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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14 13:06:11
Name 예바우드
Subject [일반] 간단한 영화 감상기
1. 더 울버린

그냥 테마로만 치면 참 좋아요. 죽음. 영생. 욕망... 같은 거요. 근데 이게 예술 영화는 아닌데다 혹여 예술 영화라고 해도 이렇게 풀어가면 나오는 건 욕이요 삼키는 건 콜라죠. 복선도 복선이 아니오, 빤한 반전에 빤한 캐릭터. 차라리 82년에 출간된 프랭크 밀러의 원작이 더 세련된 느낌이 들 정도로 앞뒤 없이 막 지릅니다. 막! 어느 분이 이미 하셨던 이야기인 것 같습니디만, 쿠키 영상 빼고는 영 건질게 없습니다. 아, 유키오 역을 맡은 리라 후쿠시마도 괜찮았습니다.


2. 레드2

얼마전 유부남 신고 마친 이병헌이 주요 캐릭터로 나온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작품이죠. 덕분에 국내에선 꽤 관객이 든 모양입니다만, 북미에서는 영 반응이 시원찮았습니다. 뭐 그도 그럴게 어딘지 김빠진 느낌이 장난아닙니다. 어르신들의 화끈한 액션도 아니고 개그도 아니고, 그렇다고 치밀한 수싸움 이야기도 아니고. 뭐든 닝닝해서 심드렁하게 본 기억만 납니다. 그래도 나이 마흔 넘어서 보이토이처럼 보이는 이병헌은 신기했군요. 헬렌 미렌 때문인가. 또 지식이 일천해 몇개 캐치 못하긴 했지만 이 유명 배우들이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를 극중에서 한번씩 비트는 재미도 제법 있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영화는 그게 전부가 아니니까.

3. 더 테러 라이브

하정우의, 하정우에 의한, 하정우를 위한 영화입니다. 2시간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요즘 런닝타임 시대에 1시간 반이라는 심플한 시간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반전이랄까. 범인의 정체에 대해 쉽게 눈치를 채게 만드는 점, 범인의 목소리에서 상황을 움켜쥐고 좌지우지하는 카리스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점, 막판의 어설픈 액션활극, 그리고 사회적 메세지를 무리하게 끼워 넣은 점 등이 감점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한정된 공간과 자세로, 그래서 눈빛, 표정, 얼굴 근육의 미세한 조절로 순간 순간을 장식하는 하정우의 연기는 표값한다 싶었습니다. 장르 영화의 미덕을 갖췄지만 약간은 아쉽다..라는게 총평인 듯 합니다.


4. 설국열차

말도 많은 설국 열차를 개봉 전일에 봤습니다. 뭐 봉준호가 찍었다면 디워도 명작이라고 우길 저입니다만, 유료 시사회라는 개념으로 개봉일 당기기 같은 행태는 좀 씁쓸합니다. 뭐 이건 설국열차 자체의 문제는 아니니까 차치하고.
다양한 상징과 봉준호 특유의 연출은 제 취향에 쏙 들어옵니다만 이야기 자체로는 큰 재미가 없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전작인 마더나 괴물의 경우에는 이야기로써도 상당히 재미있었고, 살인의 추억이야 말할 것도 없죠. 다만 이번 작품은 이야기가 재미가 없고 몇몇 장면들은 좀 과잉이 아닌가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봉준호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체호프의 말처럼 등장한 장면들은 반드시 이유를 가지고 있어서고, 또 그 장면에 꽤 그럴듯한 상징이-그것도 여러겹- 붙어 있어서였습니다. 설국열차가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닌데, 어딘지 모르게 그 정제된 느낌은 희석되어 있고 상징도 명쾌하게 읽히지가 않거든요. 편집이 문제인건가 싶기도 하고, 감독 본인도 욕심이 많았던 것 같고 그렇습니다.
아니 뭐 그렇다고 재미없다거나 그런건 전혀 아닙니다. 고래 뱃속에서 빠져나왔던 요나 이야기처럼 이 거대한 고래 이야기에서 빠져 나와 끝없이 수다를 떠는 것도 나름 큰 재미기도 하고, 영화 자체로도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나름 기대작은 이제 엘리시움 정도 남은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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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쥴레이
13/08/14 13:14
수정 아이콘
저는 하반기 기대하고 있는 영화가 관상입니다.
출연진이 도둑들과 견줄정도로 괜찮더군요.

그리고 올해 마지막 블록버스터가 되지 않을까하는 엔더스게임도 기대하고 있고요.
원작은 영화를 보고 난뒤 읽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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