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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26 09:42:19
Name 王天君
Subject [일반] 비정상회담 이야기(1)

[JTBC 예능국에게는 진짜 상이라도 하나 주고 싶습니다]

JTBC의 예능 기획에는 진심으로 감탄을 하곤 합니다. 저는 히든싱어와 마녀사냥이 정말 영리하면서도 틈새를 잘 노린 예능이라 생각했거든요. 이 쇼들은 공중파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재의 트렌드를 재빠르게 과감하게 잡아냈습니다.  더 이상의 블루 오션은 없을 것 같던 대한민국의 예능 방송에서 아직도 신선함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죠.  PGR21 유머게시판을 통해 알게 된 JTBC의 비정상회담 역시 짤막한 티져 영상만으로 어떻게 저런 기획을 해냈을까 기대감을 자아내는 컨셉의 예능이었습니다.


[웃음과 감동을 함께 책임지던 무한도전도 요즘 영 균형을 못잡고 빌빌대는 상황이죠]

무엇보다 제가 비정상회담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JTBC의 예능국 특유의 야심이 엿보이는 프로였기 때문입니다. 현재 호평받는 JTBC의 예능의 특징은 새로울 뿐만 아니라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굉장히 어려운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시사가 됐건, 연애가 됐건, 혹은 연예인과 일반인의 재능이 됐건 아무 생각없이 웃고 즐기는 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의미를 품고 있고, 어떤 여운을 시청자들에게 남긴다는 것입니다. 자기 홍보와 신변잡기의 수단으로  버라이어티 쇼들이 전락해가는 요즘, 그에 지친 저같은 시청자들에게는 JTBC의 예능이 아무래도 훨씬 더 반갑고 궁금할 수 밖에 없죠.


[외국인 예능인의 조상님 납신다~]

사실 외국인들을 데리고 토크쇼를 하는 것이 딱히 신선한 것은 아닙니다. 유창한 한국어로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이미 다수 존재하고, 외국인 게스트 특집으로 토크쇼를 기획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거든요. 명절이면 장기자랑을 하던 외국인 쇼가 미녀들의 수다를 거쳐 비정상회담의 포맷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정상회담이 이전부터 존재하던 외국인 토크쇼와 차별점을 갖는 부분은 “토론”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샘 오취리의 이상한 소리에 황당해하는 패널들]

비정상회담이 ‘토론’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기에 여러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일단, 시청자들은 비정상회담을 통해 외국인과 외국인이 유창한 한국어로 서로 논쟁을 벌이는 장면을 마주하게 되죠. 이 상황 자체가 상당히 진기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심화되면 말싸움으로 번지게 되는데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서로 투닥투닥대는 장면은 주제나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재미있고 귀엽습니다. 진행자의 능력, 에피소드의 재미를 떠나서 패널들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담보하고 있는 셈이죠. 말을 잘 하면 잘 하는 만큼 그들의 한국어 구사능력에 탄복하는 맛이 있고 못하면 못하는 만큼 그들의 어리숙함을 악의 없이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패널이나 진행자나 에피소드를 뽑아내기 위해 고생할 필요가 없어요. 주제 하나를 던져놓으면 그에 맞는 자기 생각을 말하고 상대방과의 반대의견을 반박하면 됩니다. 딱히 특별한 기억과 경험이 없더라도, 발언을 하는 자체가 위에서 말한대로 예능의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물어뜯거나 자신의 의견을 변호하면서 웃음과 감동의 여지가 딸려오게 되구요. 진행자와 게스트의 1:1 대화가 사람만 바꿔가며 번복되는 다른 토크쇼들에 비해 비정상회담은 진행자가 분위기가 과열되었다거나 원활하지 못할 경우 그 흐름을 살짝 중재하기만 하면 됩니다. 패널들은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어서 좋고, 진행자들은 재미난 요소를 굳이 발견하려는 수고 없이도 비정상회담은 알아서 잘 굴러가게끔 구조 자체가 짜여있는 영리한 쇼입니다.


[글쎄요. 사실 줄리안이 제일 꽃미남 아닌가요?]

