀구나. 앞으로 얼마나 더 내 제자로 있게 될 것 같으냐? 오 년? 십 년? 백 년?”

“……스승님께서 원하시는 만큼입니다.”

“흐흐흐, 그렇지. 하지만 나 역시 늙었다. 내일 바로 뒤진다고 해도 이상할 거 하나 없지. 골로 가기 전에 내가 가진 사제의 권능을 전수받을 놈이 하나라도 있으니 다행이군.”



먹는 것도 게걸스럽게 먹더니 평상시엔 하지도 않던 쓸데없는 얘기까지 해대는 그의 모습에 칼리스토는 조용히 입에 있는 것을 삼켰다. 모양은 거지 같았지만, 맛은 제법 있었다. 게다가 늘 마시던 차인데, 오늘따라 향이 무척이나 은근했다. 새벽에 자다 깨서, 샤워까지 하고 난 상태라 더 그런 것 같다 느끼며 그는 입을 열었다.



“제게 권능을 물려주시렵니까.”

“푸핫! 하면, 내가 그냥 가지고 죽을까? 그랬으면 소원이 없겠군.”



하드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찬장을 뒤적이더니 못 보던 술병을 꺼내 들었다. 그것을 본 칼리스토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술만 마시면 주사가 심해지는 그였다. 오늘도 그냥 조용히 넘어갈 수는 없는 모양인가 보다.



“죽기 전에 네 녀석에게 전달될 것이다. 내 밑에서 십 년이나 넘게 수련을 했으니 받을 자격 정도는 있을 테지. 물론 물려받다가 죽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거야 네놈의 운명일 테고.”



술잔이 넘칠 정도로 가득 부은 하드리안은 자기가 마시는 대신 칼리스토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자기는 술병에 입을 들이밀었다.



“단숨에 들이키거라. 그거 다 마실 때까진 못 잘 줄 알아.”



꿀꺽꿀꺽 술을 들이켜며 칼리스토에 손짓하는 하드리안이었다. 이건 또 무슨 괴상한 맛이 날까 싶었으나 안 먹으면 재우지 않을 태세라 어쩔 수 없이 먹어야만 했다. 한 모금 마셔보니 다행히 목구멍이 타버릴 정도로 도수가 높은 것은 아닌 듯했다. 천천히 잔을 들어 올려 마침내 안에 있는 것을 모두 비워냈을 때, 하드리안 역시 술병을 거덜 냈는지 탁, 소리가 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크흑, 아주 좋구만. 이거 이거, 자줏빛 출생인 놈들이나 보랏빛 출생인 놈들이나 몰락하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아…….”



술을 마시자 말이 생각 없이 흘러나오는지 술술 지껄이던 하드리안은 갑자기 히꺽, 하고 딸꾹질을 하며 칼리스토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하드리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랏빛 출생이라 하시면……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왜, 그게 궁금한 것이더냐?”



하드리안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떠졌다. 그것을 본 칼리스토는 슬쩍 어깨를 움츠렸다. 그가 술을 마시고 저런 눈을 할 때마다 일이 터졌다. 오래된 종교의 사제로서 가지고 있는 그의 권능이, 통제를 잃고 날뛰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또 뭐가 부서지려나 싶어 방어 자세를 취하는 칼리스토에게 하드리안은 웬일로 순순히 말해주었다.



“그건 너다.”

“……네?”

“아아, 그나저나 언제 일이 터질지 아주 흥분되는군. 조금 전에 말이다, 내가 요안네스에게 주었던 약병들 말인데…….”



그러면서 품 안에서 똑같은 것들을 꺼내 드는 하드리안이었다. 그는 그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말했다.



“하나는 정신만 말짱한 채 사지를 마비시키는 거고, 다른 하나는 기억을 지우는 거지.”



그건 칼리스토도 알고 있었다. 요안네스가 이게 효과가 없으면 어쩔 거냐는 말에 시종을 불러와서 직접 먹여보기까지 했으니까. 그런데 그걸 왜 다시 말하는 것일까?



