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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14 23:43:09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일반] 과연 선택지는 늘어났는가.
    집 앞에 마트가 하나 있었다. 싱싱마트라는 간판을 달고, 아파트 상가 건물 지하 한층을 쓰는 정도의 규모였다. 내가 이 아파트에 산 이래로 계속 유지되었으니 아마 20년이 넘은 마트일 것이다. 지하 마트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제철과일 박스들이 온통 쌓여있기 마련이었다. 나름 구색을 갖추고 계산대도 두 세대는 운영했다. 한창 바쁜 시간에는 아줌마 셋이 계산대를 하나씩 봤다. 구색을 갖추었다는 건 어떤 순간에는 우스울 때도 있었는데, 예컨대 마트 안에 사람 둘셋이 달랑 거닐고 있는 때에도 청과물 코너의 아저씨가 혼자 확성기를 들고 떠들고 있을 때 그랬다. 같은 맥락에서 마트 안에는 정육점 하나와 생선가게가 입점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생선코너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짐들이 쌓였다. 퀄트 같은 자질구레한 악세사리들을 파는 점포가 들어섰다가 그 이후로 어찌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얼마나 영업을 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 그 점포의 물건을 들여다 보는 모습을 본 기억 또한 없는 걸 보니 오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상가 1층에는 작은 구멍가게도 하나 있었다. 중년부부가 운영하는 가게였다. 둘 중 어느 것이 먼저 생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둘이 파는 물건은 교집합이 아닌 부분집합 관계에 있었다. 1층 구멍가게에서 파는 물건은 지하 마트에서도 거의 팔았다. 가격은 비슷하거나 마트가 몇백원씩 더 쌀 때가 있었다. 1층 구멍가게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1층에 있다는 것뿐이었고 어느 순간 그 자리엔 대신 부동산 중개 사무소가 입주해왔다. 중년 부부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게 벌써 십 년 전 일이다. 그 뒤로 상가 반대켠에 구멍가게가 하나 더 생겼었다. 어쩌면 점포 셋이 상가 건물을 공유하던 시간들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명멸의 선후는 오래되어 명확하지 않다. 치킨집 옆으로 가게를 냈던 작은 슈퍼는 금세 문을 닫았다. 그 가게가 싱싱마트 사장의 동생이 낸 가게였다는 얘기를 어머니께 얼핏 들은 것 같았지만, 어머니는 그 기억을 아직까지 가지고 계시진 못한 듯 했다. 그러니 그 가족관계는 이제 알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갑자기 싱싱마트가 문을 열지 않았다. 본래 마트 앞 상가쪽문은 마트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사용하는 격이라, 열고 닫고의 관리 또한 마트의 권한처럼 취급되었었다. 이제 그 권리범위는 다시 상가 관리를 맡은 경비원의 몫이 된 듯 했다. 유리로 된 쪽문은 열렸지만 철창은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날이 며칠간 이어졌다. 나는 집에 스스로 갇혀 공부했고, 상가를 나설 일은 많지 않았다. 철창이 내려진 채로, 원래 계단 한쪽을 메우고 있던 과일 상자들도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수일 뒤 다시 들여다보니 철창에는 우체부가 등기 우편을 배달하러 왔다가 남긴 부재중 통지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그 옆엔 다시 채권단 모집을 공지하는 A4 한 장이 붙어있었다. 어떤 꼬마가 그랬는지 손가락으로 푹푹 쑤신 구멍이 남아있었다. 그 녀석에게 그 종이의 무게감은 전혀 실감치 못할 종류의 것이었으리라. 온가족이 들러붙어 일하던 슈퍼는 도산했고, 온가족은 한번에 사라져버린 모양이었다. 최근 몇달 사이 마트가 고용한 사람들은 하나 둘 줄어들었고, 청과물 코너도 조용해진 것이 뒤늦게 기억났다. 나는 채권단이 모여 그 채권을 실행할 방도가 몇이나 될 지 대신 고심해보았다. 방법은 내가 알 수 없었다.

