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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27 21:11:08
Name 대한민국질럿
Subject [일반] (푸념글) 답은 정해졌는데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드네요.
지금 멘붕 상태인데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고 해서 여기다가 쓰게 되었습니다. 징징글 보기 싫으신 분들은 조용히 뒤로가기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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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중국에서 유학생활중인 대학생이고, 미필입니다.

오늘 오전에 졸업식을 마쳤습니다. 중국은 학기가 9월에 시작하기때문에 졸업을 대개 6월 말에 하죠. 이제 5년 넘게 지속됬던 이곳 생활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군입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근데.. 저한테는 현재 서로 썸씽 관계인 여자가 있습니다. 같은학교 학생인데, 학교에서 만난건 아니고 세달 전에 집 근처 헬스장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알고보니 같은학교 같은학번이었죠.

헬스장에서 웬 젊은여자가 뻘뻘대면서 로잉머신 하고있길래 이것저것 좀 알려주다가 번호를 교환했습니다. 그 후 같은학교 같은학번인걸 알게되었고 헬스장에서 만나서 같이 운동한뒤 저녁먹고..쇼핑하고.. 이런식으로 1주일에 서너번 정도 꾸준히 만났습니다. 상대방도 꽤 적극적이었고 저도 몇번 만나면서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점점 상승했죠. 그런데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할수록 저는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뒤에 졸업하고 입대해야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물론 그렇게 따지면 처음부터 시작하면 안되는 관계였지만 처음에는 그냥 진지하지 않은 호기심으로 시작한거였기 때문에 제 감정이 이렇게까지 될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스스로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연락을 끊고 헬스장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서로 대화를 '헬스장에 몇시에 오느냐'로 시작했는데 제가 점점 헬스장 못간다고 둘러대는 날이 많아지니 상대도 연락을 끊더군요. 뭐 그동안에도 만날때마다 졸업하면 중국에서 계속 있을건지 한국에 돌아갈건지 계속 물어보는데 군입대 연장할 생각도 없으면서 군입대 연장할 방법을 찾고있다..근데 안될수도있다 뭐 이런식으로 둘러대는 상황이었으니 상대도 어느정도 제 상황을 눈치챘을 겁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한달반정도 지나고 오늘 졸업식때문에 오랜만에 학교에 갔는데, 제가 뭔 바람이 불었는지 상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상대가 받더니 다짜고짜 어디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졸업식에 왔다 했더니 자기도 왔다고 하길래 그럼 졸업식 끝나고 보자 하고 끊었습니다. 내심 저는 전화하면서도 상대가 핑계를 대고 만남을 거절하길 바랬는데..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대하니 뭔가 한방 맞은 기분이더군요. 어쨌든 그동안 거짓부렁으로 둘러댄 부분을 확실히 매듭지어야겠기에 만나러 나갔습니다. 뭐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또 군대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제가 웃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니 갑자기 상대가 이번에는 좀 진지하게 이야기할수 없겠느냐고 하더군요. 순간 뜨끔했습니다. 결국 정색하고 '군대 연기를 못할것같다. 군대를 가야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상대가 '그렇구나..' 하고 잠시 침묵하더니 그럼 군대 마치면 중국으로 올거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제대하면 중국에 와서 일을 하고싶다고 했죠. 뭐 이건 저도 그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대뜸 '그럼 중국여자 와이프 있어야겠네?' 이러더군요. '그래야겠지?' 하고 태연한척 하며 넘겼으나 속으로는 깜짝 놀랐죠. 뭐 자연스럽게 주제를 다른쪽으로 넘기긴 했는데 이후에도 상대가 계속 대학생활중에 연애다운 연애를 못해본것이 한이라느니, 결혼하면 한국으로 귀화를 할수 있냐느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뭐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쳤지만 제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뭐 그렇게 두어시간동안 이야기 하다가 학식에서 밥먹고 한국가기전에 볼수있으면 한번더 보자고, 만약 못보고 한국 가게되면 그래도 연락은 하고 지내자고 한뒤 헤어졌네요.

