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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18 12:38:29
Name 폭풍검
Subject [일반] 이명박 정부의 타이타닉
'타이타닉 현실주의'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C.더글러스 러미스가 사용한 것으로, 이 글은 그의 책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을 요약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타이타닉 호에 타고 있습니다.
눈 앞에는 거대한 빙산이 있지요.
타이타닉 호는 빙산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타이타닉 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악사들, 바텐더들, 겜블러들, 주방장과 요리사들, 선원들....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만들고, 승객의 방을 청소하고, 기계들을 관리하고, 연료를 공급하는 판에 박힌 일상을 수행합니다.

누군가 말합니다.
"저 앞에 빙산이 있다! 우리는 배의 엔진을 멈추어야 한다!"

사람들은 경악합니다.
하지만, 빙산이 있다는 것이 그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엔진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에 경악하는 것입니다.
배의 엔진을 멈추면, 악사들의 연주도 멈춥니다. 바텐더들도, 주방장들도, 선원들도 모두 하던 일을 멈추어야 합니다.

물론 모두가 배 앞에 빙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충돌하면 타이타닉 호가 침몰할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빙산은 눈앞에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건 오로지 타이타닉 호의 내부입니다.

타이타닉 호는 전진하도록 되어 있는 배로, 배가 멈추면 모두 저마다의 일거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의 엔진을 멈추라는 주장은 비현실적인 주장입니다.
오로지 전진만이 타이타닉 호의 본질입니다. 나아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것이 타이타닉 현실주의입니다.
타이타닉 호는 세계 경제입니다.
빙산은 망가져 가고 있는 지구 환경과 극단적인 양극화 등 우리가 애써 눈을 감는 모든 문제입니다.

모든 경제학자들은, 그리고 우리들은 타이타닉 호에 올라 외치고 있습니다.
전속력으로 배를 전진시키라!
더욱 더 빠르게! 빠르게, 더욱 빠르게!

우리는 그들을 현실주의자라 부릅니다.



이 비유의 유일한 오류라면
빙산이 더 이상 멀리 있지 않다는 것뿐입니다.
빙산은 이미 부딪쳐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찾는 사람들, 경쟁적이고 파괴적인 소비문화의 변화를 꾀하는 자들.
그들은 몽상가요, 낭만주의자요, 유토피아주의자요, 상아탑 속의 어리석은 인물이요, 매트릭스 속 사람들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능한 한 무시하고 목전의 돈벌이에 전념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현실주의자라 부릅니다. 또한 우리의 정부는 자신들을 현실주의자라 자칭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무한히 발전하는 경제!
이것이야말로 마법의 주문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말하는 현실!
이것이야말로 가장 달콤한 꿈입니다.



누가 몽상가입니까? 또한, 누가 현실주의자입니까?

우리는 기만당하고 있으며
또한 우리를 스스로 기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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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탐구자
08/02/18 12:59
수정 아이콘
그 책 꽤 추천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전세계에서 하루에 굶어 죽는 사람의 숫자가 여객기 300대가 떨어졌을 때의 사망자 숫자와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약 10만 명) 비행기가 한 대 떨어지고, 지하철에 불이나면 사람들은 경악하지만, 굶어죽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물론 비행기 추락과 대구 지하철은 안타까운 참사가 맞습니다.)

글쎄, 저는 제 자신이 충분히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하는데, 저 사람들이 말하는 '현실'은 내가 생각하는 '현실'과는 전혀 다르더군요.
08/02/18 13:09
수정 아이콘
전진하지 않는 인류의 존재가 의미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삶의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본문에도 언급하셨지만)
전진은 해야죠 물론 방향은 틀어야겠지만
08/02/18 13:14
수정 아이콘
에반게리온을 예로 들자면,

에반게리온을 보면서, '주인공은 이카리 겐도. 나머지는 그냥 징징이' 라고 인식하는 사람도 세상에는 충분히 많습니다.

