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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18 20:17:04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이 뼈는 누구의 뼈인가?
18세기 중엽까지 일반적인 서양인들에게는 진화는 말할 것도 없고 동물의 멸종이라는 것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독교적이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던 입장에서 서양인들은 모든 동물들은 신이 만드셨고 태초에 신이 만든 형태 그대로 변화 없이 지금까지 생명들이 이어져오고 있다고 믿었으며 (즉, 고양이는 처음부터 지금의 고양이 형태로 만들어져서 계속 지금의 고양이 형태로 살아왔다는) 신이 만드신 동물들에게 멸종이라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신의 창조물에도 결함이 있다고 하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것은 그들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도전을 받게 되는 일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그 시초가 되는 것이 우선 미국에서 이상한 동물의 것으로 보이든 뼈들이 발굴되기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이 이상한 동물은 나중에 마스토돈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는데 코끼리와 비슷한 동물이었습니다. 우선 1705년경에 마스토돈의 어금니가 뉴욕 근처에서 발굴되었습니다. 이 어금니는 런던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당시 이 이빨에는 "거인의 이빨"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연구의 대상이 될 만한 화석은 1739년 오하이오강 근처에서 Longueuil이라는 프랑스인에 의해서 발굴이 됩니다. 그는 약 1.6 미터 정도 길이의 대퇴골과 엄청난 크기의 상아, 그리고 여러 개의 이빨 화석을 찾아냅니다. 그는 그 화석들을 프랑스로 보냈으며 프랑스에서는 루이 15세의 지시로 그 화석들이 황제의 박물관에 보관되게 됩니다.

코끼리로 보이는 동물의 뼈가 미국에서 발굴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일반적인 서양인들은 모든 동물들은 다 신이 만든 것이고 신이 처음 만든 형태 그대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코끼리의 뼈가 어떻게 해서 미국에서 발굴되었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미국에는 코끼리가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뼈를 구해다가 미국까지 운송해 와서는 마치 누가 볼새라 몰래 땅에다 묻었다는 얘기인데 이런 가설은 아무리 그 당시 기준으로 보더라도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려운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코끼리(로 보이는) 뼈는 노아의 방주 때 홍수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죽은 코끼리의 뼈가 미국까지 흘러 들어가서 거기서 묻히게 된 것이라는 아주 그럴듯한(?) 설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에 나름 과학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양심상 이러한 설명에 대해서 무릎을 탁 치면서 "그래! 바로 그거야!"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뭔가 다른 설명을, 좀더 과학적인 설명을 내놓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Longueuil이 발굴한 뼈는 학자들을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었는데 왜냐하면 대퇴골이나 상아는 이 동물이 틀림없이 코끼리이거나 혹은 그 당시의 동물 분류 기준으로는 맘모스와 비슷한 동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같이 발굴된 이빨들은 코끼리의 것과는 아주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끼리의 이빨은 윗부분이 마치 신발의 밑바닥처럼 평평한데 반해서 발굴된 이빨은 윗부분이 뾰족뾰족한 모양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빨들은 오히려 인간의 이빨이 크기가 엄청 커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 몇몇 학자들이 발굴된 뼈를 본격적으로 연구하였는데 Louis-Jean-Marie Daubenton이라는 학자는 "이 미지의 동물의 뼈는 한 동물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고 두 동물에서부터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상아와 다리뼈는 틀림없이 코끼리 것이지만 이빨은 전혀 다른 동물의 것인데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발굴된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이 즈음 또 다른 마스토돈의 뼈가 발굴되어 런던으로 운송이 되는 데 런던으로 운송된 동물의 뼈 역시 이전과 동일한 특징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상아와 다른 뼈들은 다 코끼리와 비슷한데 어금니만은 코끼리와 확연히 달랐습니다. 영국의 학자인 윌리엄 헌터는 이 동물이 "미국 코끼리"라는 동물로서 지금까지 동물학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종이라는 주장을 펼치게 됩니다.

학자들의 주장은 점점 대담해져서 또 다른 프랑스 학자 Georges-Louis Leclerc는 이 동물이 두 동물의 뼈가 아니라 무려 세 동물의 뼈가 한꺼번에 발굴된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는 이 뼈들은 코끼리, 하마,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 번째 동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마치 두렵다는 듯이 "이 세 번째 종이 그들 가운데 가장 큰 동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위의 학자들이 "전혀 다른 동물"이라든가 "새로운 미국 코끼리",  "알려지지 않은 세 번째 동물"이라고 말할 때 이들은 멸종된 동물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미국 어딘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아직 그들에게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동물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퀴비에

이 모든 논란을 끝낸 사람이 바로 프랑스의 해부학자이자 동물학자인 퀴비에였습니다. 그는 기존의 코끼리 뼈들과 미국에서 발굴된 미지의 동물의 뼈를 상세하게 비교 분석한 결과 이 두 동물이 서로 다른 종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발굴된 동물의 이빨과 아프리카나 실론섬의 코끼리의 이빨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습니다. "이 거대한 동물의 살아있는 실제 모습이 왜 현재 미국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결국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거대한 동물은 한 때 지구상에 살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습니다. 처음으로 과학자에 의해서 "동물의 멸종"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마스토돈의 뼈가 발굴된 이후로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없는 동물의 뼈들이 발굴되는 일들이 점점 잦아지게 되었고 이는 퀴비에의 생각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결국 그는 "우리 이전에 지금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동물들로 구성된 전혀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은 신이 만들었으며 그 당시의 형태 그대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동물의 멸종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에 구멍이 생기고 물이 새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물이 담긴 주머니에 한번 구멍이 생기고 물이 새나오기 시작하자 결코 다시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그 사실을 수용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습니다.

