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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07 16:50:10
Name Pabret
Subject [일반] 관동지방 체류기#2
2014년 1월 1일
- 여친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오조니(떠국 비슷한데, 다시마랑 가다랭이포로 국물을 내고 거기에 배추랑 무랑 토란이랑 떡을 넣고 푹 끓임)를 만듬. 난생 처음 만드는 거라서 어머니에게 물어보고 만듬...사실 만들기는 전날 저녁에 만들고 아침에는 떡 넣고 끓이기만 했지만. 떡을 너무 많이 넣어서 배 터지는 줄.
- 여친의 새해 첫 참배에 동행하기 위해 카마쿠라로 이동. 목표지는 일본 전체에서도 네임드의 인기를 자랑한다는 츠루가오카 하치만궁. 네임드답게 사람 참 오지게 많음. 미친듯이 많음. 본당 앞에서 깔려죽을 뻔했음. 근데 통제하는 경찰들 복장이
- 봉납은 1엔. 사실 여기서 모시는 신 중에 오진 텐노와 진구 황후가 있어서 좀 꺼림칙한 건 사실이었음.
- 오미쿠지(점괘)를 뽑았는데 둘 다 흉.
- 이럴 수는 없어! 하며 다시 뽑은 결과 나는 중길. 여친은 더블 흉!
- 이럴 수는 없어! 하며 다시 뽑은 결과 그제야 여친한테 나온 게 소길.
- 게다가 나오는 길에 화장실에 들렀는데, 휴지가 유료인 데다, 휴지 자판기가 100엔을 먹어버림. 빡쳐서 ‘이딴 곳 두 번 다시 올까보냐’라고 결심.
- 히이라기 자매 같은 귀여운 무녀는 찾아볼 수 없었다.
- 식사 후에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으로 이동. 다양한 고기만두와 고기만두와 고기만두. 카마쿠라에서 한 군데쯤 더 둘러보고 왔어야 하는데 너무 일찍 오는 바람에 배는 부르고 갈 데는 없고 저녁때까지 여기서 버텨야 하는 식으로 스케쥴이 어정쩡해짐.
- 결국 요코하마 역으로 되돌아가서 간신히 찾은 열려 있는 가페에서 시간을 떼우다 다시 차이나타운으로 복귀. 4시 반쯤에 꾸역꾸역 식사를 해치움.
- 원래는 사쿠라기쵸에 들러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체력 방전으로 포기하고 피로남을 남긴 채 귀가.

2014년 1월 2일
- 어제의 흉 연타를 만회하기 위해 치바시에 있는 케미가와 신사라는 곳으로 출발. 3사 순례라고 해서, 1월 3일까지 세 군데를 가면 길하다나 뭐라나.
- 그야말로 애니메나 드라마 속에 등장할 거 같은 마을. 아담한 역사를 나와서, 철도 건널목을 건너서, 아담한 주택들이 늘어선 마을을 지나, 작은 언덕 위에 있는 작은 신사에 들어가는 느낌. 게다가 적당히 왁자지껄한 분위기라, 일본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딱 좋았음.
- 점괘는, 나는 중길. 여친은 소길.
- 근데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소망 : 지금은 기운이 하락세라 이뤄지기 힘드니 기다려라’ ‘기다리는 사람 : 지장이 있으니 안 올 듯요’ ‘진학 : 놀아제끼면 망할 듯. 공부나 하셈’ ‘취직: 어려움. 때를 기다리셈’ ‘금전운 : 진심으로 임하면 조금씩 운이 돌아옴’ ‘가정 : 부부 불화는 모든 재악의 근원이다’ ‘질병 : 낫기 힘들지만 소망을 가져 보도록’ ‘여행 : 일정을 바꿔라’ ‘소송 : 패배할 염려가 있으니 관둬라’ ‘이사 : 시기를 기다려라’ ‘실물(失物) : 나오지만 도움이 안 됨’ ‘도박 : 지니까 지금은 하지 마’ 등, 도대체 어디가 길하다는 건지 알 수가 없음. 그래서 기념으로 가져옴.
- 카이힌 마쿠하리로 이동. 일본은 하츠우리라고 해서 정초가 모든 점포의 최대 세일 기간인데, 싸기는 정말로 쌈. 내가 돈이 없어서 그렇지.

