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고양이털로 인한 먼지폭풍을 버티지 못하는 통기형 케이스와, 5년차가 되어 속도가 하드와 다를바가 없어질 정도로 퍼포먼스가 구려진 SSD의 교체로 끝내기로 했던 컴퓨터 업그레이드는, 언제나 그렇듯 백수십만원을 들이는 새컴 구매로 가닥이 잡혔다. 뭐 여기까지는 3~4년마다 오시는 지름신이니 그렇다 치면 되었는데... 산지 8개월 된 GTX660 비디오카드의 교체가 '아깝다'... 라고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당초 3년의 품질보증기간을 딱 채우고 백리길을 달린 마라토너처럼 퍼져버린 GTX460의 구원투수로 어디까지나 '임시로' 구매한 녀석이었는데... 이 녀석을 어떻게든 써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뇌는 정상적인 판단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GTX780을 사는게 정상이지만 이렇게 되면 지출이 200만원을 넘어가겠다.'
'조금 뒤져보니 GTX660을 SLI 로 연결하면 GTX680과 거의 같거나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낸다고 한다.'
'좋아! GTX660을 SLI 연결해서 써보자!'
'마침 와치독스 증정 행사까지 하고있다니 크크크크 개이득이네!'
그리고 완성된 견적... 지금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저때의 내 뒤통수를 후려패주고 싶은 심정이다. 다 빼고 770이랑 i7을 사라고!
애초 고양이를 장모 단모 한마리씩 둘이나 키우는지라 그들이 뿜어내는 털로 인한 고통에서 해방되고자 시작한 견적이라, 케이스는 통 크게 반밀폐형으로 질렀다. 통기가 [조금] 나쁘다는 평가가 있지만 먼지하나는 거의 완벽하게 잡아준다고 하니! 부품의 면면들을 보면 알겠지만 SLI 해보겠다고 저지른 추가지출이 780은 아니라도 770정도는 너끈히 살수있는 돈이었지만, 그런게 무슨 상관이야 외쳐 SLI!
그리고 다음날, 부품들이 도착했다. 신나게 조립을 하고 컴퓨터를 켜니 윈도우를 시작하는 중... 메시지에서 로고가 합체되기도 전에 부팅시퀀스가 끝난다. 흐뭇하다. 세팅을 적당히 끝내고 SLI 3D 풀가속모드를 땡긴 후에 벤치마킹 프로그램을 돌려보았다. 기존 컴퓨터는 8천점 언저리. 새 컴퓨터는? 16000점! 키야 이맛에 SLI 하는구나! 의기충천 용기백배한 나는 바로 와치독스를 깔고 실행시켰다.
그런데...
인트로에서 스타트를 눌러 오프닝으로 넘어가면 가차없이 멈춰버리는 와치독스. 헐? 이거 왜이러지? 와치독스 SLI 지원안하나? 지포스 드라이버를 살펴보니 분명히 지원한다고 되어있다. 시험삼아 다른게임을 돌려본다. 디아블로 3. 잘됨. 보더랜드 2, 잘됨. FF14 AAR. 헐. 얘도 다운되네? 뭐지? 부품들을 하나하나 점검해본다. SLI로 인한 파워부족인가 싶어 770 SLI 쓰는 친구집에서 파워를 테스트했지만 정상. 새로 온 660 문제인가? 싶어 두개의 그래픽카드를 싱글로 번갈아가며 하루종일 돌려보았다. 역시나 정상. 심지어 와치독스는 싱글카드에선 멀쩡히 돌아가서 나의 복장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렇게 열흘간을 새 컴퓨터와 씨름하고 나서야 드디어 문제가 밝혀졌는데...
...발열이었다.
애초 660은 SLI가 가능한 가장 하위 모델인데, 이게 레퍼런스대로 제작된 제품이라면 이 정도 발열은 견뎌주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래픽카드 제작사의 입맛대로 개조된 지금 모델들은 GPU를 살짝~ 오버클럭해주는게 대세라 쿨러가 GPU 쿨링에 집중되어 전원부 쿨링이 부실한 경우가 종종 있고, 그래서 GPU는 견딜 수 있는 발열에 전원부 일부 부품이 혼절을 해버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것도 쿨링이 좋은 요즘 웬만한 케이스라면 전원부 쿨링도 잘 해주기 때문에 괜찮은데... 고양이 털 때문에 산 밀폐형 케이스와 SLI 시스템이 뿜어내는 열, 거기에 때이른 더위의 삼위일체가 비디오카드 전원부를 푹푹 삶고 있었던 것이다. 그 증거로 쌍팔년도 쿨링법인 케이스 열고 선풍기 바람 직사로 부어주기를 시전하자 언제 그랬냐는듯 쌩쌩 돌아가는 컴퓨터. ...하지만 고양이들 때문에 열어놓고 쓸수도 없다.
결국 나는 10여만원의 추가비용을 들여 케이스 내부 쿨링 장비를 구매했고, 그것들은 지금 택배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중이다.
피지알에는 다시는 나와 같은 우를 범하는 사람이 없기를 빌며.
김티모 씀.
ㅠㅠ
PS. 다 멀쩡했는데 와치독스와 FF14 AAR만 문제가 생긴 이유는, 와치독스는 높은 사양+발적화로 인한 과발열. FF14 AAR은 발매 초기부터 SLI 시스템에서 싱글 카드보다 퍼포먼스가 더 안나오거나 그래픽카드 오버로드를 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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