    도산의 이유를 톺아보니 몇이 떠올랐다. 몇년 전에 집근처로 올라간 주상복합아파트에는 굿모닝마트라는 중대형마트가 들어섰었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걸어서 가기엔 언덕과 길의 구조가 복잡해 빙빙 돌아야했다. 상가 마트에서 팔지 않는 술을 살 때나, 빨래방을 이용할 일이 있을 때에나 종종 들렀다. 일 년 전 즈음해서는 롯데가 다시 그 마트를 집어삼켰다. 롯데는 새로이 인수한 마트에 임시부스를 차리고 롯데카드의 영업을 했다. 보너스 포인트가 쌓인다 했다. 그를 전후해서 싱싱마트의 손님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매장 안에 사람이 둘 셋 밖에 없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럴 때마다 확성기 소리는 공허했다. 손님보다 점원이 많은 가게가 유지될 리는 없는 것이었다. 나는 음료와 건전지를 사느라 몇번 마트에 들렀었다. 결국 구멍가게를 잡아먹은 슈퍼는 다시 대기업 마트에 잡아먹힌 셈이었다.

    비슷한 것을 본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상가 1층에 있던 치킨집이었다. 마트에 비견될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장사를 해온 치킨집 아저씨는 굉장히 틀에 박힌 맛을 내는 닭을 팔았다. 메뉴도 양념치킨과 프라이드치킨 뿐 둘이었다. 생맥주를 시키면 페트병에 담아오는 집의 닭맛은 온전히 틀에 박혀 있어 좋았다. 별다른 기교도 없는 전형적인 맛이 그리울 때가 있는 법이었다. 치킨집 아저씨는 오토바이도 없이 걸어서 아파트 단지 안 배달을 다녔다. 나는 어제 큰길가까지 한참을 걸어 내려가 부어치킨을 사와 먹었다. 치킨집 자리에는 이제 전직 목사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더치커피를 내리고, 고전 영화와 함께하는 커피 강좌를 연다.

    난 이제 건전지 하나를 사기 위해 30분은 족히 걸어야 하는 날들을 살아간다. 오르내릴 언덕길은 한창인 나에게도 가팔랐다. 대기업 마트들이 한창 이슈화되던 때, 그를 옹호하는 측의 주장은 한결 같았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더 가격이 싼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선택지가 생긴다.' 이제 망해나간 그 지하 마트 자리에는 어떤 무엇이 입주해올 수 있을까. 나는 GS마트 이외의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아파트 단지 한쪽을 흉물스럽게 차지하고 있는 수영장의 폐허꼴이 될런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과연 선택지는 늘어났는가.
    과연 선택지는 늘어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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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14 23:46
수정 아이콘
언젠가부터 손님이 거의 없는 동네 가게(종류를 불문하고)를 지나갈 때는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차마 안을 들여다보질 못 하겠어요.
귤이씁니다SE
14/01/14 23:49
수정 아이콘
대형마트 처음 생겼을때 아 편하다 좋다 싸다고 잘 이용하고 다녔었죠. 그 편안함의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것인지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때 몰랐던 대가를 지금 혹독하게 치루고 있지요.
저 신경쓰여요
14/01/14 23:50
수정 아이콘
그래서 얼마 전 주인이 바뀐 동네 슈퍼를 억지로라도 갈 이유를 만들어내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기업형 슈퍼마켓이 5개나 돼요...
데이비드킴
14/01/15 00:07
수정 아이콘
어제 동네 슈퍼에서 고구마를 한 봉지 샀다가 전부 반쯤 썩은 걸 발견한 다음 환불 요청 했다가 엿같은 경험을 하고 읽는 글이라 그런가 공감은 잘 안되네요..
구밀복검
14/01/15 00:08
수정 아이콘
이런 것 때문에 뭔가 차이나 특이함을 느끼려면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직접 직거래처를 찾아본다든가, 요리를 한다든가, 재료만 사서 뭘 만든다든가 하는 식으로..
거믄별
14/01/15 00:19
수정 아이콘
저희 동네는.. 슈퍼가 대형마트나 SSM 에 타격을 입은 것보다 편의점에 더 타격을 입더군요.
수협에서 운영하는 마트가 있을 때도 장사가 잘 되서 오히려 수협마트보다 더 손님이 많던 슈퍼가...
- 수협마트로의 접근성이 정말 최악이어서... 가격대가 비슷한 수협마트를 이용하느니 슈퍼를 이용하는게 나을정도여서 -
근처에 편의점이 들어선 이후로는 손님이 급격하게 줄더군요.
심지어 가격 경쟁에서 편의점보다 훨씬 싼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결국 폐점했고.. 그자리는 다른 회사의 편의점이 들어섰습니다.
스카이
14/01/15 00:29
수정 아이콘
이 글에 나온 내용과 비슷한 이유로 전 FTA 등도 반대 하는 입장입니다. 뜬금없는 FTA 쓴 건, 글의 내용이 국가 단위로 가면 FTA 아닌가 해서요 흐흐

