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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14 21:08:09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일반] 인생이 참 싼 나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6664.html?fromMobile
[한겨레] ‘북파 공작원 훈련’ 6살 아들 구하려 ‘남파 간첩’ 됐던 아버지



여섯살짜리를 1년 반 동안 잡아놓고 군사훈련시킨 값.
제대로 조사도 안하고 그냥 아버지 사형해버린 값.
그 와중에 560일이 넘게 불법 구금한 값.
시신을 그냥 화장해버린 값.
사형 집행을 비롯한 이러한 내용들을 45년간이나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값.

이걸 전부 쳐서 고작 [3억]입니다.

다른 것도 많지요. 간첩조작 사건으로 고문 당하고, 독방에서 20년 동안 갇히고, 집안 풍비박산에 애들은 연좌제로 취직도 못하고 파혼 당하고 고통 받은 40년에 대한 대가가 12억이라든지, 평생 치과 진료 의자에 못 올라갈 정도로 고문 당한 김근태에게 주어진 보상이 꼴랑 5천 8백만원이라든지. 민주화 운동하다가 잡혀들어가거나 간첩 조작 사건 같은 데에 휘말려 든 사람들이 수십 억 규모로 배상 받은 기사 본 적 있으세요? 전 유심히 찾아봐도 손에 꼽더군요.

일전에 미국에서 어떤 20대 남자애가 행정 착오로 교도소 폐건물에 감금되었다가, 일주일 가량 갇힌 채로 음식 제공이나 정보 등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정부에게 20억인가 30억 배상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죽을 '뻔' 했고 그 스트레스의 강도가 엄청났다는 이유에서 책정된 액수였죠. 이 나라는 심지어 죽여놓고도 제대로 값을 치를 생각을 안해요.

뭐가 어찌되었건 법정에서는 모든 것이 액수로 치환됩니다. 그건 차에 기스난 것도, 자식의 죽음도 마찬가지에요. 법원은 금액의 책정을 통해 이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무엇을 무엇 위에 위치시키는지 보여줍니다. 예컨대 수십년을 맞고 살아온 아내가 이혼 법정에서 위자료로 받아내는 금액이 통상 3천 수준이라는 건 부부간 폭행에 대해 이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말해주지요. 하다못해 지나가는 사람 뺨을 잘못 때려도 깽값으로 이삼백은 깨집니다.

적어도 이 나라에서 한 시민 개인의 일생은 마이바흐 한 대보다도 값지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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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엔
14/07/14 21:11
수정 아이콘
6살짜리를 군사훈련을 시키다니 이게 무슨;;
곧내려갈게요
14/07/14 21:12
수정 아이콘
끔찍하다는 말 밖에...
핫초코
14/07/14 21:12
수정 아이콘
목숨값이 최저가인 나라에서 또 자식은 많이 낳으라고 홍보하죠.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목소리의형태
14/07/14 21:12
수정 아이콘
ㅡㅡ
저 신경쓰여요
14/07/14 21:14
수정 아이콘
저 모든 게 고작 3억 원 가치 밖에 안 된다구요?
ArcanumToss
14/07/14 21:14
수정 아이콘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체게바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4/07/14 21:20
수정 아이콘
이 좁은 나라의 슬픈 역사는 끝이 보이지가 않네요

어이없고 허탈하고 이런걸 떠나 너무 슬프네요
14/07/14 21:21
수정 아이콘
얼마전 미국에서 행정착오로 갇혔던 사람은 일주일도 아니고 3일 정도 였습니다. 금요일에 경찰의 착오로 잡혀왔는데 착오라는걸 확인한 경찰들이 풀어주라고 하고 퇴근하죠. 근데 풀어줘야 할사람이 실수로 안 풀어주고 퇴근한뒤 주말이 되서 아무도 건물에 출근을 안한거죠. 그래서 월요일 까지 갇혀있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댓가가 수십억입니다.

