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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12 13:15:04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지도는 어떻게 표절을 잡아내나?...
소설이나 음악 같은 경우 표절이라고 의심을 받는 경우는 내용물이 비슷했을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소설을 하나 쓰는데 배경은 마법사들의 세계이고 주인공인 철수가 어렸을 때 역시 마법사들이었던 철수 부모님들은 사악한 마법사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에 의해 살해되었으며 본인은 매년 강원도 어디쯤에 있는 마법 학교에 다니게 되고 거기서 친구 영자와 명수를 만나게 되는데 영자네 부모님들은 두 분 다 마법사들이 아니고 명수네는 마법사네 집안인데 아이들이 많고 여동생도 하나 있고 역시 마법학교를 다니는 쌍둥이 형들도 있고 아빠는 마법부에서 근무하고 뭐 이런 식으로 플롯을 짠다면 단번에 표절 시비가 일게 되겠지요. 음악의 경우도 멜로디가 몇 소절 이상 비슷하다거나 하면 표절 시비가 일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심심찮게 이런 논란들이 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도의 경우는 표절을 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제가 문외한이어서 정확한 과정은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지도를 만들려면 많은 수고와 노력, 돈이 들어갈 겁니다. 항공사진 같은 것들도 찍을 것이고 여러 가지 현지 조사 같은 것도 할 것이고 직원도 써야 하고 지도 하나를 만드는 데 상당한 재화와 시간이 들어가겠지요. 하지만 예를 들어 B사가 A사가 만들어서 내놓은 지도를 표절해서 똑같이 베껴서 시장에 내놓는다면 A사는 B사가 자신들의 지도를 표절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위의 소설이나 음악의 경우와는 달리 이 지도 표절의 경우 내용의 유사성은 전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왜 니네 지도의 제주도와 우리 지도의 제주도가 모양이 똑같냐?”라든가 “왜 니네 지도 강원도에 "춘천"이니 "강릉"이니 하는 우리 지도에 있는 지명과 똑 같은 지명의 지역이 있느냐?”고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도 제작회사들은 한 가지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바로 종이마을(paper town)을 이용하는 방법이 그것입니다. 즉,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마을을 지도상에 표시하는 것입니다. 도로도 있는 것처럼 만들고 그럴듯한 마을 이름도 갖다붙입니다. 당연히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규모의 큰 가상 도시를 종이마을로 만들 수는 없고 사람들이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리고 잘 모를만한 시골 깡촌의 구석진 곳에 아주 작은 마을 하나를 은근슬쩍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들이 지도가 시장에 나온 이후에 새로운 지도가 다른 회사에 의해 만들어졌을 때 그 종이마을이 있는 부분을 살펴보고 만약 자신들이 가상으로 만들어 낸 지명과 똑 같은 지명이 그 지도에도 있을 경우에는 그 회사가 자신들의 지도를 표절해서 지도를 내놨다고 단정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예전에 미국에서 지도를 만드는 제작사들은 모두 자신들만 알고 있는 이 가상의 종이마을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한 지도 제작사가 다른 지도 제작사를 자신들의 지도를 표절했다는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있었다고 하네요. 물론 그 다른 지도 제작사가 자신들의 종이마을을 그들의 지도에 그대로 표시한 것이 소송의 발단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이 종이마을이 가상이 아니라 실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그 가상의 종이마을이 있다고 되어있는 지역에 실제로 가게나 숙박시설 같은 것을 짓고 그 지명을 그대로 사용해서 가상의 마을이 실제가 되기도 한다고 하네요.

디지털 시대에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방법인 것 같지만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지도를 만든다면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종이마을 이름을 무엇이라고 붙이고 싶으신가요? 셜리? 유라시? 태연군?