효율화는 자본가에게는 좋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썩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건 값이 싸지는 이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니까요. 물론 새로운 직업이나 사업, 업종이 생기고 거기서 그 이상 직장이 생기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죠. 그래서 결국은 싼 물건은 넘치지만 그것을 살 사람이 없는 상황이 올 것 같습니다.

과한 거품은 문제지만 거품이 좀 있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절름발이이리
14/01/15 01:04
수정 아이콘
전세계인이 합심하여 효율화와 혁신을 안한다면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효율화를 미룬다고 세계적으로 효율화와 혁신이 안 이루어지는게 아니기때문에, 손가락 빨고 있으면 국가 경쟁력만 낙후되는거죠.
싼 물건은 넘치지만 살 사람이 없는 상황이 온다면, 기업들도 망할 거고 자본가들도 망하게 됩니다. 아무리 자본가들이 대중을 착취할 마음을 품더라도, 그 지경까지 이를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것이 그 자신들에게도 이득이 아니니까요.
스카이
14/01/15 12:41
수정 아이콘
국내만 한정한 이야기 한 적 없습니다.

싼 물건이야기는 은유적인 표현이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절름발이이리
14/01/15 12:43
수정 아이콘
FTA 같은 사례를 말씀하셨으니까요. 우리가 FTA를 안한다고 다른 국가들이 함께 FTA를 안하진 않는다는 거죠. 물론 아무런 FTA나 막해도 된다는 얘기가 아님은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또 전 세계 단위로 발전하고 팽창하고 혁신하지 않는 것을 기대하실 순 있지만,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가능하다 쳐도 미개발된 세계에 대한 폭력이 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이를테면 중국의 빈부격차는 급격한 경제발전과 함께 극심해졌지만, 그렇다고 그 이전의 중국이 현재의 중국보다 더 살만한 시대였던 건 아닙니다.
스카이
14/01/15 15:43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만 FTA 하는 것 아니잖아요. 그리고 우리나라 한정이 아니라고 위에 썼고요. 어느정도 보호무역을 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이리님은 거품은 완전히 제거하는걸 더 좋게 보는 것이죠?

그리고 제 댓글을 본문과 너무 떨어트리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말한 효율성은 인원감축이고 그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걱정한 겁니다. 본문도 선택지라는 말로 이야기를 풀지만 경쟁에서 진 사람들을 걱정하는 내용 아닌가요? 걱정까진 아니라도 그에 대해 생각하자는 것이지 오로지 자신의 불편함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니 제가 한 말이 발전과 팽창을 반대하는 것은 아님을 이젠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빈부격차 심해졌어도 더 살기좋아졌다 해서 빈부격차가 걱정하지 않을 일은 아니죠.
절름발이이리
14/01/15 15:50
수정 아이콘
거품이라는 표현보다는 시장의 비효율성 정도가 되겠죠. 그런게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줄여 나가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가장 문제는 우리가 안해도 누군가는 한다.. 라는 부분입니다. 용산 컴퓨터 업체들이 가장 증오해 마다 않는 것이 다나와인데, 실제로 다나와의 등장으로 용산업체들 여럿이 망하고, 수익이 악화되고, 고용도 줄었겠죠. 그렇다고 다나와가 없었다면 기존 시스템이 그대로 굴러갈 수 있었냐면.. 아마도 다른 업체가, 설령 국내 업체가 없으면 해외 업체가 다나와 역할을 할거란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의 시스템이 전보다 나쁜 시스템이라 말하긴 힘들고 말이죠. 결국 보호무역이건, 그 외의 어떤 요소건 이런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입니다.
스카이
14/01/15 16:05
수정 아이콘
물론 우리가 안 해도 누군가는 하겠죠. 제가 말한건 누구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그게 불가능함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일종의 이상론이죠. 그러니 자꾸 국내나 우리로 한정하시지 말고 인류로 봐주세요.