이거 보고 우리나라도 행정/사업부의 실수로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제발 제대로 보상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4/07/14 21:26
수정 아이콘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피해 전부를 기준으로 삼겠지만 법원에서는 입증된만큼 배상하라 할 수 밖에 없으니...좀 묘하긴 하더라요. 거기에 법체계 때문에 수십억 때리고 이런 식의 판결이 안 나오는걸로 알고 있고...
당근매니아
14/07/14 21:29
수정 아이콘
뭐 그냥 값이 원체 쌉니다. 본문에 예로 든 간첩조작사건으로 파탄난 집의 경우엔 법원이 그 모든 걸 인정함에도 꼴랑 십몇억 주고 끝냈습니다. 링크한 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국가가 배상해야 하는 건들에 대해서 아주 일관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건 법문에 그 기준이 정해진 것도 없으니 그냥 판례 쫓아가는 탓에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14/07/14 21:39
수정 아이콘
음...그 부분은 제가 법 전공이 아니라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는데 아마 이런걸로 압니다. 일단 몇 억이 나오면 그게 수십년 전에는 큰 돈이었겠죠. 문제는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큰 돈이 아니게 된건데, 그 이자산정 기준을 불법행위 발생일이 아니라 재심이 벌어지는 기간부터 따지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미법처럼 징벌적 배상을 하는것도 아니고...
당근매니아
14/07/14 22:52
수정 아이콘
위자료 같은 경우에는 판결 시점을 기준으로 정해지고 거기에 이자가 붙지 않는 반면, 액수가 정해진 채권의 경우에는 발생 시점부터의 이자율을 계산합니다. 뭐 이래저래 골 때리죠.
14/07/14 21:27
수정 아이콘
판사들이야 법에 따라 판결을 한 걸텐데...
뭐가 문제일까요. 법이 구식인건가... 법이 제정될 때, 과거 막장일 때 그 법 체계가 아직까지 내려와서 그런걸까요 흠...
14/07/14 21:27
수정 아이콘
법보다 더 넓게, 대부분의 개인에게 내면화된 현대 우리 사회의 관습이죠.
14/07/14 21:35
수정 아이콘
피해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고통에 대한 댓가가 아닌, 무죄가 알려진 날부터 지금까지의 댓가 이던가... 이런 식으로 이상하게 날짜수가 계산되기 때문에 배상이 작은거 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본거 같아요. 얼마전 인혁당 사건에서 배상 받은 사람들도 처음엔 사건 부터 재판당시까지 날짜로 계산해서 받았는데 검찰이 항소를 했죠. 기간 산정이 잘못되어서 보상금이 추가 지급되었으니 추가 지급된 보상금과 이자를 법정 최고 이자로 계산해서 반납하라고요..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검찰 승소시, 사건의 배상금보다 검찰이 항소해서 돌려줘야할 금액과 이자가 더 많았던걸로 기억합니다.
14/07/14 21:27
수정 아이콘
애초 노동자의 피땀으로 성장한 나라다 보니 그깟 개인의 목숨...
콩먹는군락
14/07/14 21:29
수정 아이콘
국정원 클라스인가요..이건 뭐
ArcanumToss
14/07/14 21:31
수정 아이콘
만일 대기업의 손자가 저런 일을 당했다면(당할리도 없겠지만) 얼마를 배상해 줄까요?
사악군
14/07/14 21:35
수정 아이콘
손자면 다를거 없고 회장이면 다르긴 하죠.
손해계산시 그사람이 벌 수 있었던 수입이 기준이 되니까요.
라니안
14/07/14 21:54
수정 아이콘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의 인생을....
저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망가트려놓지 않을까요?
아스미타
14/07/14 21:55
수정 아이콘
이런일을 봐도 무덤덤 한 거 보니

내가 미쳐가나봅니다 허허허
14/07/14 21:58
수정 아이콘
금액을 놓고 미국과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모든 소송 보상 부분에서 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14/07/14 22:02
수정 아이콘
30억도 모자란데 고작 3억이라니...

대단한 나라 납셨네요.
멀면 벙커링
14/07/14 22:03
수정 아이콘
6살짜리 애 잡아다가 북파공작원 훈련이라...

