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4/07 23:20:07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영화공간] 한국영화 속 그들의 능글맞은 명연기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공간] 한국영화 속 그들의 능글맞은 명연기


오늘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국영화 속 배우들의 능글맞은 명연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른바 대놓고 관객을 웃기는 정통 코믹연기가 아닌, 짐짓 진지한 얼굴로 관객들을 자연스레 몰입하게 만들고 어느 순간 픽픽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그들만의 능글맞고 능청스러운 명연기의 향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참고로 1번부터 5번까지는 순위가 아닌 기억에 남는 무작위 순임을 밝힌다.)



1. 용서받지 못한 자(2005) - 하정우 : "넌 오늘 밤 피살될 줄 알어."



​한국영화 속 능글맞은 명연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윤종빈 감독의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의 CP병 인수인계씬이다. CP실 병장 태정(하정우)이 부사수이자 고문관인 이등병 지훈(윤종빈)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이 장면은 그 리얼리티와 능글맞음이 극에 다다른,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장면으로 "그러면 도와줄 수가 없어.", "넌 오늘 밤 피살될 줄 알어." 등등 하정우의 깨알같은 대사들이 빛을 발한다. 특히나 이채로운 점은 극중 이등병 역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윤종빈 감독이라는 점인데, 연출자와 배우가 아닌 배우와 배우로서도 잘 어울리는 이 둘의 찰떡궁합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즐거운 씬이기도 하다.













2. 아라한 장풍 대작전(2004) - 류승범 : "어떻게 안에 선생님들, 그때 계셨던 분들은 건강하게 잘 계시잖아요?"



​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 깡패들에게 두들겨 맞은 상환(류승범)이 힘을 키우기 위해 자운(안성기)의 도장을 기웃거리던 도중 마주친 의진(윤소이)과 나누는 대화씬이다. 무의식중에 문 앞에 놓인 야쿠르트를 먹던 상환이 의진과 마주치자 깜짝 놀라며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는 이 장면은 배우 류승범의 능청스런 연기력과 능글맞음의 클래스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코믹 명장면이다. 그 다음 씬에서의 '용산전자상가' 드립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깨알잼.













3. 우아한 세계(2007) - 송강호 : "이모, 정숙이 잘 있어요?"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자연스러운 [우아한 세계]의 국밥 대화씬이다. 이 장면에서 인구(송강호)와 현수(오달수)가 주고받는, 이른바 불알친구들의 대화는 보는 이들을 자연스레 극중 상황에 빠져들게 만든다. 카메라가 돌지 않는 상황에서 찍었다고 해도 믿을 법한 송강호의 능글맞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특히 일품인 장면으로, 그 가운데서도 "이모, 정숙이 잘 있어요?"라는 대사를 치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백미이다.  













4.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 류승룡 : "살려주세요, 물이 무서워요."



능글맞은 연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배우 류승룡. 특히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카사노바 성기 역은 그의 연기 내공과 코믹배우로서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최고의 캐릭터였다. 더불어 그 가운데서도 관객들의 배꼽을 빼놓은 최고의 코믹장면이 바로 두현(이선균)과 성기(류승룡)의 물가 구조씬. 아내에 대한 스트레스와 본인의 절박함을 이기지못하고 다짜고짜 물로 뛰어든 두현과 그를 구하려다 되려 두현에게 구조 받는 성기. 그전까지 한껏 낮은 톤으로 폼을 잡으며 멋진 척을 하다가 물이 무섭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성기의 모습은 류승룡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만의 전매특허 매력이다.













