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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2/14 23:03:47
Name 캇카
Subject [일반] 선을 그어야 할 쪽과 흐려야 할 쪽
정치 관련 글을 보면 너무나 대립하는 양쪽이 있어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사람들에게 정치가
의미있고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남자가 원하는 여자와 사귀거나 혹은 하루를 위해 꼬시려고 할 때에
남자들은 어떻게 그녀를 유혹할 것인지를 정하고 실천합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과 스타 내기를 할 때에도
우리는 어떤 빌드를 준비해서 상대방을 이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습합니다.

그런데 정치에 있어서는 늘 상대방 편의 가장 허약하고 빈틈이 많은 의견을 그것이 옳지 않다는 식으로 반박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죠.
(보수 쪽이건 진보 쪽이건 소수의 일부 사람들은 소신을 지키며 살고,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를 지니고 있고
어느 쪽이건 또한 마찬가지로 편협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사실 내가 논리적으로 맞다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 전제나 가치가 다른 상태임을
감안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단 기본적으로 상대방 편의 가장 똑똑하고 설득력 있는 의견을 반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뭐 이 얘기는 곁다리로 나온 것이니 이쯤에서 접겠습니다.)

크게 우리가 여당과 야당성향으로 갈리는 부분은
경상도 전라도의 지역에 의한 구분,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와의 연령에 의한 구분, 기득권을 긍정 혹은 향유하는 자와 그 반대에 의한 구분
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언론의 부정, 혹은 유권자의 무지, 태생적으로 기아적인 정치구조 등 무엇이건 우리가 선거의 결과 혹은 현재의 정치세력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근거는 많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근거는 깨달음의 주체와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동일하지 않기에 사실은 실천적인 깨달음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내가 언론이 문제라고 생각해봤자 내가 언론을 바꾸지 못합니다.
내가 지역감정이 문제라고 생각해봤자 내가 그 구조를 바꾸지 못합니다.
보수가 썩었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고, 친일파 후손들도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해봐야 그들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나에게는 없습니다.
이 깨달음은 남녀문제로 치환하면 친구가 남자친구 있는 여자를 건드리려고 할 때에 이러이러한 이유로,
그러면 안 된다는 충고를 해주는 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정말 사귀고 싶은 이성이라면, 내가 정말 이기고 싶은 상대라면 그 상대가 어떤 지, 내 행동이 옳은 지에 대한 고민은
결국 내가 어떻게 목적을 달성시킬 것인지를 고민하기 위한 기초에 불과합니다.

민주주의는 그 속성에 있어서는 국민에 의한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로 나타나지만
사실 돌아가는 원리에 있어서는 다수결이라는 힘싸움에 의해 실천됩니다.
따라서 상대편이 국민에 대한 존중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 되지는 못합니다.
정당민주주의는 원래 절차적인 준수와는 별개로 가장 표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형식으로 정치를 합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역사적으로 삼국지와 같은 삼국 간의 전쟁이 실제 세상에서 많이 이뤄진다면
정치에 있어서는 결국 양당의 대결로 흐르게 됩니다.
이는 실제 전쟁의 역학의 측면에서는 삼국 구조가 안정적인 반면에
민주주의 정치의 측면에서는 결국은 양당 간의 대결이 안정적인 구조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내용에 있어서 선진국들의 양당과 우리의 양당이 다르다고 볼 수 있고
우리의 보수 정당은 이런 이유로 존중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내용이 어찌 됐건
더 많은 지지를 통해 정권을 획득한다는 것은 똑같습니다.
오히려 상대해야 하는 거대 정당이 문제가 많으면 많을 수록 그것을 활용할 여지가 많으니 유리하겠죠.

현재 우리는 국정원 비리와 같이 큰 이슈가 터졌음에도 이성보다는 내 지지당이 어디인가에 따라 그 판단의 내용이 달라질 정도로
국론이 분열되어 있는 상탭니다. 이 분열을 누가 야기했는지 그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김대중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하여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 기득권에 대한 지적 ( 원론적으로는 그 내용에 있어서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리고 종부세 등의
편가르기를 시도했고 그 이후로 주요 선거에서 야당은 이기질 못하고 있습니다.
(편가르기를 노무현 대통령 탓으로 모는게 아닙니다. 새누리당은 편이 갈라질수록 선거에서 유리하니 전략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게 유리할 뿐입니다.)

이러한  정치구조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면
그 이유가 사회의 부조리에 있건 아니면 합당한 이유에 있건 편이 갈라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너네가 왜 틀렸는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분열선을 흐리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 중도의 사람들 뿐이고
충성도가 약한 상대방 쪽 지지자를 빼오기 위해서는 원론에서 나오는 매우 정제된 논리가 더 효과적이고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저도 정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이해할 수 없는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반발하는 것보다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대원칙을 추상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상대방 지지자들이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지 않고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상태로 정치의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되어 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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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14 23:05
수정 아이콘
아 이 글에서
보수= 새누리, 진보= 새누리 이외의 모든 정치세력 입니다.
이 표현을 문제삼는 지적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 사실에 동의하고 말고를 떠나서 위와 같은 보수, 진보의 범위가
우리가 하고 있는 정치적 논쟁에서 가장 실익있는 범위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귤이씁니다SE
13/12/14 23:39
수정 아이콘
정치에서 저같은 소시민이 어떻게 해볼수 있는 여지가 적다한들 정치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것이 아니며,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이라는 것이 절차고 명분이고 무시하고 내가 다수니까 다 깔아뭉게식으로 진행되는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욘세
13/12/14 23:46
수정 아이콘
국가기관이 대선과정에서 개입했으므로 일단 자리에서 내려오고 다시 이런 논의가 진행되면 좋겠네요.
치탄다 에루
13/12/14 23:50
수정 아이콘
승리를 위해서 정의를 희생하는것에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겠군요.
13/12/15 00:01
수정 아이콘
어떻게 내려보낼 것인가요?
그런 절차위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기반이 확고하다는게
앞으로의 선거 결과도 보이는 것 같아서 걱정되지 않으시나요?
정말 내려보내고 싶으시면 내려보낼 방법을 생각해보시던가
최소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죠.

그리고 어떤 정의에 대한 희생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야당이 여당을 견제하는 기능을 갖는 건 그 정당이 정의를 실행할 기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선거에서 붙는 상대방이기 때문입니다.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국민을 기만하자는 것도 아니고
일차적 비난을 통한 편가르기를 가급적 자제하여 선거에서 유리하게 가자는 것이 정의를 희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지도
아마 확실하게 대답하기 힘들 것 같군요.
귤이씁니다SE
13/12/15 00:06
수정 아이콘
흠... 캇카님의 말씀대로 하면 굉장히 전략적인 내용을 물어보시는거 같은데... 그런 대전략이야 정치꾼이라 불리는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일반 국민 개개인이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인거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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