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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16 23:16:09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일반] 우리는 조금 더 정치적이어야 한다
/1

4년 만의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개인적으로 보기엔 여야가 각자 먹어야 하는 최소한의 선은 넘게 먹었고, 상대를 이겼다고 자신하기에는 애매한 그 수준으로 나눠간 걸로 보이네요. 뭐 7.30 재보궐이 꽤 큰 규모다 보니 그것도 주목해봐야 할 거 같고....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이 선거 저 선거 관심이 있다 보니 후보자들 면면을 찾아보게 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교육감 선거도 있고 이런저런 정당 공천자들의 이름도 찾아봤지요. 그러면서 깨달은 건 후보자 관련 정보를 찾기 꽤나 어렵다는 겁니다. 이번에 나름 선관위에서 선거 공보를 웹에 게재하고 하는 등의 처리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인터넷에서는 최소한 후보 범죄 이력 정도는 보고 찍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다 봅니다. 다만 그걸로 충분한 것인가 하는 거죠.

공보에 명시되는 건 아시다시피 가족, 재산, 병역, 납세, 범죄 이력 정도이고, 이후의 공약 같은 건 후보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편집이 되어서 나오는 거죠. 이러한 공약이 얼마나 지켜질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그 사람이 해당 내용에 대해 과거 어떤 행적을 보여왔는지를 확인하는 걸 겁니다. 그리고 이런 후보의 행적을 확인할 방법이 참 없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기초자치수준의 후보들에겐 사실 그런 걸 기대하기에 후보 수도 너무 많고, '소시민적'인 삶을 살아온 분들이 많은지라 공적으로 드러나는 것들이 애초에 별로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런 과거 행적 찾기의 어려움은 심지어 주요 광역단체 후보들의 경우도 별다를 게 없다는 점이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예컨대 당장 안희정을 구글에서 검색했을 때 뜨는 '정리된 텍스트'는 위키피디아 뿐이고, 그 내용은 사실 이 사람이 어느 당에서 어느 당으로 가고 누구랑 엮이고 어떤 직책을 맡았었고 하는 것들이죠. 자리를 맡고 선거에서 이기고 뭐 이런 것 중요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한 건 그 자리에서 어떤 정책을 펼쳤는가 하는 점이겠죠. 국회의원의 경우엔 대표적으로 어떤 법안을 입안했고, 어떤 주요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어떤 상임위에서 무슨 안건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겁니다. 시장이나 도지사라면 그 행정업무 중 특징적인 안은 무엇이었고 성공한 정책은 어떤 것이며 어디서 무리수를 두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할 거에요. 검색엔진을 통해 그런 내용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이건 사실 언론들이 그런 내용들을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어떤 시정을 펼치고 어떤 법안을 다뤘는지 같은 건 보통 언론의 관심 영역이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추문이 벌어졌을 때나 국회가 파행으로 갈 정도의 중요 법안을 다룰 때에나 카메라와 펜이 움직이고, 선거 때는 공약이 아니라 지지율만 스포츠 중계하듯이 다루는 뉴스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죠.




/2

이와 비슷한 모습이 벌어지는 게 대학 학내 정치 선거판입니다. '선본'이라고 불리는 집단의 이름을 매번 바뀌고, 종종 어떤 기조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네들의 이력을 자세히 들여다 보기 전엔, 혹은 자세히 들여다 본 이후에도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스탠스를 취해 왔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한 총학 선거판에 어느 정도 연이 닿아있는 사람이라면 귓띔 듣고 돌아가는 판세를 알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절대 다수는 그렇지 못하겠지요. 그러니 우리는 입에 단 공약과 예쁜 여학우를 찍습니다. 학내 정치는 기호의 문제로 격하됩니다.

예컨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유력 정치인을 지지하는 모임이 있고, 그 모임에 들어가 있는 대학 동문들은 꽤나 사회에서 한자리씩 하는 양반들이었습니다. 이 양반들은 학내 정치판에 끼어보려는 어떤 친구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지원들을 해주게 됩니다. 그러는 동시에 교내 응원단을 발족시키고 모임의 핵심 인사가 응원단 후원회장 역할 또한 맡게 되지요. 결과적으로 일부 학내 정치 세력과 응원단과 해당 모임은 서로 이리저리 엮인 사이가 됩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건 공적인 내용들 뿐입니다.

특정 '학내 정치 세력'분들은 총학 선거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시고, 그 이듬 해에 선거는 다시 열립니다. 응원단장을 역임한 신선한 피가 총학 선거에 나서고 당선됩니다. 그 선본의 공약은 [정치적 이슈에 나서는 총학이 되지 않겠다]라는 거였죠. 재미있는 일입니다.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시위에 나서는 것이 정치적 이슈에 의견을 표출하는 거라면, 모두가 그러할 때 혼자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정치적 스탠스를 내비치는 것이 되죠. 응원단장 출신 총학회장은 유수 대학 총학들이 시국선언을 써내려갈 때, 비문으로 가득한 성명서를 꺼내듭니다. 빨간펜 긋는 맛이 있는 글이었습니다.

