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회원님들. 종종 질문게시판에서 유익한 도움을 받고있는 오리꽥입니다.
제가 피지알 자유게시판에 처음 쓰는 글이 훈훈하지 않은 결말이라니...

얼마전에 프로포즈 질문을 남겨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중 하나인 프로포즈용 머그컵을 부랴부랴 제작해서 (차를 다 마시고 나면 바닥에 결혼해달라는 문구가 드러나는...하하)
컵을 찾아서 미리 전날 예약한 곳에 가져가서 부탁을 해놓고, 목걸이를 사서 준비해놨죠.

타이밍이 잘 맞은건지 여친이 2주동안 큰언니네 집에 머물기로 해서 짐을 옮기느라 짐꾼 역할을 했습니다.
짐을 옮겨주고 올라와서 밥 먹고 가란 큰언니의 말씀에 갔더니 큰언니네, 작은언니네, 남동생네 식구들이
모두 모여있었습니다. (제 여친만 미혼이고요.)
그 전에 몇번 인사드려서 초면이 아니었지요. 처음 인사드리러 간 날도 새벽까지 음주가무를 같이 했었는데
그날도 늦게까지 음주를 같이... 허허..

다음날은 제 어머니께서 뮤지컬 표를 구해주셔서 보고 운명의 다음날이 왔습니다.
저번 주말의 일인데 이 시기에 회사일이 바빠 일주일 넘게 못보다가 3일 연속으로 데이트를 한거였기에 여친은 전혀 눈치를 못 챘죠.
아직 상견례도 결혼식장 이런 모든일은 하지 않은때였습니다. 그렇기에 이맘때쯤 프로포즈를 하는게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했었지요.

운명의 그날. 100일 기념으로 갔었던 성북동의 XX키친으로 갔습니다. 이곳은 100% 예약제에 간판도 없어
처음갈때도 헤맸었는데 전 3번째 가는거라 익숙하게 쑥쑥 여친을 데려갔죠.
여친은 빼빼로 데이라 가는걸로만 알고있었습니다.

밥을 먹고 미리 주인부부와 세운 작전대로 "자기는 커피 안마시니까 핫쵸코 마셔요. 메뉴판엔 없지만 내가 잘 말해볼께요"
라고 말하고 핫쵸코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제가 가져간 컵에. 이때 주인부부, 저 모두 긴장했습니다. 다른거 마시면 어떡하지 하고요. 흐흐
작전대로 핫쵸코가 나왔습니다. 마시는 타이밍을 잘 조절해서 우선 미리 준비한 빼빼로와 초콜렛으로 정신을 다른데에 돌렸습니다.
전 여친이 마시는 만큼만 마시고 있었죠. 여친이 다 마시더니

"응? 바닥에 글씨 있어요. 오빠. 뭐지?" 하고 핫쵸코를 다 마시더니...

------------------ 그 뒤는 해피엔딩 --------------------------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었다며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어제 저녁 식사때는 프로포즈 했던 목걸이를 하고 나왔더군요.
기약은 없지만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더 좋은 목걸이를 걸어주고 싶습니다.


프로포즈 성공해서 들뜬 기분은 여전하지만 집을 구하려고 검색하고 부동산을 돌아다닐수록
뭐랄까... 무겁네요. 이 무거운 마음을 주제로 따로 글을 작성하려고 준비중입니다.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건데 제가 느끼는 생각과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건 참으로 어렵네요.
들 잘 쓰시는 분들. 참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