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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14 15:38:46
Name 쩍이&라마
Subject [일반] 왜냐면은 나는 리 출신이기 때문이다

1.


 



어렸을 적 난 만화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2020원더키드 , 천사소녀네티 , 세일러문 , 달타냥 등등 장르 불문 가리지 않고 만화영화 자체에 흠뻑 빠져있었다.


자 , 여기서 문제 하나~피구왕 통키 , 쾌걸 조로 , 축구왕 슛돌이 , 카드캡터 체리... 공통점을 알고 있는가?



정답은 바로 SBS(서울방송) 전용 만화영화다.



리 출신인 나는 절대로 정규방송 시간 때에서는 본방시청을 못했고 지역 유선 방송 때( 12:50~17:30) 철 지난 영화라든지 간혹 시간이 조금 흐른 만화영화를 틀어줬을때 이따금 시청할 수 있었다.


이때는 그저 평소에는 못 보는 만화영화를 본다는 자체에 기쁜 나머지 어렴풋이 마음속에 차오르는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마도 무언가에 대한 서러움 이었던 것 같았다.



훗날 강산이 바뀐다는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비로써 앞서 언급한 만화영화의 결말을 알 수 있었다.


 


 


 


왜냐면은 나는 리 출신이기 때문이다.





2


 



집안에서 첫 번째 조카이자 쌍둥이로 태어난 나는 주위 친지 분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어린 나이 때 당시 내 주위 또래가 경험해 보지 못한 곳을 가볼 기회도 많았다.당시 서울에는 고모와 삼촌들이...외가가 부산인 곳에서는 이모와 외삼촌이...날 신세계로 인도했다.


하도 많이 돌아다녀 몸이 힘들어서 울었을 정도로니 대략 짐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훗날 그곳들이 63빌딩이며 잠실 주 경기장 , 남산 , 국내에 유명한 수목원.풀장 , 태종대 , 스키장 , 놀이공원 등 이라고 알게 되었다.


 



왜냐면은 나는 리 출신이기 때문이다.






3.


 



한 번씩 저렇게 멋진 곳을 경험하고 난 후에는 마치 열병에 걸린 것처럼 며칠 동안 무기력하게 지내곤 했다. 마치 한여름밤의 꿈.일장춘몽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화려한 네온사인 , 끝이 보이지 않을정도의 높은 빌딩 , 각양각색의 패션 , 시골 장터와 비교할 수 없는 사람들의 활력 , 심지어 표준어 및 방언까지... 즉, 컬쳐쇼크를 당했다고 좋을 정도의 충격.


더 가까이 , 더 자주 , 더 자세히 보고 듣고 느끼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내 발목을 잡곤 했었다.


그럴 때면 예전에 느꼈던 이름 모를 서러움이 다시금 찾아오곤 했다.


 


 


 


왜냐면은 나는 리 출신이기 때문이다.




4.


 



드디어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이 불쾌하고 이름 모를 서러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방의 서러움]이었다.



내가 지방에 시골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고 싶은 만화영화나 좀 더 머물고 싶었던 놀이공원이나 많은 경험이 제약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분노와 절망 그리고 체념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내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이쯤이니... 어쩔 수 없다수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은 그때쯤에서부터 대도시 , 특히 서울에 대한 동경이 생기게 되었다.


 


 


 


왜냐면은 나는 리 출신이기 때문이다.





5.


 



오래전 스타크래프트 광 팬으로서 당시 성지라고 생각했던 코엑스몰 온게임넷 현장을 꼭 가보고 싶었다.



당시 나에게는 각종 제약이 분명히 있었지만 스타에 대한 열정이 결국 날 그곳으로 인도했다.



머나먼 여정 끝에 예루살렘을 찾아간 순례자의 느낌이 아마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에 몇 번 맛볼 수 없는 희열을 느끼고 행복했다. 진심으로 너무너무 즐거웠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나는 또다시 분노했고 절망했으며 체념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즐기고 싶었고 경험해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현실 때문 아니겠는가.


 


 


 


 


왜냐면은 나는............




6.


 



와우 유저로써 블리자드 홍대 쇼케이스는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베타키를 주네 마네 , 홍대에서 하네 마네 , 미성년자는 출입을 하나 마네 , 페북을 가입하네 마네.... 나에게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그저...이번에도 난 힘들겠다...어쩔 수 없지...이런 생각뿐이다.