“이 둘을 같이 사용할 경우, 상대는 기억을 잃는다. 재밌는 건, 조금 전의 기억을 넘어 인생 전체의 기억을 잃게 된다는 거지. 뭐, 쉽게 말하면 백치가 된다고 할까나.”



칼리스토의 눈썹이 들어 올려졌다. 하드리안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그 시종은 뭐란 말인가? 사지가 마비됐다가 조금 전의 기억만 잃은 채 멀쩡히 걸어나가지 않았는가?



“분명 조금 전에는…….”

“그거야 당연히 내 힘이 개입됐으니 무사한 거였지. 하지만 요안네스는 그걸 몰라. 그가 그 약들을 누구에게 쓸지 아주 흥미진진하구나. 그렇지 않으냐?”



기대돼서 못 견디겠다는 듯 낄낄거리며 웃어넘긴 하드리안은 그러나 아직 더 재밌는 일이 남아 있다는 듯 말했다.



“하나 더 말해줄까? 아아, 맛있는 술을 먹었더니 주둥이가 제멋대로 움직이는구나.”



그 멋대로 움직이는 주둥이에서 무슨 불길한 소리가 흘러나올지 몰라 불안해하던 칼리스토는 문득, 손과 발에 감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돌아가지 않았다. 크게 뜨인 눈이 하드리안을 응시하자 그는 이제 알았느냐? 하듯이 녹색 병을 들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네 녀석의 술에 이 약을 조금 탔지. 아, 나는 왜 멀쩡하냐고? 나는 사제의 권능이 있지 않으냐. 내가 원한다면 모두 중화시킬 수 있다. 흐흐흐.”



하드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칼리스토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갑자기 그를 옆으로 휙 밀쳐 버렸다.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옆으로 넘어가 버린 칼리스토는 쓰러진 상태 그대로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이쿠, 뭔 녀석이 이다지도 무겁다냐.”



칼리스토가 완전히 마비된 것을 확인한 하드리안은 그를 질질 끌고 침대로 향했다. 다리 한 짝, 팔 한 짝씩 올려서 그를 완전히 침대에 올려놓은 하드리안은 붉은색 병의 병마개를 뽑은 뒤 그의 입가에 가져갔다.



“이거 한 방울이면 네 녀석도 백치가 될 테지.”



칼리스토의 눈이 터질 것처럼 치켜떠 졌다.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눈밖에 없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그만하라는 듯 눈을 움직여 보았다. 하드리안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백치여도 나한테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인형처럼 부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네놈은 내 제자이기도 하니 그렇게 만들 수야 없지. 그러기에는 네 녀석이 사내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린 내 세월과 노력이 아깝거든.”



칼리스토의 불길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감옥에서 신체 건장한 죄수들을 데려가서 그가 무슨 짓을 하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그 짓거리를 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무기력하게 당할 줄은 몰랐다.

전신이 마비됐지만, 감각만은 놀라울 정도로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가는 징그러운 느낌에 온몸을 비틀고 싶었으나 몸은 자신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 하드리안의 손이 다리를 지나 샅에 이르자 칼리스토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혼자 느끼면서 변태적인 웃음을 지을 저 빌어먹을 노인네의 얼굴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하드리안은 매정하게도 그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날 실망하게 하지 말거라. 최대한 많이 뿜어내 다오.”



그의 손이 춤을 추듯 움직이자 기묘한 감각이 뿜어져 나와 전신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하나로 몰려들었다. 신음이 흘러나왔으나 채 뱉어지지 않고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칼리스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주변은 하드리안에게서 뿜어져 나온 검은 안개로 둘러싸여 있었다. 모멸과 혐오와 같은 격한 감정에 휩싸인 채 서서히 침몰해 가는 칼리스토와 달리 하드리안은 점차 빛나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칼리스토의 기운을 흡수해 더욱 생명력이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마침내 피할 수 없는 격정에 찬 순간이 다가오자 칼리스토는 부르르 떨었다. 떨었다고 믿고 싶었다. 제어할 수 없는 격렬한 감정은 성난 파도가 되어 온몸을 휘저었다. 등줄기를 타고 올라간 뻐근한 기운이 머리까지 치솟으며 강하게 후려치는 것만 같았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탈진해 버린 그는 점차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안간힘을 다해 하드리안을 노려보았다. 흡족한 미소를 입가 가득히 띤 채 놀라울 정도로 젊어진 그의 얼굴은, 검게 가리어지는 장막 저 너머로 그가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뭔가에 쫓기는 느낌에 몸부림치던 칼리스토는 눈을 번쩍 떴다. 저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신음을 몰아쉬며 고개를 돌리니 반대편 침대는 비어 있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바닥을 딛고 몇 발짝 걸어 나오자 테이블에 반쯤 걸쳐진 하드리안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앞에는 조금 전에 다 먹은 술병 말고, 그가 자주 마시던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 생각을 했다.”



