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글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쪽의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어서 최근에 여기 저기 자료들을 좀 찾아보고 있는데 그 동안 영국부터 시작해서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유대인들과 아랍인들을 분리시키고자 하는 나름의 노력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른 영토분할 계획도 나름 흥미로운 점이 있었습니다. (물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찾아본 거라 깊이도 없고 오류도 많을 겁니다...--;;;)

우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투르크제국으로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의 통치권을 넘겨 받은 영국도 유대인들과 아랍인들을 독립시켜보려는 노력을 기울였더군요. 사실 영국 입장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는 했지만 거기에 쏟아 부은 게 만만치 않았고 과거와 같은 제국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 지역도 영국 입장에서는 그런 부담스러운 곳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거기다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주창하면서 영국도 유대인들이든 팔레스타인 인들이든 자기들끼리 나라를 다스릴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팔레스타인 지역을 분할해서 이들을 독립시킬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 노력의 일환 가운데 하나로 나온 것이 1937년의 필 위원회 보고서 (The Palestine Royal (Peel) Commission Report)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아래와 같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분할해서 유대국가와 팔레스타인 국가를 독립시키고자 제안했습니다.



필 위원회 보고서에서 제안된 영토분할계획 (핑크는 아랍(팔레스타인인)국가, 주황은 유대인 국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랍(팔레스타인)국가에 상당한 부분을 할당했고 유대국가는 주로 북쪽 지역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나름 농사도 잘되는 꿀 지역이라는 건 함정...--;;;). 가운데 예루살렘 지역은 계속 영국 통치하에 둔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주로 팔레스타인 인들의 강력한 반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무산되고 맙니다.

그 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영국은 이제 더 이상 팔레스타인 지역을 통지할 능력도 의욕도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당장 본인들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할 판이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유엔에다가 "니네가 알아서 좀 해결해줘...우린 여기서 손 뗄 거구만..." 이렇게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유엔에서 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대인과 아랍인들을 분리 시킬 계획을 짜게 됩니다. 그런데 나온 게 아래의 분할계획이었습니다.



유엔의 팔레스타인 지역 분할계획 (노랑은 아랍, 주황은 유대인...유대인 영역이 많이 늘어났음을 알 수 있음...)


위의 필 위원회 계획과 비교해 보면 유대인 쪽에 할당 된 영역이 상당히 늘어났음을 볼 수 있습니다 (유대 쪽 약 55%, 아랍(팔레스타인)쪽 약 45%). 이렇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있었던 유대인들의 대학살 때문에 유대인들에 대한 감정적인 동정심이 컸고 이들이 자신들의 유대국가로 들어와서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당위론이 많이 작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려면 보다 더 많은 영역이 유대인 쪽으로 할당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작용한 것이지요. 거기다 이 지역에 계속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 하고픈 강대국들의 이해 관계가 또 하나의 역할을 했음은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유엔의 분할계획에 대해 팔레스타인 인들을 비롯한 인근의 아랍 국가들은 격렬하게 반대를 했고 유엔으로부터 이 분할 계획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이 지역을 통제해 줄 것을 요청 받았던 영국이 "나 그런 거 모름...유엔이 알아서 하삼..." 하면서 이 지역에서 손을 떼고 완전히 철수를 하자 결국 전쟁이 벌어지고 말지요. 1947년부터 49년까지 벌어진 전쟁에서 이스라엘 측은 승리를 거두었고 많은 팔레스타인들이 자신들이 오랫동안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1949년 양 측은 휴전을 하게 되는데 그 휴전 상황에서의 영토는 결국 아래와 같이 되었습니다.



(1949년 휴전 후 국경선...초록은 팔레스타인...빨강은 이스라엘...핑크색은 이스라엘 측이 점령한 영토...)


여기까지의 진행 상황들을 가만히 보니까 보면 유대인 쪽들은 비교적 단합이 잘 되었던 반면 아랍인 쪽은 주로 분열 양상을 보였고 자신들간에 세력 다툼과 알력으로 인해서 자신들의 통일된 목소리를 내줄 기구나 단체조차 만들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력한 지역의 세력들이 서로 자기들끼리 견제했고 민족을 팔아서 유대인들에게 영토를 양보를 했다는 악역을 맡기가 싫어서 어느 누구든 협상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게 결국 일련의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인들이 제외되거나 소외되는 결과를 만든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경구는 사실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말은 아닙니다만 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등에 있어서 적어도 1930년대부터 1949년 까지의 기간 동안에 팔레스타인 인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나름의 유효함을 가지지 않았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