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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4/10 04:26:44
Name swordfish
Subject [일반] 근대적 자유의 자기 파괴성
왜 우리는 투표를 하지 않을까요.
일단 자신의 표가 무가치 하다고 느낄 때 투표를 잘 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정당간의 이념 차이가 크지 않거나 거대한 이슈가 없을 경우 잘 나타납니다.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이야기 하자면 정당이 재대로된 브랜드가 되지 못할 경우에도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납니다. 이념적 일관성도 없고 자주 이합 집산하며, 자신의 품격에 맞는 정치인을 유권자 에게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에 말이죠.
이런 경우는 사실 커다란 문제는 없을 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정당만 재대로 굴러 간다면 이런 문
제는 상당 부분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문제는 정당이 아닐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즉 유권
자, 국민의 문제일 경우 말입니다.

고대의 자유라는 건 지금의 자유와 아주 달랐습니다. 그건 개인의 자유가 아니었습니다. 공동체로서의
자유였습니다. 자신의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나 국가에게 억압 받지 않을 자유. 그게 바로 고대의 자유 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정치 제도가 있었습니다. 왕정이나 참주정, 과두정 같은 제도 말이죠. 또한
현재 주도적인 정치 체제인 민주정과 공화정도 이러한 제도 중 하였습니다.
하지만 민주정은 현대의 민주정과 많이 달랐습니다. 모든 인간이 똑같은 능력과 자유가 있다고 믿어서
라기 보다는 무산자까지도 공익을 논할 자격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 더 가까웠을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리고 그 자격이란 공익을 위한 강한 애착, 그리고 이를 위해 과감히 사익 포기해야 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막말로 별로 돈도 안되는 민회에서 며칠씩 낭비하는 걸 기뻐하고 전장에서
무거운 방패를 들고 다른 시민들과 잘 정돈된 중장보병진을 구성하여 적을 향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수
있는 사람들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 도시 국가에서 중요한 건 군
복무였던 것입니다. 그런 자격을 타인에 잘 보일 수 있는 기회자 그런 자격을 교육 받을 기회 였기 때문입니다.
실재로도 아테네 민주정 역시 무산자도 해군으로써 군 복무가 가능하면서 무산자의 정치 참여가 가능해
집니다. 그 이전에는 중장 무장을 할 수 있는 사람만 정치 참여가 가능했었습니다.
결국 고대의 자유는 공익을 위한 자유 였습니다. 즉 자유는 외치긴 했지만 전형적인 전체 주의적 사회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근대의 자유는 아주 다른 것이었습니다. 근대의 민주주의자들은 비록 고대 그리스-로마를 자신들의
민주적 이상을 삼았지만 실재 그들이 한 민주주의는 아주 다른 것이었고, 그들이 말하는 자유 역시 다른 것이
었습니다. 고대의 자유가 공동체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었다면 근대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개인적 자유는 쉽게 이야기하자면 내가 믿고 싶은 종교를 믿고, 법을 어기지 않는 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자유는 자신의 사유 재산을 남에게 침해 받지 않을 자유 였습니다.
사실 근대의 민주주의의 탄생은 바로 이 자유 때문에 탄생한 것입니다. 유산자 계급이 자신의 재산을 왕이나 귀족들에
침해 받지 않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가 바로 의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의회의 장점은 몇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왕이나 귀족에 비해 개개의 힘이 약한 유산자 계급이 의회를 중심으로 하나의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농민과 같은 소부르주아지나 무산자 계층과 의회를 중심으로 연합이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의회민주주의가 확립된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개인적 자유와 공익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죠.
뭐 이문제를 거창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사실 소소한 일에도 자주 발생합니다. 투표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일을 하다가 투표를 못하는 것도 이런 문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역시 중요했던 건  아마 공익을
위해 재산권을 침해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였을 겁니다.
그 때문에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은 확고하게 벽이 생깁니다. 그리고 근대의 자유는 사적인 부분에서의 자유 였습니다. 공적인 부분인 사적 자유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 것이었고요. 자유의 정의가 이렇게 된건 근대인들은 보다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계산적이고 개인의 소소한 이익을 보다 중시 여깁니다. 태풍이 몰아쳐 몇백명이 죽은 것보다는 자기 집값이 평당 만원에서 만 500원 오르는게 중요한 사람들입니다.(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정치가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 투표장에 갈 시간에 차라리 일을 해서 돈을 버는게
개인의 행복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될테니까요.

문제는 공적인 부문을 점차 근대인이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공적인 일에 몰두하기 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재산 증식에 몰두
하는게 근대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능력이 작다고 인지하고 있으며 또한 정치를 통해
크게 이익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무관심해 집니다.
그리고 그들을 대신하는 사람은 바로 공적인 부분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전문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고, 충분한 정치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공적인 권력이 주는 이익을 크게 향유하는 기득권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점차 공적인 권한이 이들에게 집중시킵니다. 또한 이들은 이 권한을 사용하여 자신들에게 사용합니다.
(노골 적이든 아니든 말이죠) 그 과정에서 아주 재미 있는 일이 발생합니다. 개인은 보다 행복해지기 위해 공익에 무관심
해지고 사적인 부분에만 열중합니다. 그러나 공적인 부분이 몇몇 사람들에게 장악당하면서 공적인 이익은 그 사람들에게 유리
하게만 흘러 갑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개인은 더욱 불행해지며 자유는 점차 줄어 들게 됩니다. 자유에 몰입하면 몰입할 수록
우리는 덜 자유롭게 되는 현상. 그게 바로 근대적 자유의 자기 파괴 성입니다.

현재 우리는 이런 과정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며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위해
사적인 부분에 몰두할 수 록 공적인 이익은 우리를 외면하며 우리를 더욱 불행하게 합니다. 또한 심지어는 사적인 자유
마저도 파괴당하게 됩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요? 나는 단지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랬는데 말이죠.
저는 단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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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토스
08/04/10 08:2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제목때문에 조회수가 이렇군요......
순모100%
08/04/10 08:41
수정 아이콘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이 많다는 건 분명 좋지 않은 일입니다.
국민으로서 투표권조차 행사하지 않은 분들은 일종의 직무유기.. 정부나 정치권을 비판할 자격을 스스로 버린 거와 같죠.
사실 저는 투표권불행사를 단순한 의사무표현이라기 보단 '니들 마음대로 해라.'는 하나의 의사표시로 봅니다.
적어도 투표장에 찾아가 기권표를 행사하는 것이어야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다. 허나 니들 마음에 안든다' 해석할 수 있겠지요.
투표권불행사자들에 대해 생각할 때면
무정부의 환상을 갖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정부와 정치와 나는 별개의 세계를 산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가? 의문도 들고...
반대로 정치적 환경에 비중을 두고 본다면 정치와 국민을 연결해줄 뭔가가 많이 부족해서 점점 그 거리가 멀어지는 건 아닌가? 회의가 듭니다.
어쩌면 대다수 정치무관심자들에게 와닿게 이슈들을 풀어줄 정치인재나 세력들 혹은 새로운 바람같은 게 필요한 때가 아닌가도 싶네요.
진리탐구자
08/04/10 12:54
수정 아이콘
저는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대인의 공익에 대한 무관심은, 국가가 공적영역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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