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6/29 15:44:23
Name 오르골
Subject [일반] 내가 사고 싶은 시계: 마지막, 크로노스위스 & 론진




오늘은 이번 시계 연재글 마지막 편입니다. 
그간 "내가 사고 싶은 시계"에서는 대략 100만원대에서부터 롤렉스 아랫급 까지의 시계를 주로 살펴 봤습니다.
이쯤 했으면 이 가격대에서 제가 사랑했지만 살 수 없는, 그래서는 안 되는 시계들을 아낌없이 소개한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 연재 때의 시계들은 비싸야 100만원대의 시계라서 시계에 큰 관심없는 사람들도 접근할만한 시계들이었지만 
이번 연재 부터는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시계가 소개되고 있지요. 저같은 월급쟁이들에게는 하나 갖고 있기도 힘든 시계들입니다. 
하이엔드 시계에 어울리는 말이겠지만 시계에 대한 태도가 '소유'에서 '감상'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누구나 미술관 속 작품을 가질 수는 없지만, 복제화 정도는 거실에 걸어 둘 수도 있고 아직 성장하고 있는 화가의 작품 정도는 
화랑에서 큰 맘 먹고 살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그것도 아니면 갤러리의 도화 목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흡족해지는 일입니다.  








아무튼, 마지막 글의 첫번째 시계 크로노스위스입니다. 



크로노스위스는 저번에 소개한 모리스 라크로아와 같이, 시계 역사로는 크게 내세울 것 없는 브랜드입니다. 
이런 크로노스위스를 오메가 턱 밑까지 올려 놓은 힘은 바로 크로노스위스만의 강렬한 개성입니다.



크로노스위스의 쌍두마차 중 하나인 레귤레이터입니다.
레귤레이터는 본디 시분초침 간 간섭을 배제하여 정확한 시간을 바로 알 수 있게 하려는 의도로 괘종시계의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괘종시계 때부터 시계를 만들어왔던 브랜드라면 오히려 이런 발상을 쉽게 못했겠지요. 사실 손목시계가 레귤레이터 형태를 띄어서 기능적으로
뚜렷한 장점이 있진 않습니다. 그 효용은 우리의 눈에서 나타나지요.



이렇게 깔끔한 다이얼도 있고,





이렇게 길로쉐 패턴이 들어간 다이얼도 있습니다. 귀여운 시침이 참 매력적이고 크로노스위스 시계 특유의 양파 용두와 코인 베젤이 눈에 띕니다. 
여기에 시침이 디스크 방식으로 바뀌면 저번에 소개한 델피스가 됩니다. 크로노스위스는 대부분의 시계에서 ETA 베이스의 무브먼트를 사용하고
요즘은 셀리타 무브도 사용합니다. 기본 베이스가 어찌됐건 레귤레이터 정도면 무브먼트 수정으로는 부족함이 없죠.







클랙식 계열에 레귤레이터가 있다면 반대 편에는 타임마스터가 있습니다.
야광이라는 것은 스위스 메이드 시계에서는 시계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요소였지요.
이 점을 파고든 것이 속칭 크스 타마입니다.


아.. 야광 범벅....




타마는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갖고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다이얼 전체가 야광인 다이얼도있고,
아래 사진은 부엉이 스타일의 크로노 구성에 핸즈만 야광입니다. 좀 더 단정한 느낌을 주죠. 사진들은 다 구형으로 보여드립니다.
요즘 나온 신형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구형을 선호하시는 분이 좀 더 많더라고요.






이렇게 위 아래 절반씩 섞어 놓은 다이얼도 있습니다. 



오버스러운 양파 용두야 여러번 말씀드린 적이 있으나 제가 알기로 타마의 핸즈 모양도 매우 독보적입니다.  
기본적으로 소드 핸즈의 변형이나 길고 긴 시계 역사 중에 이렇게 독창적인 핸즈 디자인을 하나 얹는 다는 것은 시계 브랜드로서 크나큰 영광이겠지요.



