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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2/29 09:38:07
Name 에네스티
Subject [일반] 131228 서울시청 앞 총파업 현장 영상입니다.
(톱니바퀴를 눌러서 720p나 1080p를 선택하시면 더 선명하게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일없는 토요일, 총파업에 참여 및 구경하기 위해 1호선을 타고 시청역으로 향했습니다. 세 시에 열리는 총집회를 보기 위해 두 시 반 쯤 갔는데 역에서부터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겨우겨우 역에서 올라와 보니 의경들과 경찰 버스가 모든 길을 막고 서있었습니다. 얼어있는 땅 위에 주최 측에서 (아마도 민주노총) 설치한 시끄러운 스피커가 장내의 질서 유지를 위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고, 끝에서 뒤에서 그 소리에 따라 밀리지만 경찰 벽에 의해 갈 곳 없는 사람들은 경찰들과 주최 측을 동시에 욕하고 있었습니다. 

 서울 시청 광장만 보면 제가 느끼기엔 08년도 수준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던 것 같습니다. 스케이트장을 제외한 모든 곳에 사람이 빽빽하게 모여있었습니다. 각종 시민 단체와 대학교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얼마 전에 pgr21에 올라왔던 온라인커뮤니티 연합도 깃발을 들고, 피켓을 나누어주고 있었습니다. 시청에 모인 사람들은 그 수가 대단했고, 때때로 험한 말을 하는 노조 아저씨들이 무섭기도 했지만, 장내의 분위기는 매우 침착했고 조용했습니다. 좋게 보면 질서정연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마는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 모여 있는 것 외에 달리 보거나 들을 것은 적었습니다. 08년도와 같은 다양한 목소리와 시위 방법을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날씨 탓인지 서 있거나 앉아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시민들과 노조원들은 민영화 반대와 정권퇴진을 외쳤습니다.

 6시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대오를 이루어 시청 광장에서 벗어나 광화문 - 태평로로 진입하려 했습니다만, 경찰들이 이미 골목마다 철저히 틀어막고 있었습니다. 본대라고 볼 수 있는 곳은 어떻게 갔는진 몰라도 광화문까지 간 것 같은데 그 밖에서 겉돌던 저로서는 그 가는 길마다 번번히이경찰들에 틀어막혔습니다. 종각을 걸쳐 크게 둘러 광화문 근처까지 갔지만, 역시 사거리는 꿈쩍도 못 할 정도로 꼼꼼히 막혀있었습니다. 경찰들이 집회를 틀어막는 기술이 굉장히 발전했다고 느꼈습니다. 틀어막더라도 완전히 틀어막지 않고 사람 한 줄 정도는 오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 열고 닫음을 조절해서 사람들이 쉽게 모이지 못하게끔 했습니다. 가끔 경찰 벽 앞에서 서성거리면 들어갈 수 있는 다른 길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끝까지 본대에 합류할 수 있는 길은 결국 찾을 수 없었지만, 상황에 따라서 경찰들의 태도가 익숙하고 유연해 보였습니다. 물론 의경들은 그렇지 않았겠지만요.