​5. 복수는 나의 것(2002) - 배두나 : "그런 자본의 이동은 화폐의 가치를 존나게 극대화하는 길이고 그건 좆또 죄 아니야."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서늘한 기운으로 도배된 박찬욱 감독의 하드보일드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싸늘하고 차가운 비수 같은 느낌의 이 영화에서도 박찬욱 특유의 블랙 코미디는 군데군데 엉뚱한 지점에서 툭툭 빛을 발하는데 특히나 류 누나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괴를 모의하며 좋은 유괴(?)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영미(배두나)와 류(신하균)의 대화씬이 그렇다. 이 대화씬에서 보여지는 배두나의 능청스런 모든 연기가 전부 좋지만 그 중에서도, "그런 자본의 이동은 화폐의 가치를 존나게 극대화하는 길이고 그건 좆또 죄 아니야." 라며 웃으며 동의를 구하는 장면이야말로 백미 중의 백미.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에릭노스먼
14/04/07 23:28
수정 아이콘
친구들 전화 번호 외운거야 크크크
이 대사 볼때마다 웃기네요
Eternity
14/04/07 23:34
수정 아이콘
[용서받지 못한 자]의 저 씬은 모든 대사가 깨알같죠 흐흐
정말 재밌습니다.
루카쿠
14/04/08 19:31
수정 아이콘
그 점호 시간에 이등병이 웃어서 혼나는 것도 재밌죠. 크크