사실 저는 제가 연락을 의도적으로 끊은뒤 상대도 연락을 하지 않아서, 상대가 저에대한 호감을 접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만나보니 그게 아니었고... 상대역시 저에대한 호감이 정리된게 아니라는걸 알게되니 새벽두시도 아니고 술취한것도 아닌데 다 정리된것 같았던 마음이 갑자기 요동을 칩니다. 한국에 가서 학사장교로 복무하게되면 아무리 빨라도 내년 초에 입대를 해서 3년동안 복무를 해야되니 장거리 연애고 뭐고 그냥 아예 물리적으로 만날수가 없는 상황인데 제 마음이 왜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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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서스
14/06/27 21:17
수정 아이콘
인생은 발업질럿처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힘내세요!
아르키메데스
14/06/27 21:21
수정 아이콘
아 일단 너무 멀리 생각 하지 마시고 순리대로 하세요.
물 흐르듯이 하고싶은대로 하세요.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것도 아니고
저글링아빠
14/06/27 21:26
수정 아이콘
답이 정해진 게 아닌듯 합니다. 이런 일에 답이 있나요?
저글링아빠
14/06/27 21:26
수정 아이콘
참.. 이거 까먹었네요.

부들부들....
Aneurysm
14/06/27 22:24
수정 아이콘
저글링아빠님은 유부남 아닌가요? 마음에서 우러 나오지 않는 소리를 하시다니...
솔로 30년차가 부들부들........하고 갑니다.. ㅠㅠ
기아트윈스
14/06/27 21:39
수정 아이콘
본인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망설여지는 이유는 아마

1. 상대가 내 군생활 기간을 안기다려줄까봐

2. 내가 못기다릴까봐

3. 둘 다 아닌데 상대가 나를 기다리게 하는게 너무 죄스러워서.

세 가지 이유중 하나, 또는 두가지가 걸려서 그런 것 아닐까요?

일단 1번에 대한 제 생각은,
13억 중국인을 일반화하자니 정말 우습긴 하지만 (-_-;;)
중국여자들 잘기다려요. 원거리 연애도 잘 하구요.
친한 친구 하나는 대만에 교환학생가서 한 학기만에 여자친구 만들었는데
무려 4년을 장거리연애하고 결혼했습니다.
한 반 년에 한 번씩 만나면서 연애하더군요;;;
상대방이 질럿님께 진지하고 진솔하게 고백한 이상 일단은 의심하지 말고 믿어보세요.

2번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조언할 게 없네요;;

3번에 대해서라면, 전 여지껏 제게 비슷한 문제로 상담을 청해왔던 모든 남성 친구들에게 강한 어조로 부정해왔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구요.

여성 입장에서 군대간 남성을 기다리는 게 늘 쓸쓸하거나 괴롭거나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기다리는 시간이 달콤하기도 하고, 기다린 만큼 재회했을 때 더 기쁘기도 하고, 여튼 그렇습니다.

군생활도 마찬가지인데, 군생활 자체가 힘들고 괴로운 것도 있지만, 마치 결혼생활이 그렇듯(!?) 또 그 속에 즐길 만한 점들도 있어요. 밖에서 누군가가 날 기다려주고 있다는 뿌듯한 기분도 그 중 하나이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먼저 저렇게 분명하게 자기 마음을 표현했으면
아마 많이 용기를 낸 걸 거에요.
이럴 때 제일 나쁜 남자는 거절하는 남자가 아니라 얼버무리는 남자에요.
이거 하나는 장담할 수 있어요.
절대로 얼버무리지 말고 질럿님도 자기 마음을 明明白白地表现出你的心窝吧。


我不知道你为什么着急!祝你们健康好,学习好,恋爱好!
대한민국질럿
14/06/27 23:00
수정 아이콘
일단은 한국 가기전에 한번 더 만나보고 결정할려고요.. 지금의 제 감정이 그냥 순간적인건지 아니면 진짜인지 확인을 한 다음에 결정을 해야될 꺼 같습니다
NeverEverGiveUP
14/06/27 21:45
수정 아이콘
으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추천해 드립니다.
王天君
14/06/27 21:53
수정 아이콘
전 오히려 저런 여성분은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럿님도 호의가 있다면 미안함만으로 그 마음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현실적인 악조건도 저렇게 기꺼이 받아들이시면서 상대방을 포용할 줄 안다면 더더욱 잡을 가치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오히려 질럿님이 조금 나빴네요!!! 스리슬쩍 연락을 끊어버리시다니!!
대한민국질럿
14/06/27 23:05
수정 아이콘
시간이 많이 부족하지만..일단 제 마음에 확신이 서면 결정할 생각입니다.
tannenbaum
14/06/27 22:11
수정 아이콘
먼저 질럿님에게 쓴소리 하기 싫은데요ㅜㅜ
님이 진짜 나뻤습니다
본문에 생략된 여러 이야기가 있겠지만 그분을 진정 사랑하신다면 본인의 고민의 해결책으로 그러시면 안되는거였습니다 ㅜㅜ
내 상황이 어려우니 내맘 편할수 있도록 니가 먼저 나를 차줘!!! 이건 아니죠
정면돌파 솔직담백!!!!
대한민국질럿
14/06/27 23:01
수정 아이콘
내 상황이 어려우니 내맘 편할수 있으니 니가 먼저 마음을 접어줘..