직장마다 휴일이 다르고 5일제 6일제가 있고 2교대 3교대가 있듯이 다양한 애로사항있다. 나 역시 그렇다.


 


 


 


왜냐면은 ..........





7.


 



절대 피해심리가 아니다.


자격지심은 더더욱 아니다.


이미 모든걸 포용하는 단계를 넘어선 편안(便安)마음가짐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지금도 가끔은 동경소년이 된다.





물런 각종 소음과 공해 , 높은 집값 , 붐비는 지하철 및 버스등 상대적으로 불편한점은 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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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teMan
14/08/14 15:47
수정 아이콘
저도 대학오면 서울에서 쭉 살고있는데 저거 SBS정말 공감합니다.그리고..읍내라고 해야하나..거기는 케이블이라도 들어왔었는데 저희집은 시골이라 그런것도 없고..통키가 그렇게 인기가 많았다는데 저는 통키 전혀 못보고 컸어요. 저는 제일 부러웠던게 NBA보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저 30대 중반이예요..
쩍이&라마
14/08/14 15:50
수정 아이콘
저도 30중반인데 그때 그 사절때에는 참... 불편함이 많았죠.

저도 NBA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14/08/14 15:59
수정 아이콘
전 모레시계가...

신문에는 모레시계 할때 시내에 차가 없다던데
내려올
14/08/14 16:01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는 무슨 뜻인지 이해 못할 정도로
저는 서울 촌놈이네요.
추천 누르고 갑니다.
쩍이&라마
14/08/14 16:03
수정 아이콘
... 그때에 서울촌놈분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VinnyDaddy
14/08/14 16:02
수정 아이콘
너무 공감됩니다. 저도 어릴적에 저런 만화영화나 NBA 보고 싶었는데 흑흑.
이참에 각자 어린시절을 보낸 리(里) 이름이나 써볼까요?
저는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리]였습니다.
쩍이&라마
14/08/14 16:09
수정 아이콘
으..전 서문의리...이하 생략하겠습니다.
사랑한순간의Fire
14/08/14 21:46
수정 아이콘
역사적 사건의 고장에서 사셨군요.
VinnyDaddy
14/08/14 22:02
수정 아이콘
유재흥 장군이 경험이 없어서..
레몬커피
14/08/14 16:06
수정 아이콘
와우 이번 홍대 쇼케이스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더군요..

원래 300명으로 인원을 정하고 블코측에서는 사람이 그리 많이 안몰릴것으로 예상, 그래서 미리 서버별 정공 등에게 초대권 배포
->막상 시작하니 예상을 뛰어넘는 3000명 이상의 인원이 신청함
->급 당황해서 미리 주기로 한 초대권 모조리 캔슬하고 최대한 지원자중에 뽑음
->결국 신청자 전원에게 베타키 주기로 결정

그래서 지방에서 어차피 지방살아서 가기 그러니 신청도 안한 사람들이 화내던...
쩍이&라마
14/08/14 16:08
수정 아이콘
제가 그래서 또 다시 절망을 했었죠.

사실 이번 글도 다 블리자드 홍대 쇼케이스 때문에...
토죠 노조미
14/08/14 16:26
수정 아이콘
부산 촌놈이었지만, 그래도 서울은 저에게 신세계였습니다.......
대학가고 나서 친구가 한 번 만나자 해도 머뭇거렸는데 그건.... (교통비ㅜㅜ)
쩍이&라마
14/08/14 16:29
수정 아이콘
그래서인가요? 서울 친척 누나들이나 친구들은 어린 나이에 비해서 유독 아르바이트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역시 그곳은 누구말대로 움직이면 돈이다 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는 그냥 자전거 타면은 끝이었느데 말이죠.
쩍이&라마
14/08/14 16:27
수정 아이콘
LTE, WIFI 등 최첨단 기술들도 항상 서울을 중심으로 시범운용 후 대도시->중소도시->지방순으로 내려오더군요.