여튼 중요한 건 저러한 집단 간의 내부 관계를 모르는 한, 공약은 空약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현실 정치에서 정당 딱지를 달고 나오는 중대한 이유 중 하나는 그 딱지가 자신의 스탠스를 어느 정도 대변해 준다는 점입니다. 물론 깊이 들어가면 스스로의 당내 입지를 보여준다는 점 같은 것도 있겠지만, 그건 부차적인 것이죠. 유권자는 공약을 읽기 전에 당을 보고, 해당 정당이 이전에 해온 것들을 의식으로 반영해 후보를 고릅니다. 순기능이자 해악일수도 있겠습니다.

교내 정치에 정당 도입을 고려하는 게 어떤가 하는 발상은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현실 정치의 정당을 연계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해당 학내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사람들 간의 집단에 명찰을 붙이자는 겁니다. 알게 모르게 뒤에서 이합집산이 이루어지고, 어느 정도 이상 관심을 가지는 이들만 알고 넘어가는 상황은 도움 될 게 없다는 것이죠. 이 경우엔 득이 많을까요 실이 많을까요. 교내 정치의 탈 정치화는 의당 그러해야 할 물건인가요?





/3

침묵에 의한 스탠스 표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참에 언론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지요. 언론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여론에 반영하는데, 그 중 사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기사의 논조나 어휘 선택 같은 게 아닙니다. [어떤 사건을 싣을 것인가]에서 이미 절반이 결정되고 들어가는 것이죠.

예컨대 이번 선거에도 그러한 스탠스 표출은 어김없이 있어왔습니다. 야권에 유리한 사건과 여권에 유리한 사건을 매일매일 터져나오고, 어떨 때는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작은 사건을 크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것도 언론이고, 큰 사건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언론의 힘이죠. 인터넷 좀 이용하시는 분들은, 혹은 사회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좀 있으신 분들은 다들 아는 사실입니다. 어느 언론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어느 세력에 줄을 대고 있고 뭐 그러한 것들. 그런데 이 사회 구성원 중, 투표권자 중 과연 몇 퍼센트나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까요?

전 공군 출신이고, 훈련소 소대 시절에도 4년제 대학 재학생만 줄창 봤습니다. 어느날 육군 전방 출신 친구와 얘기를 하다 보니 그런 말을 하더군요. 자기네 부대는 영화 DVD 빌려보거나 TV에서 하는 영화 볼 때 외화를 못 봤다. [자막을 따라읽지 못하는 애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전 그 말이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세상엔 제가 모르는 종류의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뼈저리게 알았으니까요. 당장 세월호 이슈를 보도하는 행태들을 보면서 비로소 언론의 정파성을 깨달았다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전 여친은 TV조선에서 '노무현이 대통령 감이 아니다'라고 방송한 내용을 저에게 묻더군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언론의 스탠스 표방입니다. 미국의 케이스를 보면 이 동네 언론사들은 대선 등이 있을 때 자신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사설에 분명히 밝힙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는 2012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에게 재선을' 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쓸 정도지요. 미국 선거 레이스에서 선거 자금 조달이 중요한 이슈이듯이, 어떤 언론사의 지지를 받는지 또한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물론 모든 언론사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끝까지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는 언론사도 적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지지후보 공개가 아예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8조에 언론기관의 공정보도 의무는 지지후보를 공개하는 걸 막고 있지요. [과연 이 조항은 언론기관의 공정한 보도를 규정하고 있는 걸까요.]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언론사 의견을 사실처럼 쓰거나,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지면을 구성하거나, 사건들을 이리저리 주무르는 건 과연 공정한 걸까요. 오히려 지지후보를 분명히 밝히고 글과 영상을 자아내는 것이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닐까요.






/4

끊임없이들 탈정치를 외칩니다. 야당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 대신 박원순식 탈정치 행보를 참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학내 선거에서 탈정치가 대세가 된 것은 하루이틀일이 아니며(물론 이건 NL 계열 총학들의 뻘짓들이 끼친 영향이 결코 적지 않을 겁니다), 언론들은 자신들이 중계진이나 심판관이라도 되는 양 신나게 스포츠 중계하듯 정계를 들여다 보죠.