일부 집단들이 국부로 추앙하는 인간 정권 클라스 쩌네요.
14/07/14 22:04
수정 아이콘
매우 자괴감이 드네요.
몽키.D.루피
14/07/14 22:22
수정 아이콘
국부 클라스는 진짜.. 이 인간은 까도까도 더 나오네요.
밀레니엄단감
14/07/14 22:25
수정 아이콘
미국의 사례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네요. 그나라만 원체 특이한거라.
14/07/14 22:42
수정 아이콘
6살짜리 훈련시킨것도 어이가 없는데 보상액을 보니 이건 뭐 할 말이 없네요.
지금뭐하고있니
14/07/14 22:55
수정 아이콘
별로 노엽거나 하지 않네요. 기대가 없어서 그런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며, 해야 할 숙제를 발견한 기분입니다.
가만히 손을 잡으
14/07/14 23:04
수정 아이콘
아, 이건 진짜 애 키우는 입장에서 욕 나오네요.
저런 일을 저지르는 정권이 있었다는 것도 욕나오고, 옹호하는 인간들도 욕나오고.
하루사리
14/07/14 23:18
수정 아이콘
이렇게 당한 피해자들이 많으니 보상금이 낮은듯 합니다.
좀 더 살만한 나라가 됐으면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14/07/14 23:22
수정 아이콘
은위가 현실 이야기 였군요
낭만토스
14/07/15 02:36
수정 아이콘
그냥 시작부터가 잘못된 나라니까요
비토히데요시
14/07/15 04:39
수정 아이콘
이 사례와 말씀하신 `그냥 시작부터 잘못된 나라`의 연관성이 잘 와닿지 않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14/07/15 12:12
수정 아이콘
전근대적 봉건 사상, 전체주의를 청산하지 못하고 세워진 우리나라의 시작을 지칭하는 것 같은데요?

전근대적 봉건사상은 신분에 따라 몸값이 매겨지던 사회 였고요, 전체주의는 국가를 위해 개인의 희생이 강요되던 사회였죠 (예:대일본제국).
14/07/15 09:06
수정 아이콘
뻔하디 뻔한 소리지만... 우리나라만 이런건 아니죠. 공시적으로 봐도 200여개의 국가를 기준으로 보자면 이정도 값도 안쳐줄 나라가 널려 있죠.

통시적으로 본다면 현대 이전에는 사람의 목숨이 말 그대로 휴지정도 취급이었고요. 그래서 전 그냥 아직 발전중에 있으며 발전을 할 일이 많이 남았구나 싶어요.
wish buRn
14/07/15 10:30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14/07/15 10:33
수정 아이콘
뻔하디 뻔한 소리도 못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발전중이라는 게 지금까지 그냥 이루어진것도 아니고
발전할 일이라는 것도 앞으로 저절로 이루어질 것도 아니죠..
치열한 문제제기를 해도 될까말까 한겁니다..
그러면서도 나아가야할 길을 순간 놓치면 발전은 커녕 퇴보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참 쉬운일이지요..
14/07/15 10:56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바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현재까지 민주주의의 발전은 피를 흘린 결과이고 앞으로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폭넓은 고찰이 필요하겠고요. 그런데 가끔 우리나라가 모자라는 면을 다른 나라나 과거의 우리나라와 단절되고 이질적인 폐기물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셔서요
14/07/15 11:06
수정 아이콘
글쎄요.. 님이 이야기한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님의 첫 댓글논리에서 시작해서.. 이정도면 됐지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으냐..까지 나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단순한 반응이라도 있어야 거기서부터 문제의식이 싹트고 체계적이고 폭넓은 고찰도 나오는 거죠..
그러려니 하면서 단순한 반응조차 나오지 않는 곳에서 체계적이고 폭넓은 고찰은 어림도 없을겁니다
14/07/15 12:12
수정 아이콘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는 알겠는데 허수아비를 때리고 계신건 아니신가 싶네요....
14/07/15 12:18
수정 아이콘
그리 물어보신다면 허수아비도 아니고 때리는 것도 아니라고 답해드리죠..
14/07/15 12:22
수정 아이콘
네 ;;
토닥토닥토닥
14/07/17 01:32
수정 아이콘
좀 꺼림칙한건 어떤케이스를가져와 그랫다합니다 하는식의 주장은 와닿지않네요 본문의 전체적인 내용은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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