전 그 비효율성이, 거품이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따른 제 생각을 말한겁니다.
절름발이이리
14/01/15 16:13
수정 아이콘
알겠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1/15 13:14
수정 아이콘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는것이 자본가들은 총자본의 이익을 고려하고 행동하는게 아닙니다. 자신의 이익을 고려한 행동을 하죠.
싼물건은 넘치지만 살수가 없다에 가까운 테크가 이른바 공황인데 1800년대 후반이후 자주 일어나왔잔아요.......
거기에 '이동성'을 가진 자본이기땀시 국지적으로 말씀하신 최악의 상황은 나타날 수 있죠
예를들어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이 굶어죽는건 식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식량을 살 돈이 모자라서 니까요.
절름발이이리
14/01/15 13:25
수정 아이콘
아, 물론 말씀처럼 국지적으로 그런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말한겁니다.
소독용 에탄올
14/01/15 13:30
수정 아이콘
거시적으로도 사실 공황의 사례에서 볼수 있듯이 '외부'의 개입으로 다망하는 사태를 벗어나는것이지
기업이나 자본의 내적논리에 의해 해당상황을 벗어나게 되는것은 아니니까요.
시장 자체가 국가와 사회의 '더러운 손' 없이는 나타나거나 장기간 유지되기 어려운 물건인지라........
절름발이이리
14/01/15 13:39
수정 아이콘
다 망할 지경이 되면 그렇게 외부개입으로 다시 정상화 하는 과정을 따르게 되죠. 시장실패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 실패를 자본가조차 방치하고 유지할 개연성이 없다는 차원의 접근입이다.
스카이
14/01/15 15:51
수정 아이콘
제 생각을 잘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흐흐