크로노스위스의 디자인 강점은 복고과 현대적 감성를 적절히 조화시켜낸다는 점입니다. 시계 디자인에서는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해내기 힘든 일입니다.
타임마스터에서도 양파용두, 코인베젤의 전통적 요소가 현대적으로 해석되고 거기에 야광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덧붙이고 있죠.
수없이 많은 브랜드들이 명멸해가는 시장 속에서 크로노스위스가 자기만의 위치를 다진 까닭일 것입니다.  







크로노스위스는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지만, 아쉬움에 하나 더 소개합니다.



지금은 단종된 것으로 아는데, 위의 시계들보다는 덜 튀지만 에나멜 다이얼의 심플 와치로 제가 예뻐라 하는 시계입니다. 
수줍게 고개숙인 분침이 시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 오레아는 특히 용두의 카보숑 처리가 매력 포인트입니다.








다음은 연재의 마지막 시계, 론진 헤리티지 레트로그레이드입니다.







사실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시계가 이 헤리티지 레트로그레이드였습니다. 
론진의 레전드 다이버를 소개하고 다른 시계들도 연재하다보니 가장 마지막으로 소개하게 되네요. 
센터 초침은 생략된채, 9시 방향에는 24시간계의 GMT 타임, 3시방향에는 날짜, 12시 방향에는 요일, 6시 방향에는 초침 드러나 있습니다.
시분침을 제외하면 모든 핸즈가 레트로그레이드 구성을 취하고 있고 특히 60초마다 끝에서 끝으로 통통 취는 초침이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듬는 말끔한 다이얼은 보는 사람의 가슴마저 시원하게 만들고 있죠.




다이얼은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데 비해, 10시 방향의 용두가 저에게는 옥의 티처럼 보입니다. 
크로노 구성이 아님에도 론진 레트로그레이드는 다양한 날짜나 요일 조정을 위해 많은 푸셔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클래식 디자인임을 감안하면 히든 버튼으로 숨겼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네요.




에르메스의 풀캘린더 문페이즈인 아쏘 그랑드 룬입니다. 용두 옆에 히든 버튼이 숨겨져 있네요.
에르메스는 긴 역사만큼 시계에서도 많은 족적을 남겨 왔습니다. 요즘 나온 '시간을 멈추는 시계', 서스펜디드도 참 멋진 작품입니다.





다시 론진으로 돌아오면, 이 레트로그레이드가 속한 헤리티지 라인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과거 유명한 론진의 시계를 복각하거나 자사의 베스트셀러 시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한정판 시계들이 라인업된 론진의 최상위 라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론진 마스터콜렉션 레트로그레이드 문페이즈입니다. 론진 헤리티지는 이 시계를 가져다 만든 시계죠.
마스터콜렉션에서는 위와 같이 길로쉐 패턴이 드러나 있습니다. 여기에는 12시 방향에 썬앤문 까지 있네요. 
론진의 컴플리케이션(다기능) 와치의 대표적인 시계입니다. 








역시 같은 헤리티지 라인의 컬럼휠 크로노그래프입니다. 



우리가 보통 아는 7750 무브는 캠방식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사용합니다.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대충 컬럼휠 방식이 캠방식보다 진보된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히 푸쉬 버튼만 눌러봐도
다름을 알 수 있죠. 이 론진 컬럼휠은 과거 론진의 시계를 복각한 것으로 컬럼휠 크로노 시계 중에는 가격 접근성이 뛰어난 편입니다.
과거의 러그 모양을 충실히 복각하고 크로노 조작을 하는 버튼이 하나 뿐(모노 푸셔)이라는 점도 특이하죠.




실제 모습에 가까운 헤리티지 레트로그레이드입니다.




예전 네비타이머 편에서도 얘기했지만 저렇게 현란한 핸즈 구성을 하고도 심미성을 유지하는 시계를 보면 경이로움까지 느껴집니다.
심플함이라는 이유로 쓰리핸즈에 머물 수도 있지만 대담한 시도는 보는 이에게 아찔한 심미성을 느끼게 해주죠.