다르게 본다면, 박원순이 그러한 탈정치적 테크노크라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건 야당이 여당을 상대로 쌈박질하며 정치공학적 놀음을 대신 해준 탓이며, 탈정치를 외치며 출마하는 것은 또 다른 방식의 정치적 의견의 표출에 불과하며, 언론사들은 앞에서는 고상한 척 하면서 뒤로는 할 짓 다 하는 망나니가 어울릴 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조금 더 정치적이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정치적인 양 하면서 실지로는 제대로 정치적이지도 못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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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용 에탄올
14/06/16 23:26
수정 아이콘
국회 같은경우에는 의안정보시스템과 국회회의록시스템의 형태로 정보검색이 가능합니다.
각 지방의회의 경우 지방의회 홈페이지에서 의안정보 형태로 의안발의와 전자회의록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도지사 같은 경우 도의회에 지방정부입법(발의자가 도지사로 되어 있는 조례 등.....)을 수행하고, 도청 홈페이지에 정책진행사항, 예/결산사항이 공개됩니다.
다만 이 정보 각각을 개별 유권자들이 '알아서'찾아봐야 한다는점에서 접근성에 문제가 있을수 있습니다.
이전 시장/구청장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였는가를 '상세히' 알아보려면, 시/구에서 나온 보고서와, 시의회/구의회의 의정활동보고서, 시의회/구의회홈페이지 의안정보에서 자치단체장 발의 조례를 본다거나, 예/결산 사항을 들여다 보아야 하는데 개별유권자가 이를 수행하라는 것은 사실상 보지말라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14/06/16 23:32
수정 아이콘
전체적으로 동감하는데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조금 부정적입니다. 미국이 공화와 민주로 편 갈라서 정치대결을 해도 나라가 계속 굴러가는건 두 당의 세력이 엇비슷하고 그 지지기반 또한 엇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새누리와 새정치의 세력비가 2:1 정도로 차이가 나고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돈'에 있어서는 그 격차가 훨씬 더 벌어져 있습니다. 만약 조중동을 위시한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중립을 버리고 새누리 편을 들고 한겨레나 경향같은 몇몇 언론이 새정치 편을 들며 정치적 대결을 할 경우 새정치 쪽 언론들은 자본에서부터 말라갈겁니다. 조중동과 재벌들의 혼맥도만 봐도 우리사회의 엘리트들이 얼마나 견고한 결합을 하고 있는지 알수 있는데 중립이라는 허울마저 벗어버리게 한다면 도저히 되돌릴수 없을겁니다.
당근매니아
14/06/1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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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언론들이 과연 실제로 중립적인가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조중동과 종편을 위시한 언론들이 중립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친여권적인 이야기를 한 지 수십년인데, 정작 그걸 받아들이는 유권자 중엔 걔들이 [진짜 중립을 지킨다]고 아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차라리 자신들이 어느 쪽 인사를 지지하는지를 말하고 시작한다 해서 지금보다 논조를 더 표나게 갈 수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한다면 판단에 도움이 되는 척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런 상상 자체가 나이브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4/06/1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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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씀이긴 한데 언론의 중립의무를 없애버리면 야권의 언론이 완전히 말라죽어버릴거라 생각하기에 부정적인겁니다.
14/06/18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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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조중동은 여당 편 들 만큼 들고 있죠. 사람들은 그게 객관적인 진술인양 착각하면서 받아들이기도 하구요. 조선일보도 스스로 민족정론이라고 칭했습니다. 저는 당근매니아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적어도 조선일보를 읽을 때, 그들이 편파적이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읽게 될 테니까요.
새강이
14/06/16 23:44
수정 아이콘
이에 동의합니다 양당체제가 더 확고해지고 진보언론이 메이저급으로 올라갔을때나 언론의 지지정당 표명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조중동 vs 한겨레경향 구독자 수를 비교했을 때에도 현저히 차이가 나고, 종편채널에서도 다 보수성향이다보니(JTBC는 중앙일보에서 나왔는데..참..) 만일 언론이 지지 표명을 할 수 있게 되어 지금 언론에게 요구할 수 있는 중립성까지도 요구하지 못하게 되면 여론몰이(?)가 더 심화되리라 생각합니다.
14/06/16 23:48
수정 아이콘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두 가지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1. '탈정치'의 풍조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당근매니아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제 이 현상을 문제시한다면, 반대로 우리가 '정치화'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도 함께 필요하겠죠. 우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가 저는 (정치공학적인 의미가 아닌) 정치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논의는 항상 극도로 기피되고 있지요. 가치관의 문제는 언젠가부터 그냥 취향의 문제가 되어서, 더 이상 설득의 대상도 아니고 그저 쿨하게 인정하는 것이 정답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게으름에 기반한 왜곡된 다원주의죠. 그리고 이게 극심한 탈정치화 현상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설득하고 때로는 타협하는 모든 과정들이 그냥 귀찮은 것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그런 걸 언론에서든 일상 대화에서든 별로 선호하지 않더군요. 스포츠처럼 정치가 정치공학적인 차원에서 그냥 승패의 문제로 되어버린 건 아마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겠죠.