종이마을(paper town)을 소재로 해서 쓰여진 존 그린의 소설 Paper Tow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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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14/05/12 13:18
수정 아이콘
그 '종이마을'에 가려고 갔다가 없어서 낭패를 보는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종이마을 인근에서 사고가 나서 종이마을의 병원에서 구호를 요청하러 갔다가 아무것도 없어서 죽게되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크크
Neandertal
14/05/12 13:25
수정 아이콘
실제로 저 작가가 저 소설을 쓰게 된 게 대학교 때 친구랑 사우스다코타 지역을 여행하다가 지도상에는 있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던 마을이 있어서 길가에 차를 세우고 동네 사람에게 물어봤는 데 그 사람이 "그런 질문 많이 받아봤다"는 여유 있는 태도로 그 마을은 가상의 마을이라고 말해 준 것에서 착안해서 저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지스
14/05/12 13:38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생각 했었는데 아직까지 크게 문제된 경우는 없었던 걸까요? 신기합니다 흐흐
Neandertal
14/05/12 14:41
수정 아이콘
아마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그런 곳에 아주 작게 만들겠지요...흐흐...
opxdwwnoaqewu
14/05/12 13:19
수정 아이콘
으리!
14/05/12 13:19
수정 아이콘
캬아 이렇게 제가 또 박식해지는군요. 네안데르탈님의 해박한 상식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꽃보다할배
14/05/12 13:21
수정 아이콘
셜리리보단 그냥 셜리가 더 어감에 와닿을 듯 합니다. 셜리에 라면 닉군 소시 이현도를 하나 만들어보렵니다.
서쪽으로가자
14/05/12 13:23
수정 아이콘
기발하네요 흐흐
천재여우
14/05/12 13:31
수정 아이콘
그럼 섬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요
AttackDDang
14/05/12 13:33
수정 아이콘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프로야구계의 박블로거가 스포츠투아이의 함정기록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했다가 몰매를 맞았죠
냉면과열무
14/05/12 13:34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사랑합니다.
당근매니아
14/05/12 13:36
수정 아이콘
오 재밌네요 이거
솔로9년차
14/05/12 13:36
수정 아이콘
별개지만 종이 마을이라길래 뭔소린가 고민했네요.
Neandertal
14/05/12 13:40
수정 아이콘
제가 국어가 좀 약합니다...ㅠㅠ
꽃보다할배
14/05/12 13:57
수정 아이콘
Paper Company, Paper Villiage...종이 회사, 종이 마을 맞는 말이죠.
Neandertal
14/05/12 13:59
수정 아이콘
흠...그런가요?...국어가 더 어려워...ㅠㅠ 이 경우에는 [종이마을] 이라고 해야 하나요 [종이 마을]이라고 해야 하나요?...ㅠㅠ
스테비아
14/05/12 14:05
수정 아이콘
음... 유령회사로 번역되니까 유령마을이요 크크
뻘소리 하나 더 하자면, 첫 단락 읽으면서 원작이 뭘까 생각하다 뜬금없이 요정컴미가 떠올랐으면 막장인가요?ㅠㅠ
14/05/12 14:12
수정 아이콘
의미상 서류상 마을이나 문서상 마을... 아니면 가상마을 정도면 안될려나요? 흐
14/05/12 14:28
수정 아이콘
띄어쓰기는 단어 단위로 하는 게 원칙인데, 이 "단어"란 게 참 애매합니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단어라는 개념을 알고는 있지만, 막상 정의를 내려보라고 하면 머리가 아파지니까요. 연구자나 학자가 아닌 일반 언중의 입장에서 규범에 맞춰 쓰기에 제일 쉬운 방법은 그냥 표준국어대사전(네이버 국어사전도 이쪽입니다)에 하나의 단어로 등재되어 있으면 붙여 쓰고, 아니면 띄어 쓰는 겁니다. <물속>은 하나의 단어로 등재되어 있고, <사람 속>은 등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로 쓰는 것처럼요.
jagddoga
14/05/12 14:14
수정 아이콘
숨겨진 워터마크 같은 마을이네요
ComeAgain
14/05/12 14:22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는 멀쩡한 마을은 없애고 군부대라고 지운 처리... 뭐 이러면 왠지 될 것 같기도 하네요;
쿨 그레이
14/05/12 14:23
수정 아이콘
쉽게 말해서 이스터 에그인데, 지도에도 이런 게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비오는거리
14/05/12 15:11
수정 아이콘
오 신기하네요! 덕분에 상식이 하나 늘어갑니다~^^
14/05/12 15:26
수정 아이콘
폭풍저그마을 .... 작은고추마을 ....
Neandertal
14/05/12 15:29
수정 아이콘
음...--;;; 두 번째 마을 이름은 혹시 본인과 관계된...?...--;;;
14/05/12 15:32
수정 아이콘
야 세르게이 작은 고추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폭풍저그 홍진호가 간다!를 모르시다니 흑흑흑
14/05/12 15:28
수정 아이콘
여담이지만, 군대에서도 지도가 여러 버전이 존재하죠. 적군이 훔쳐가도 어떤게 진짜인지 모르게끔 교묘하게 중요한 위치가 다 다릅니다. (지형은 동일하지만..) 그래서 작전장교/작전병은 진짜 지도가 어떤건지 구분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별도의 표시가 없는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진짜 지도가 아닌 가짜 지도를 가지고 훈련이라도 짜는 날에는.....
王天君
14/05/12 15:31
수정 아이콘
호오....
포켓토이
14/05/12 16:12
수정 아이콘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하군요..
요즘도 크게 틀리진 않죠. 동영상이나 사진의 저작권을 위해 안보이게 워터마크를 삽입하거나 합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동영상 인코딩같은걸 몇번을 다시 해도 살아있는 그런 워터마크죠.
알킬칼켈콜
14/05/12 16:14
수정 아이콘
요새 판타지/무협 소설들은 오타가 페이퍼 타운을 대신해주더군요 ㅡㅡ; 교정없이 찍어내는지라 가져다 베끼면 오타까지 그대로 베껴짐...
유리한
14/05/12 16:19
수정 아이콘
현직 GIS 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회사는 아니고 이전 회사는 전자지도를 직접 구축까지 하는 업체였었죠. (3대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업체중 하나 입니다.)

보통 지도는 도로네트워크/ POI(관심지점) 으로 이루어지고 부가적으로 건물형상이나 배경같은 것들이 있지요.

그리고 자신들만의 워터마크를 조금 넣어둡니다. (네비에는 모든 지도정보가 들어가있으니까요..)

바다 한가운데에 자기 회사 이름이 배경으로 들어가있거나..
POI에 [유리한 생가] 라는 명칭으로 저희집을 넣어둔다거나..

이런거 보면 종이지도나 전자지도나 별반 다르진 않습니다.
기아트윈스
14/05/12 16:37
수정 아이콘
본문과 댓글에서 모두 새로운 지식 흡입해갑니다.
기아트윈스
14/05/12 16:38
수정 아이콘
흐흐 믿고보는 네안데르탈님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14/05/12 17:03
수정 아이콘
살면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이야기. 덕분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란츠크네히트
14/05/12 19:19
수정 아이콘
보통 paper company가 유령회사라고 번역되니, paper town은 유령도시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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