2014년 1월 4일
- 뭘 할까 하다가 신요코하마 라멘박물관에 가 보기로. 가기 전부터 내가 라멘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 것도 있고 해서. 근데 이 날은 유락쵸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야마노테선이 멈추는 바람에 전철에 사람이 엄청 많았음.
- 입장료는 3백엔. 안에서 받아먹을 거면서 입장료는 왜 받는 건데?!
- 내부는 1950년대 말을 모델로 했다고 함. 일본으로서는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나 (한국전쟁을 발판 삼아) 슬슬 고도성장기로 접어들던 시절일 듯. 그런데 분명 배경이 전후인데도 가끔씩 폭격기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하츠네 미쿠의 노래가 bgm으로 깔리는 듯 뭔가 중구난방.
- 여친이 큐슈 사람인지라 하카타 라멘을 판다는 곳으로 결정. 약간 줄을 선 끝에 입장.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는데, 역시 본토 사람인 여친 입장에서는 ‘국물도 너무 묽고 별로다’라는 평. “차라리 잇푸도가 낫지 않느냐”는 의견.
- 위층에서는 일본의 옛날 동네를 재현하고 있음. 이것저것 추억 장난감이나 먹거리들을 파는 듯. 여친도 추억에 잠겨서 좋아함(나이를 느낄 수 있다).
- 지난번에 가지 못했던 사쿠라기쵸로 이동. 바다가의 깔끔한 신도시. 랜드마크 타워와 관람차 등이 랜드마크.
- 지난번에 못 먹은 팬케이크의 원한을 갚기 위해 랜드마크타워에 있는 팬케이크집으로. 약간 줄을 선 끝에 들어갔으나, 음, 글쎄...
- 아이쇼핑을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다니다가, 대충 저녁을 먹고 관람차를 타기 위해 이동. 생각보다 무지 크다. 사실 내가 타 본 관람차는 나고야에서 타 본 게 전부였기도 하고. 너무 커서 여친은 무서워하는데, 야경은 정말 멋짐.
- 여차저차 하다 보니 결국 집에 온 건 10시.

2014년 1월 4일
- 이 날에는 집에서 거의 안 나가서 쓸 내용이 별로... 여친은 가벼운 감기 증세.
- 에비스 맛있어요 에비스.
- 태고의 달인 재밌어요 태고의 달인

2014년 1월 5일
-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고 동네 산책 좀 하다가 귀가.
- 슬슬 쓸쓸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집 청소를 거들고 빈둥대다 보니 어느덧 12시에 가까워짐.
- 동네에서 점심을 먹고 나리타공항으로 출발. 낮에 보니 나리타공항으로 가는 길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다. 날씨 탓도 있지만, 뭔가 황량한 분위기.
- 나리타공항은 경제대국의 관문 치고는 좀 좁고 어둠침침한 거 같다. 인천국제공항은 정말 좋은 공항임을 실감할 수 있다.
- 카페에서 와플 먹고 좀 돌아다니다가 작별. 사실 피자 토스트도 먹고 싶어 했는데 품절됨. - “즐거웠어?” 라는 물음에 “즐거웠어.”라고 대답해 줘서 기뻤다.
- 게이트가 무려 99번 게이트. 명색이 일본항공인데 왜 그런 구석탱이까지 가야 하는가.
- 면세점도 인천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음. 기념품가게 수준. 기념품의 정석(?)인 도쿄바나나와 하얀 연인을 사서 귀국.
- 서울 야경은 정말 아름답더라.