물런 왜 그래야만 하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죠.어쩌보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역시 어쩔 수 없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은 아픈...그런 현실이네요.
몽키.D.루피
14/08/14 17:00
수정 아이콘
어설픈 중소도시 출신은 시골도 모르고 도시도 모르고 애매합니다.
불량공돌이
14/08/14 17:22
수정 아이콘
부산촌놈은 PSB가 SBS를 커버해줘서 다행이었죠.
서울에 와보니 서울은 뭐든 스케일이 부산의 2~3배라 생각하니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근데 서울에 왔을때 부산은 교통카드(하나로카드)가 있었는데 서울은 아직 없더군요.
(어이 서울촌놈들 너네 교통카드라고 알랑가모르것네 끌끌끌)
버디홀리
14/08/14 17:24
수정 아이콘
서울에도 리 많습니다.
태어난 곳은 답십리고 자란 곳은 미아리고 현재 사는 곳은 수유리...
에프케이
14/08/14 18:13
수정 아이콘
엇 저랑 근처시네요. 하면서 닉넴을 봤더니!!
14/08/14 18:40
수정 아이콘
청량리, 왕십리..
코지군
14/08/14 17:25
수정 아이콘
헐 저는 리 신 출신이라길래........
14/08/14 18:38
수정 아이콘
리리 리자로 끝나는 말은~ 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으리~
그런데 서울 사람인데도 남산 타워나 63빌딩 이런 곳에 가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네요. 그리고 코엑스? 그런 곳은 여자 친구랑 같이 데이트하는 장소 아닙니까..?
사랑한순간의Fire
14/08/14 21:47
수정 아이콘
이 기분 공감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통키 결말을 못보고 청주로 내려왔거든요. 슛돌이도 당연히 못봤고...
나중에 비디오로 구해봤는데 성우도 주제가도 달라서 그 기분이 안 나더라구요ㅠㅠ
14/08/14 21:52
수정 아이콘
제가 살았던 도봉동이라는 곳은 도봉역에서 대략 10분에서 20분만 걸으면 논이나오고 밭이 나오는 서울이지만 외진 곳이였죠..
같은 서울이라도 다 번화하고 똑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시내라는 단어가 있는 거겠죠..
사랑한순간의Fire
14/08/14 22:08
수정 아이콘
안골 쪽에 사셨나요 크크
14/08/14 22:14
수정 아이콘
그 쪽은 아니고 도봉 1동에 살았었어요.. 럭키아파트 근처라고 하시면 아실려나 ?
쫌만 걸어가면 시골같은 풍경이 나오는 재밌는 곳이였죠.. 산올라가기도 좋고 ~
지금은 거기 안 사는데 어떻게 바꼈을려나 모르겠네요 ~
캡슐유산균
14/08/14 22:48
수정 아이콘
만화 플라이 하이에 리군단 이라고 리코치의 아이들을 부르는 명칭이 있는데, 만화책 이야기 하시는줄 알았습니다.
14/08/14 23:04
수정 아이콘
전남 완도군 노화읍 이포리에서 국딩시절을 보내고 중고딩때 광주를 거쳐 대딩 때 서울와서 지금은 분당에서 4개월된 공주님과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국딩때는 아마 kbs 만 나오고 mbc는 전파가 약해서 날씨 좋을때 제주mbc로 본 기억이 나네요
14/08/15 00:10
수정 아이콘
저는 어릴때 "리"에서 살았던게 오히려 그때도 지금 생각해봐도 좋았는데
대학을 서울로 오니 반에 60명 넘는 친구들 중 읍면도서지역 출신이 둘 뿐이라
한 동안 "촌"이라는 별명이 생겼었다죠. 허허허;;;;
어처구니
14/08/15 09:49
수정 아이콘
30대 후반을 달리는 지금 "리"에서 살았다는게 크나큰 행복입니다.
전남 여수시 남면 유송리 대유마을 섬이름 금오도..
금오도 비렁길 아주 유명한 곳이죠 트랙킹 코스로
같은 "리" 라도 섬이라서 더 행복입니다
지금 사는 곳은 서울이라서 내려가기가 조금 멀지만 그래도 명절이나 휴가 때 그곳에서 힐링 합니다.
에일리
14/08/15 12:45
수정 아이콘
저는 아직 사는곳도 닉네임도 리입니다
뭐 정보통신기술이 많이 발달해서 딱히 사는게 불편하지도 않고, 문명의 이기에서 동떨어진다고도 생각안들고
단지 늦은 새벽 한대 피우고싶을때 없더라구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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