2. 대학 총학에서 점점 비권들이 등장하거나 혹은 아예 총학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도 아마 이런 탈정치화 현상과 무관하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대학 총학은 조금 특수한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이라는 공간은, 민주정부가 수립되기 전까지만 해도(혹은 수립된 이후에도) 사회적 투쟁의 핵심적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총학생회는 그 공간에서 지휘부로 작동하는 곳이었죠. 이런 의미에서 총학생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정치적 공간'과는 조금 다른 특수한 집단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의사를 대표하는 자치집단이라는 의미보다는, 각 대학교-단과대-과학생회로 이어지는 투쟁도구였던 것이죠.
학생정치조직이 점차 약화되고, 또 대학 역시 IMF 사태 이후 사회의 급속한 신자유주의화를 피할 수 없었던 탓에, 점차 학생회 조직을 구성하던 기반들이 무너졌습니다. 학생회 선거에서 학정조들이 선본조차 제대로 못 꾸리게 되면서 학생회는 투쟁조직으로서의 성격을 잃었죠. 그 자리를 옳다구나 하고 소위 '비권'들이 헤집고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했던 것은 학생회 조직이 할 수 있는 '복지 업무'는 사실 대학 행정에서도 충분히 처리가 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학생정치조직들이 무관심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만큼이나, 비권 역시 딱히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대학이라는 공간의 특성, 즉 4년마다 구성원이 바뀌게 된다는 그 특성으로 말미암아 이제 학생회가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애초에 정치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는 기억조차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입시 문화의 특성상 애초에 자치라는 것을 경험해 본 적도 없지요. 그런 학생들에 의해 구성되는 학생회는 더더욱 유명무실해지고 말았고요.
소독용 에탄올
14/06/16 23:55
수정 아이콘
사실 '탈정치'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인 활동이고, 정치적인 선언 입니다.

한국사회에선 정치를 '정치제도' 그중에서도 일부인 '정당'에 직접관련된 것으로 제한하는 묘한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정치'의 제한은 '탈정치'를 주장하는것, 그리고 정치과정을 비가시화하는 것을 통해서 자원배분에 대한 영향력을 얻는 '집단의 의도'인 동시에, 사회구성원들의 경험에서 비록된 역사적인 유물일수도 있습니다.
기아트윈스
14/06/17 00:00
수정 아이콘
소시적에 모 선본에서 선거운동하던 추억이 다시 떠오르네요.

전 철학과 학생이었습니다. 친한 선배 하나가 자기 정치학과 동기의 러닝메이트로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더군요.

목표는 NL이고 PD고 다 자빠뜨려버리겠다는 겁니다.

오우, 이렇게 신나는 일에 빠질 수 없지요. 저도 선거운동판에 뛰어들었습니다.

저희 모토는 심플했습니다. 총학은 학생들에게 강제로 회비를 걷어 그걸 예산삼아 운영되는 학내 대의기구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권한은 학내의제로 제한되는거임. 우리가 당선되면 학외문제에 대해선 관심 끊고 학내의제만 다루겠다. 우리가 만약 당선된다면 학생 다수의 뜻이 그런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여전히 우리 학생들은 학생회가 학외문제에 대해 발언하길 원한다는 거고. 한 번 봅시다.

공약? 공약도 매우 간소하게 준비했습니다. 학생회가 학내 활동에 대해 내걸만한 특이공약이 몇개나 있겠어요. 우린 고민 끝에 섹시한 아젠다를 설정합니다.

[중앙도서관 근방에서 어떤 행사도 허가 안내줄거임]

그리고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었고, 다른 선본들과의 토론회가 몇차례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그 때 정확히 집계를 못한 걸 후회하는데, [탈정치 같은건 불가능하다. 너네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정치다. 그러므로 너희 모토는 모순임] 류의 공격을 아마 어림잡아 공식적으로 100번 이상 받았을겁니다.

거 참... 저희가 아무리 돌머리라도 철학과-정치학과에서 짬을 먹을대로 먹고 나온 후보인데 자기네 정파에서 후계자로 지명받고 나온 새파란 NL들한테 계속 저런식의 훈계를 듣고있자니 참 힘들더군요.

물론 탈정치, 비권 등을 모토로 침묵하는 보수적 스탠스의 학생들의 표를 모아서 당선되는 사례들을 익히 보아 알고있지만, 그래도 저렇게 대놓고 관심법을 쓰는건 참 곤란합니다.

광의의 정치, 학계에서 통용되는 용어로서의 정치에서 벗어나겠다는 말이 아니라 (사실 불가능하지요. 고기가 물 밖에서 어떻게 사나요.), 협의의 정치, 사회에서 통용되는 용어로서의 정치에 관심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지요.

그걸 알만한 친구들이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계속해서 두 가지 [정치]를 섞어서 쓰면서 똑같은 공격/질문을 반복하는데 참 그렇고 그랬습니다.