제가 딱 이 마음이었습니다. 나쁘다는것 잘 알아요..ㅠㅠ
Aneurysm
14/06/27 22:21
수정 아이콘
연애에 있어서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쓰고 생각을하고 한다해도
많은 경우에 어설플수밖에 없더라구요.
(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나 가장 큰 이유는 결국엔 그 누구도 자기자신을 버릴수가 없는것 같더라구요.)
그렇게 어설픔은 자신에게 큰 후회와 상처로 남고,
무엇보다 배려할려고 했던 상대방에게마저도 더욱더 큰 상처를 불러올지도 몰라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싶다면 그 분을 존중해주세요.
지금도 앞으로 어떤일이 있다해도 스스로가 잘 판단내리고 그에 따른 결과도 잘 이겨낼꺼에요.

뭐 어쨌든 어려운 일일꺼라 생각합니다.
행운이 따르길 바랄게요.
대한민국질럿
14/06/27 23:04
수정 아이콘
매번 상대를 배려하다가 실패했는데.. 그걸 깨닫고 어느순간부터 상대를 배려하는데 들이는 노력으로 상대가 원하는것이 뭔지 알아내려 노력하는게 훨씬 도움이 되더라고요. 근데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아서..
영원불멸헬륨
14/06/28 00:23
수정 아이콘
귀국전 짧게만난 여자친구와 어떻게 할것인가.. 예전의 제 상황이랑 약간은 비슷하네요.
오랫동안 떨어져있는게 눈앞에 보이지만, 마음이 가는걸 어쩌겠어요. 하세요. 힘들겠지만 버틸만합니다.
Gorekawa
14/06/28 03:32
수정 아이콘
죄송한데 학사 장교도 휴가가 있지 않나요? 일년에 한두번 그녀가 한국에 올때 잠깐 만나는 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데요. 전화나 화상통화, 스카이프, 채팅 등 교류를 할 수 있는 빙법은 얼마든지 있고.

물론 그것만으로는 진정한 연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장거리 연애라는 게 어쩔 수 없잖아요. 진짜로 서로 좋아하면 단절된 시간만큼 애틋함을 느낄 수 있는 거고. 자기 생각하고 하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배럭오바마
14/06/28 07:02
수정 아이콘
저도 이런적이 있었는데요. 케바케지만 나라도 다른 장거리인데다 군복무 3년이면 사실 만나도 서로 힘들것 같습니다. 서로가 이해하고 도와주면 가능하지만 사실 이것도 시간이 길어지면 지치게 되거든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쓴분이 깔끔하게 다 마무리 하고 도전하는게 좋은것 같습니다. 운명이라면 그분이 기다리고 있을수 있으니깐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확신이죠. 감정이 순간적인건지 아닌지는 글쓴분이 잘 판단하리라 믿습니다.
14/06/28 22:34
수정 아이콘
지르세요 세상 한번 사는거 사람인생 어떻게 될지 알수없는거고 당장 오늘 내일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건데
환경 여건 다 떠나서 지금 이순간 원하는 것을 하시는게 좋을거 같아요.
14/06/29 10:36
수정 아이콘
붙잡을 붙잡힐 정도로 깊은 사이는 아니것 같네요
막연한 약속으로 마무리 하심이 어떨까요
3년후에 연락하겠다
그때 상황이 어찌 변했든 옛친구 대하듯 편하게 받아달라 정도로
사귀자는 건 서로 너무 부담입니다
관계에도 여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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