또한 퀴비에는 이 아메리칸 마스토돈에 대해서 아주 놀랄 만큼 정확한 주장을 펼칩니다. 그는 이 동물이 지금으로부터 약 5천 년에서 6천 년 사이에 미국에서 멸종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맘모스나 메가테리움이라고 불리던 거대한 나무늘보가 신대륙에서 멸종한 시기와도 거의 일치하였습니다. 그런데 마치 우연의 일치이기라도 하듯 이 동물들이 멸종할 무렵에 처음으로 이 신대륙으로 들어온 동물 한 종이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이 종에 대해서는 상세한 사실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이 나중에 자기 자신들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불렀다고 하는 점만 알려지고 있습니다.



메가테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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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uslee
14/03/18 20:23
수정 아이콘
메가.. 니움?
치코치코 치코리타~
몽키.D.루피
14/03/18 20:40
수정 아이콘
재밌어요~
그 이상한 종은 아직까지 멸종하지 않고 살아있나요? 보아하니 글의 흐름상 금방 멸종했을 거 같은데요~
14/03/18 23:12
수정 아이콘
이성을 만나지 못해 점점 이상한 가상공간에 몰려드는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문만 들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곧 멸종할지도 모른다고...
황금사과
14/03/18 20:41
수정 아이콘
호모 사피엔스 만나보셨겠군요.
Neandertal
14/03/18 21:38
수정 아이콘
상종할 놈들이 못됩니다...인간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삼공파일
14/03/18 22:10
수정 아이콘
오... 하이개그네요! 인간에게서 인간성을 찾지 못한다니!
요정 칼괴기
14/03/18 20:55
수정 아이콘
참 궁금한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북미의 거대 포유류가 모두 씨가 말랐을까요?
인간이 안먹을 거 같은 다이어 울프까지 말라 버리는 거 보면....
아케르나르
14/03/19 14:25
수정 아이콘
인간은 대형 포유류의 거의 유일한 천적입니다. 구대륙의 대형 포유류들은 인간에 적응을 해서 멸종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지만, 인간이 아메리카로 넘어갈 당시 그곳에 있던 대형 포유류들은 그렇지 못했죠. 그들은 급속히 수가 줄었고, 마침내 멸종됩니다. 때문에 그것들을 먹고살던 육식동물도 먹이가 줄어서 소형화되거나 멸종됐을겁니다.
기아트윈스
14/03/18 20:56
수정 아이콘
제일 아래 사진이 호모 사피엔스 맞죠?

보아하니 글의 흐름상 금방 멸종했을 거 같은데요~
마르키아르
14/03/18 21:4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기독교와 진화론의 문제도 비슷하게 흘러갈꺼라고 봅니다.

지금 기독교인중 그 누구도,

본문의 동물이 멸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것처럼

천동설을 주장하거나, 천둥이나, 번개를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 기독교인 대부분이 진화론을 당연한 것처럼 믿는 시대가 오겠죠.
소독용 에탄올
14/03/18 23:01
수정 아이콘
이미 기독교인의 다수는 진화론을 수용했습니다.
기독교내 최대종파인 천주교를 필두로, 성공회(고교회), 정교회(Compatibilist), 개신교(자유주의신학계열) 등이 진화론을 수용(신자 수준에서 수용 형태는 다양하지만......)한 상황입니다.
솔로9년차
14/03/19 01:29
수정 아이콘
이미 기독교인들 대부분이 진화론을 당연하게 믿고 있습니다.
王天君
14/03/18 22:17
수정 아이콘
재미있군요. 하여간 루이라는 놈들이 말썽이네요
쿨 그레이
14/03/18 22:49
수정 아이콘
오호...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하긴 그 때 당시 사람들이 멸종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는 건 거의 불가능했겠네요. 자연관에 관한 한, 공룡이 존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여 현세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그 당시 사람들의 대부분의 생각과 일치할 것이고, 그 사람들은 노아가 어떤 동물을 빼먹고 안 태웠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재미있네요.
수박이박수
14/03/18 23:02
수정 아이콘
오.. 이런 흐름이었군요 재밌습니다!!!
멸종이란 개념이 지금은 당연한 개념이지만 그때는 아니었다니...
14/03/18 23:13
수정 아이콘
네안데르탈님 글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놀랍네요. 18세기까지 진화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군요.. 다윈의 등장이 정말 이념적으로 엄청난 충격이었겠네요.
endogeneity
14/03/19 01:09
수정 아이콘
본문의 과정을 '사람들이 신학의 미망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가설이 제기되고 반증되며 더 나은 견해로 나아가는' 점진적 과정으로 볼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암튼 매우 잘 봤습니다.
The HUSE
14/03/19 08:42
수정 아이콘
꿀잼이네요.
감사합니다.
켈로그김
14/03/19 10:07
수정 아이콘
문)보기 중 마스토돈, 맘모스, 메가테리온이 멸종한 이유로 맞는 것을 모두 고르시오.

1. 맛있다.
2. 푸짐하다.
3. 값싸다(잡기 쉽다)
싸우지마세요
14/03/19 11:29
수정 아이콘
4. 정력에 좋다
Neandertal
14/03/19 12:18
수정 아이콘
4번 강력하게 밀어봅니다...--;;;
Backdraft
14/03/19 14:01
수정 아이콘
와 재밌어요 좋아요.
nwgeneration
14/03/19 14:24
수정 아이콘
이런글 정말 좋아합니다
14/03/19 16:04
수정 아이콘
아무리 진화의 증거가 계속 나와도 미국인 40% 이상이 창조설화를 믿는다니 어찌보면 대단합니다.
우리나라는 몇 퍼센트나 창조설화를 믿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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