매일 매일 10만명이 굶어죽던 ( 사실 아프리카의 기아는 이미 천재지변의 수준을 넘어서, 아프리카가 안정을 되찾기를 바라지 않는 다국적 기업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인재에 가깝죠 ) 양극화가 심해지던, 남극이 녹아서 베이징이 물에 잠기던. 그런 것들은 그들에게 중요한 사항이 아니죠.
arq.Gstar
08/02/18 14:03
수정 아이콘
zardix님// 전진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수 있다면 거기에 존재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많답니다.
정정당당
08/02/18 14:03
수정 아이콘
오늘도 한건 하셨음.... 운하파면 CO2 배출량 줄어 지구 온난화도 예방한다고 하심
누가 아침에 똥누다가 생각난걸 바로 이야기 한다고 투덜되던데 사실인것 같음...
08/02/18 14:25
수정 아이콘
뭐, 아프리카에서 매일 몇만명이 굶어죽건 말건, 나 죽기 전까지 잘 먹고 잘 살면 그만... 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고,
사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걱정하고 살기에는, 당장 나 먹고 사는게 너무 각박해서...
순모100%
08/02/18 15:06
수정 아이콘
zardix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유한의 세계를 살고 있기에 언젠가는 정지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지요.
땅덩어리든 자원이든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전에 우주 식민지라도 나오면 모르겠지만... 그러면 방향을 우주로 바꾸면 되겠지요.)
우리나라만 놓고 봐도 국가개발의 한계선이 분명 있습니다. 딱히 방향만 틀 수 있을 정도로 선택의 폭도 그리 넓지 않습니다.
요즘 드는 생각은 무턱대고 개발만 외치는 과거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이제는 안정성내지 내실을 다지기 시작해야하지않나는 생각입니다.

무한의 바다를 떠다니는 타이타닉을 예로 들어서 좀 감이 안오신분들이라면...
정해진 철로를 달리는 폭주기관차정도를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빠르게 달리면서 사람들이 내동챙이쳐저도, 동력원이 고갈되어가도, 검은 연기를 심하게 뿜어져나와 마시게 되어도
빠르면 좋다. 시원하다. 기분좋다 하다간 서행해야할 곳이나 막다른 곳에선 사고나기 마련이죠.
정지하자는 단어가 걸리신다면 엔진 정지하자가 아니라 신중하게 서행하자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될 겁니다.
이제 세계든 우리나라든 좀 위험한 시대에 돌입하긴 했거든요. 지구온난화문제만 봐도 그렇고...
너무 현실만 보지 말고 조금 더 후의 미래에 대해 좀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기입니다.
유대현
08/02/18 15:0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일고 갑니다. 좋은 책 추천도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오름 엠바르
08/02/18 15:16
수정 아이콘
오늘 농심에서 새우깡 값을 올리기로 결정했다더군요.
물론 과자값 몇푼 올려서 세계적 대기업이 되겠다는 심정은 아닐거구요.
밀가루 같은 곡물류 가격 폭등이 정말 소름끼칩니다.
작년 말에 1000원 정도에 샀던 밀가루가 이번에 갔더니 1600원으로 인상되어 있어요.
무한의 바다를 떠도는 타이타닉과 그 바로 앞에 선 빙산은 그다지 먼 이야기가 아니다 싶습니다.

...밀가루 가격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라면을 덜 먹는다고 해결날 일이 아니어서 더더욱 무섭네요...T^T
08/02/18 15:25
수정 아이콘
정말. 정말. 멀지 않은 빙산 앞에서도 끝없는 전진 뿐인 세계 경제 상황입니다.
오소리감투
08/02/18 20:30
수정 아이콘
비유가 적절하네요..
신자유주의로 양극화가 극에 달해 있고 빈민층은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에서 오히려 더 세계화 해야 한다고 외치는 형편이니..
정말 빙하에 부딪혀봐야 정신 차릴런지 모르겠습니다..
설탕가루인형
08/02/18 23:21
수정 아이콘
오소리감투//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그럴수밖에 없는 운명이죠..
세계화를 가장 먼저 언급된 글이 공산당 선언이라죠..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물건을 팔기 위해 아프라카의 오지까지도 진출해야 된다는...
이러다가 빙산에 부딪히면서 공산주의혁명이 일어나는거구요...
gerrard17
08/02/19 00:36
수정 아이콘
비유가 참 재밌는데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비유는 어떨까요?

타이타닉호가 빙하지대에 들어섰는데 왠걸 밤이 되어 거의 보이는게 없습니다. 오직 전방에 달린 라이트만이
아주 희미하게 길을 인도하고 있는상황입니다. 그런데 앞에 무언가가 보입니다. 그것이 정확히 어떤것인지는 모르곘지만
앞으로 갈경우 충돌의 위험이 있어보입니다.

타이타닉호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희미하게 보이는것이 배를 침몰시킬 수 있는 빙하라고 생각해서 키를 돌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그러나 일부는 배가 지나가는데 충분히 감내할 만한 작은 얼음덩어리로 생각되니까 그냥 전진 하자고 말 합니다. 굳이 충돌할 필요 없이 키를 꺾으면 모든게 해결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다른 지역에 또 다른 장애물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쉽사리 키를 돌릴 수 만은 없습니다.

누군가가 이런 장애물의 위험성을 알려준다는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피하기 위해 키를 꺾는것이 나은지 아니면 그냥 전진하는게 나은지를 판단하는것은 장애물의 존재만으로 결정할 수 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쨋든 이러한 시각은 자본주의의 본질적 위험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08/02/19 00:37
수정 아이콘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죠... 자본주의란 시스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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