저희가 원했던 건 총학의 위상과 기능에 대한 재정의작업이었고, 학생들의 투표를 그걸 확인하자는 거였지요. 학생회비가 학외활동에 쓰이는 걸 원하는지, 아니면 아닌지. 늘 그렇듯이 중도 앞에서 궐기대회하고 사람만큼 많은 깃발을 들고 교문 밖으로 출정하길 원하는지 아닌지.

결과는?

대승을 거뒀습니다. 특히 중도 앞에 설치된 투표함에서 몰표가 나왔지요.

총학생회실에 입성하고 난 뒤에도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1년 예산 규모가 어떻게 되고, 그 예산이 어떻게 움직이고, 교직원들은 어떻게 학생회 최고위 멤버들에게 접근하고, 접대하고, 구슬리는지, 회계는 얼마나 몽망진창으로 이루어지는지, 기타등등기타등등

그리고 그 1년이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엉망이었지요 뭐 -_-;;

첫 회의 주재했을 때 자리에 앉은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각자의 계파의 이해를 초월해서 이를 악물고 우리 안건들을 저지하는데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더군요.

표현이 좀 과하긴 한데, 당시엔 정말 [살의의 파동]을 느끼고 각성할 뻔했습니다.

으억

생각해보니 이게 10년 전 일이네요 크크크크크

아이고 저도 늙었습니다.
Clochette
14/06/17 00:29
수정 아이콘
기아트윈스님께서 쓰신 이 리플은 본문에 대해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 리플인가요? 아니면 순수한 추억 회상인가요? 본 리플을 통해 밝히고 싶으신 어떠한 뜻이 있으신 건지 그냥 지나간 추억을 말씀하고 싶으셨던 건지 이리저리 다시 봐도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느 쪽이라면 옳고 어느 쪽이라면 그르다고 생각해서 여쭙는 것이 아니라, 기아트윈스님이 길게 쓰신 리플을 멋대로 오독하는 것도 죄송한 일이다 싶어서 조심스레 여쭤 봅니다.
기아트윈스
14/06/17 01:00
수정 아이콘
텍스트가 이미 제 손에서 떠난 이상 어떻게 읽으셔도 사실 제게 죄송할 일은 아니지요.

그저 본문을 읽다가 2번, 학내정치 부분을 읽다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가볍게 쓴 리플일 뿐입니다 -_-;;

물론 가볍게 썼건 무겁게 썼건 그 안에 담겨진 함의야 어떻게든 있게 마련이고, 위의 일화는 [조금더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글쓴이의 주장에 대해 몇가지 의문을 제기하는 걸로 읽힐 수 있습니다 (꼭 그럴 의도로 쓴 건 아니지만요).

예컨대 [정치]라는 용어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물을 수 있습니다. 당근매니아님의 본문을 보면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시위에 나서는 것이 정치적 이슈에 의견을 표출하는 거라면, 모두가 그러할 때 혼자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정치적 스탠스를 내비치는 것이 되죠. 응원단장 출신 총학회장은 유수 대학 총학들이 시국선언을 써내려갈 때, 비문으로 가득한 성명서를 꺼내듭니다. 빨간펜 긋는 맛이 있는 글이었습니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해당 총학회장이 썼다는 비문으로 가득한 성명서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의심스런 선배들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그 응원단이란게 무엇인지 알 길은 없다만, 유수 대학 총학들이 [비권]이나 [탈정치] 등의 기치를 걸고 지속적으로 당선되고 있는 걸 뭉뚱그려 한심하게 바라볼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뭐랄까요, 정치에 관심많은 (politics-oriented)게 꼭 옳은 건 아닌만큼, 정치에 관심 없는게 꼭 그른 것도 아니지요. 비권이나 탈정치라는 모토가 그만큼 유행하고 그만큼 당선되고 하는 데에는 그들과 그들의 지지학생들 사이에 어떤 공감대가 있는거고 호소가 먹히고 있는 건데, 그걸 모두 바람직하지 못한 걸로,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민주주의 교육을 받지 못한 타율적 고등학생 생활의 관성으로 살고있는 학생들의 무책임으로, 의심스런 선배들에 의해 조직된 무언가로 몰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포인트도 생각났는데 그건 아래 소독용 에탄올님의 댓글에 대한 답변이 될 것 같아서 아래로 옮깁니다.
영원한초보
14/06/17 01:58
수정 아이콘
저는 이게 상황마다 다른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정치에 관심있을 필요는 없지만
4.19나 6.10민주항쟁이 일어날 수 있었던 만큼 상황에 맞는 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시국에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기아트윈스님이 총학입성할 시절에는 운동권에 대한 거부감이 클때 였으니까
결과는 적절한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PD니 NL이니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쪽 방향은 싫어하니까요.
사악군
14/06/17 10:56
수정 아이콘
학교다닐 때 비권학생회후보에 표를 주었던 한 사람으로서 옛추억이 떠올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졸업할 때 쯤에는 비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선거가 성립할 수 있는 투표정족수가 미달되서
연장투표를 엄청 하더군요...-_- 모든 선거운동본부에서 누구에게든 '투표'를 해달라는 운동이 전개.....
14/06/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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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트윈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꽤 불편했습니다. 이 문제를 저는 연대의 실종으로 보고 싶습니다. OECD 국가 평균보다도 훨씬 낮은 실질 고용률,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부양 부담 증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쌓아야 그럴듯한 일자리를 쥘까 말까 한 처지고 앞으로 나아질 희망이 크지 않다는 게 젊은 세대가 당장 마주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건 한편으론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이고 어떻게 가능한 한 다수가 행복해지는 효율적인 생산관계를 만드느냐의 문제죠. 한데 이런 건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계급들 사이의 갈등이 조정되고 타협된 결과로 정해지는 셈인데, 기업-관료-기성 언론-종교 등 지배 계급들은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편이지만, 약자는 분열되어 있습니다. 약자의 힘은 단결에서 나오고 단결의 전제는 연대인데, 내 나와바리만 챙기겠다는 태도는 그런 연대와 대척점에 서 있죠. 그래서 탈정치는 정치적 태도가 되고, 그 자체로 문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기존 운동권의 문제점들을 저도 인지하고 있어서 반감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만, 그 답이 탈정치여서는 안 되죠.
소독용 에탄올
14/06/1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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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사용되는 '협의'의 정치가 '정치제도'중에서 '정당'에 직접관련된 의미로 '제한'되었는가? 만약 그러하다면 언제부터? 도 나름 재미난 주제인 듯 합니다.
아마 누군가가 연구 했겠지만요........
대한민국질럿
14/06/1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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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주제가 연구의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단어의 의미를 발언자 혹은 글쓴이의 의도와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좋게 말하면 오,난독이고 정확히 말하면 어거지죠.
소독용 에탄올
14/06/1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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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자나 글쓴이의 의도와 다른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황과 시간에 따라 발언자들이 '정치'를 어떤 의도로 사용하고 있는가를 연구하는거죠.
대한민국질럿
14/06/1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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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공격적으로 적었네요..;

