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게의 둘리 표절 의혹글을 보고 생각나는게 있어 끄적였는데요, 유게에 올리려다 딱히 유머포인트가 없어서 자게에 올립니다.
위는 대부분 알고 있는 요시자키 미네 원작 "개구리중사 케로로", 아래는 직접 본 사람만 아는 죠넨 바스케즈 창작 "인베이더 짐" (국내 방영 제목 우주스파이 짐)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각자 개성이 뚜렷한 잘 만들어진 작품인데 둘 다 침략외계인을 소재로 하여 설정에서 서로 놀라울 정도의 유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비교해 보자면
케로로: 어린이 대상, 만화와 TV시리즈로 나옴, 원작만화 1999년 연재시작
모성에서 선봉대로 파견된 조그마한 침략 외계인, 오버 테크놀러지 보유, 지구에서 일상 생활하며 위장함, 친구가 거의 없는 오컬트 매니아 지구인 소년과 인연을 맺음. 외계인의 종족은 전 우주에서도 막강한 정복 종족. 지구인 소년에게 예쁜 누이가 있음(누나). 편부모 가정이며(엄마), 바빠서 가정일에 많이 소홀. 주인공 외계인이 어딘가 나사 하나 빠져있으며 그의 침략 성과는 지지부진. 이를 보다못한 같은 종족의 우수한 요원이 대신 임무를 접수하려다 대결 후 패배하여 결과적으로 지구를 지키게 됨. 그 외에도 이 외계인이 섣불리 정복을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지구인 소년 때문임.
인베이더 짐: 어린이 대상, TV시리즈로 나옴, 2001년 방영 시작
모성에서 선봉대로 파견된 조그마한 침략 외계인, 오버 테크놀러지 보유, 지구에서 일상 생활하며 위장함, 친구가 아예 없는 미스테리 매니아 지구인 소년과 인연이 생김. 외계인의 종족은 전 우주에서도 막강한 정복 종족. 지구인 소년에게 귀여운 누이가 있음(동생). 편부모 가정이며(아빠), 바빠서 가정일에 많이 소홀. 주인공 외계인이 어딘가 나사 하나 빠져있으며 그의 침략 성과는 지지부진. 이를 보다못한 같은 종족의 우수한 요원이 대신 임무를 접수하려다 대결 후 패배하여 결과적으로 지구를 지키게 됨. 그 외에도 이 외계인이 섣불리 정복을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지구인 소년 때문임.
설정만 보면 이 두 애니는 내용적으로 완벽히 같은 작품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표절논란은 물론이고 자그마한 의문도 제기된 적이 거의 없죠.
그 이유는 기본 설정은 같을지언정 이것을 사용하는 방법, 즉 분위기와 스토리 텔링이 180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 설정을 각 작품은 다음과 같이 풀어갑니다.
*침략자 케로로와 지구인 소년 후유키는 친구 관계입니다. 서로 친목도 하고 때로는 갈등도 빚지만 결국에는 서로 신뢰를 쌓고 생사고락을 함께하면서 우정을 쌓아가고 성장합니다. 서로를 위해 희생할 줄도 알고 그들이 각자 힘들때에도 주변에 지지해주고 힘을 줄 가족과 동료들이 있으며 결코 혼자로 남지 않습니다. 선악 구분이 명료한 편이며 당연히 에피소드는 선한 의도를 지닌 모두가 해피하게 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지요.
*침략자 짐과 지구인 소년 딥은 결코 섞일 수 없는 원수지간 입니다. 언제나 서로의 뒤통수를 치려고 고민하고 있으며 기회만 되면 일고의 여지도 없이 서로를 제거하려 합니다(이것은 공동의 적과 싸울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각자의 사회에서 철저하게 왕따를 당하는, 동료도 친구도 없고 모성에서도 가족에게도 무시받는 존재입니다. 그나마 존재의 이유가 서로에게 있음에도 서로를 절대 인정하지 않죠. 힘들어하고 하소연하려해도 아무도 이해하려고도,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않습니다. 주변의 자발적인 협력은 기대할 수 없고 모든 인간관계가 거래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선의나 희생따윈 전혀없고 모든 캐릭터가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합니다. 선악의 경계가 거의 없고 당연히 에피소드는 짐과 딥 중 한쪽이 철저하게 몰락하는 쪽으로 마무리 되지요. 물론 이긴 쪽도 그래봤자 모두에게 무시받는 일상으로 돌아갈 뿐입니다.
케로로가 우정, 협동, 성장, 모험과 활극이 주된 이야기라면,(인생은 아름다워)
인베이더 짐은 어린이 대상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독, 배신, 협잡, 비관이 이야기를 지배한다고 할 수 있죠(현실은 시궁창)
이러한 차이는 실제 그림에도 반영되는데 케로로는 위 그림에도 보듯이 탁트인 시원한 하늘이 잘 어울릴 정도로 밝고 명랑한데 반해
인베이더 짐 같은 경우는 캐릭터 디자인 자체는 무척 귀여움에도 불구하고 작화 전반의 분위기가 몹시 우중충합니다. 작 중에 야외 씬이 제법 나오지만 푸른 하늘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을 정도죠.
캐릭터와 이야기에 접근하는 방식 때문에, 뚝 떼어놓고 보면 겉으로는 베꼈다 싶을 정도로 설정이 같은 이 두 애니는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보게 되는 것입니다(이 차이점들이 꽤나 흥미로운데, 나중에 자세히 비교하여 정리해서 다시 올려볼까 합니다.)
여하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음악 같은 경우는 그냥 서로 듣기만 해도 바로 표절이니 아니니 판단할 여지가 어느정도 있을 수 있겠지만
서사가 있는 표현물 같은 경우는 설정이나 그림의 유사성만 가지고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엔 섣부르다는 겁니다.
덧: 케로로야 워낙 유명하니 별 다른 설명이 필요없을 듯 하고, 인베이더 짐의 창작자 죠넨 바스케즈(Johnen Vasquez)는 저 유명한 게임 바이오쇼크2의 아트웤에 참여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양반의 작품 스타일을 찾아보면 인베이더 짐이 대충 어떤 분위기일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그나마 어린이용으로 순화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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