론진 헤리티지 레트로그레이드는 론진의 최상위 모델답게, 가격도 역시 론진치고는 비싸다는 느낌을 줍니다. 
롤렉스의 어지간한 모델까지도 거뜬히 살 수 있는 가격이죠. 하지만 그 브랜드의 최고 모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퀄리티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 모두가 벤틀리를 탈 수 없는 이상, 한 등급 위의 깡통차라도 타 보려고 용쓰기 보다 자신이 닿을 수 있는 풀옵션의 차를 타보는 것이 만족스러울 수 있지요.


이런 점에서 론진의 브랜드와 헤리티지라는 시계의 라인업은 부족함이 없습니다. 여기에 꽂힌 사람에게는 인생 최고의 시계로 전혀 부족함이 없죠.

시계는 결국 시계를 소유한 사람의 욕망과 정체성을 손목에 드러내 줍니다. 쉽게 얘기하는 자기 만족이라는 것이죠. 
허나 일정 클래스 이상의 시계는 또한 시계를 소유한 사람에게 자기만의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내가 샀다 했다해서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시계 브랜드와 시계의 가치가 역시 나를 소유하고 나를 규정합니다.





이 말에 온전히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요. 하지만 그런 이에게 시계는 시간 그 이상의 의미가 됩니다. 
그리고 가끔식 시계가 그냥 예뻐서 좋아했을 때가 좋았노라고 회고할 것입니다 . 







그동안 많이 응원해주시고 추천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birth_eNigmA
14/06/29 15:49
수정 아이콘
댓글 한번 안달고 글이 보일 때 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지금도 손목시계를 차지 않고 관심조차 없었는데...읽을 때마다 흥미롭고 알고 싶은 마음이 살살 생기더라구요. 한 분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건전하게 쌓이면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 글에 저의 첫 댓글을 남기네요.
오르골
14/06/29 16:16
수정 아이콘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14/06/29 16:03
수정 아이콘
저는 요즘 쥐샥 프로그맨 독개굴이 너무 갖고싶은데.. 돈이..
유로회원
14/06/29 16:44
수정 아이콘
어지간한 시계 하나 못살 형편은 아니지만.... 한번 지르고 말기엔 너무 아름다운 세계라서 그냥 보는 걸로만 달래려고 합니다

꿈같은 글들 잘 읽었습니다
개리지효
14/06/29 17:52
수정 아이콘
레귤레이터를 차다가 시계갯수가 너무 많아져 방출했는데 아직도 후회합니다.
정말 정장에 최고의 조합인듯합니다.
가볍고 잔기스에 코인 베젤 특성항 잔기스에 강하죠.
케이스부터 보증서에 게르트 랑의 친필 싸인까지 모조리 맘에 드는 시계 였습니다만...
후회해도 다시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오르골
14/06/29 18:40
수정 아이콘
문장을 약간 다음었습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14/06/29 22:59
수정 아이콘
좋은 연재 잘 봤습니다.
14/06/30 01:05
수정 아이콘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부터 시계를 안차고 다녔는데(18년이나 됐네요), 시계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용도만 있는줄 알고 있던 저에게는 오를골님의 글은 정말 새로운 충격이었습니다.