저도 그 이등병 연기하신 분이 감독이었단 거 알고 좀 충격이었습니다.
사상최악
14/04/07 23:40
수정 아이콘
저는 아라한장풍대작전의 저 장면이 최고네요.
실생활에서도 자주 씁니다. "와야지, 와야지 하면서도 잘 안오게되요. 어떻게 잘 계시잖아요?"
14/04/07 23:48
수정 아이콘
아라한 장풍 대작전 류승범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있네요 크크
푸른봄
14/04/07 23:54
수정 아이콘
능글잼이랑은 좀 다르지만 배우는 진지한데 관객은 너무 재밌었던 장면 하나가 떠오르네요.
킬러들의 수다에서 원빈이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해 소리 높이고 옆에서 신하균 정재영 신현준은 웃음 참는 신이요. 크크.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안 보게 되었네요. 저 장면 보니 조만간 꼭 봐야겠습니다. 크크
14/04/08 12:29
수정 아이콘
아 생각나네요
킬러들의수다 정도면 2편이 나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장진감독이 제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14/04/07 23:54
수정 아이콘
우아한세계 진짜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Realization=V.D
14/04/08 00:05
수정 아이콘
용서받지 못한자... 여러 장면들만 보고 영화를 못봤습니다. 언젠간 봐야지봐야지 하고 못봤는데 영원님 느낌은 어떠신가요? 개인적으로 아라한은 정말 재밌게 봤었습니다 흐흐..
Eternity
14/04/08 20:23
수정 아이콘
[용서받지 못한 자] 정말 강추입니다. 특히나 군필자들에겐 정말 공감 200프로인 영화죠.
지금까지 본 영화들 가운데 이렇게 군생활을 리얼하게 그려낸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조금 어둡다는 점만 제외하면, 정말로 볼만한 영화입니다. 저는 추천합니다.
14/04/08 00:16
수정 아이콘
우아한 세계가 진짜 최고죠..크크크크 송강호도 송강호지만 오달수씨가 숟가락 내던지는 장면을 보면 늘 빵터집니다 크크크킄 진짜 저랑 제 친구들 보는 것 같네요 크크크
9th_avenue
14/04/08 00:16
수정 아이콘
아라한장풍대작전은 "방송실이세요?" 요 대사가 기억에 남네요.
14/04/08 03:13
수정 아이콘
저두요. 처음 봤을 때 숨 넘어가게 웃었네요.
알킬칼켈콜
14/04/08 00:25
수정 아이콘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작중 하정우 정도면 참 괜찮은 선임이라는 생각이..
14/04/08 03:36
수정 아이콘
군 선임 치고는 좋은 편이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참 군대는 X같은걸 느끼게 되는 영상이네요...
영원한초보
14/04/08 00:28
수정 아이콘
한국 영화 능글 최고봉은 '연애의 목적' 박해일인줄 알았는데...
그 영화보고 나도 저러면 되나 매일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14/04/08 01:48
수정 아이콘
능글이 맞나 모르겠는데.. 저는 김윤석씨의 그 연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고거 먹고 인건비나 나오겄어?"
Eternity
14/04/08 20:34
수정 아이콘
제가 정말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크크
실생활에서도 자주 써먹는 대사예요.
아귀의 그 장면도 넣었어야 했는데 깜박했네요 흐흐
PDD에게전해!
14/04/08 09:08
수정 아이콘
내 아내의 목적 저 대사는 2012년 최고의 씬 스틸러가 납뜩이라고 생각했던 절 반성하게 만들었죠..
곧미남
14/04/08 10:44
수정 아이콘
우아한 세계 순댓국 장면이나 변호인 돼지국밥집 장면 잘 보시면 송강호씨 밥 거의 안먹죠 원래는 못드신다고 하더군요
루카쿠
14/04/08 19:32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송강호-오달수 씨는 우아한 세계 이외에도 박쥐, 변호인을 다 같이 했군요.
Eternity
14/04/08 20:34
수정 아이콘
보면 볼수록 둘이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둘다 생활연기의 달인들이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2934 [일반] [리뷰] 그녀(her, 2013) - 인내가 이해로 바뀌는 순간의 따스함 (스포있음) [26] Eternity6116 14/07/27 6116 8
52893 [일반] [리뷰] 군도 : 민란의 시대(2014) - 누구를 위한 웨스턴 사극인가 (스포있음) [50] Eternity5870 14/07/24 5870 4
52692 [일반] [영화공간] 영화, 관객과 연애하다 [14] Eternity4922 14/07/12 4922 4
52568 [일반] [영화공간] 퇴마록 가상 캐스팅 [71] Eternity12416 14/07/06 12416 3
52565 [일반] [책 리뷰] 퇴마록 외전 – 주기선생 상준, 그가 살아가는 법 [34] Eternity8875 14/07/06 8875 2
52555 [일반] [리뷰] 신의 한 수(2014) – 대마를 잡으려다 곤마에 빠지다 (스포 있음) [45] Eternity6960 14/07/05 6960 1
52341 [일반] [딴지 인터뷰] 안희정을 만나다 (2010.5.20) [14] Eternity6748 14/06/22 6748 9
52241 [일반] [리뷰] 끝까지 간다(2014) – 관객과의 원나잇 스탠드에 성공하다 (스포있음) [20] Eternity6664 14/06/14 6664 4
52129 [일반] [영상] 안희정의 충성과 의리 [79] Eternity11929 14/06/08 11929 17
52115 [일반] [리뷰] 우는 남자(2014) - 이 정도였었나 (스포있음) [32] Eternity9153 14/06/06 9153 7
51797 [일반] [토론] 개인의 욕망 추구와 타인의 피해 사이의 충돌에 관하여 [48] Eternity6235 14/05/17 6235 1
51766 [일반] [책 리뷰] 욕망해도 괜찮아 – 나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18] Eternity5364 14/05/16 5364 9
51668 [일반] [리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 [감정수업]을 통해 바라본 스파이더맨의 욕망 (스포있음) [27] Eternity6307 14/05/11 6307 7
51582 [일반] [책 리뷰] 강신주의 감정수업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효한 돌직구의 힘 [32] Eternity6209 14/05/06 6209 4
51527 [일반] [리뷰] 역린(2014) - 팩션과 판타지 사이에서 길을 잃다 (스포있음) [42] Eternity7890 14/05/03 7890 12
51367 [일반] [책 리뷰] 천 개의 공감 –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 말 걸기 [14] Eternity7181 14/04/28 7181 6
50938 [일반] [영화공간] 한국영화 속 그들의 능글맞은 명연기 [22] Eternity7986 14/04/07 7986 7
50853 [일반] 수험생들을 위한 패러디 시 몇편 [12] Eternity12973 14/04/03 12973 4
50775 [일반] [영화공간] 내가 뽑은, 이 시대 한국 최고의 여배우들 [69] Eternity11060 14/03/31 11060 9
50658 [일반] [영화공간] 내가 사랑한 홍콩영화 속 영화음악 TOP12 [19] Eternity13819 14/03/25 13819 6
50636 [일반] [영화공간] 내가 사랑한 한국영화 속 최고의 영화음악 TOP12 [42] Eternity8603 14/03/23 8603 7
50619 [일반] [영화공간] 잊을 수 없는 한국 멜로영화 속 명대사 [22] Eternity8425 14/03/23 8425 11
50551 [일반] [영화공간] 가슴을 울리는 한국영화 속 명장면 17선 [30] Eternity7708 14/03/20 7708 1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