하드리안이 사제의 권능을 가지고 약물이나 독약을 중화시킬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그가 인지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소량의 수면제는 그다지 위험할 것이 없었기에 그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특히나 이런 새벽에 먹을 걸 잔뜩 먹고 술까지 다 퍼먹은 상황에서는 곯아떨어지는 것이 당연지사. 누군가에게 그것은 그저 자고 나면 해결될 문제였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의 코앞까지 다가선 칼리스토는 머뭇거리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하드리안의 몸에 위해를 가하려는 순간, 몸에 걸린 금제가 발동하여 자신은 격렬한 고통에 빠질 것이다. 평상시라면 그 고통이 너무나도 미칠 것만 같기에 포기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하드리안이 자신에게 드디어 손을 댄 이상, 누가 먼저 생명을 잃고 시들어 갈지는 자명한 일이었다.



“죽기 전에 내게 전달된다는 그 말…… 너는 내게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 오랜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칼리스토가 아니었다. 비록 하드리안이 그를 노예처럼 부리며 온갖 잡일에 구박만 하고 성질 폭발하면 매질을 일삼으며 그의 영혼을 파괴하려 했으나, 칼리스토는 다른 노예와는 달랐다. 어쩌면 그것은 그의 몸속에 흐르는 피 때문인지도 몰랐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은 자들처럼 희망없이 사는 노예가 아닌, 그보다 더 숭고한 무엇인가가 그의 몸과 피 속에 가득 담겨 있는 느낌이었다. 알 수는 없었지만 늘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랬기에 제자라고 거둬들여 놓고는 노예보다도 못하게 대하는 하드리안의 밑에서 견딜 수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 여기며, 그가 한 말은 모조리 다 기억하려 했다. 자기가 술김에 한 말을 가슴 속 깊이 새기며 때를 기다려 오는 자가 자신의 바로 밑에 있었다는 것은 하드리안은 알고 있었을까? 알아도 이제는 상관없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그의 운명일 테니까.



“네가 네 스승에게 그랬듯이…….”



심호흡을 한 칼리스토는 힘껏 손을 뻗었다. 그의 몸을 젖힌 뒤 단숨에 목을 움켜잡았다. 커헉, 하고 하드리안의 신음이 토해져 나오는 순간 칼리스토의 손목에 감긴 보이지 않는 사슬이 확 하고 타올랐다. 지글지글 살 타는 소리와 냄새가 끓어 올랐으나 칼리스토는 이를 악문 채 온 힘을 다해 하드리안의 목을 쥐어짰다. 자신에게 남겨진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반드시 움켜잡아야만 했다.



“크, 크허헉, 케헥…….”



침을 한 바가지는 쏟아내며 꿈틀거리는 하드리안이었으나 잠결에 기습을 당해서인지, 아니면 칼리스토에게 걸린 금제 때문에 자신은 안전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인지 별다른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머리가 몸통에서 거의 분리가 될 지경으로 목이 졸라지자 그는 눈을 까뒤집으며 쇳소리를 뿜어냈다.



“크, 크크크, 네, 네놈의 몸에, 저, 저, 저주가 있으리…….”



들어 올려졌던 팔이 뚝 떨어져 내렸다. 칼리스토의 손목에서 시작하여 그의 몸 전체를 태워버릴 정도로 타오르던 고통의 불길도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칼리스토는 한참이나 더 하드리안의 목을 졸라댔고, 손가락이 그의 목을 파고들어 피가 뿜어져 나올 때 즈음에야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났다.