뭐 단순히 통계를 내서 '이 기간동안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정치라는 단어를 이런 의미로 사용했다'라고 할수는 있겠지만 해당 통계가 실제 '정치'라는 단어의 해석에 영향을 끼칠수 없다는 뜻입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6/17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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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목적 자체가 실제 정치라는 단어의 해석에 영향을 '주는'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정치'라는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해석'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한 연구니까요.

아마 해당 연구를 수행한다면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중 하나가,
통계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기 때문에, 심층면접이나 구술사를 포함한 '질적연구'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일 듯 합니다.
기아트윈스
14/06/1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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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연구해도 했겠지만, 제 생각엔 언제 어떻게 "제한"되었다기 보다는 여태까지 아주 좁은 의미로만 사용되던 "정치"가 어느 순간부터 굉장이 미시적인 레벨까지 내려왔다... 라고 해야 더 적절한 설명이 아닐까 마 그래 생각합니다.

예컨대 제가 잘 모르긴 합니다만 푸코세대 이전에도 정치의 미시성의 이야기가 있었나요? 미시적 레벨에서 이루어지는 정치활동에 대한 연구전통이 그리 오래된 게 아니라고 알고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여전히 '협의'의 정치가 더 광범위하게 유통되지요. 실례로 영어권 신문의 인터넷판을 들어가보면 (혹은 방송국 홈페이지라든가) 어딜 가도 politics 항목은 따로 있지요. 항목만 놓고 봐도 굉장히 재밌어요. culture, sports, politics, science 등등.... 넓게 쓰면 politics가 아닌게 어디있겠냐만은 일반인들은 culture나 science 탭을 누르면서 기대하는 건 politics 탭을 누를 때 기대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요.
소독용 에탄올
14/06/17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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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의 정치가 지칭하는 범주, 해당하는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것에대한 기대사항은 시기에 따라 상당히 달라져 왔을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라면 '정치'의 의미는 아주 좁지만, 해당하는 영역이 다루는 일은 굉장히 넓었지요.
이 두가지 기대사항은 분명 변화를 보이고 있고, '정치'라는 어휘가 지칭하는 바 역시 다양합니다.
한국에서도 일상용어로서의 정치, 사회적으로 정의된 정치, 학술적으로 정의된 정치 각각은 의미하는 바도, 관련되어 다루어지는 바에 대한 기대도 서로 다르죠.
기아트윈스
14/06/1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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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
당근매니아
14/06/1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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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반발하는 하위 조직들을 구슬르고 조율하는 게 사실 학내의제 처리를 위한 학내 정치죠. 학내 의제 처리가 딱히 원활하게 처리 된 것 같지 않은데, 그걸 단과대 학생회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도 사실은 우스운 일입니다. 총학이 투표로 뽑힌 것처럼 단과대 학생회들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뽑힌 대표자들이니까요. 이건 앞선 총학들이 회계를 얼마나 개판으로 했는가 하는 것과는 관계 없는 일이죠.
기아트윈스
14/06/1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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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부분에서 제가 밀었던 선본은 실패했지요. 학내정치의 실패이고 아마 우리가 더 능수능란했으면 더 잘 할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못했으니 우리 탓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맞아요, 그들도 단과대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뽑혔지요. 그들 역시 그자리에 앉아서 비토를 날릴 권한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회의를 하자고 앉았으면 대화는 해야하지 않았을까요? 국회에서 여야가 아무리 물어뜯고 싸워도 상임위에 앉으면 대화를 하고 의견을 나누고 조율은 하잖아요? 대의제에서 대의원을 뽑는게 투표자의 의무요 권리라면, 그렇게 뽑힌 대의원은 대의기구에서 자신이 행사하기로 약속된 권한과 의무를 휘둘러줘야지요. 가서 할 말만 배설해놓고 거수기처럼 비토 던지는 건 어디서 배운 민주주의인진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한 전혀 대의원다운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6/17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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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토도 약속된 권한과 의무의 실행 범주에 들어가는 행위라서요, 각 비토사례에 대해 행위자가 '이유'를 가지고 있다면 대의원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유가 '니들이 하는건 그냥 거부'라면.......
기아트윈스
14/06/17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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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예,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네요. "비정상"이라고 하기도 어렵겠군요.