자본가가 시장실패를 방치할 이유는 없지만 그 해결에 있어서는 자신의 이익을 고려하기에 굳이 자신이 손해보거나 이익을 포기하면서 고치려 하지 않겠죠. 필수재를 파는 기업이냐 사치재를 파는 기업이냐에 따라 느끼는 상황의 심각함도 다를 것이고요. 그래서 시장이 심하게 무너지면 그제서야 외부의 개입이 들어오는 것이겠죠. 그리고 전 그 외부의 개입이 들어올만큼 시장이 사회가 무너지는 것이 발생할까를 걱정한 말이고요.
14/01/15 00:38
수정 아이콘
이미 대구는 이 시기를 지나서 지역거점 장악식으로 어느정도 돌아갔습니다.. 대형 슈퍼형 매장들이 매출손실을 감당 못하더군요...
선택지가 늘어났느냐 물어보신다면 예전보단 줄어들었지만 최소화 이후에는 무난한 정도로 늘어났다..라고는 말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대구의 특성에 기인한거겠죠. 물가가 전체적으로 싸고, 그에 맞춰 임금도 싸고, 덤으로 전국 최악의 생산력...
여기가 서비스업과 자영업의 지옥이라는게 괜한말이 아닙니다... 돈버는건 간판이랑 인테리어 장수라고 해놨더니
그것도 과포화 사태한번 터지더니 줄줄이 망한곳입니다 허허허허. PC방은 말할것도 없고.
절름발이이리
14/01/15 01:02
수정 아이콘
선택지가 늘어났고, 사람들이 대형마트를 선택한거죠. 선택받지 못한 마트는 사라진거고.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말이 함의하는 건, 모든 선택지가 보존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에 자리잡았던 방식이 새로운 대안과 경쟁하게 될 것이며 그 과정이서 소비자 효용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는거죠. 물론 이미 아시겠지만.
영원한초보
14/01/15 12:26
수정 아이콘
모든 소비자의 효용이 늘은것도 아니죠
효용을 어느정도 계산한 결과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절름발이이리
14/01/15 12:28
수정 아이콘
효용 총량은 무조건 늘어났습니다. 효용이 더 적은데 기존 산업이 경쟁에 밀려 도태된다는 건 넌센스죠. 물론 모든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건 아닐겁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고, 그래서 의미가 없죠.
영원한초보
14/01/15 12:41
수정 아이콘
저 같이 신선식품에 대한 대형마트제품에 불만이 많은 사람은 동네시장을 선호합니다.
저 같은 사람의 불만이 커진것이 의미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신지
절름발이이리
14/01/15 12:44
수정 아이콘
제가 맥 컴퓨터를 선호한다 해서 IBM PC가 승리한 것이 잘못되거나, 막아야 할 일이 되는건 아니죠. 개별적인 고객의 불만은 불만이고, 그 방향이 옳으냐 그르냐는 전체 고객의 효용 총량에 의해 갈리는거죠.
영원한초보
14/01/15 12:48
수정 아이콘
그렇다고 애플유저들의 호환성 법위가 좁다는 불만이 의미가 없는건 아니죠
수정하셔서 추가하는데 PC시장의 방향성에 옳고 그름이 있나요?
그냥 경쟁에서 승리한 결과일뿐인데
옳고 그름이 자유시장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면 이의 없습니다.
그런데 본문의 불만이 자유시장체제에서의 불만 이야기는 아닙니다.
절름발이이리
14/01/15 12:51
수정 아이콘
'시장 경쟁상황의 변화'란 측면에서 무의미하단 거지, 개인적 불만은 그냥 불만으로써 유효한거죠. 내가 동네 빵집을 원하는 것과, 시장에서 동네 빵집이 사라지는건 다른 층위에 있는 문제란 겁니다.
영원한초보
14/01/15 13:00
수정 아이콘
네 다른 층위고 이리님이 이야기하시는 것도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현체제에서는 자연스러운 방향이 맞습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야 옳고 그름을 시장자유를 놓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삶의 방식을 이야기할때는 다양한 관점이 있으니까요.
지금 체제로 나아가는 것이 맞느냐에서 저랑 관점이 다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차로 이동하는 걸 별로 안좋하지만 서울에 살고 집근처에 대형마트있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현상황도 딱 나쁘지는 않은데
동네상권측면에서는 외국의 협동조합같은 사례가 더 좋다고 봅니다.
14/01/15 01:43
수정 아이콘
"맥도날드와 맥도날드화"라는 책을 읽으면서, 과연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되더군요.
14/01/15 02:13
수정 아이콘
제 선택지는 좋아졌고 늘어났으나 일요일에 대안도 없는데 국가가 강제로 선택지를 막는것 빼곤 아주 만족합니다. 전 20분 걸어야 될걸 5분 걸어도 되게 됐거든요. 조금이나마 더 믿을 수 있고.
수호르
14/01/15 09:29
수정 아이콘
퇴근 후 밤 12시쯤되서 집앞 홈플에 가서 여유롭게 장을 보는게 하나의 즐거움이었는데..
이젠 장보러 가기도 힘들어졌죠..
덕분에 온라인 쇼핑몰에 배달 예약을 해서 구입하네요 -_-;;
동네 슈퍼들은 12시 이전에 문을 다 닫아버리니..
상당히 불편해졌음 ㅠㅠ
14/01/15 10:03
수정 아이콘
제가 사는 동네가 좀 특수한 경우여서 그런가 대형마트가 꼭 소비자의 효용을 증대시켜주는 지 잘 공감이 안됩니다. 제가 사는 곳은 대형마트가 걸어서 2~30분 정도 거리에 있는데 시설이 좋고 물건이 많아서 쇼핑하기는 좋은데 막상 물건이 싸보이는 데 따지고 보면 별로 싸지도 않고 채소나 과일의 질도 딱히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걸어서 5분 거리 내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중형 마트 이삼년 전에 세 개가 생기고 난 후에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보니 물건도 할인도 자주하고 질도 더 좋더라구요. 대신 십년 전쯤 부터 자리잡았던 마트는 혼자만 있을 때는 장사가 꽤 되다가 앞에 말씀드렸던 마트들이 생기고 나니까 경쟁에서 나가리되면서 결국에 얼마 전에 문을 닫았구요. 어쨌든 뭔가 큰 게 하나가 독점하다시피 있는 것 보다는 서로 비슷한 규모의 매장이 경쟁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것 같습니다.
대패삼겹두루치기
14/01/15 10:50
수정 아이콘
전 집 앞에 부식가게나 슈퍼가 가깝다는걸 제외하곤 좋은점을 하나도 못 느껴서요. 특히 부식가게는 차라리 길거리 트럭에서 파는 야채나 과일이 더 싱싱할때도 많아서 선택지가 좁아진데도 대형마트가 들어서는게 좋습니다.
오히려 어릴적 문방구들이 대형문구점이나 팬시샵에 밀려 사라진게 아쉽네요. 하지만 그것도 어쩔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열혈둥이
14/01/15 11:18
수정 아이콘
카드쓸때 눈치보이는것 때문에 어쩔수 없어요 ㅠㅠ...
현금을 안가지고 다니는데
슈퍼에서 카드썼다가 아주머니가 현금좀 들고 다녀 라고 하신 이후에
좀 이용하기가 불편하더라구요.