비정상회담은 무려 열한개국의 외국 사람을 모아놓고 진행되는 토론입니다. 그래서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열한개의 다양성이 생기게 되지요. 더불어, 토론은 기본적으로 차이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비정상회담에서는 각 출연자들이 구분되고 캐릭터가 잡히게 됩니다. 또한 파벌도 자연스레 생기고 여러 모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보수, 진보, 온건, 극단, 다혈질, 냉정 등,각자가 취하는 스탠스에 따라 주제별로 여러가지 입장이 생길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서로가 부딪히거나 의견을 같이 하면서 드라마적 요소도 생길 가능성이 많습니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개성과 특이점이 발견되기도 쉬운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손석희씨는 비정상회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국장님 한번 특별게스트로 출연 콜? 진지하게 한번 가죠]

예능적 요소뿐 아니라 이 프로그램은 외국인 토크쇼의 기능, 시청자들로 하여금 문화적 차이에 대한 고찰을 하게끔 만듭니다. 우리는 안 이러는데 한국은 이렇다, 하고 단순히 차이와 그에 따른 당혹감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패널들간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곱씹어보게 만드는 것이죠. 아주 전문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은 아니지만, 각 패널들의 의견은 꽤나 솔직하고 진솔해서 다른 외국인 토크쇼보다 패널들의 가치관을 훨씬 더 농밀하게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나와 넌 다르구나 에서 그치지 않고, 네 의견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는~ 하는 식으로 훨씬 더 주제에 대해 깊게 파고들려는 패널들 때문에 어디가 어떻게 다르고 그것이 다른 국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도 있습니다. 외국인들을 모아놓고 하는 방송치고는 낯뜨거운 자국도취의 향이 상당히 옅은 편이구요.




물론, 이렇게나 장점이 많음에도 이런 부분은 좀 지적하고 싶더군요.


[춤을 대체 왜 시킵니까? 그것도 무반주로? 민망해서 전 스킵했습니다]

먼저 출연자들에게 굳이 훈남의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가 적나라할 때가 있어서 가끔씩은 민망합니다. 시청자들에게 낯선 외국인들이니 그들을 스타로 만들어 시청률을 끌어내는 것이 당연한 전략이겠지만, 그들은 너무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불편해 보입니다. 아직 프로그램 초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없는 재능이나 재주로 누군가를 포장하는 시도는 어색한 게 사실이에요. 포장을 위해 패널들에게 시키는 장기자랑의 결과물이 딱히 만족스럽지도 않아서, 이걸 웃어야 하는지 아니면 감탄해야 하는지 애매한 결과에 그치가 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것이 토론 참가자라는 권위를 보강하는 포장이면 모르겠는데, 토론과 아무 상관없는 송판 깨기나 노래 부르기는 오히려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흐려버릴 때가 많습니다. 외국인 세바퀴가 아닌 비정상회담만의 정체성을 확보하려면, 토론 하나에 확실하게 집중하면서 캐릭터도 잡고 패널들을 파헤치는 게 좋아보여요. 게다가 딱히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는게, 패널들은 대체로 외모도 훈훈하고 여러모로 호감이 가거든요.


[제작진도 아리까리한 토론의 결말. 사실 결론이 나는 토론은 거의 없어요]

다른 문제는, 토론의 결과가 지나치게 감상주의에 치우친 인상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꼭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하더라도, 파고드는 안건이 조금 더 논리적인 결론을 내며 끝났으면 좋겠어요.  굳이 결론을 낼 필요도 없는게, 대다수의 토론은 어떤 합의점에 다다르지 않더라도 쌍방의 의견이 엇갈리는 과정에서도 생각할 여지를 주는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비정상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토론 자체의 컨셉도 좀 바뀔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어떤 결론을 내긴 내야하는데, 양방의 대립이 내내 팽팽하니 그걸 감상적으로 얼머부리는 진행이 나올 수 밖에 없거든요. 굳이 결론을 내는 대신, 정말 토론처럼 양측의 의견을 그대로 두고 시청자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던지는 질문으로 한 에피소드를 마무리해도 제 생각에는 별 무리가 없어보여요. 오히려, 이 쪽이 훨씬 더 토론 프로그램으로서 그럴싸해 보입니다. ‘비정상’ 이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차별적인 느낌도 훨씬 더 줄일 수 있구요.


