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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27 15:39:03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일반] 김수환 추기경의 말들
종종 생각날 때마다 엔하위키에서 김수환 추기경 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봅니다.
본 글을 다시 보고 다시 보고 하는 것인데도, 울컥하거나 감탄스럽거나 대단하다 싶은 문장들이 계속 눈에 밟히곤 합니다.
현 교황의 행보를 보면서 존경스럽고 부럽다가도, 우리도 그런 추기경을 가졌던 적이 있었지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네요.
그 말들을 몇 가지 가져옵니다.

http://mirror.enha.kr/wiki/%EA%B9%80%EC%88%98%ED%99%98


/

"수녀들이 나와서 앞에 설 것이고, 그 앞에는 또 신부들이 있을 것이고, 그리고 그 맨 앞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나를 밟고 신부들을 밟고 수녀들까지 밟아야 학생들과 만난다."
- 김수환 추기경이 6월 민주항쟁 당시 명동성당에 피신해있던 시위 학생들을 체포하기 위해 다음날 공권력이 투입될 것임을 통보하러 온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한 말. 6월 항쟁은 전두환 정권이 망하는 가장 큰 계기가 된다. 글로 적어놓으면 상당히 비장한 분위기일 듯 싶지만, 당시를 회고하는 인터뷰에서는 마치 "주말에 성당에 나오시면 늘 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그냥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고 한다. 최후통첩 분위기를 내며 김 추기경을 협박하려 했던 정부 측으로서는 대꾸할 말이 생각 안날 대략 난감한 상황이었으리라.



/

"인간 박정희가 하느님 앞에 섰습니다"
- 박정희 장례미사에서



/

"비상 대권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 나라를 위해 유익한 일입니까?"
"박정희 당신은 아는가"
- 1971년 유신집권 당시 TV 생중계 성탄절 미사에서



/

"오늘 미사의 제1 독서에서는 야훼 하느님께서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에게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시니 카인은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하고 잡아떼며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창세기의 이 물음이 오늘 우리에게 던져지고 있습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아들, 너희 제자,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탕'하고 책상을 치자 '억'하고 쓰려졌으니 나는 모릅니다.", "'수사관들의 의욕이 좀 지나쳐서 그렇게 되었는데 그까짓 것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국가를 위해 일을 하다 보면, 실수로 희생될 수도 있는 것 아니오?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라고 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 박종철 군 추모미사 중



/

"그의 죽음은 별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더 새로운 빛이 되어 앞길을 밝혀주기 위해 잠시 숨은 것뿐입니다"
- 장준하의 영결미사에서



/

"나는 권양과 변호인단의 증언을 진실이라고 믿는다."
-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 당시



/

"이분은 우리 민족의 스승이라면 스승 되시는 분이에요. 이분이 지금 살아서 나온다면 절을 안 하겠어요?"
- 심산상 수상 당시, 심산 김창숙 선생의 묘소에서 제사 지내고 주저 없이 절하며. 김수환 추기경의 조부는 병인박해 당시 순교했었다.



/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
-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

"그동안 많이 사랑 받아서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용서하십시오."
- 유언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미사 봉헌하실 적에 제가 너무 어렸었던 지라, 성탄미사에 가서 졸았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선종하시고 가족들과 같이 조문행렬에 서서 기다리면서, 그 때 조금 더 열심히 들었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https://ppt21.com/?b=10&n=210195 이 글 보고 문득 생각나서 이리저리 퍼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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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27 15:46
수정 아이콘
말년에 말실수도 종종하신듯 하셨지만, 우리나라에 이만한 종교지도자가 없죠.
14/06/27 15:47
수정 아이콘
우리에게도 존경을 드릴 종교지도자는 많았지요
다만 점점 줄어가는것 같아 마음이 아플뿐입니다.
레지엔
14/06/27 16:06
수정 아이콘
유언이 정말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tannenbaum
14/06/27 16:14
수정 아이콘
개신교 쪽에서는 문익환 목사님 생각 납니다.
돈에 눈이 멀고 권력의 개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큰 교회 목사들과 너무 비교되지요.
우주뭐함
14/06/27 16:27
수정 아이콘
존경하는 분입니다.
바다님
14/06/27 16:46
수정 아이콘
고 김수환 추기경님 이후로 존경 할만한 천주교 지도자는 이제 없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밀양에서 할머님들과 같이 먹고 자고 하다가 연행 된 수녀님 같은 분들이 낫지요.

그나마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파격 행보를 보녀주셔서 대폭 지지를 받고 계시는데 이 분, 피격 되실까봐 매일 두렵습니다.
저는 두려운데 교황님은 두려움이 없으신듯.
기아트윈스
14/06/27 16:52
수정 아이콘
교황님 요즘 하드캐리 중이시지요.

천주교에 오랜만에 큰 복이 생겼습니다.
바다님
14/06/27 17:03
수정 아이콘
예. 그야말로 하드 캐리 중 이시죠. 표현 적절 하십니다. 크크.
8월에 청와대도 가시던데 거기서 교황님이 무슨 말씀을 하실런지 사뭇 기대 됩니다

신자 로서 부디 오래오래 이 땅에서 계셔주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14/06/27 17:00
수정 아이콘
차에서 냉큼 내리시는 유게의 동영상을 보니... 정말 두려움이 없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다님
14/06/27 17:07
수정 아이콘
네. 마피아 파문 선언 하시고 몸을 사릴만한데 인간의 두려움 이란 감정을 이미 초월 하시고 마이 웨이 가시는듯 하더군요.
개미먹이
14/06/27 17:33
수정 아이콘
김수환 추기경 이후에는 강우일 주교가 인상 깊더군요.

"국가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면서 일한다는 사람들이 행하는 일들, ​그들이 말하는 국가의 정책이 국민들의 동의나 공감대 속에서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만을, ​그러니까 지배층의 소수 권력자들만을 위한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들만의 편향된 사고와 이념, 자기들만의 기득권을 위해서 국가의 이름을 내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국가가 하는 일이라고 해서 우리 모두가 훼손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소박한 생각이 아닐까요."

저서 <기억하라 연대하라> 中
바다님
14/06/27 21:16
수정 아이콘
아... 몰랐네요. 한버 찾아보고 알려주신 저서 한번 찾아봐아겠습니다.
정말 감사 드립니다.
데오늬
14/06/27 18:57
수정 아이콘
주님께서 함께 계신데 두려움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러니까 신의 종 중의 종이지 싶습셒습...
바다님
14/06/27 21:18
수정 아이콘
전임 베네딕토 교황님 때는 솔직히 여러가지 별로였었는데...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너무 다른 분이라...
덕분에 신자인 저도 요새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adagietto
14/06/27 18:44
수정 아이콘
많은 날을 무신론자로 살았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행보를 보면서 처음으로 종교를 갖게 되는것을 생각해보고 있어요.
신부님들..진심으로 존경스럽습니다.
14/06/27 20:54
수정 아이콘
제 닉네임이 사실은 State of City of Vatican 입니다.
스테비아
14/06/27 22:42
수정 아이콘
교황님 프로토스랍니다.
14/06/27 23:27
수정 아이콘
어억 ㅠㅠㅠㅠ
14/06/28 20:27
수정 아이콘
추기경님...ㅠㅠ 다시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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