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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20 01:59:43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일반] 페북 타임라인을 들여다 보다가 문득 참을 수가 없어졌다
페북 타임라인을 들여다 보다가 문득 참을 수가 없어졌다.

그냥 그 배에 자신의 아이가 탔었다는 이유로 어느 아버지가 사진 속에서 빼짝 곯아 앉아 있었다. 어제로 곡기를 끊은 채 서른 일곱 날 째였고, 이제 서른 여덟 번째 날을 지내고 있다. 그 사진을 보고 얼굴을 보고 울음이 올라와 참기 어려웠다. 몸이 작아진 반대급부로 커져버린 바지와 웃옷을 걸친 채 앉은 남자는 너무나 아버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꽃을 가져갈까 했는데 명동의 꽃집에는 마땅한 것이 없었고, 광화문까지 걷는 와중에 꽃집은 보이지 않았다. 먹을 것을 제하고 나니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건넬 것은 정말 고를 것이 마땅치 않았다. 방금 페이스북을 다시 확인하니 선물을 가져오지 말아달라는 이야기가 있어 이제야 짐을 던다. 내 가방엔 종이 몇장이 펜도 없이 덩그러니 있었다.

한참을 걸어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을 때 천막과 사람이 많았다. 맨 앞줄에서는 지나가는 이들에게 서명을 받고, 중앙의 공간에서는 촛불을 든 채 추모 공연을 보고, 그 공간을 둘러친 천막들엔 단식하는 이들과 일하는 이들이 나눠 앉아 있었다. 유민이 아버지는 지쳐, 휴식 팻말을 내걸고 텐트 입구를 내린 채 촬영과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며 서명의 당위를 묻자, 봉사를 나온 아주머니는 당신의 자식들을 한번 떠올려보라며 설명했다. 내가 대화를 흐름을 놓친 사이 어느샌가 아저씨는 같이 정치인들을 욕하고 있었다.

그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대화와, 광장 중앙에서 울려퍼지는 기타와 노래와,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 속에서 난 갑자기 많이 서러워졌다. 펜을 빌리고 가방 속을 돌아다니던 빈 종이를 찢어 짧은 편지를 썼고, 접어 텐트 안으로 조심스레 밀어넣었다.

나는 유민이가 자신의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길 거라 믿는다. 자신이 단식을 그치는 것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 위정자들의 몫임을 말하는 아버지의 강단을 자랑스러워할 거라 믿는다. 유민이 아버지가 이길 수 있을거라 믿는다.


정말 좀 그랬으면 한다.

















https://www.facebook.com/pages/%EC%9C%A0%EB%AF%BC%EC%95%84%EB%B9%A0-%EA%B9%80%EC%98%81%EC%98%A4/692424460839646
유민이 아버지 페이스북 페이지

http://cafe.daum.net/_c21_/bbs_search_read?grpid=1UCAd&fldid=6LdS&datanum=1120
세월호 특위위원 및 각종 국가기관장들의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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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20 02:06
수정 아이콘
이분 기사나 관련 글을 볼때마다 눈물이 나네요.. 안타깝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하늘로 갔고 그 보다 더 많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지 못하네요..

그래도 이제 그만 단식을 접으시면 안될까 합니다.. 점점 말라가시는거 보면서 어떻게 되실까 걱정됩니다..
14/08/20 02:20
수정 아이콘
갈 수가 없어 항상 인터넷으로 소식 듣고 응원하는데 볼 때마다 정말 대단하시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제는 정말 건강이 나빠지실까 봐 걱정이네요
tannenbaum
14/08/20 02:21
수정 아이콘
단식하는데 왜 안죽냐고 난동 피우던 노인이 생각 납니다
단식을 그리 오래 했은데 왜 안죽냐고 부르짖던 노인이 내 모습과 얼마나 다른가죄책감도 듭니다
14/08/20 07:35
수정 아이콘
아...욕하고 싶어지네요..
14/08/20 09:07
수정 아이콘
그런데 정말 궁금하긴 하네요. 40일 가까이 단식하시는데 어떻게 버티고 계신거죠?
물은 드실거고...물 외엔 아무것도 안드시면서 버티는게 가능한건지요.. 정말 궁금해서요;;
당근매니아
14/08/20 09:28
수정 아이콘
물과 소금만 드시고 계십니다.
단식이 그야말로 몸 갉아먹으면서 하는 건데, 지금 체중이 10kg도 넘게 빠지셨다고 들었어요.
덴드로븀
14/08/20 09:30
수정 아이콘
예전에 지율스님이 100일동안 단식한것도 있고, 완전 물만 먹진 않고 아주 약간의 소금이나 미네랄등은 먹는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렇다고 소금이나 미네랄이 영양분이라고 보긴 힘들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한두끼만 굶어도 미치겠는데 몇일을 무슨수로 견디냐 말이 되냐 라고들 하지만
의지의 차이일뿐일겁니다. 사람의 몸이 그리 허술하진 않으니까요.
14/08/20 10:56
수정 아이콘
저도 단식하는 분들을 볼 때 마다 경이롭습니다.
보통 몇십일, 심하면 백일까지 하시던데...
껀후이
14/08/20 09:34
수정 아이콘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이 그랬다죠
제대로 단식했으면 벌써 실려갔어야 한다고...
곧 실려가실 것 같습니다...하아...
Eternity
14/08/20 09:57
수정 아이콘
가슴이 아프네요. 사진만 보는데도 마음이 울컥합니다.
14/08/20 10:02
수정 아이콘
하루하루가 지날 수록 유민이 아버지 기사에 가장 먼저 눈이 갑니다. 아직 괜찮으신건가... 아직 쓰러지시지 않으셨지?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분의 모습에 눈물이 활칵 쏠립니다... 더 이상은 힘드실 것 같은데 ㅠㅠ
청와대의 누군가는 그저 이 사태가 지나가기만을 관망하고 있겠죠?
단지날드
14/08/20 10:17
수정 아이콘
그냥 피골이 상접해진게 눈으로 봐도 보이는데 제대로 단식하고 안하고가 대체 무슨 상관이랍니까 -_-; 아주 뚫린입이라고 함부로 놀리려면 혼자서 조용히 할것이지 의원이라는 작자가 어휴 진짜 개쌍욕이 나오네요 제대로 된 나라면 저딴 인간이 의원이 다시 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저런 말을 하는거 보니 지역구가 아주 그냥 안전한가 보네요
전장의안개
14/08/20 17:21
수정 아이콘
대학에서 알게된 동생이 종교적으론 매우 신실한데 세월호 사고와 일련의 유가족의 행동을 시체팔이 운운하길래
페친을 끊었습니다
페북에 몇자적는다고 생각이 바뀔 것 같지도 않고 더 이상 막말을 보고 있기가 힘들더라고요
왜 특정 종교에 심취하신 분들은 유가족의 마음을 몰라주는 건지 참 아리송합니다

낮은 곳으로 다가가야 할 종교가
정권수호의 기사단이 되고 있으니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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