“하아, 하아…….”



목이 기묘하게 꺾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하드리안의 모습에 칼리스토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의 주변은 예의 검은 안개로 둘러싸여 있었다. 사람이 죽는 것은 많이 보았다. 특히 저 늙은이가 실험 재료로 쓴다고 코앞에서 산 채로 사람을 도려내는 모습도 신물 나게 봐 왔다. 하지만 제 손으로 사람을 죽여 본 것은 처음이었다. 손가락은 물론 손바닥과 등에도 흥건하게 묻어 있는 붉은 피를 보자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



“……!”



그때, 칼리스토는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일렁이는 그의 모습은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형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것은 어렴풋하게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웃었다. 어둠 전체가 웃었다. 기묘할 정도로 기괴하게 웃어댄 뒤, 난데없이 자신을 향해 덮치듯이 날아올랐다. 세상이 어두워지며 알 수 없는 기운이 몸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너무나 차갑고 음습한 기운에 칼리스토는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세상이 그의 몸속으로 끝없이 밀려들어 왔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던 그는 무릎을 꿇으며 터져 나가 버릴 것만 같은 자신을 끌어안았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기운이 그의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살점이 뜯기며 핏물이 사방으로 솟구쳐 피의 소용돌이를 이루었다. 검붉은 기운이 솟아올랐다가 다시 밀려 들어왔다. 뭔가 막혀 있던 것이 일시에 뚫려 나가는 강렬한 느낌에 칼리스토는 고함을 내질렀다.



나는, 잃어버린 이름의 주인이다.



점차 몽롱해져 가는 정신 저 너머에서 아득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더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신기하게도 그 소리가 사라져 가자 혼미하던 정신이 깨어났고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모든 혼란과 고통이 일거에 사라져 버렸다.

주위는 난장판이었다. 집기며 테이블이며 부서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드리안의 시체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갈가리 찢긴 것은 아니겠지 싶었으나 그랬다면 응당 주변에 걸레 조각처럼 널브러져 있어야 할 그의 시체 조각과 내장 덩어리가 보여야 할 텐데 그런 것은 없었다. 그냥 사라졌다. 그와 함께 그를 죽였다는 일말의 두려움과 양심의 가책도 흔적도 없이 지워져 버렸다.



“이게, 네놈이 그토록 탐하던 그 힘이군.”



칼리스토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어렸다. 죽음을 늦추기 위해 젊은 남자의 정기를 빨아들이며 생명을 유지하던 그의 어리석고 추잡하게만 보이던 모습이 이해가 될 정도로 강대한 힘이었다. 세상이, 온 우주가 자신의 발밑에 놓인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연약하디 연약한 인간의 몸에 담겨 있었다. 생각 없이 남발했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어떻게 얻은 힘인데 그럴 수야 없는 법.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권능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스스로 맹세하며 칼리스토는 옷을 꿰입었다. 하드리안이 말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힘이 자신에게 넘겨지면서 칼리스토는 자신의 모든 비밀을 낱낱이 다 알게 되었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 계획을 이끌어 가기 위해, 콤네노스 가문은 영속해야만 했다.



“전하께서는 침수 들어 계시다. 날이 밝거든 다시 오…….”



하드리안도 아니고 난데없이 칼리스토가 나타나 요안네스를 뵈어야겠다고 하자 시종은 그를 쫓아내려 했으나 칼리스토의 눈동자가 빛나자 그대로 입을 다문 채 문을 열어 주었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요안네스는 잠시 후에야 그를 발견할 수 있었고,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평상시와는 달리 허둥거리는 그의 모습에 칼리스토는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무슨 일이냐?”

“전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요안네스에게 칼리스토는 빙그레 미소 지어 주었다. 콤네노스 가문의 영속을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은 요안네스와 시작할 것이었다.





--------




아껴두려고 했던(;;) 22편을 풉니다. 다음 편이 마지막이라는 ㅠㅠ 더 이상의 비축분은 없어요. 흑흑 이제야 고정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네 분이나!! 생겼는데.... 더는 알흠다운 댓글을 보기 힘들겠네욤... 훌쩍.