[여자 못만나는 사람들도 아니고, 왜 그렇게 열광들을 하는 겁니까]

또한 남성들이 모인 공간에서 여자 게스트를 모셔놓고 환호하거나 실망하는 모습은 좀 불편합니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암묵적 합의가 깔린 것 같아서 이런 부분에서는 좀 체통을 지키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국적이 다른 외국인 남자들의 공감대를 사기에는 이 만한 게 없겠지만, 토론 프로그램으로서의 본질이 약간 불투명해지는 인상도 받습니다.

이런 부분만 개선하면 비정상회담은 현재 끌어모으고 있는 인기와 관심에 힘입어 더욱 더 잘 나가는 예능이자 JTBC 예능국의 간판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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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kwang
14/07/26 09:45
수정 아이콘
에네스랑 타일러는 정말 저보다 한국어 잘 구사하는 것 같아요.
타일러 사법고시 폐지 얘기할 때는 정말 깜짝
하정우
14/07/26 09:48
수정 아이콘
Applied science를 응용과학이라고 말한것도 대박이었습니다 크크크
Lightkwang
14/07/26 09:50
수정 아이콘
맞아요 크크크
하정우
14/07/26 09:48
수정 아이콘
요즘 다른 예능은 잘 안봐도 JTBC 예능들은 썰전, 비정상회담, 마녀사냥 이렇게 다 챙겨봅니다.
예능 할것 다 해서 이제 재밌는 예능 없을줄 알았는데 이렇게 신선하고 재밌는 포멧을 만들어올줄이야.. 크크
저는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 각국의 시선이 어떠한지 어떠한 문화적 차이를 갖는지 보여주는점이 제일 신선하고 재밌는것 같습니다
탈리스만
14/07/26 12:08
수정 아이콘
오 그러고보니 저도 JTBC 예능만 보고 있었군요 크크
14/07/26 14:08
수정 아이콘
저도 생각해보니 무도빼고는 jtbc 예능만 보고 있었네요 깝놀...
김연아
14/07/26 10:26
수정 아이콘
1~3화 모두 재밌게 보긴 했지만, 2, 3화에서는 벌써 미래가 걱정되는 측면이 보였습니다.
2화의 경우 요즘 핫한 이국주를 철저하게 이용한 흐름이라 이해는 갔는데, 3화는 정말 큰 문제를 보여주었죠.

사시를 7년 동안 준비했는데, 그만 두지 않는 남자 친구가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는 시청자 사연을 들고 나왔습니다.
주제 자체는 뭐 흥미롭죠. 의견도 갈리구요.
하지만, 이 주제는 결국 아직 이뤄지지 않은 꿈을 포기할 것이냐 현실적인 선택을 할 것이냐로 압축되었고, 각자의 꿈은 뭐냐, 이뤘냐 등의 얘기로 넘어가며 평범한 감상주의로 끝을 내고 맙니다.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점점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반면, 1화가 좋았던 점은 장동민의 개인 사연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나이의 남자가 독립을 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놀라는 데서 시작해서, 언제 독립을 하느냐로 각국의 문화 차이를 보여주다가, 장동민이 왜 독립하고 있지 않은지 이유가 설명되고 경제 주체가 장동민임이 드러나면서 외국인들도 납득을 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장동민 역시 개입할 여지가 많았으며, 단순히 11명 사이에서 패를 가른 갑론을박만이 아니라, 외국인과 장동민 간의 논쟁도 많이 일어났지요. 3화에서 무려 마왕이 원론적인 말 몇 마디 던져주고, 외국인들이 이런 웃긴 토론도 하네하면서 게스트가 아닌 방청객 모드로 구경하다 집에 간 거랑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1화의 모습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볼 때 좀 더 추구해야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튼, 3화 모드로 가면 시청자가 질리는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여러가지 복잡한 정치 사안도 아니고, 일반적인 일상을 주제로 한 토론이라면 지금의 진보/보수 진영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겁니다. 터키 유생의 하드캐리도 하루이틀이지, 그냥 에네스는 우리 수준으로 보수적인 사람이란 틀이 잡혀버리면 꼰대화 되어버리는 건 금방일 수 있습니다.
영원한초보
14/07/26 12:23
수정 아이콘
흐음 이거 어디다가 리플을 달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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