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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24 15:54:01
Name 하늘을 봐요
Subject [일반] 그냥 저냥 사는 이야기#2

-1
항상 회사에서 밥을 먹을때 옆에 애인같이 졸래졸래 따라다니면서 옆에 꼭 붙어서 밥을 먹는 여직원이 있습니다.
나이:27
신장:170
체중:60(추정)
저는 못먹고 자라서 키도 작고, 몸도 그 여직원보다 왜소합니다. 그런데 그런 절 모성애를 느낀다며 따라다닙니다.
하지만 전 알아요. 그녀가 절 따라다니는 이유가 제가 아니라 음식이라는 걸.

저는 어렸을 때부터 먹는것에 대한 집착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그렇게 많이 먹는것도 아니구요. 그냥 다 먹지는 못해도 내 손에 쥐고 있어야 했고, 남들이랑 음식을 나눠 먹는걸 끔찍히도 싫어했어요. 아마 어렸을 때 집안 사정이 너무 어려워서 그랬던것 같아요. 아버지는 결혼과 동시에 서울에 잘 나가던 서점을 정리하고 시골에 내려오셔서 거의 아무일도 안하셨어요. 어머니가 결혼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간간히 먹고 살고있었는데 80년대에 어머니 퇴직금으로 애플컴퓨터 사서 맨날 그것만 두들기고 계셨어요. 덕분에 먹지 못하고, 먹을게 손에 들어오면 남과 나눠먹는걸 싫어했어요.그러다 어디서 돈까스를 봤는지 몇달을 어머니한테 돈까스를 사달라고 졸랐나봐요.하지만 집안 사정상 돈까스 먹을 돈은 커녕 월세방 하나 못구해서 그 당시 교회에서 청년들이 쉼터로 쓰던 조그만한 단칸방을 얻어서 살고 있었어요. 그랬던 사정을 모르고 돈까스를 사달라고 몇달을 졸랐으니 어머니 가슴이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런데 어느날 돈까스를 하나 가지고 오셨어요.결혼식에 갔다가 점심으로 나온건데 먹지 않고 가방에 몰래 싸오신거에요. 어린 나이에 그 돈까스를 먹으면서 펑펑 울었어요.그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른들은 내가 어리다고 잘 모를 줄 알지만 난 알건 다 알아", 돈까스가 어디서 어떻게 생긴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 슬펐나봐요. 그래서 지금도 돈까스를 먹을때면 그때 생각이 나서 돈까스를 다 먹을 수 가 없어요.

제 옆에 악어새처럼 항상 따라다니는 여직원은 제가 먹던 라면, 김밥, 제육덮밥,자장면, 종류 가리지 않고 먹어요. 그래도 기분은 크게 나쁘지 않아요. 제 본인 스스로도 너무 음식에 집착하는 걸 알기에 애써 태연한 척, 남기는 척, 쿨한 척 하면서 웃으면서 나눠먹어요. 그러다 오늘 점심에 돈까스를 먹게 되었어요. 앞서 말했지만 옛날 생각이 나서 돈까스를 잘 못먹어요.하지만 못먹어도 남에게 나눠주고 싶진 않아요. 그냥 이건 내것같고 아까워서 먹기도 싫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절대 나눠줄 수 없는 음식이에요. 그런 음식을 그녀는 오늘도 악어새처럼 옆에 찰싹 달라 붙어서 본인것을 다 먹고나서 제것을 뺏어먹기 시작했어요. 평소에 조용했던 사람이 한번 폭발해서 화가 나기 시작하면 그만큼 무서운게 없다고 하자나요? 순간 울컥해서 그 악어새 여직원한테 화를 내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렸어요.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려러고 노력해왔고, 그래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머리속에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는 그 돈까스에 대한 추억때문에 여직원한테 주지 말았어야 할 상처를 줬어요.근데 저는 그 여직원한테 사과 하고 싶지가 않아요.먹을거 하나에 화내는 쪼잔한 남자가 될 지언정 나의 돈까스를 빼앗어먹은 그 여직원한테 도저히 사과할 마음이 안나요. 그리고 그 여직원은 절 앞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겠죠. 답답한 하루네요.




-2

오늘같은 날 생각나는 노래



여직원에게 바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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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RDLE ONE
14/01/24 15:56
수정 아이콘
제가 느끼는 이 기분의 정체를 누가 설명해줬으면 좋겠어요
절름발이이리
14/01/24 16:03
수정 아이콘
이상하게 행동하신게 맞으니 여직원이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해도 이상할게 없을테지요. 쪼잔하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평소에 허용하던 것에 갑자기 격한 반응을 보이는건 이상한게 맞지요. 물론 그렇다고 저 여직원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하정우
14/01/24 16:17
수정 아이콘
여직원에 잘한것은 없지만, 크게 잘못한것 또한 없다고 생각하구요.
여직원의 평소행실이 나쁘지만 않다면, 요즘 신경쓰이는일이 많아 엉뚱한데서 신경질이 났나보다 정도로 미안하다 정도는 말해주는게 어떨까요?
사직동소뿡이
14/01/24 16:34
수정 아이콘
그 여직원이 더 이상해요.
가족이나 남자친구도 아닌 직장 동료가 먹다 남긴 음식을 왜 먹나요... 남길 걸 알기 때문에 중간에 뺏어먹는 거라고 해도 이상해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나요?
절름발이이리
14/01/24 16:44
수정 아이콘
물론 난데없이 그러면 매우 이상하죠. 하지만 그동안 쭉 해 왔다는걸로 보아, 처음엔 양해를 구하고 남긴걸 가져가고 하는 식으로 점점 가져가지 않았을까요.
사직동소뿡이
14/01/24 16:51
수정 아이콘
애초에 남자 직원이 먹다 남긴 걸 가져갔다는 거 부터가 전 너무 이상한데...
아무 사이도 아니고 단지 직장 동료일 뿐인 사람이 먹다 남긴 걸 왜... 여직원이면 몰라두요
아.. 제가 너무 예민한건가 약간 멘붕까지 오려고 하네요
제 가치관으로는 너무 이해가 안돼요
절름발이이리
14/01/24 16:53
수정 아이콘
"어, 남기세요? 그럼 그거 제가 먹을게요."
정도의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고, 실제로 하죠. 물론 그런거 절대 안하는 사람도 꽤 많겠지만..
야성엽기
14/01/24 16:44
수정 아이콘
괜찮아요 잘하셨어요
언젠가는 돈까스도 괜찮아지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 안되는거면 안되는거죠
그 여직원이 이런 사정을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만한 자격이 있으신 분이면 나중에 설명드리면 되고
그럴 필요 없으면 그냥 해프닝으로 정의하시고 아무일 없던 것처럼 지내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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