여기저기서 봐서 구멍가게에서 카드사용하는게 그리 좋지 않다는건 알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한달벌어 카드값으로 다나가는 청춘인지라 ㅠㅠ
Love&Hate
14/01/15 11:54
수정 아이콘
제가 아는 동네도 비슷한 동네가 있는데 같은곳일수도 있겠네요.
구멍가게만 접는것도 아니고 중대형마트도 결국 장사가 안된다는 건데..
gs마트가 온다고 장사가 될지 의문입니다.

동네 상권자체가 죽었어요. 여러가지 이유로요.
그게 아니면 아파트 단지내에 수영장이 흉물처럼 오래전부터 방치될이유가 없죠.
수영장이 터가 얼마나 큰데 뭘해도 하겠지요.
소독용 에탄올
14/01/15 13:18
수정 아이콘
소비자가 소비를 할려면 어딘가에서 소득을 얻어야 하죠,
대형마트의 가장 큰 영향 중 하나는 지역공동체에서 자본을 이탈시킨다는 것이고 이 현상에 의해 총효율성 증가와 관계없이 지역 상황은 악화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경우 얻어낸 소득의 더 큰 부분이 지역소비자로서의 구매 등에 쓰이는데 비해 대형마트는 지역에 '비정규직' 임금을 남기고
나머지 수익은 지역을 벗어나게 되서......
뒷짐진강아지
14/01/15 14:00
수정 아이콘
글의 내용을 떠나서
한 편의 수필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글 정말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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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12 [일반] 니들 마귀냐? [34] 당근매니아7415 14/01/05 741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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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95 [일반] “반국가 활동 피의자 변호인 접견 제한” 법안 발의자 약력 정리. [31] 당근매니아5859 14/01/04 5859 2
49053 [일반] 신년 첫우편물 : 각하의 유럽방문기 [29] 당근매니아4359 14/01/02 4359 0
49043 [일반] 대체 도로명주소를 왜 써야 하는가 [197] 당근매니아14657 14/01/02 14657 4
49019 [일반] 당신이 산 건 내가 아니라 내 시간이다. [38] 당근매니아7530 13/12/31 7530 3
49015 [일반] 공공기관, 필수자산 빼고 전부 매각한다 [41] 당근매니아7499 13/12/31 7499 0
48938 [일반] 우리는 이 때문에 데모를 해왔다 [43] 당근매니아8640 13/12/28 8640 4
48888 [일반] 선동하지 않는 대자보의 가치. [13] 당근매니아5606 13/12/26 5606 7
48799 [일반] 22일 민노총 불법침탈 사건에 대한 각 당사자 입장 정리 [55] 당근매니아5348 13/12/23 5348 4
48781 [일반] 민주노총 비상중집 결과 - 박근혜 독재정권의 민주노총 난입 침탈에 맞선 투쟁계획 [38] 당근매니아6712 13/12/22 6712 6
48752 [일반] 방송에 서커스가 판을 치는 세상 [14] 당근매니아6148 13/12/21 6148 22
48710 [일반] 우리는 영미식으로 영작문을 해야만 하는가 [24] 당근매니아5022 13/12/20 5022 3
48655 [일반] 당신에게 대자보를 찢을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 [27] 당근매니아6113 13/12/18 6113 55
48651 [일반] 박근혜 대통령의 1년 대통령 업무 후기 [62] 당근매니아5872 13/12/18 5872 10
48598 [일반] 귀 닫은 박근혜…"종국에 가서는 평가받을 것" [137] 당근매니아9232 13/12/17 923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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