요는 우리가 예상한 게임의 룰에 필리버스터는 없었다... 그래서 화가 마이났다... 뭐 그렇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6/1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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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떤형태로든 교섭이 가능한 부분이 분명히 있을것인데(예를들어 학내 청소 및 감시직 노동자의 처우와 같은 문제는 학생복지와 연결될 수 있죠),
덮어놓고 비토를 때렸다는걸 봐서는....... 반대편에 뭉친 양반들도 학생회라는 '학내정치'의 장을 진지하게 보고있는가 의심이 되네요.
기아트윈스
14/06/17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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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생회에 오래 못있고 군대를 가서 중반기 후반기에 뭐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는데

연초의 경험만 놓고 말씀드리자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적대감 같은게 있었습니다.

뭐랄까, "쟤들은 수꼴일거야. 수꼴임이 분명해. 수꼴이야. XX대 총학생회 명의로 뭔가 글을 써서 발표할 기회를 1년간 빼앗아간 놈들." 같은 이글거리는 눈빛을 하고는 운영위 자체를 깽판놓았었지요.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 후보시절 설령 무소속으로 당선되더라도 정당의 도움 없이 양당을 아우르는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제 즉각적인 반응이 그래서 "어휴, 아직 안겪어봐서 저렇게 말하지..." 였습니다.

댓글 쓰다보니 또 추억이 하나 떠오르네요

그 문제의 운영위의 의원으로 여총학생회장과 부여총학생회장이 1표의 권한을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이것도 그 때 처음 알았네요. 저희 입장에선 그녀들이 정말....최악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악몽같네요.
소독용 에탄올
14/06/17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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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야 어느정도 당선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었을터라, 이야기가 좀 다르긴 합니다.
(대학 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정계개편을 할 수는 없으니 ㅠㅠ)

그러고보니 XX대 총학생회 명의로 뭔가 써내는 일이 정말 필요한 사항이면 운영위에서 '다수결'로 이길수 있지 않았던가요? 학교마다 달라서 확신이 없네요.
사악군
14/06/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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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노무현처럼 여소야대의 대통령같은 느낌인가요? 크크크
대통령이 투표로 뽑힌 것처럼 국회의원들도 투표로 뽑힌 대표자들이었으니..