그 외
- TV는 재미있긴 한데, 광고가 정말 짜증난다. 우리나라 케이블TV 중간광고가 그냥커피라면 얘들 중간광고는 TOP 아니 최고급 드립커피쯤 될 거 같다. 뭐만 했다 하면 광고. 광고 끝나고 몇 마디 하고 광고. 한 꼭지 끝나고 광고, 광고, 광고. 심지어 끝날 때 마무리 멘트 직전에도 광고.
- 방송에 여장남자(오카마. 요새는 오네-라고 많이 하는 것 같다)들이 참 많이 나온다.
- 심야 토크쇼는 참 개방적이다. 심야 드라마에는 베드신도 나오는 것 같다. 뭐 이 정도야 요즘은 우리나라도 많이 따라왔지만, 그래도 토크쇼 쪽은 아직 일본이 훨씬 앞서(?) 있는 것 같다.
- 게다가 방송 중간의 노골적인 광고도 엄청 많다. 우리나라도 요즘 PPL이 엄청나지만, 여기는 실명을 거론하면서 대놓고 광고해 주는 수준. 먹방이 무지하게 많은데, 그것도 가게의 실명이 나오니 광고나 마찬가지.
- 새삼스럽지만 철도가 정말 많다. 도심과 주택가 사이를 덜컹덜컹 지나는데 민원 안 들어오나 하는 생각도 듬. 노선도 복잡하고 같은 노선이라도 쾌속이니 직통이니 이것저것 많아서 모르는 사람이 가면 헤매기 딱 좋다.
- 사용 비용은, 왕복 비행기값 30만원과 가져간 돈 4만 엔(거의 다 쓰고 67엔 남음). 이 정도로 9박 10일을 있었으니 선방했다고 봄. 교통비 15000엔과 디즈니 리조트 2일권 10700엔 및 기타 비용을 여친이 대 준 게 크긴 했지만.
- 도쿄는 아직 낮에는 10도 근처까지 올라가서, 여자들 복장이 한국에 비해 가벼운 편이다. 그 중에서도 니삭스는 정말 뭐랄까 음... 나고야나 후쿠오카나 오사카에서는 이렇게까지는 못 봤기 때문에 ‘역시 니삭스는 2차원의 산물인가’하고만 생각했는데, 도쿄에서는 꽤 많이 보았다. 일본이 니삭스를 국보로 지정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결론 : 니삭스 킹왕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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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탄다 에루
14/01/07 17:06
수정 아이콘
기승전니삭스&오....
이렇게 저렇게 읽다가 뒤로 갈수록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Lainworks
14/01/07 17:10
수정 아이콘
역시 니삭스는 짱이죠. 잘 읽었습니낙스.
14/01/07 17:11
수정 아이콘
피...피지알러가 일본에.... 게다가 여친도 일본사람 부..부럽습니닷 어떻게 만나신거죠 전 살아도 안되던데.....
14/01/07 17:27
수정 아이콘
정작 만난 건 한국인 게 함정입니다?
14/01/07 17:28
수정 아이콘
으응???!!!
푸우여친
14/01/07 17:24
수정 아이콘
1월1일꺼에서 '근데 통제하는 경찰들 복장이 ' 이후의 글이 궁금합니다!!
태고의 달인 꿀잼이죠!!!
14/01/07 17:26
수정 아이콘
아 복장이 뭔가 간지났다는 얘기였습니다
영국 경찰 제복 같은?
도리도리
14/01/07 17:29
수정 아이콘
1월1일꺼에서 '근데 통제하는 경찰들 복장이 ' 이후의 글이 궁금합니다!!(2)
엘스먼
14/01/07 17:26
수정 아이콘
결론에 동의합니다
14/01/07 17:43
수정 아이콘
기억에 남는건 에비스와 니삭
주홍불빛
14/01/07 18:46
수정 아이콘
도쿄로 놀러가고 싶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소와소나무
14/01/07 19:18
수정 아이콘
저도 제 이동 노선에 있는 신사는 다 갔었는데 이쁘다 할만한 사람 딱 한번 봤네요.
메이플팝콘
14/01/07 23:48
수정 아이콘
에비스 정말 맛있어요. 특히 흑맥주.
MoonTear
14/01/09 23:09
수정 아이콘
니삭스가 최고죠 절대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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