 겨우겨우 근처까지 간 광화문 사거리였었지만, 이미 완벽히 봉쇄되어 있던 만큼, 오갈 길이 없어서 본대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점점 적어졌습니다. 경찰은 캡사이신과 살수차를 동원하겠다고 방송으로 경고했습니다. 결국, 이렇다 할 길을 찾지 못하고 8시를 전후해서 해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저도 본대는 찍어보지도 못한 채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 추위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그 마음이 녹록지는 않아 보였으나, 추운 만큼 함께 모이는 것 외에 달리 무언가를 하기엔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총파업으로 철도민영화 반대 여론이 탄력을 받을지, 아니면 면허 발급과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차근차근 정리가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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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씁니다SE
13/12/29 09:43
수정 아이콘
추운날 고생하셨습니다. 경찰도 집회를 다루는 스킬이 많이 늘어난 모양입니다. 하기야 저번 정권때 호되게 당한 전적이 있으니.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만, 요즘 정부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러긴 어려울거 같네요.
솔직히 이번 철도파업의 모습이 향후 박근혜 정부의 노동계에 대한 처우를 보게될거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에네스티
13/12/29 10:21
수정 아이콘
원해서 갔는데 고생이라니 별 말씀을요! 전 정권에서 호되게 당한 만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언론부터 제대로 비춰주지 않으니 집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듯합니다.
송파사랑
13/12/29 09:45
수정 아이콘
곧 차근차근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권유리
13/12/29 09:54
수정 아이콘
저 추운날씨에 참 짠하네요.
이번 정부는 진짜 이명박때보다 더 빨리빨리 밀어붙이는거 같아서 어려워보여요..;
덧붙여 이미 네이버는 일베가 점령한듯 싶더군요. 댓글들 보아하니 허허..
똘이아버지
13/12/29 09:57
수정 아이콘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31222093208246
이때 즈음해서 온갖 게시판에 특정 의견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려니 하지요.
에네스티
13/12/29 10:40
수정 아이콘
주요 포탈들 댓글은 한참 되었죠. ㅠㅠ
2막3장
13/12/29 17:11
수정 아이콘
괜히 기분이 별로 좋지 않군요.
일베하지 않지만, 민영화에 반대하지 않는 저도 일베회원으로 매도 당해야 하나요?
혹시 논란이 일까봐..
수서 KTX 민영화는 생각해볼 여지가 많지만, 공기업 민영화 자체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권유리
13/12/29 18:15
수정 아이콘
오해의 소지가 있었나요..;
사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댓글은 이미 일베애들에게 점령당한지가 꽤 된지라..
댓글만 보면 일베라는 생각밖에 안들어서 ;
수서발 KTX는 지금은 민영화가 아니라고 소리치지만 결국엔 어떤식으로든 민영화가 될것이라고 보는지라..
공기업 민영화는 오랜 논의를 거쳐서 행해져야되는것이지 이렇게 독단적으로 행해지면 안됩니다.
Neandertal
13/12/29 10:16
수정 아이콘
현 정권의 태도가 바뀌게 될 유일한 경우는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 뿐일 겁니다...
일단 내년 지방 선거 결과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는 바꾸는 시늉이라도 하겠지요...
하지만 결과가 역시 자신들이 바라던 대로 나온다면...--;;;
에네스티
13/12/29 10:22
수정 아이콘
국정원이나 민영화와 같은 몇 가지 큰 이슈가 있었고, 지지율도 조금씩 하락하고 있지만 그 변화가 크지 않고, 북풍이라는 카드가 또 있으니 솔직히 좀 어둡게 보입니다. ㅠㅠ
마루가람
13/12/29 10:16
수정 아이콘
새로운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거 같습니다.
기존방식의 집회로는 한계가 있네요
귤이씁니다SE
13/12/29 10:58
수정 아이콘
사실 일반시민 입장에서 정부의 행태에 즉각적으로 제동을 걸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죠. 결국 정치권을 제어하기위해서는 투표밖에 없는데...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이후 그 투표조차 의심받을 지경이라;;; 머리 아픕니다.
13/12/29 10:31
수정 아이콘
이번정권에서는 검찰이 독한맘먹고 정권과등지지않는한 정부뜻대로 모든걸 할기세같네요.

그나저나 고생많으셨습니다.
13/12/29 10:51
수정 아이콘
아침에 mbc뉴스보니깐 7천여명이 모여서 집회를 했다던데
7천여명은 절대아닌거 같은데...mbc놈들...
13/12/29 11:58
수정 아이콘
추운 날씨에 고생 많으셨네요.
애패는 엄마
13/12/29 12:01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함께하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더군요 대단하십니다
눈부신날
13/12/29 14:19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참여했었는데 스케이트장 때문에 불편한데 왜 시청에서 집회하나 잘 모르겠습니다.(시야가..)
아마 제 생각으로는 3~4만명 모인 거 같은데 그정도 인원이 모인거 치고 너무 온순하게 마무리해서 놀랐습니다.
이정도 인원을 동원하기가 쉬운일이 아닌데...
13/12/29 14:53
수정 아이콘
보면서 드는 3가지 생각
1. 윗대X리 때문에 시위하는 사람이나 전경들이나 추위에 고생한다
2. 저 많은 깃발들은 뭐라고 써 있는걸까?
3. 스케이트장에서 데이트 하는 연인들 입장에선 완전 짜증나겠다...
2막3장
13/12/29 17:15
수정 아이콘
요즘은 그냥 짜증이고 추위에 고생하는 것이겠지만..
예전엔 목숨걸고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13/12/30 01:30
수정 아이콘
아니될 말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당해서 콘크리트가 깨져서 피가 나 봐야 할까

라는 생각까지 드네요..

공기업 운영 방만?, 적자? 누구 때문인지부터 묻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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