가지고 계신 지식을 공유해주셔서 고맙고 그동안 써 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르골
14/06/30 01:08
수정 아이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베니카
14/06/30 06:43
수정 아이콘
저도 눈팅만 했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러 시계추천글들을 본적은 있지만
오르골님이 세부적 표현이 좋으시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오른발의긱스
14/06/30 17:38
수정 아이콘
그동안 연재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그저 사치품으로만 생각했던 시계가 다르게 보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번에 올려주신 노모스시계에 푹빠져 와이프에게 조르는 중입니다.
생각좀하면서살자
14/06/30 19:25
수정 아이콘
이쁘고 괜찮은 것들만 골라서 소개하셨겠지만.. 다들 정말 이쁘네요 하아.. 검색해보니 다들 가격이 쎄네요 크크. 지난번 노모스랑 오레아 정말 마음에 들어요!
산으로오르는 연어
14/06/30 22:50
수정 아이콘
너무 너무 좋은 시계이야기 언제나 감사했구요
오르골님 시간나시면 시계말고 브랜드로 한번 이야기 풀어 주시면 좋겠네요 분명 그쪽 지식도 해박하실듯 한데요..
연필깎이
14/07/02 15:29
수정 아이콘
그동안 잘 봤습니다!
14/10/29 10:08
수정 아이콘
돌아다니다 발견한 것인데, 론진 마콜 레트로그레이드 라인업엔 히든버튼으로 표현한 것도 있었네요.

물론 마콜 라인업이라 디테일은 조금씩 다릅니다만.. ㅠㅠ

링크 남기고 갑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8tAIJDDXsE4
고급정보
16/03/29 12:48
수정 아이콘
뒤늦게나마 추천과 리플남기고 갑니다~ 시리즈 알차게 잘 읽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2228 [일반] 똥을 밟았다. [16] 오르골6750 15/11/27 6750 22
53167 [일반] 현대미술 런웨이를 걷다: 김정현 Survival Game [1] 오르골3732 14/08/11 3732 1
52444 [일반] 내가 사고 싶은 시계: 마지막, 크로노스위스 & 론진 [16] 오르골19756 14/06/29 19756 19
52344 [일반] 내가 사고 싶은 시계: 명작의 이유, 모리스 라크로아  [15] 오르골26038 14/06/22 26038 10
52245 [일반] 내가 사고 싶은 시계: Fly Me To The Moon, 에포스 [23] 오르골32432 14/06/14 32432 21
52199 [일반] 내가 사고 싶은 시계: 까르띠에, 내 손목 위의 파란 공 [29] 오르골17026 14/06/11 17026 10
52164 [일반] 내가 사고 싶은 시계: 몽블랑, 반짝반짝 빛나는 [41] 오르골19623 14/06/09 19623 6
52127 [일반] 내가 사고 싶은 시계: Less is more, NOMOS [27] 오르골22488 14/06/07 22488 10
52118 [일반] 내가 사고 싶은 시계: 론진 레전드 다이버 [29] 오르골26847 14/06/06 26847 10
52033 [일반] 내가 사고 싶은 시계: 해밀턴 네이비 파이오니어(H78465553) [29] 오르골25482 14/05/31 25482 10
47487 [일반] 시계 이야기: 추게특집, 무엇이든 물어보려면? [33] 오르골10939 13/11/04 10939 10
47253 [일반] 시계 이야기: 나의 드림 와치 & 파일럿 시계 [37] 오르골24190 13/10/23 24190 7
47129 [일반] 시계 이야기: 저렴이 시계 특집 [36] 오르골28169 13/10/17 28169 10
47053 [일반] 시계 이야기: 저렴이, 패션시계 특집 [67] 오르골17196 13/10/14 17196 19
46994 [일반] 시계 이야기: 월급의 반 (2) [51] 오르골20104 13/10/11 20104 10
46977 [일반] 시계 이야기: 월급의 반 (1) [87] 오르골22106 13/10/10 22106 11
46896 [일반] 시계 이야기: 50만원을 모았습니다. [83] 오르골19441 13/10/07 19441 15
46876 [일반] 시계 이야기: 20만원으로 시계를 사자! (2) [55] 오르골19751 13/10/06 19751 23
46856 [일반] 시계 이야기: 20만원으로 시계를 사자! (1) [50] 오르골20243 13/10/05 20243 12
46818 [일반] 시계 이야기: 나... 나도 가질거야!, 오마쥬 이야기 [43] 오르골30962 13/10/03 30962 6
46758 [일반] 시계 이야기: 시계를 즐기는 방법 [43] 오르골16541 13/09/30 16541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