모든 게 정치다 라면 탈정치한다는 사람들도 충분히 정치적으로 살고 있는 것 아닙니까?
말씀대로 탈정치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구호라면 말이죠. 그들은 이미 침묵으로든 뭐로든 자기 정치관을 밝히고 있는거에요.
이건 몰라서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과는 다른거죠. 그런데 왜 그에 반대하시는 걸까요?
당근매니아
14/06/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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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또한 그 조율에 실패했죠. 이 경우엔 언론이라는 변수까지 포함되긴 했지만 어찌되었건 성공적인 임기는 해내지 못했습니다.
탈정치를 말하는 교내 그룹들의 문제는 보통 그네들이 실제로 정치적 성향을 가지지 않아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닌 탓이죠. '총학 하겠다고 나서는 꿘들 다 나중에 정치판 기웃거리려고 하는 거다' 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그네들보다 더 깊이 발을 담그고 있다 하면 그건 유권자에 대한 기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잘근잘근 씹혔던, 그 정치권 가려 한다고 욕 먹은 PD 계열 총학회장 양반이 실제로 정치판 뛰어들긴 했습니다. 노동당이라 문제죠.
사악군
14/06/17 11:53
수정 아이콘
갑자기 이야기가 확 특정적이 되어서 조금 당황스러운데 당근매니아님의 학교에서는 그랬다는 건가요?
PD계열 총학회장이 세상에 한명이었을 것도 아니고 비권 학생회들이 전부
운동권 학생회보다 더 깊이 발을 담그고 있었던 기만이라는다는 건가요?
지금 어느 학교 어느 특정 선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당근매니아
14/06/17 12:00
수정 아이콘
일반론과 특정 사례 두 가지를 섞어서 말하긴 했네요. 제 실책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나 통계도 없는 상황이니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하기가 조심스러운 면이 있고, 탈정치를 말하는 세력을 통칭하는 [비권] 속엔 사실 반권과 비권, 심지어는 종교 색채가 있는 세력까지 포함되어 있기에 그다지 적절한 단어도 아니긴 하죠. 예컨대 기아트윈스 님의 케이스는 '비권'이라고 할 것이고, 제가 겪은 저 사례의 경우엔 '반권'이라는 단어가 더 걸맞을 겁니다. 다만 저러한 선거들은 일반적으로 조직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때문에 당선에 성공한 세력들 중 상당수는 '비권'보다는 '반권'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 인식 하에 쓴 내용입니다.
이후의 내용은 제가 직접 쓰는 겁소다 아래 붙은 ph 님의 댓글이 적절할 듯 합니다. 사실 그런 '반권'들의 '비권' 코스프레를 막기 위해 학내정당제 같은 걸 도입하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글이었는데 계속 논의가 새서 아쉽긴 하네요.
14/06/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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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경험담이네요. 대학시절 생각해보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MoveCrowd
14/06/17 03:01
수정 아이콘
애초에 '정치'라고 부를만한 것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바닥에서 탈정치를 부르짖을 수 밖에 없죠.
정신나간 수구X통에 북한 빨아제끼는 종북 집단들이 소위 '정치'랍시고 나대는 마당에서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을지.
아이군
14/06/17 04:33
수정 아이콘
http://sonnet.egloos.com/3234801

"나는 정부를 위해서 일하고는 싶지만 정치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보기에 … 정치하지 않고 정부에서 일하겠다는 것은 마치 성행위 없이 아기를 갖겠다는 것과 같다."

- James Forrestal -

뭐 이런 논쟁에는 이미 해답이 있는 겁니다. 한국의 정치혐오는 한국 정치 발전 제1의 적이라고 봅니다. 좌파의 몇몇 동네에서 노인분들의 높은 투표율에 대한 투정(?)이 좀 있는거 같던데, 그 노인 분들이 젊었을 때가 한국 사회가 가장 희망찼던 시기라는 게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14/06/17 11:49
수정 아이콘
탈정치든 뭐든 본인 자유죠..
하지만 남들을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건 코미디같은 태도란 말이죠..
옳고 그름, 맞고 틀림을 논하던가.. 그럴 깜냥은 못되고..
그냥 정치적이라서 안돼.. 라니.. 그에 반대해서.. 그런 넌 뭔데.. 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것을 정작 마구 훼손하는 치들에 대해서는
난 탈정치라서 그런 건 모름.. 이라면서
그걸 지키위해 남들이 나서는 것은 정치적이라 안돼.. 라고 하는 비뚤어진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이죠..
마술사
14/06/17 12:53
수정 아이콘
예전에 피지알에서 유명인들의 말 행동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겠다던 archieve 프로젝트인가를 하겠다던 글을 본것같은데.. 어떻게되가는지 근황이 궁금하네요
황 간사
14/06/18 17:29
수정 아이콘
제가 전북대학교를 졸업했는데 2013년에 총학선거 때 재밌는 일이 있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6592263
기사에 나오는 A측이 몇년 연속 장기집권했던 곳입니다.
그리고 몇몇 구성원들이 북한인권 활동을 많이 해서 학생들에게 뉴라이트라고 소문이 많이 났습니다.
심지어 모 교수가 강연하면서 전북대 학생회는 뉴라이트가 꽉 잡고 있다고 할 정도였죠.
상대편 후보측이 옛날 총학생회장들을 친일파였다는 유인물을 뿌리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학과, 학번, 이름까지 넣고 친일파라고 해놨습니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교내에 고소해야 되냐 찬반 투표를 붙여서 고소장까지 제출했죠.(지금은 아마 취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단독선거에서 민심을 잃은 상대후보는 반대가 찬성보다 많이 나와서 낙선하고
2014년 1학기 초에 뉴라이트라 불리던 A측과 신규세력이 맞붙었는데 A측도 민심을 많이 잃었는지 신규세력에게 참패했습니다.
정치판이란 게 정말 알 수 없구나 싶었죠.
그런 사건이 벌어져서 장기집권하던 총학이 무너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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