뭐.... 글을 쓰면 볼 수야 있겠지만 그것이.... 글빨신이 오셔야만 되는 거라... ^^;;;

칼리스토는 오늘 참... 큰일을 치뤘지요(!!) 흐흐흐.... (응?)
형제간의 우애는... 다음 편이 훈훈함의 절정일 것입니닷!

그럼 행복한 하루 되시고,
다음에 뵈어요~

감사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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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시아
14/11/25 17:00
수정 아이콘
이제부터 제대로 재밌어 질것같은데 비축분이 없다니요!! ㅠㅠ 빨리 쓰세요!
가브리엘대천사
14/11/25 17:03
수정 아이콘
흐흐.... 다그친다고 글이 써지는 것이 아니잖아용~ 오직 글빨신이 오셔야만 가능합니다. ^^;; 저도 자고 나면 열편씩 뙁! 하고 써져 있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뭐, 어디에 연재하든 인기가 없는 건 마찬가지긴 하지만.... ^^;;; 읽어주셔서 감사! 합니다~
그라시아
14/11/25 17:04
수정 아이콘
꾸준히 하시다보면 인기도 생기실겁니다. 급하게 생기면 급하게 사라질테니까요. 편하게 쓰세요.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가브리엘대천사
14/11/25 19:04
수정 아이콘
몇년 쉬다가 다시 쓰기 시작한 뒤로는 영... 아니더라고요. 장르 대세가 완전히 바뀌어서..... 울 나라 양판소에 길들여진 독자들 눈에는 제 글이 성에 찰리가 없고... 저는 양판소는 못 쓰겠고... 그래서 그냥 제 스탈대로 쓰는거지요. 인기 있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인기만 얻으려 하는 건 안 되겠지만, 그래도 모든 글 쓰는 사람들은 단 한 분의 독자라도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니까요 흐흐흐... 응원 감사합니당.
세상만사다반사
14/11/26 00:34
수정 아이콘
출장 복귀하자마자 이 글부터 읽었습니다! 정말 스케일이 대박이네요. 후덜덜.. 칼리스토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궁금했던 내용들이 조금씩 풀리고 있고, 요한네스라는 칼레인과 더블 주연급 인물이 나타나서 향후 전개가 기대되는 가운데!!
비축분이 끝나가신다는 암담한 얘기가..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역전개 방식으로 정말 글을 잘 쓰시네요.
앞으로도 애간장 녹이시지 마시고 계속 쭉쭉 써주세요!
(누가 이분 가둬놓고 글만 쓰시게 해야... )
가브리엘대천사
14/11/26 01:18
수정 아이콘
오셨군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셨사옵니까. 흐흐...
이렇게 복귀하셔서 격하게 반응을 해 주시니 황공하옵기 이를 데가 없사오나... 네... 비축분이 더는 없습니다 ㅠㅠ 흑흑... 비축분이 23편이 아니라, 32편 까지 있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허황된 꿈이지요 -_-;;;

앞으로 연재 주기는 대단히 길어지겠지만, 그래도 한편 한편 완성될 때 마다 꼭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부보단 2부가, 2부보단 3부가 더 막장(;;)인데, 언제 3부까지 쓰고 4부로 넘어갈지 모르겠네요... 죽기 전에 완성할 수 있을지.... 흐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닷! +_+!!
세상만사다반사
14/11/26 12:27
수정 아이콘
흐흐 잘 다녀왔습니다. 시차 적응이 잘 안되네요.
그나저나 칼리스토는 역경의 아이콘화 되는건가요.. 왕족으로 태어나서 쫒겨난 후, 이상한 스승만나서 고생하다 거사(?)까지 치루고 자기 생명과 그걸 동생에게 주고... 힘든 세상이네요ㅠ 설마 요한네스랑 마누엘도?.. 기대하겠습니다!
가브리엘대천사
14/11/27 03:22
수정 아이콘
칼리스토.... 역경이자 역전(!!)의 아이콘이라지요. 우훗. 1부 마지막을 잘 보시면.... 누가 왕인지 아실겁니당.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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